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8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89화
89화 재회 (1)
“데, 데미안 경!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회의가 끝나자마자 올리버 애플은 데미안을 붙잡고 따졌다.
“오, 오오, 오크 토벌이라뇨! 저, 저 같은 게 그런 큰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럼 방금 그 자리에서 못 한다고 말하지 그러셨습니까.”
“어, 어떻게 그럽니까! 다, 다들 기대하는 눈빛으로 절 보고 있었는데!”
올리버 애플이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다. 하지만 데미안이 손을 들어 올리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래도 관료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게 꽤 볼만하지 않았습니까?”
데미안의 말에 올리버 애플이 입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 역시 공감한다는 뜻이었다.
“국왕 전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 않았습니까?”
올리버 애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버 애플은 누구보다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남자였다.
그런 사람이 방금 전, 그 상황을 싫어할 리가 없었다.
“불안해하실 것 없습니다. 그냥 해내면 되는 겁니다. 그럼 다들 두 번 다시는 저하를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올리버 애플이 기운 없이 말할 때였다. 시종이 데미안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데미안 경, 국왕 전하께서 따로 면담을 부탁하셨습니다.”
“지금 가도록 하겠다. 그럼 저하, 나중에 뵙겠습니다.”
데미안은 시종의 안내를 받으며 국왕의 업무실로 향했다.
“데미안 경, 갑자기 어찌 된 일인가.”
아니나 다를까 국왕이 데미안을 불러낸 이유는 올리버 애플 건에 대해서 묻기 위함인 듯했다.
“왕세자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알고 있네. 그 아이는 절대로 이런 일에 나설만한 성격이 아니야.”
국왕는 데미안을 질책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순수한 의문과 걱정이 담겨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아들이 다짜고짜 위험한 일을 맡게 되었으니 말이다.
“전하, 그 생각은 잘못되었습니다.”
그런 국왕을 향해 데미안이 말했다.
“왕세자 저하께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굉장히 강하십니다. 거기다 숙부이신 알렉산더 각하를 존경하고 계시죠.”
국왕은 말없이 데미안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항상 알렉산더 각하처럼 왕국을 위해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오크 토벌에 지원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국왕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국왕으로서도, 아비로서도 올리버가 직접 행동하는 모습을 보는 건 기쁘네. 무엇이든 도와주고 싶어.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올리버는 왕세자로서 입지가 위태롭다네.”
올리버 애플은 오랜 시간 동안 망나니로 살아왔다. 왕가에서 감추려고 애를 썼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다. 측근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기본적인 지원뿐이라네. 그 이상을 해 줬다가는 오히려 올리버의 평판이 나빠질 거야.”
국왕의 말의 옳았다. 무능한 왕세자를 국왕이 편애한다고 비춰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것에 비해 올리버는 너무 많은 위험을 짊어져야 하네. 행여나 이번 토벌이 실패하면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걸세.”
데미안이 두 눈으로 직접 봤다시피 귀족 관료들이 대놓고 헐뜯을 정도로 올리버의 입지는 위태로웠다.
그런 상황에서 오크 토벌에 자원했다가 실패한다면? 어쩌면 왕세자 자리가 위험할지도 몰랐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있지 않습니까.”
데미안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 무심한 태도에 오히려 국왕은 큰 신뢰를 느꼈다.
“데미안 경이 있으면 든든하지. 하지만…… 이해가 되질 않는군. 어째서 올리버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행동하는 것인가?”
국왕의 물음에 데미안은 고민에 잠겼다.
데미안이 왕자를 돕고 있는 이유는 가문을 위해서였다.
미래에 애플 왕국은 반역으로 인해서 국왕이 사망하고, 올리버 애플이 갑자기 왕위에 오른다.
초보 왕은 국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왕국은 크게 흔들리고, 고통받은 사람들은 늘어났다. 그 바람에 훗날 도르고와의 전쟁에서 애플 왕국은 너무나도 쉽게 무너졌다.
데미안은 그것을 막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애플 왕국은 다름 아닌 가족들이 살고 있는 터전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꼭 그런 실리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요.”
데미안도 설마 올리버 애플과 이렇게 정이 들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귀찮기만 했는데 말이다.
“데미안 경이 이렇게 나서 주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국왕이 서랍을 열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흑단으로 만들어진 작은 목함이었다.
목함을 뚜껑을 열자 솔잎 향 같은 것이 사방으로 퍼졌다. 안에는 푸른색 구슬이 비단에 감싸여 있었다.
“시 서펜트가 품고 있던 내단이라네.”
내단이란 몬스터의 체내에서 생성되는 마력의 덩어리를 말했다.
일부 몬스터들은 이 내단을 이용해서 각종 이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시 서펜트가 바로 그런 몬스터 중 한 마리였다.
시 서펜트는 바다에서 서식하는 대형 몬스터였다. 덩치가 굉장히 거대할 뿐만 아니라 물을 다루는 이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원들에게는 바다의 악마가 보내는 하수인처럼 여겨졌다.
“신기한 물건이군요.”
내단은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시 서펜트처럼 희귀하고 강력한 몬스터의 내단은 더더욱 보기 힘들었다.
