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9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90화
90화 재회 (2)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미하엘 라이언블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네가 온 거냐?”
미하엘은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장남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아무리 데미안을 돕고 싶다 해도 설마 본인이 직접 올 줄은 몰랐다.
“형께서 도움을 요청하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겠어요? 만사 제쳐놓고 달려왔죠.”
“후작님께서 말리셨을 것 같은데.”
“안 그래도 떠나면 칼 들고 쫓아온다고 하셨는데. 신경 쓰실 것 없어요. 설마하니 진짜 아들한테 칼을 휘두르겠어요?”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데미안은 갑자기 두통이 몰려왔다.
“다음에도 또 이런 있으면 바로 저한테 연락해 주세요!”
“……그래, 꼭 그렇게 하마.”
말과 달리 데미안은 두 번 다시 미하엘을 부를 생각이 없었다.
또 이런 일이 있었다가는 라이언블룸 후작한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힐 테니 말이다.
“다른 기사들도 데려오고 싶었는데…… 저 한 명 빠져나오는 게 고작이라서요.”
그건 좀 아쉬운 일이었다. 실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기사들이라면 큰 도움이 되었을 테니까.
“뭐, 너 한 명만 해도 차고 넘치지.”
하지만 그 기사들 대신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왔다.
다른 기사 백 명보다 미하엘 라이언블룸 한 명이 열 배는 더 나았다.
무엇보다 지금 미하엘은 로우클래스가 아니었다.
“그사이에 미들클래스의 경지에 올랐구나.”
“역시 바로 알아보시네요.”
미하엘이 씩 미소를 지었다.
저번에 봤을 때와 달리 미하엘은 로우클래스가 아니라 미들클래스가 되어 있었다.
미하엘의 재능을 생각해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마스터클래스 중에서도 최상위의 강자였으니까.
“형님께서는…….”
미하엘은 데미안을 가만히 바라봤다. 두 눈동자가 살짝 떨려왔다.
“……변함없으시네요. 여전히 높고, 멀리 계세요.”
미하엘 라이언블룸의 말에 데미안은 말없이 웃어 보였다.
첫 만남 때,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데미안과 자신을 같은 경지라는 큰 착각을 했다.
그리고 미들클래스에 오른 지금,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데미안과의 격차를 곧바로 깨달았다.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데미안 경, 손님들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시종이 찾아와서 말했다. 그 말에 데미안의 의문을 품고 밖으로 나갔다.
성문 앞으로 나가자 어째서 손님들이라고 말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열 명의 기사들이 갑옷을 차려입은 채 데미안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 경, 인사드리겠습니다! 골드픽시 공작 각하의 명령으로 데미안 경을 지원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놀랍게도 열 명 모두 로우클래스의 기사였다. 공작가에서 대단한 전력을 보내왔다.
“이거 감사한 일이로군. 공작 각하께는 따로 인사를 드려야겠어.”
“안 그래도 각하께서 요즘 통 찾아오질 않아서 섭섭하다는 말씀을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기사의 말에 데미안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걸로 미들클래스 두 명에 로우클래스가 열 명이 모였다.
어지간한 대귀족 부럽지 않은 전력이었다. 심지어 미들클래스 두 명은 데미안과 미하엘 라이언블룸이었다.
충분하다 못해서 차고 넘치는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걸로 인원 걱정은 없겠군.”
데미안이 크게 만족스러워하고 있을 때였다. 병사 한 명이 다급한 얼굴로 데미안을 찾아왔다.
“데미안 경, 큰일 났습니다.”
“큰일?”
“수도의 길거리에서 웬 미친…… 아니, 이상한 여자가 데미안 경을 만나야겠다면서 난동을 피우고 있습니다! 검술 실력이 뛰어나서 경비병들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이상한 여자?”
그 말에 데미안은 정체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일단 가 보도록 하지.”
