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8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87화
87화 알렉산더 애플 (1)
그날 이후, 올리버 애플의 행동은 크게 달라졌다.
“저하, 일어날 시간…….”
“데미안 경! 좋은 아침입니다!”
이른 아침에 올리버 애플을 깨우러 온 데미안은 이미 일어나서 세안까지 마친 올리버 애플을 보고 어리둥절해했다.
“데미안 경이 매번 당부하지 않았습니까! 항상 하루를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요!”
그 말에 데미안은 더더욱 얼떨떨해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올리버 애플은 정오가 지나서야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게으른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데미안이 아무리 매를 들어도 고쳐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달라진 것이다.
“저하, 훌륭하십니다. 드디어 규칙적인 생활의 중요성을 깨달으셨군요.”
그 말에 올리버 애플의 입가가 함지박하게 벌어졌다.
그 이후로도 올리버 애플의 기이한 행동은 계속 이어졌다.
“저하, 어제에 이어서 오늘은 제국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
“이미 다 끝내놨습니다!”
“벌써요?”
“대륙의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제국이 아닙니까! 데미안 경이 당연히 시킬 것 같아서 미리 끝내놨죠.”
데미안은 한껏 미간을 좁힌 채 올리버 애플을 쳐다봤다.
올리버 애플은 머리는 좋았지만 더럽게 게으른 인간이었다.
몽둥이로 한 시간 정도를 두들겨 패야지 간신히 공부를 시작하던 인간이 자발적으로 공부를 끝냈다니?
“어…… 고생하셨습니다. 역시 저하이십니다.”
데미안의 칭찬에 올리버 애플의 얼굴이 헤실헤실 풀어졌다.
이쯤 되니 데미안도 슬슬 올리버 애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칭찬.
올리버 애플은 칭찬을 받기 위해서 스스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정을 받은 게 그렇게 기뻤던 건가.’
데미안은 올리버 애플의 사고방식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었다. 그 역시 한때 망나니였으니 잘 알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어느 누구한테도 인정받지 못해서 외로웠던 거지.’
솔직히 말해서 모든 것은 올리버 애플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올리버 애플은 왕세자라는 축복받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국왕 역시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좋은 조건을 내팽개치고 망나니 짓을 하다가 홀로 고립된 사람은 다름 아닌 올리버 애플이었다.
‘나도 그랬지.’
과거의 데미안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자신의 행동은 생각하지 않고 가족만 탓했다.
실제로는 가족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민폐를 끼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한 채로 말이다.
어쨌거나 올리버 애플이 달라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데미안이 왕성이 계속 머무르는 것도 올리버 애플을 제대로 된 왕으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던가.
“저하, 어제 배우신 예절을 완벽하게 터득하셨군요! 과연 왕족의 귀감이십니다.”
“저하, 벌써 제가 알려 드린 검술을 습득하셨군요. 이제 보니 몸을 쓰는 데에도 재능이 넘치십니다.”
그 이후로도 데미안은 틈만 나면 왕자를 칭찬했다. 칭찬을 들을 때마다 올리버 애플의 문제점들이 고쳐진 것은 덤이었다.
“와, 왕세자가 자발적으로 공부를……?”
올리버 애플의 변화에 놀란 것은 국왕도 마찬가지였다.
“데, 데미안 경!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와, 왕세자가…… 올리버가……!”
“진정하십시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건 진짜입니다.”
“허, 허어억!”
올리버 애플의 변화를 두 눈으로 직접 본 국왕은 몇 번이고 자신의 눈을 비볐다. 그러다가 데미안 학센의 두 손을 붙잡고 몇 번이고 감사했다.
“데미안 경은 정말이지 내 인생의 귀인일세!”
“저는 한 것이 없습니다. 모두 저하의 노력이 있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하하핫! 겸손하기까지 하군! 올리버도 이리 오거라!”
국왕의 부름에 올리버 애플이 앞으로 나왔다. 국왕은 올리버 애플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드디어 네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구나! 장하다! 장해! 역시 내 아들답다!”
올리버 애플의 얼굴이 놀라움이 번졌다.
아마도 국왕에게 칭찬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놀란 모양이었다.
두 부자를 바라보며 데미안도 모처럼 흐뭇한 기분을 느꼈다.
‘이제 역모만 해결하면 돌아가도 되겠어.’
올리버 애플의 행실은 많이 고쳐졌다. 부자간의 허물도 무너질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이제 역모를 막고, 국가를 안정시키기만 하면 끝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던가.
곧이어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 * *
그날따라 왕성의 시종들이 굉장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데미안은 그 점을 의아하게 여기며 올리버 애플을 찾기 위해서 왕성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정원의 구석에 숨어 있는 올리버 애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하,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데미안의 목소리에 올리버 애플이 흠칫 놀라며 데미안을 돌아봤다.
