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9화
9화. 흑마법사 (2)
데미안 학센은 추적 마법을 따라서 흑마법사를 쫓았다.
흑마법이 가리킨 곳은 영지 옆에 있는 숲이었다.
평소에는 영지민들이 버섯과 약초를 채집하기 위해서 들리는 곳이었다.
“생각보다 멀리 있었군.”
저주계열 흑마법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성공확률이 낮아졌다.
흑마법사가 저택에서 이렇게 먼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위험한 놈일지도 모르겠는걸.”
그리 말하며 데미안 학센은 숲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숲의 중심부에 도착했을 때였다.
추적마법이 갑자기 뚝 끊어졌다.
“여기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데미안 학센이 멈춘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닥에는 낙엽이 좀 깔려 있었고 근처에는 나무만 자라고 있을 뿐이었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모양인데.”
흑마법사는 악마의 종이라 하여 교단의 추적을 받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흑마법사는 자신 혹은 주거지를 감추는 게 습관화가 되어 있었다.
“어디 보자…….”
데미안 학센은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나무들의 밑동과 흔해 보이는 바위까지 샅샅이 살폈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데미안 학센의 몸이 멈췄다.
발에 밟히는 흙의 감촉이 어딘가 이상했다. 데미안 학센은 바닥을 살폈다.
“환영이잖아?”
놀랍게도 보통 환영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물리력을 가지고 있는 환영이었다.
“역시 위험한 놈이 맞았군.”
데미안 학센은 환영을 자세히 살펴봤다.
도르고에게 주입받은 흑마법의 지식은 굉장히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자세했다.
그 덕분에 데미안 학센은 마법을 이루고 있는 술식을 금방 파악했다.
“찾았다.”
마법을 유지하고 있는 핵을 향해 롱소드를 찔러넣었다.
핵이 망가지며 마법이 해제되었다. 환상이 사라지며 계단이 나타났다.
데미안은 계단으로 내려갔다. 아래에 도착하자 넓은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프흐흐흣.”
덤으로 괴상한 웃음소리까지 들려왔다. 데미안 학센은 곧바로 벽 뒤에 몸을 숨겼다.
“검은뱀의 보스인지 뭔지 그 멍청한 녀석. 진짜로 내가 요구한 물건들은 모조리 사 왔구나.”
체구가 작은 남자가 한껏 기뻐하고 있었다.
* * *
데미안 학센은 남자를 살폈다.
150cm가 간신히 넘는 작은 신장. 근육이라고는 전혀 붙어 있지 않은 앙상한 팔다리.
전형적인 마법사 체형이었다.
‘이상하군.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는데.’
데미안 학센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흑마법사에게서는 그리 대단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힘을 숨기고 있나? 아니, 그래도 내가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는데.’
데미안 학센의 관찰력은 달인의 영역을 초월했다.
설사 흑마법사가 힘을 감추고 있다 하더라도 몰라볼 리가 없었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군.’
데미안 학센은 기척을 숨긴 채 흑마법사를 관찰했다.
“이만한 양이라면 당분간 실험재료를 걱정할 일은 없겠어.”
흑마법사는 공동에 널려 있는 물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동물의 내장과 피가 가득 담긴 항아리, 온갖 종류의 약초 따위들이 공동에 널려 있었다.
“그나저나 나도 한물갔군. 이딴 저급한 의뢰나 맡게 되다니.”
흑마법사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말했다.
“교단에게 쫓기지만 않았어도 이딴 귀찮은 일을 맡을 필요도 없었을 텐데…… 빌어 처먹을.”
흑마법사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와인을 집어 들었다.
잔에 따르지도 않고 병나발을 불었다.
“크으, 좀 지루하기는 하겠지만 나쁘지 않아. 교단의 시선도 피하고, 그동안 구상만 해 뒀던 실험도 해 보고.”
제법 주량이 센지 흑마법사는 금방 와인 한 병을 비웠다.
“그래도 혼자 있으려니 적적하긴 하군.”
흑마법사는 동굴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저 귀족가의 장녀가 상당한 미녀였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흑마법사는 가만히 앉아서 턱을 매만졌다.
“아니, 아니야. 상당한 수준이 아니야. 저 정도 미녀는 수도에 가도 보기 힘들어. 설마 저런 보석이 이런 시골에 있을 줄이야.”