데미안은 병사와 함께 길거리로 나갔다. 길거리는 난장판이었다. 기절한 병사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아! 저기 있다! 데미안! 나야! 내가 왔어!”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서 그리 달갑지 않은 얼굴을 한 여자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살망귀.
베로니카 산체를 보자마자 데미안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너 왜 여기 있는 거야.”
“왜 여기 있다니? 네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이렇게 온 거 아니야!”
베로니카 산체가 손바닥으로 가슴을 팡팡 때리며 말했다. 그 의기양양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한 대 때리고 싶어졌다.
“넌 나한테 죽기 전까지는 아무한테도 죽으면 안 된다고 했지? 그래서 내가 널 지켜 주려고 왔어!”
“필요 없는데. 너 나보다 약하잖아.”
“그건 옛날 일이지! 그사이에 내가 지금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아? 이제 그…… 그 뭐지? 그거 있잖아!”
그러고 보니 베로니카 산체의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다. 데미안은 그녀를 살피다 말했다.
“미들클래스?”
“그래! 이제 나도 미들클래스야! 어때, 굉장하지? 이만하면 너도 이길 수 있어!”
데미안은 혀를 내둘렀다. 베로니카 산체의 재능이 뛰어난 편이긴 했지만 설마 그사이에 미들클래스가 될 줄은 몰랐다.
“맞다! 모처럼 만났으니까…… 어디 한번 확인해 보자!”
베로니카 산체가 곧바로 칼을 뽑아서 달려들었다. 데미안은 굳이 맞서지 않았다. 대신 싸워 줄 사람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데미안의 옆에 서 있던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칼을 뽑아서 베로니카 산체를 막아섰다. 두 사람의 검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형, 이 여자는 뭔데 이렇게 형님한테 건방지게 구는 거예요?”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베로니카 산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너야말로 누구인데 데미안 옆에 붙어 있는 거야? 설마 너도 데미안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거야?”
“뭐? 어디서 그딴 모독적인 말을…… 당장 취소하지 못해!”
“데미안 학센은 내꺼거든? 넌 다른 사람을 찾아봐!”
두 사람은 서로를 지긋이 노려봤다. 이윽고 서로를 향해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두 번 다시 데미안 형한테 버릇없이 굴지 못하도록 교육시켜 주마!”
“나야말로 데미안 학센은 내꺼라는 걸 똑똑히 알려 주겠어!”
데미안은 피곤하다는 얼굴로 병사들한테 명령했다.
“주변 정리하고, 부상자들 데려다 치료하고. 사람들 이쪽으로 못 오게 하고.”
병사들은 데미안 학센의 명령에 따라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희 두 사람! 싸우는 건 상관없는데 서로 죽이지 마라!”
“알았어요! 죽이지 않고 교육만 시켜 놓을게요!”
“다시는 널 탐내지 못하게 내가 본때를 보여 주고 올게!”
두 사람은 각자 맞물리지 않은 소리를 하며 정신없이 싸우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그런 두 사람을 피곤하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뭐, 알아서 하라지.”
데미안은 두 사람을 내버려 둔 채 왕성으로 돌아왔다.
* * *
“데미안 경!”
왕성으로 돌아오자 저 멀리서 달려오는 올리버 애플을 볼 수 있었다.
뭐가 그리 급한지 올리버 애플은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음에도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저하, 무슨 일 있습니까?”
“방금 들었습니다! 기사들이 왔다면서요!”
올리버 애플은 공부를 하는 도중이라 소식을 한발 늦게 들은 모양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이제 오크 토벌에 필요한 무력은 해결이 되었습니다.”
“이게 다 데미안 경 덕분입니다! 데미안 경이 아니었더라면 기사를 한 명도 모으지 못했을 겁니다!”
올리버 애플이 양팔을 벌리며 한껏 기뻐했다.
그러다 갑자기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가면 계속 데미안 경의 도움만 받게 될 겁니다…… 그래서야 데미안 경을 뵐 낯이 없습니다!”
