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8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88화
88화 알렉산더 애플 (2)
잠시 후, 데미안과 올리버 애플은 알현실로 이동했다.
국왕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귀족 관료들도 이미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데미안과 올리버 애플은 옥좌의 바로 아래에 섰다.
올리버 애플은 왕세자라 당연한 권리였고, 데미안은 왕세자의 지도역이라 겸사겸사 옆자리에 섰다.
“올리버, 왔느냐.”
옥좌에 미리 앉아 있던 국왕이 올리버 애플을 향해 말했다.
“이번에도 자리를 비울 줄 알았더만…… 오늘은 다르구나.”
국왕의 칭찬에 올리버 애플의 입가가 흐물흐물 벌어졌다. 싫은 자리라 해도 칭찬을 듣는 건 기쁜 모양이었다.
“숙부님의 공훈을 논하는 자리이니 제가 빠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데미안에 의해서 억지로 온 주제에 말은 청산유수였다.
어쨌든 올리버 애플의 말에 국왕은 크게 흡족해했다.
“알렉산더 각하께서 들어오고 계십니다.”
그때, 관료가 목소리를 높여서 말했다. 국왕은 올리버 애플과 대화하다 말고 자세를 바로 했다.
다른 귀족 관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야기를 나누던 것을 멈췄다.
활짝 열린 문으로 알렉산더 애플과 휘하의 기사들이 들어왔다.
성문에서 봤을 때와 달리 갑옷이 아니라 말끔한 정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알렉산더 애플은 국왕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다른 기사들도 똑같이 행동했다.
“전하의 명을 받고 남부의 도적 무리를 소탕하고 왔습니다.”
알렉산더 애플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귀족 관료들이 작은 목소리로 웅성거렸다.
“고드락 남작가의 영지민들이 영주를 살해하고 도적 떼가 되었다죠?”
“다른 영지민과 용병들도 합류해서 점점 더 세력이 커졌고요.”
“규모도 크지만 산림지대를 중심으로 활동해서 소탕이 어려웠는데.”
“그걸 말끔하게 처리하시다니. 과연 알렉산더 각하이십니다.”
귀족 관료들은 알렉산더 애플의 공훈을 칭송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관료들의 칭찬이 늘어날수록 올리버 애플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알렉산더, 일어나거라.”
국왕의 말에 알렉산더 애플이 몸을 일으켰다.
“국가의 혼란을 잠재운 그 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과찬입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알렉산더 애플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역시 알렉산더 각하이십니다. 저렇게 왕국을 위해서 헌신적이시고, 겸손한 분은 없을 겁니다.”
“오죽하면 국왕 전하께서도 계속 의지하고 계시겠습니까.”
관료들의 칭찬이 점점 더 늘어났다.
그때였다.
“정말이지 왕세자 저하와 너무 비교가 되는군요.”
“올리버 저하께서 반만큼이라도 따라가셨으면 좋았을 텐데…….”
올리버 애플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맨날 하시는 일이라고는 술을 마시고, 여자를 쫓아다니는 것뿐이니.”
“이제 나이도 있으시니, 전하를 도와서 경험을 쌓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수근거림이 늘어날수록 올리버 애플은 어깨를 움츠렸다.
“전하,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릴 성과가 있습니다.”
웅성거림이 잦아들 때쯤에 알렉산더 애플이 입을 열었다. 국왕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그게 무엇이냐?”
“도적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숲속에서 유적지를 발견했습니다.”
유적지라는 말에 관료들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주 먼 과거에는 지금보다 훨씬 고도로 발달된 문명이 존재했다.
그 문명은 이미 멸망한 지 오래지만 이렇게 이따금씩 유적지를 통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간혹 유적지에서 희귀한 물건들이 발견되곤 했는데, 그중 특별한 것들은 전 대륙을 뒤흔들 만큼 대단한 것이기도 했다.
