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9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92화
92화 경매장 (2)
경매 시간이 되자 무대 위에 가면을 쓴 남성이 올라왔다.
-오늘 경매에 참가해 주신 신사 숙녀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남성의 목소리가 극장에 가득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남성에게 향했다.
-사전에 저희가 나눠 드린 카탈로그의 순서대로 경매 물품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관심이 가시는 물건이 있다면 팻말에 금액을 적어서 들어주시면 됩니다.
데미안은 미리 나눠받은 팻말을 살펴봤다. 마도구라서 자유롭게 글씨를 쓰고 지울 수 있었다.
-그럼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시켜 드릴 물건은 월몽초 묶음입니다!
남자와 똑같이 가면을 쓴 여자가 손수레를 끌고 나타났다. 수레 위에는 하늘색으로 빛나는 잡초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월몽초는 수인들만이 채집할 수 있는 희귀한 식물입니다. 그래서 약초꾼들한테 아무리 주문해 봐야 얻을 수 없죠.
데미안도 알고 있는 식물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도르고가 주입한 흑마법 지식 중에 있었다.
-보기에는 예쁘지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극도의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위험한 독초거든요. 희귀성을 감안해서 금화 20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관중석에서 팻말을 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회자가 바쁘게 소리쳤다.
-21골드…… 24골드! 말씀드리는 순간 27골드 나왔습니다!
데미안은 옆방에 귀를 기울였다. 알렉산더 애플과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각하, 월몽초는 마리나가 반드시 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한 물건입니다.
-재촉할 필요 없네. 돈은 넉넉하니까.
무언가 적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사회자가 외쳤다.
-35골드 나왔습니다! 현재 최고가는 35골드입니다!
더 이상 아무도 팻말을 들지 않았다. 그러자 사회자가 다시 물었다.
-더 없으십니까? 없으시면 35골드에 낙찰을…….
그때, 데미안이 팻말을 들었다. 데미안이 든 팻말에는 60골드가 적혀 있었다.
-60골드! 60골드 나왔습니다!
35골드에서 60골드로 껑충 뛰었지만 데미안은 개의치 않았다.
저쪽에서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라고 말했으니 말이다.
-60골드? 저딴 풀쪼가리에 그만한 가치가 있단 말이야?
-월몽초가 구하기 힘든 건 맞습니다만…… 조금 비싸긴 하지만 이 정도 금액라면 충분한 가치를 할 겁니다.
옆방에서 당혹감으로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각하, 월몽초는 꼭 필요합니다.
-다른 곳에서 구할 수는 없는 건가?
-워낙 희귀한 물건이라…… 수인들한테 의뢰를 하면 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젠장!
욕지거리와 함께 무언가 쓰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사회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70골드! 70골드가 나왔습니다! 저희 경매장에서 몇 번 월광초를 다뤘는데. 오늘이 최고 금액입니다!
데미안은 바로 팻말을 들지 않았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각하, 또 가격이 높아지면…….
-걱정하지 말라니까. 돈이라면 차고 넘치네.
넘친다는 말에 데미안이 다시 팻말에 숫자를 적어서 들었다. 사회자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90골드! 90골드가 나왔습니다! 첫 경매부터 이렇게 열기가 뜨거울 줄은 몰랐습니다!
데미안이 또 금액을 높이자 알렉산더 애플이 짜증을 냈다.
-대체 어떤 놈이야! 젠장, 누가 이기나 해 보자는 거지!
-각하, 진정하십시오. 금액이 너무 높아졌습니다. 아직 구해야 할 물건들이 많습니다. 한 번만 더 금액을 높이시고 상대방이 또 높이면 포기하도록 하시죠.
그 말에 데미안은 팻말을 내려놓았다. 저쪽에서 경매에 참가할 의사가 없다면 이쪽도 빠져야 했다.
-100골드! 100골드입니다! 또 계십니까? 누구 안 계십니까?
그렇게 월몽초는 알렉산더 애플의 소유가 되었다. 염원하던 물건을 얻었으나 옆방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다.