별안간 흑마법사가 히죽 미소를 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빛이 굉장히 징그러웠다.
“어차피 망할 가문인데. 미리 납치해 와서 재미 좀 봐도 되겠지?”
어차피 들을 사람은 없기 때문일까.
흑마법사는 루이즈 학센에 대한 온갖 음탕한 말들을 쏟아 냈다.
‘저 병신이 지금 뭔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문제는 그의 생각과 달리 이곳에는 한 명이 더 있다는 것이었다.
‘누님을…… 뭐?’
전생에서 루이즈 학센은 죽는 그 순간까지 데미안 학센을 걱정해 줬다.
데미안 학센이 가장 많이 속죄해야 할 가족이 바로 루이즈 학센이었다.
그런 마당에 저딴 소리를 듣게 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데미안 학센은 일부러 발걸음 소리를 크게 내며 공동 안으로 들어갔다.
“웬 놈이냐!”
흑마법사는 곧바로 데미안 학센을 돌아봤다.
그리고 데미안 학센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두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너는…… 그놈이로군. 학센 자작가의 장남.”
흑마법사의 눈동자가 게슴츠레해졌다.
“혼자서 수십 명을 죽였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검은뱀에서 주의를 주기는 했는데…… 어떻게 여기를 찾아낸 거지?”
“곧 죽을 놈이 궁금한 게 왜 이렇게 많지?”
“죽어? 누가? 내가?”
데미안 학센이 아버지에게 받은 롱소드를 뽑았다.
“잘 알고 있구나. 알겠으면 곱게 목을 내놓고 기다려라.”
“이거 골 때리는 놈이네.”
흑마법사의 입가가 비틀렸다.
“결정했다. 넌 실험체로 만들어서 두고두고 괴롭혀 주마.”
흑마법사가 손을 들어올리자 허공에 검은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검은 마력은 이윽고 수십 발의 탄환이 되어 데미안 학센에게 쏘아졌다.
* * *
흑탄이 발사되는 순간, 데미안 학센의 머릿속에는 흑마법사를 죽일 수백 가지 방법이 떠올렸다.
날아오는 흑탄을 모조리 베어 낸 뒤 흑마법사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을 수도 있었고, 흑탄을 흘려보내서 모조리 흑마법사에게 되돌려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이변에 그런 계획들을 모두 잊을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학센의 왼쪽 손등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온 것이다.
“이거 설마……?”
당황한 데미안 학센이 손등을 들여다봤다.
손등 위에 밝게 빛나는 글씨가 떠올라 있었다.
그 글씨를 보자마자 데미안 학센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권능이잖아……?”
데미안 학센이 경악하며 소리친 순간, 흑탄들이 데미안 학센을 덮쳤다.
하지만 흑탄들은 단 한 발도 데미안에게 닿지 못했다.
그전에 흑마력으로 변해서 흩어졌다.
“……어어?”
그 광경을 본, 흑마법사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흑마법사는 자신의 손바닥을 들여다봤다.
“그 사이에 술에 취했나? 헛손질을 하고 있네.”
흑마법사는 다시 흑탄을 생성해서 날려 보냈다.
방금 전보다 두 배로 늘어난 흑탄이 데미안 학센을 향해 쇄도했다.
데미안 학센이 흑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소멸해 버렸다.
“너…… 너 정체가 뭐야! 뭐 하는 놈인데 내 마법에 간섭을 하고 있어!”
흑마법사는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데미안 학센은 그 질문에 대답해 줄 여력이 없었다.
‘어떻게 권능이 남아 있는 거지?’
도르고는 데미안 학센을 절대병기로 만들고자 했다.
최강의 육체를 주고, 최고의 마법들을 주입시켰음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이 수집해 놓았던 고대의 신물에 담겨 있던 힘을 데미안의 몸에 전이시켰다.
그렇게 데미안이 총 일곱 개의 권능을 얻었다.
각각의 권능은 도르고조차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데미안 학센이 발휘한 권능은 그중에서 탐욕의 권능이었다.
‘말도 안 돼. 권능이 남아 있을 리가 없어.’
권능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데미안 학센도 몰랐다.
하지만 회귀를 하는 과정에서 데스나이트로서의 육체와 흑마력을 모두 잃었으니 권능도 없어졌으리라 생각했다.