“데미안 경……!”
“제가 공부하기 싫다고 도망치면 된다고 했습니까. 안 된다고 했습니까.”
“그, 그게 아닙니다! 공부라면 여기서 하고 있었어요!”
올리버 애플이 손에 들고 있는 책을 마구 흔들며 소리쳤다.
“그럼 왜 이런 구석진 곳에 숨어 계셨던 겁니까.”
“숨어 있던 게 아니라…….”
올리버 애플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바꿨다.
“……예, 맞습니다. 숨어 있었습니다.”
“대체 왜요?”
“……오늘은 그분이 귀환하시는 날이거든요.”
그분?
데미안이 의문을 가졌을 때였다. 뒤에서 관료의 목소리가 들렸다.
“올리버 저하! 여기 계셨군요! 알렉산더 각하께서 곧 왕성에 도착하십니다! 어서 가시지요!”
관료의 말에 올리버 애플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올리버 애플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알겠어. 곧 갈게.”
대답을 듣자마자 관료는 자리를 떠났다.
“알렉산더 각하가 누굽니까?”
“……제 숙부님입니다. 왕제이시죠.”
왕제(王弟).
즉, 국왕의 동생이라는 뜻이었다.
“숙부님을 피하고 계신 겁니까?”
“여러모로 거북한 분이라…….”
데미안의 물음에 올리버 애플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데미안 경, 저는 잠시 다른 곳에 있다 올 테니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 말에 데미안은 인상을 구겼다.
올리버 애플이 숙부를 왜 피하는지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하지만 집안의 어른을 모셔야 하는 상황을 피하겠다? 그건 왕세자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올리버 애플을 훌륭한 왕세자로 키워야 하는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가당찮은 소리였다.
“헛소리하지 말고 숙부님을 뵈러 가시죠.”
데미안의 단호한 대답에 올리버 애플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 * *
데미안은 올리버 애플을 데리고 성문으로 향했다. 성문에는 이미 다른 귀족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끄으응.”
여기까지 왔음에도 올리버 애플의 표정은 여전했다. 하지만 데미안 때문에 차마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렉산더 각하께서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시는군요.”
“그사이에 도적 무리를 모두 소탕하신 모양입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 지역의 영주들은 몇 달이 걸리도록 못 한 일인데.”
데미안은 귀족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덕분에 알렉산더라는 인물에 대해서 대충 알 수 있었다.
“알렉산더 각하께서 들어오고 계십니다!”
누군가와 외침과 함께 한 무리의 기사들이 성문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짙은 땀냄새와 흙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최근까지 실전을 치르고 왔는지. 다들 갑옷이 찌그러지고, 흙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그리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상을 찡그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경험이 풍부해 보이는군.’
데미안은 기사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경험이 많은 기사들은 경지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법이었다.
‘응?’
그런데 기사들 중에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 있었다.
데미안의 시선이 가장 선두에 있는 기사에게 향했다.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하이클래스? 아니야 그렇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데…….’
중년 기사 역시 데미안을 쳐다봤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데미안의 바로 옆을 보고 있었다.
중년 기사가 말고삐를 당겼다. 데미안의 앞에서 멈춰 섰다.
“이게 누구냐. 우리 조카가 아니더냐.”
중년 기사가 올리버 애플을 향해 말했다. 올리버 애플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 숙부님…… 안녕하십니까…….”
올리버 애플의 인사에 중년 기사, 알렉산더 애플이 씩 미소를 지었다.
“나야 언제나 안녕하지. 그러는 우리 조카도…… 뭐, 말할 필요도 없겠지. 언제나 왕성에만 있을 테니 말이다.”
알렉산더 애플의 말에 기사들이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관료들 중에서도 웃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네 나이에는 밖에 나가야 한다고 했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도 모르느냐?”
“드, 들어봤습니다…….”
“그걸 아는 놈이 이렇게 한심하게 시간을 낭비한단 말이냐. 신하들 보기에 부끄러운 줄 알아라.”
“죄, 죄송합니다…….”
올리버 애플은 알렉산더 애플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쩔쩔 매고 있었다.
제 3자의 입장이었지만 데미안은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집안의 어른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조카를, 그것도 왕세자인 사람을 힐난한단 말인가?
“그런데 옆에 있는 청년은…….”
알렉산더 애플의 시선이 데미안에게 향했다. 이내 두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네가 바로 데미안 학센이로구나. 그렇지?”
“예, 각하. 알아봐 주셔서 영광입니다.”
데미안이 짧게 대답했다. 알렉산더 애플은 더더욱 흥미롭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살펴봤다.
