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9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91화
91화 경매장 (1)
그날 밤, 데미안은 자정이 되기 전에 왕성을 빠져나왔다.
술집에 도착하자 카르멘이 데미안을 맞이했다.
“초대해 줘서 고맙군.”
“데미안 님을 모실 수 있는 기회인데 놓칠 수는 없죠.”
카르멘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솜씨 하나는 보통이 아니었다.
“경매장까지 모시겠습니다.”
카르멘은 미리 대기시켜 놓은 마차로 데미안을 안내했다. 두 사람을 태운 마차가 밤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경매는 어디에서 열리지?”
“말버린 극장에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말에 데미안은 살짝 놀랐다.
말버린 극장은 애플 왕국에서 가장 큰 극장이자 수도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었다.
녹향의 세력이 크다지만 설마 말버린 극장을 빌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내 생각보다 규모가 큰 모양이야.”
“경매장에는 귀족 분들도 다수 참가하시기에 좋은 장소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녹향에서 연줄을 대고 있는 귀족이 많은 모양이었다.
잠시 후, 마차가 극장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마차에서 내렸다.
모든 불은 꺼져 있었음에도 꽤 많은 사람이 극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모두 경매에 참가하려는 귀족들인 모양이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데미안은 카르멘을 따라서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VIP들이 이용하는 통로였다.
카르멘은 데미안을 화려한 방으로 안내했다. 바닥에는 붉은 융단이 깔려 있고, 값비싸 보이는 예술품들이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다.
“극단을 대표하는 연기자들만 사용할 수 있는 방입니다. 경매가 시작될 때까지 이곳에서 쉬시면 됩니다.”
데미안은 방에 있는 예술품들을 구경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 님, 최근에 알렉산더 각하와 마찰을 빚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다 별안간 카르멘이 그런 말을 꺼냈다. 데미안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카르멘을 쳐다봤다.
“귀가 좋군. 그런 소식을 벌써 알고 있다니.”
“저희 같은 약자가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카르멘이 방 한구석으로 다가갔다. 아무것도 없는 벽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데미안 님, 이쪽은 벽이 유난히 얇아서 옆방의 소리가 굉장히 잘 들린답니다.”
“공사가 부실했나 본데.”
카르멘이 작게 웃었다.
“시끄러우시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 말을 남기고, 카르멘이 밖으로 나갔다.
데미안은 소파에 앉은 채 카르멘의 의도를 짐작하려 했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모시게 되어서 큰 영광입니다.
바로 옆방에서 카르멘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알렉산더 각하.
* * *
알렉산더.
그 이름이 들려오자마자 데미안은 곧바로 자신의 기척을 죽였다. 벽으로 다가가서 귀를 기울였다.
-난 별로 반갑지 않군.
-이유를 알려 주시면 즉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시치미 떼지 마라. 네년이 일 처리를 개판으로 해서 그렇잖아!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산더가 물건을 던진 모양이었다.
-내가 몇 번이고 당부했지. 올리버, 그 얼간이를 붙잡아 놓으라고 말이야!
-그 건이라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없어야지! 있어서는 안 되지! 멍청한 년. 그 새끼 비위를 맞추라는 명령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다니.
일전에 카르멘은 올리버 애플에게 유흥을 제공한 이유가 인맥을 관리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니 진실은 달랐던 모양이다.
-그 자식이 뭘 했는지 알아? 오크를 토벌하러 가겠다더군! 술이랑 여자에 미쳐 살던 그 얼간이가 말이야!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젠장! 너희들이 시킨 일만 제대로 했어도 그 멍청이는 그대로 썩다가 쫓겨났을 텐데!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화를 삭히기 위해서 알렉산더가 숨을 거칠게 마시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이 왕세자 저하께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를 하는 바람에 저희도 별 수 없었습니다.
-오호라…… 그 건방진 애송이는 무섭고 나는 무섭지 않다 이거냐?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와장창.
이번에는 아예 가구가 통째로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저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회하겠습니다.
-누가 또 너희 같은 얼간이들한테 일을 시킬 것 같냐! 이번 일의 대가는 똑똑히 받아 낼 테니까 그렇게 알아!