“유적지를 탐사하는 과정에서 유물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유물검.
유적지에서 극히 드물게 발견되는 고대의 무구였다.
현재는 흉내 낼 수조차 없는 고도의 기술로 제작되었기에 하나 같이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마법사가 유물검을 재현하고자 노력했으나 단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 그게 정말이냐?”
국왕은 놀라서 되물었다. 유물검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전략 병기로 분류될 정도였다.
알렉산더 애플의 말이 사실이라면 애플 왕국으로서는 엄청난 무기를 손에 넣은 셈이었다.
“그렇습니다. 더불어 유물검을 통해서 제 경지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겨, 경지가 높아져? 그, 그렇단 소리는…… 이제 하이클래스란 소리냐?”
알렉산더 애플이 고개를 끄덕였다. 국왕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하, 한번 보여 줄 수 있겠느냐?”
“제 능력이 미천하여 유물검을 뽑았을 때에만 하이클래스로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원래 국왕의 앞에서는 모든 무기를 반납하는 게 원칙이었다. 지금 알렉산더 애플은 비무장 상태였다.
“그거야 얼마든지 허락하도록 하지. 어서 알렉산더 경의 검을 가지고 오도록 하라.”
국왕의 명령에 시종이 검 한 자루를 가지고 왔다.
검집부터 손잡이까지 굉장히 낡은 장검이었다. 세월의 무게가 여실히 느껴졌다.
알렉산더 애플이 검을 뽑아 들었다. 오래되어서 낡은 검집과 달리 검신은 방금 벼려 낸 것처럼 깨끗하고 날카로웠다.
검을 뽑자마자 알렉산더 애플의 기세가 격변했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마치 폭풍우 한가운데에 내동댕이쳐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알렉산더 애플이 유물검으로 바닥을 내려찍었다. 그러자 방 전체에 빛으로 이루어진 나뭇가지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 신비로운 광경에 모두 입을 크게 벌렸다.
“이것이 제가 얻은 유물검인 가시나무입니다.”
다들 멍한 얼굴로 가시나무검을 바라봤다. 그중에는 데미안도 있었다.
‘보통 물건이 아니야. 3급 이상이다.’
유물검은 등급에 따라서 능력이 나뉘었다. 10급부터 1급까지 급수가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3급 유물검은 능력을 발휘했을 때, 천 명이 넘는 대군을 쓸어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은 많은 유물검을 보고, 직접 상대도 해봤다. 그렇기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유물검이 경지를 높여 준다고?’
유믈검은 어디까지나 병기일 뿐이었다. 사용자의 신체능력이나 마력을 높여 준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경지 자체 높여 준단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질적이란 말이지.’
검이 품고 있는 기운이 어딘가 이상했다. 데미안은 의문을 품은 채 유물검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 사이, 알렉산더 애플이 꽂았던 검을 뽑았다. 그러자 빛나는 나뭇가지가 모조리 사라졌다.
“……놀랍구나! 유물검을 얻은 것도 모자라서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오르다니!”
국왕은 크게 놀라며 감탄했다. 다른 귀족 관료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저, 정말 대단하군요! 네 번째 하이클래스라니! 애플 왕국의 홍복입니다!”
“알렉산더 각하께서 대단한 분인 줄은 알았지만…… 이런 행운까지 얻게 되실 줄은 몰랐습니다.”
“역시 애플 왕국의 기둥이십니다. 알렉산더 각하 말고는 없습니다.”
귀족들은 알렉산더 애플을 칭송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올리버 저하께서는…….”
“숙부님께서도 저렇게 훌륭하신데…….”
“저런 분이 왕세자를 맡고 계시니 불안하군요…….”
알렉산더 애플을 칭찬하는 말이 많아질수록 올리버 애플을 욕하는 말도 많아졌다.
그만큼 올리버 애플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두워지는 게 다가 아니었다. 눈동자에 울분이 쌓이는 게 그대로 보였다.