-첫 거래부터 손해를 봤군. 대체 어떤 새끼인지 걸리면 가만 안 놔두겠어.
곧이어 다음 경매 물품이 올라왔다. 사회자가 물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자, 다음 물건은 바실리스크의 눈동자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시겠죠. 굉장히 위험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물건입니다!
바실리스크는 뱀의 왕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였다.
이명에 걸맞게 거대한 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두 눈을 직접 보면 돌처럼 굳어 버리는 석화의 저주를 내린다고 알려져 있었다.
-각하, 드디어 나왔습니다. 저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물건입니다.
여자의 말을 들으며 데미안은 미소를 지었다.
독을 다루는 만독학파한테 바실리스크의 눈동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일 터.
이번에는 처음부터 금액을 확 높여도 될 것 같았다.
-희귀성을 생각해서 50골드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금액을 적어 주십시오!
바실리스크의 눈동자는 쉽게 보기 힘들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했다.
곳곳에서 팻말을 들었다. 굳이 데미안이 개입하지 않아도 금액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74골드 나왔습니다! 더 이상 안 계십니까?
가격이 두 배쯤 뛰어오르자 아무도 팻말을 들지 않았다.
-이제 우리도 금액을 적어야겠군.
벽 너머로 알렉산더 애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도 똑같이 팻말을 들 준비를 했다.
-90골드! 90골드가 나왔…….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데미안이 팻말을 들었다.
-배, 백 삼십 골드! 130골드가 나왔습니다! 바실리스크의 눈동자를 이렇게 열렬하게 원하는 분이 계실 줄은 몰랐군요!
그 순간, 옆방에서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누구야! 누군데 50골드나 높여서 부르는 거야!
-각하, 바실리스크의 눈동자는…….
-알아! 중요하다면서! 알겠으니까 재촉하지 말게!
이제는 이를 가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잠시 후, 사회자가 소리쳤다.
-160골드 나왔습니다! 자, 더 이상 안 계십니까?
어림없었다. 데미안은 바로 180골드를 적어서 올렸다.
-빌어먹을! 대체 어떤 놈이야!
반응이 아까보다 훨씬 격했다. 아무래도 슬슬 자본금이 한계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데미안은 이번에는 팻말을 들지 않았다.
-바실리스크의 독액! 180골드에 낙찰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하다는 물건을 얻었지만 알렉산더 애플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연신 욕을 내뱉었다.
-벌써 280골드를 사용했어! 겨우 이딴 곳에서 말이야!
-각하, 진정을…….
-내가 진정하게 생겼나! 후…… 경고하는데. 이번 계획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거야!
알렉산더 애플의 으름장을 들으며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자, 다음 물건은 만드라고의 가루입니다! 잘 가공하면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는 물건이죠! 이 물건은 20골드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여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각하, 만드라고의 가루도 필요한…….
-그래, 그렇겠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데미안은 이번에 얼마를 적을까 고민에 빠졌다.
꽤 즐거운 고민이었다.
* * *
그 뒤로도 데미안은 몇 차례 더 알렉산더 애플의 자본을 털었다.
-그럼 다음 물건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이번에 보여 드릴 물건은 마나연공법입니다! 아쉽게도 반이 넘는 분량이 불타 버렸지만…….
도중에 데미안이 눈여겨봤던 마나연공법도 구입했다.
-12골드에 낙찰됩니다!
그리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었는지 경쟁자는 없었다. 소실된 마나연공법은 고명한 전문가가 아닌 이상 복원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통설이기 때문이었다.
구입 비용보다 전문가에게 의뢰할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갈 게 뻔했다.
덕분에 데미안은 싼값에 마나연공법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 보여 드릴 물건은…… 저희도 처음 보는 물품이라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진귀한 물건입니다!
사회자가 손수레 위에 올려져 있는 수정을 가리켰다.
투명한 수정의 내부에는 커다란 얼음결정이 담겨 있었다.
-신기한 것은 이 물건을 들고 있으면 추위와 냉기마법을 견딜 수 있다는 정보가 들어와 있습니다!