-부디 노여움을 가라앉혀 주시길…….
-당장 꺼지지 못해!
다시 물건을 집어던지는 소리가 났다. 곧이어 문이 닫히는 소리도 들려왔다. 카르멘이 밖으로 나간 모양이었다.
‘역시 보이는 것과 다른 인간이었군.’
왕성에서 알렉산더 애플은 왕국에 헌신하는 기사를 연기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조카를 상대로 허튼 수작이나 부리는 인간에 불과했다.
‘국왕의 자식은 올리버 한 명밖에 없다. 올리버가 왕세자 자리에서 쫓겨나면 자신이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데미안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각하, 화가 많이 나신 모양입니다. 복도에서부터 시끄럽더군요.
여자의 목소리.
어조가 굉장히 딱딱하고 차가웠다.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치 동상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무표정으로 일관할 것만 같았다.
-레오나! 내가 흥분을 안 하게 생겼나? 이 얼간이들 때문에 모든 계획이 망가졌는데!
알렉산더 애플이 크게 분노하며 소리쳤다.
-진정하시지요.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화를 내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여인이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놀랍게도 알렉산더 애플은 여인의 말대로 화를 삭히기 시작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하면 각하께서 원하는 것을 더 빨리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빨리?
-어차피 기존의 계획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올리버 애플의 평판을 바닥까지 끌어내려서 실각을 노리려고 했지만…… 국왕 전하의 지지가 워낙 확고해서 몇 년째 소득이 없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 얼간이가 망나니 짓을 한 게 몇 년인데 형님께서는 요지부동이셨으니.
여인이 말을 이어 나갔다.
-왕세자 저하께서 오크 토벌을 자원하셨으니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 이번에야말로 왕세자 자리를 지키지 못하실 겁니다.
-내가 그 생각을 안 해 봤을 것 같나? 올리버의 옆에는 데미안 학센이 있어! 그뿐인가? 미하엘 라이언블룸에 골드픽시 공작가의 기사들까지 있지 않은가!
-확실히 강력한 전력입니다만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저희 자매의 역량을 모두 동원하면 됩니다.
-무슨 묘안이라도 있는가?
무슨 계획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데미안이 더욱 집중했을 때였다.
-경매가 열리는 시간이 되었군요. 자세한 것은 이따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꼭 구입해야 하는 물건들도 있거든요.
두 사람이 방을 나가는 바람에 데미안은 계획이 무엇인지 더 이상 듣지 못했다.
아쉬움에 데미안이 혀를 차고 있을 때였다.
카르멘이 데미안이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이걸 들려주고 싶어서 날 이곳에 부른 건가?”
데미안이 카르멘에게 물었다. 카르멘은 조용히 웃기만 했다.
“알렉산더 애플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너희들을 가만히 놔둘 수 없겠는데. 의도적으로 왕세자 저하에게 손을 댔다는 소리잖아.”
“그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알렉산더 각하 같은 분께서 요구를 하시면 저희는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녹향이 아무리 크다 한들 왕족과 맞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녹향으로서도 선택지가 따로 없었으리라.
“내게 원하는 게 뭐지?”
“저희는 그저 귀찮은 다툼에서 물러나길 바랄 뿐입니다.”
“알렉산더 애플이 권력을 잡으면 너희들한테도 이득이 많을 텐데.”
그 말에 카르멘의 한쪽 입꼬리가 비틀렸다.
“데미안 님, 저희 녹향은 약자들이 모여서 결성이 되었습니다. 오직 살아남는 것만이 저희의 목적이죠.”
애플 왕국 최대의 조직치고는 수수한 목적이었다.
“지금까지 녹향은 많은 권력자가 몰락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저희의 경험에 의하면 알렉산더 각하는 그리 믿음직한 분이 아닙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실제로 미래에 알렉산더 애플은 어디에서도 이름을 남기지 못했으니까.
“나는 믿음직스러운 모양이지?”
“그러니 저희가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카르멘의 말에 데미안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혓바닥에 꿀이라도 바른 것 같은 여자였다.
“알렉산더 애플과 함께 있던 여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나?”
“그분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습니다. 몇 번 뒤를 캐 봤습니다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녹향마저도 알아내지 못하다니. 더더욱 수상쩍었다.