‘좋지 않군.’
데미안도 망나니였기 때문에 지금 올리버 애플이 어떤 심정일지 짐작이 갔다.
인정을 받지 못해서 삐뚤어졌던 성질머리가 더더욱 비틀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근래 들어서 기껏 달라지기 시작했는데. 이래서야 더 나빠질 뿐이었다.
“알렉산더, 마음 같아서는 쉬게 해 주고 싶지만 세상이 널 그렇게 두지 않는구나.”
국왕이 손짓을 했다. 관료가 종이를 펼치고 무언가를 읽기 시작했다.
“최근 동부지역에서 오크들의 이상행동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아마 우두머리 개체가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우두머리라는 말에 관료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오크 우두머리라뇨.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잖습니까.”
“우두머리도 어떤 개체냐에 따라서 위험성이 달라지긴 합니다만…….”
오크는 특이하게도 우두머리에 따라서 위험성이 달라지는 몬스터였다.
평소에는 몇십 마리가 모이든 그리 큰 위험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간혹 우두머리라 불릴 정도로 특이한 개체가 태어나면 위험성이 급증했다.
과거 오크 로드라 불리는 존재가 탄생했을 때는 국가가 모든 전력을 동원해야 했을 정도였다.
“알렉산더, 이 일을 맡아 주겠느냐?”
모두의 시선이 알렉산더 애플에게 향했다. 이번에도 그가 나서리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알렉산더 애플보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이 있었다.
“그 일은 저하께 맡고 싶다고 하십니다.”
모두 놀란 얼굴로 데미안 학센을 쳐다봤다. 심지어 올리버 애플까지 그러했다.
“데, 데미안 경?”
올리버 애플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데미안은 그런 올리버 애플을 무시한 채 말을 이어 나갔다.
“안 그래도 저하께서는 왕세자로서 왕국을 위해서 이바지할 방법을 찾고 계셨습니다. 그러니 이 일을 꼭 맡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그 말에 관료들이 감탄 섞인 반응을 보였다.
“저하께서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하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최근에 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계신다더니. 이번에는 진짜인 모양입니다.”
“하긴, 행실이 좀 안 좋긴 하지만 총명한 분이 아니십니까.”
관료들이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올리버 애플을 쳐다봤다.
인정의 시선이 날아오자 올리버 애플의 기분이 고양되는 게 실시간으로 보였다.
물론 모든 관료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 경험도 없으신 저하께서 오크 무리를 토벌하실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이러다 피해만 더 키우게 될 게 뻔합니다. 저는 반대입니다.”
그들의 의견처럼 단순히 기특하다는 말로 넘어가기에는 이번 안건이 너무 중요했다.
반대의 말에 올리버 애플이 다시 의기소침해졌을 때였다.
“저하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오크 토벌에는 제가 같이 동행하겠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귀족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데미안 경이라면…… 최근에 미들클래스에 올랐다는 기사가 아닙니까?”
“데미안 경에 대한 소문이 절반만 진실이라 하더라도 오크 토벌 정도는 쉬울 겁니다.”
데미안이 참가 의사를 밝히자 순식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윽고 모두의 시선이 국왕에게 향했다. 결국 안건을 승인하는 사람은 국왕이었기 때문이다.
“올리버.”
국왕의 부름에 올리버 애플이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예, 옙!”
“이번 토벌은 준비 과정이 무척 고될 뿐만 아니라 위험할 것이다. 그래도 받아들이겠느냐?”
국왕의 물음에 올리버 애플의 얼굴에 망설임이 떠올랐다.
“저하, 여기서 못하겠다고 하시면 그때는 정말 겁쟁이가 되는 겁니다.”
데미안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올리버 애플은 원망스러운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데미안은 시치미를 뚝 떼고 올리버 애플에게 물었다. 올리버 애플이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이 일은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왕세자의 남부행이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