데미안은 속으로 살짝 감탄했다. 그동안 행실이 좀 달라졌다 싶었는데. 설마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저도…… 뭐라도 하고 싶습니다! 데미안 경을…… 이번 토벌을 돕고 싶습니다!”
기특한 마음가짐이었지만 상황이 애매했다.
‘얘가 할 만한 일이 있나?’
의욕이 넘치는 것은 칭찬할 만했으나 시킬 만한 일이 없었다.
왕세자한테 오크와 싸우라고 무기를 쥐어 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렇다고 올리버 애플이 스스로 행동하고 있는데. 의욕을 꺾을 수도 없었다.
한참 고민하던 데미안은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다.
“저하의 뜻은 잘 알았습니다. 마침 저하께서 맡아 주실 일이 있습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전투 인원이 모였으니 이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지원금을 받아 내고, 식량을 구입하고, 작전지역까지 어떻게 도달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해야지요.”
사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데미안도 잘 알지 못했다. 대충 어깨너머로 들었을 뿐이었다.
“이 일을 저하께서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요……?”
올리버 애플의 얼굴에 망설임이 떠올랐다. 살면서 한 번도 맡아 본 적 없는 일일 테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저만 믿어 주십시오.”
하지만 올리버 애플은 못 하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걱정을 내비치지도 않았다.
데미안은 새삼 올리버 애플의 변화를 실감했다.
* * *
그렇게 토벌 준비가 시작되었다.
데미안은 기사들 개개인의 특기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그래야 적재적소에 기사들을 사용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오늘이야말로 결판을 내자!”
“바라던 바야! 어제처럼 중간에 도망칠 생각하지 마!”
미하엘 라이언블룸과 베로니카 산체는 이틀째 결판이 나질 않고 있었다. 며칠 동안 훈련장에서 싸우는 게 일과였다.
그리고 올리버 애플은…….
“도로를 다시 선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3년 전에 올라온 보고서를 보니까. 이쪽 지방은 주기적으로 늑대 무리가 몰려오기 때문에 대로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데미안의 예상을 뛰어넘은 일처리를 보여 주고 있었다.
사실 데미안이 올리버 애플에게 준비를 맡긴 이유는 그가 거들든 말든 티가 나지 않을 거라 봤기 때문이다.
다른 우수한 관료들이 많기에 올리버 애플이 딱히 잘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저하, 골드픽시 공작가에서 이번 토벌에 사용할 식료품을 전량 공급하겠다고 합니다.”
“작전 인원이 적은데 식료품을 들고 갔다가는 오히려 느려질 겁니다. 차라리 중간에 거쳐 가는 마을과 도시에 필요한 양을 충당하는 게 나을 겁니다.”
하지만 올리버 애플은 관료들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었다.
‘원래 똑똑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걸.’
전생에 올리버 애플은 급하게 왕위를 물려받는 바람에 애플 왕국의 국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준비 없이 왕위에 올랐으면서 국정을 어느 정도 이끌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소문과 달리 왕세자 저하께서는 대단한 분이셨네요.”
오죽하면 미하엘 라이언블룸까지 그렇게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넌 언제쯤 결판이 나냐?”
“앗! 그게! 그러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크게 당황해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내가 말했잖냐. 세상은 넓고, 너랑 비견될 사람도 꽤 많다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자 미하엘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제 맞수라고 나타난 게 저런 이상한 여자라는 건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니 이번에는 데미안이 할 말이 없어졌다.
“그러니 오늘은 반드시 이겨 보이겠어요!”
미하엘이 의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힘내라.”
데미안이 별 관심 없다는 투로 말했을 때였다.
톡톡.
창문에서 무언가가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자 까마귀 한 마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응?”
까마귀를 살피던 데미안은 발목에 무언가가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까마귀 발목에 달린 연통을 열자 종이가 한 장 나왔다.
종이를 펼치자 한 줄이 짤막하게 적혀 있었다.
-오늘 자정-
그리고 아래에는 ‘녹향’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글씨를 읽던 데미안은 나지막이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야시장의 경매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