‘진짜 탐욕의 권능이 맞는 건가?’
탐욕의 권능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모든 것들을 무너트리고, 그 힘을 갈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탐욕의 권능이 맞다면 흑탄을 소멸시킨 것에서 멈추지 않고 흑마력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
데미안 학센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흑탄이 소멸하면서 흩어졌던 흑마력이 모조리 모여들었다.
‘세상에…….’
설마했지만 진짜였다. 데미안 학센의 몸에는 일곱 개의 권능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알겠다! 너도 흑마법사였구나! 혼자서 수십 명을 죽인 것도 흑마법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어!”
흑마법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곳에서 같은 업계인을 만날 줄이야…… 귀족이 흑마법사인 경우는 흔치 않은데 누구한테 배운 거지? 실력이 대단하던데.”
데미안 학센은 무슨 개소리냐는 얼굴로 흑마법사를 쳐다봤다.
대답 대신 탐욕의 권능으로 끌어모은 흑마력을 이용해서 흑탄을 만들어 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데미안 학센은 흑마법사를 향해 흑탄을 쏘아 보냈다.
흑마법사는 황급히 흑마법으로 방패를 만들어 흑탄을 막아 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왜 날 공격하고 지랄인데!”
“왜 공격했냐니.”
데미안 학센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너는 검은뱀의 사주를 받고 우리 가문의 영지에 저주를 내렸다. 그것만으로 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
“너랑 나는 같은 흑마법사잖아!”
“누가 같은 흑마법사라는 거냐.”
데미안 학센이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흑마법사다. 보이기만 하면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데미안 학센의 인생을 망친 도르고는 흑마법사였다.
그런 마당에 흑마법사에 대해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엇다.
“뭐? 하지만 너는 분명히 방금 전에…….”
“개소리 그만하고 죽을 준비나 해라.”
데미안 학센이 롱소드를 빼들었다. 호기심도 다 채웠으니 이제 마무리를 지을 차례였다.
“……대체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흑마법사의 전신에서 흑마력이 뭉클뭉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날 죽이겠다면 같은 흑마법사라 해도 용서할 수 없다!”
“그러니까 아니라고 했지.”
흑마법사가 양손으로 수인(手印)을 맺었다.
“저주학파 흑마법사 앞에 서는 것은 곧 자살행위와도 같다는 걸 알려 주마.”
한순간에 흑마력이 사라졌다.
정말로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흑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소모되었을 뿐.
흑마법사의 발밑에서 회색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기이하게도 회색 연기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난 입이 달려 있었다.
“온몸의 관절이 썩어서 죽어라.”
회색 연기가 데미안 학센을 덮쳤다. 뾰족한 이빨이 데미안의 몸 곳곳을 씹었다.
실제로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빨을 통해서 무언가가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부식 계열의 저주로군.’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 학센도 저주를 자주 애용했다.
다수의 적과 싸울 때는 저주만 한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만 명이 넘는 대군이라 할지라도 저주에 당하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제법 수준이 높은 저주야. 내가 아니었다면 효과를 톡톡히 봤겠어.“
데미안 학센이 탐욕의 권능을 발휘했다.
회색 연기가 순식간에 분해되었다.
분해된 흑마법은 흑마력으로 전환되었다.
데미안은 흑마력을 모조리 흡수했다.
“…….”
자신의 마법이 해제되는 모습에 흑마법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진짜로 정체가 뭐냐.”
“데미안 학센.”
“‘진짜’ 정체가 뭐냔 말이야! 너는 누구인데 데미안 학센의 행세를 하고 있는 거야!”
이것 또한 참신한 개소리였다.
“이제는 가짜 취급까지 하네. 난 진짜 데미안 학센이 맞다.”
“무슨 헛소리를……! 너는 내 흑마법을 해제한 것도 모자라서 내 흑마력을 자신의 것으로 삼았어! 고위 흑마법사가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야!”
흑마법사가 신경질을 내며 소리쳤다.
한참을 씩씩거리고 나서야 흑마법사는 조금 진정했다.
“……좋아.”
빠득, 흑마법사가 이를 갈았다.
“정체를 밝히기 싫다면…… 강제로 밝히게 만들어 주마.”
흑마법사가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팔찌를 풀었다.
그 순간, 토굴 전체가 시커멓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