시 서펜트의 악명만큼이나 내단이 품고 있는 마력량은 상당했다.
“자네가 이번 일을 무사히 마무리 짓는다면…… 아니, 설마 마무리 짓지 못하더라도 이걸 내주겠다고 약속하겠네.”
데미안의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마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시 서펜트의 내단이라면 그 문제점을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귀찮은 일을 맡은 것치고는 과분한 보상이었다.
“저만 믿으십시오.”
* * *
데미안이 볼일을 마치고 서재를 나왔을 때였다.
“데미안 경, 전하와의 면담은 무사히 잘 끝난 겐가?”
리암 블루그린이 서재 앞에서 데미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네를 뵙고 싶어하는 분이 계시네. 잠깐 시간을 내어 줄 수 있겠나?”
하이클래스씩이나 되는 인물을 심부름꾼으로 쓸 수 있는 사람.
데미안의 머릿속에 딱 한 사람이 떠올랐다.
“앞장서시죠.”
데미안은 리암 블루그린을 따라서 이동했다. 그는 데미안을 왕실의 정원으로 안내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작은 호수.
그 위에 세워진 작은 정자.
그곳에서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데미안 경, 이렇게 또 보게 되는군.”
왕제 알렉산더 애플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단 앉게나.”
알렉산더 애플은 맞은편 자리를 권했다. 데미안은 의자를 꺼내서 엉덩이를 붙였다.
“각하, 무슨 일이십니까.”
“전도유망한 청년이 사지로 걸어 들어가는 게 안타까워서 충고나 해 줄 겸 불렀다네.”
데미안은 한쪽 입꼬리를 쓱 올렸다.
성문 때처럼 그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릴 생각인 모양이었다.
“데미안 경이 아직 어려서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것 같네.”
“나이는 적당히 먹었다고 생각합니다만.”
“하하핫, 그런 친구가 조카의 편에 선단 말인가.”
알렉산더 애플은 큰소리로 웃었다.
“데미안 경은 잘 모르는 모양이지만 올리버는 상황이 굉장히 안 좋다네.”
데미안은 알렉산더 애플의 말을 대충 한 귀로 듣고 흘려넘겼다.
“내 조카지만…… 그 아이는 빈말로도 믿음직스럽다고 할 수는 없지. 행실이 좋지 못하거든.”
그것도 모른 채 알렉산더 애플은 말을 이어 나갔다.
“처음에는 다들 올리버를 바꾸려고 했지. 호부 밑에 견자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아이는 바뀌지 않았다네. 항상 그대로였지.”
데미안은 알렉산더 애플의 말을 별로 귀담아듣지 않았다.
올리버 애플을 믿기 때문이 아니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다시 매를 들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은 다들 완전히 포기한 상태지. 그 아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세. 오히려…….”
“올리버 저하께서 주목을 받는 게 불편하신 모양입니다.”
데미안이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알렉산더 애플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내가 그런 걸 왜 불편해한단 말인가?”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알렉산더 애플은 잘 숨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겠지만 데미안은 이미 봤다.
그 말을 한 순간, 알렉산더 애플의 눈동자가 살짝 떨리는 것을.
“걱정해 주시는 것은 감사합니다만 쓸데없는 충고이신 듯합니다.”
그리 말하며 데미안은 몸을 일으켰다. 정자를 떠나기 전에 리암 블루그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리암 경, 설마 이쪽 편에 서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리암 블루그린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왕국을 위한 선택이라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데미안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데미안이 사라지자 알렉산더 애플이 찻잔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찻잔이 바스라지며 가루로 변했다.
“이 건방진 새끼가.”
알렉산더 애플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 * *
그날 이후, 오크 토벌을 위한 병력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나붙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지원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올리버 애플의 이름으로 서신을 보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기사 가문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참가를 거부했다.
“……아무래도 제 평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올리버 애플이 의기소침한 얼굴로 말했다.
“왕가와 가까운 가문들은 제가 얼마나 한심하게 살고 있는지 다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 병력을 보낼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왕세자가 망나니라는 사실은 왕가의 측근과 연결된 귀족이나 기사 가문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기사 가문들이 이렇게 나오면 올리버 애플로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왕명을 빌리면 억지로 병력을 차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왕이 말했다시피 그런 지원을 받는 것은 오히려 올리버 애플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행위였다.
“어, 어떻게 하죠? 이대로 토벌을 시작도 못 해 보고 끝나면…….”
올리버 애플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남들의 조롱이 벌써부터 두려운 모양이었다.
“뭐 어쩔 수 없죠.”
“그, 그렇겠죠……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제 이름을 파는 수밖에.”
“예?”
데미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공고문에 제 이름을 붙이십시오. 데미안 학센이 함께 오크를 토벌할 병력을 모집하고 있다고.”
그렇게 공고문에 한 줄이 더 추가되었다.
그리고 데미안의 이름이 내걸린 지 이틀도 되지 않아서 기사 한 명이 병력을 이끌고 참가했다.
“형! 저 왔어요!”
미하엘 라이언블룸.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장남.
미래의 소드마스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