녹향도 아는 게 없다면 데미안이 직접 알아낼 수밖에 없었다.
“한 번만 더 날 도와줘야겠어.”
“말씀하시지요.”
“극장을 통째로 경매장으로 쓰고 있으니 VIP 고객들은 박스석으로 안내를 받지?”
박스석이랑 극장의 좌석 중에서 완전히 분리가 된 공간을 말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더 없이 좋았지만 대여비가 비싸서 아무나 사용할 수 없었다.
“날 알렉산더 애플의 옆방으로 배치해 줬으면 좋겠군.”
* * *
카르멘은 데미안과의 약속을 지켰다.
말버린 극장의 박스석은 꽤 넓었다.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밖을 내다보자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비밀스러운 자리다 보니 인원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레오나! 어서 말해 보게. 대체 어떻게 토벌대를 실패시키겠다는 건가?
옆방에서 알렉산더 애플과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은 두 사람의 대화를 확실하게 듣기 위해서 마력으로 청각을 증폭시켰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지요. 위험한 이야기이니만큼 먼저 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벽 너머로 묘한 파장이 퍼져 나갔다. 동시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 파장을 느낀 데미안의 눈동자가 두 배로 커졌다.
‘……흑마법?’
잘못 느꼈을 리가 없다. 방금 전, 여인은 흑마법을 사용했다.
‘그것도 보통 수준이 아니야.’
여인이 사용한 것은 소리를 없애는 흑마법으로 고위 흑마법사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알렉산더 애플이 흑마법사와 함께 있다고?’
전생에 올리버 애플은 역모를 이겨 내고 왕위에 올랐음에도 모든 일을 은폐했다.
만약 역모의 주동자가 알렉산더 애플이라고 한다면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왕족이 흑마법사와 결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애플 왕가의 이름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교단의 간섭을 받게 될 테니 말이다.
‘왕제라는 인간이 흑마법사와 붙어먹다니.’
흑마법사가 바로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무언가가 슬금슬금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아직은 감정을 폭발시킬 때가 아니었다. 알아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수준이 높은 흑마법이긴 하지만…… 엿들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여자가 사용한 흑마법은 장막을 펼쳐서 소리를 흡수시키는 것이었다. 데미안이 감각을 증폭시켜 봤자 엿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흑마법이라면 데미안도 사용할 수 있었다.
데미안은 팔찌의 흑마력을 살짝 해방했다. 여자가 알아차리지 못할 수준 안에서 은밀하게 흑마법을 발현했다.
‘구멍 하나면 되겠지.’
흑마력을 이용해서 여자 몰래 장막에 구멍을 뚫었다. 그러자 다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쉽게 되었습니다. 각하를 위해서 녹티스가 오크 무리를 힘들게 끌어모았는데 말입니다.
여자의 말에 데미안은 혀를 내둘렀다.
‘오크 사태를 의도해서 일으켰단 말인가?’
그게 가능한 흑마법사 학파는 한 곳밖에 없었다.
괴종학파.
몬스터들을 조종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변이시켜서 싸우는 학파였다.
흑마법사의 학파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젠장, 원래는 그걸 이용해서 형님한테 지원금을 두둑하게 받아 내려고 했는데. 그 얼간이가 가로챌 줄 누가 알았겠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부러 오크 사태를 일으키고 그걸 알렉산더가 토벌하는 식으로 자작극을 벌일 생각이었던 듯했다.
‘그러고 보니 알렉산더 애플은 왕국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함으로써 이득을 많이 봤지.’
어쩌면 지금까지 알렉산더 애플이 해결한 다른 사건들도 모두 자작극일지도 몰랐다.
자신의 평판을 높이고,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녹티스한테 말해 뒀습니다. 오크 무리를 더 키우고, 다른 대형 몬스터들도 섞어 놓으라고 말입니다.
-오크와 오우거? 그걸로 토벌을 실패시킬 수 있을까? 저쪽은 미들클래스가 둘이나 있는데?
-그래서 마리나한테 말해서 독을 준비시켜 놓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알렉산더 애플이 데리고 있는 흑마법사가 더 있는 모양이었다.