“젊은 나이에 미들클래스에 오른 것도 모자라서, 교단을 도와서 위험한 흑마법사를 토벌했다지? 소문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전부 사실인 듯하군.”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듣자 하니 아직 혼자라고 하던데 진짜인가?”
“그렇습니다.”
데미안의 대답에 알렉산더 애플이 쯧쯧 혀를 찼다.
“어리석군. 아주 어리석어. 하긴 그 나이의 청년들은 다 그렇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단 말이야.”
그 말에 데미안은 불쾌감이 느껴졌다.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내색하지 않았지만.
“데미안 경, 인생의 선배로서 충고를 하겠네. 빠른 시일 내에 주군을 찾아서 의탁하도록 하게. 능력 있는 기사일수록 빨리 보금자리를 얻어야 하는 법일세.”
알렉산더 애플은 문득 떠올랐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덤별 경, 지금 우리 백창 기사단에 자리가 남아 있지 않은가?”
“예, 각하 그렇습니다.”
“데미안 경, 우리 백창 기사단에 들어오도록 하게. 감사할 필요는 없네. 나 역시 자네 같은 인재를 받아들이는 것은 기쁜 일이 말이야.”
그 말에 데미안은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멋대로 결정하고, 멋대로 판단하고.
알렉산더 애플은 데미안 학센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각하, 죄송하지만 저는 아직 어디에도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이래서 젊은 친구들이 문제야. 내가 말하지 않았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말라고. 자고로 기사란 주군을 섬기고…….”
“제 능력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짜증과 불쾌감이 참기 힘든 수준에 도달했다.
데미안은 알렉산더 애플과 뒤에 있는 기사들을 쓱 훑어본 뒤에 말했다.
“별로 매력적인 곳은 아니군요.”
그 순간,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곧이어 기사들이 분노를 터트렸다.
“이 애송이가 어디서 함부로 지껄이는 것이냐!”
“당장 검을 뽑아라! 네놈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마!”
그때, 알렉산더 애플이 손을 들어 올리자 기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당돌한 청년은 오랜만에 보는군.”
기사들과 달리 알렉산더 애플은 화가 난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데미안은 볼 수 있었다. 알렉산더 애플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타오르고 있는 분노를 말이다.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알렉산더 애플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기사들이 알렉산더 애플을 뒤따랐다.
“데, 데미안 경!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알렉산더 애플이 떠나자마자 올리버 애플은 데미안을 붙잡고 소리쳤다.
“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숙부님께 망신을 줬으니……!”
“본인은 괜찮아 보이던데요.”
아닌 걸 알지만 데미안은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그나저나 알렉산더 각하께서는 인기가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왕성에 들어올 때, 관료들이 보였던 반응을 생각하면 보통 인기가 아니었다.
“숙부님께서는 왕국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솔선수범해서 나서시거든요. 그래서 따르는 사람들이 엄청 많으시죠.”
그리 말하며 올리버 애플이 멀어지는 알렉산더 애플에게 선망의 시선을 보냈다.
“거기다 어릴 때부터 검술에 재능을 보이셔서 숙부님을 따르는 기사들도 되게 많답니다. 따로 기사단을 창설할 정도로요.”
“대단하시군요.”
“그거 아세요? 리암 블루그린 경도 숙부님의 사제랍니다. 숙부님께서 검을 배우신 곳이 블루그린 후작가거든요.”
이건 또 의외의 인간관계였다.
“저하!”
그때, 관료 한 명이 올리버 애플을 향해 달려왔다.
“두 시간 뒤에 알렉산더 각하께서 국왕 전하를 알현합니다. 저하께서도 참석하셔야 하니 미리 준비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 말에 올리버 애플의 표정이 다시 한번 더 딱딱하게 굳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저하를 데리고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데미안이 관료를 향해 말했다. 그 말에 올리버 애플이 크게 배신당한 표정을 지었다.
“데, 데미안 경……? 저는 가급적이면 참석하고 싶지 않…….”
“저하, 괜한 고집은 피우시면 안 됩니다.”
데미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올리버 애플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감이 안 좋단 말이지.’
데미안이 이곳에 온 이유는 곧 벌어질 역모를 막기 위해서였다.
전생에 벌어진 역모에 의해서 왕성은 습격받고, 국왕은 사망에 이른다.
그리고 급하게 왕위에 오른 올리버 애플에 의해서 애플 왕국은 크게 흔들리고 만다.
데미안이 아는 지식은 딱 이 정도였다. 구체적으로 누가 습격했는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다. 애플 왕가에서 은폐했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은 왕가 쪽에서 오히려 은폐를 해야 할 사건이라…….’
데미안은 알렉산더 애플이 사라진 방향을 지긋이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