‘독이라고 하는 걸 보니 다른 한 명은 만독학파인 모양이군.’
독을 다루는 흑마법사 학파로 연금술에도 한 발 걸치고 있는 집단이었다.
‘귀찮게 되었어.’
독은 무시무시한 무기였다. 극독 한 방울이면 약자라도 강자를 죽일 수 있었다.
데미안은 독에 대처할 방법이 많아 걱정이 없었으나, 문제는 다른 기사들이었다.
-다만, 미들클래스에게 통하는 독은 만들기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번 경매장에 참가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내가 구해 줘야 할 물건이 있는 모양이지?
-꽤 많습니다. 아마 부담이 굉장히 크실 겁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혹시 몰라서 자본금을 아주 많이 가지고 왔거든.
알렉산더 애플이 호언장담하며 말했다.
-대신 약속해 줘야겠어. 이번 토벌을 반드시 실패시키겠다고 말이야.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판데모니엄의 이름을 걸고 이번 계획을 성공시키겠습니다.
그 순간, 데미안은 화살이 머리에 꽂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판데모니엄.
제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최대, 최강, 최흉의 흑마법사 집단.
모든 전력을 동원하면 국가 하나쯤은 괴멸시킬 수 있는 곳이었다.
그 엄청난 위험성 때문에 제국과 교단에서 동시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이었다.
‘재미있군. 더럽게 재미있어.’
전생에서 판데모니엄은 도르고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이자 전력이었다.
그렇기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묻어 놨던 증오심이 고개를 쳐들고 소리쳤다.
당장 옆방으로 쳐들어가서 저 여자를 찢어 죽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이를 악물고 증오심을 참았다.
저 레오나라는 여자 하나를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나머지 두 흑마법사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세 명을 모두 죽일 수 있을 때, 손을 대야만 했다.
“잠깐 들어가겠습니다.”
그때, 데미안이 있는 박스석으로 연미복을 입은 남성이 들어왔다.
“이번 경매장에 올라오는 물품들입니다.”
남성은 데미안에게 책자를 하나 건네준 뒤, 밖으로 나갔다. 데미안은 책자를 펼쳐서 내용물을 살펴봤다.
“흠.”
아쉽게도 구미가 당기는 물건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뒷장을 더 살펴봤다.
그러던 도중, 한 가지 물건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마나연공법 및 관련기술. 50% 정도 화재로 소실?”
데미안이 그렇게 찾던 마나연공법이 있었던 것이다.
화재로 소실됐기 때문인지 경매 시작가가 무척 낮았다.
“한번 구입해 볼까?”
소실된 게 아쉽긴 했지만 데미안의 경험과 지식이라면 복원할 수 있었다.
“다른 건 없나?”
데미안이 몇 장 더 넘겼을 때였다. 특이한 물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정체불명, 지니고 있으면 추위에 면역, 냉기 계열 마법도 막아 준다?”
설명을 읽어 가던 데미안이 놀라서 외쳤다.
“……정령의 심장이잖아?”
데미안의 추측이 맞다면 횡재라고 할 수 있었다.
정령의 심장은 아직 가치에 비해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싸게 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각하, 여길 보십시오. 정령의 심장이 출품됩니다.
그런데 정령의 심장을 알아본 사람은 데미안뿐만이 아니었다.
판데모니엄의 흑마법사도 정령의 심장을 알아봤다.
-이건 꼭 얻어야 합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알겠네. 이것도 구입하도록 하지.
-각하의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데미안은 턱을 매만졌다.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데미안도 재산이 꽤 많기는 하지만 상대는 왕족이었다.
재력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 외에 필요한 물건은 뭐지?
-월몽초 묶음과 바실리스크의 눈동자, 만드라고의 가루, 칠점사의 심장, 말라붙은 나무의 열매가 필요합니다.
-그것들이 있으면 미들클래스도 죽일 수 있는 독을 만들 수 있다 말이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도중,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정령의 심장은 뒤쪽에 위치한 반면, 여인이 말하는 물건들은 앞에 배치가 되어 있었다.
경매는 누구나 참가해서 가격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데미안은 저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알고 있었다.
‘어디 한번 훼방 좀 놓아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