사회자는 정령의 심장에 대해서 이런저런 설명을 했다.
-정체가 불분명한 물건임을 감안해서 시작가는 10골드로 시작하겠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팻말을 드는 게 보였다. 사회자가 바쁘게 소리쳤다.
-12골드! 14골드! 15골드 나왔습니다!
올라가는 금액이 적은 것으로 보아서 저 물건의 진짜 가치를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아마 보기에 예쁘고 신기하니까 구입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데미안은 금액을 적기 전에 우선 옆방에 귀를 기울였다.
-각하, 저 물건 역시 필요합니다.
-저건 독을 만들 때 필요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나?
-저 수정에는 정령의 힘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저것이 있으면 각하께서 사용하시는 ‘가시나무검’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시나무검에?
가시나무검이라는 말에 데미안도 호기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였다.
-말씀드렸다시피 가시나무검은 대부분의 힘이 봉인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순수한 마력만이 봉인을 해제시킬 수 있죠.
-그래서 수정이 필요하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알렉산더 애플이 신음을 흘렸다.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을 내렸다.
-……가시나무검을 구해 준 사람은 그대이니 더 잘 알고 있겠지. 알겠네, 구입하도록 하지.
판데모니엄의 흑마법사가 구해다 준 유물검이라니 너무나도 수상쩍은 물건이었다.
‘어쩌면 유물검이 아닐지도 모르겠군.’
안 그래도 유물검에게서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지던 찰나였다.
데미안의 의심대로 진짜 유물검이 아니라 수상쩍은 물건일지도 몰랐다.
-30골드! 30골드가 나왔습니다!
사회자의 외침이 데미안의 상념을 깨웠다. 알렉산더 애플이 금액을 적은 모양이었다.
-자 30골드입니다! 혹시 더 안 계십니까?
데미안도 즉시 금액을 적어서 팻말을 들었다.
-40골! 40골드입니다! 굉장히 통이 크신 분이군요!
꽤 큰 금액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정령의 심장은 그보다 더한 가치가 있었으니 말이다.
데미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령의 심장을 낙찰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옆방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가 조금 이상했다.
-각하, 어서 금액을 적으시지요. ……각하?
-빌어먹을…… 더 이상은 금액을 올릴 수가 없네.
-하지만 정령의 심장은…….
-돈이 없단 말이야! 다 사용해 버렸어!
유일한 경쟁자였던 알렉산더 애플은 자본이 바닥이 나고 말았다.
-더 없으십니까? 그럼 40골드에 낙찰입니다!
덕분에 데미안은 정령의 심장을 헐값이나 다름없는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었다.
-각하……!
-어쩌란 말인가! 더 이상은 돈이 없는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데미안은 작게 웃었다.
그러는 사이, 무대 위에 또 다른 경매물품이 올라왔다.
목함에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구슬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다음 물건을 소개하겠습니다! 무려 연단학파에서 직접 제조한 해독구슬입니다! 어떤 독이든 한 알만 먹으면 된다는…….
데미안이 미처 체크하지 못한 물건이었다. 데미안은 책자를 펼치고 뒷장을 더 살펴봤다.
“해독 구슬, 알파카의 폐, 공기 감지 반지…….”
남아 있는 물품 중에 독에 대항할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았다.
그것들을 보던 데미안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독이란 굉장히 위험하지만 미리 대비할 수만 있다면 무서울 게 없는 물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돈을 더 써야겠는걸.”
그리 중얼거리며 데미안은 팻말에 금액을 적기 시작했다.
경매가 끝났을 때, 데미안은 원하던 물건을 모두 낙찰받을 수 있었다.
* * *
그날 이후, 데미안은 토벌 준비에 집중했다.
올리버 애플의 맹활약으로 기간이 대폭 단축되었다. 덕분에 데미안과 기사들은 예정보다 훨씬 빨리 출발할 수 있었다.
“배를 수배해 뒀으니 아르덴 평야까지는 강을 따라 이동하도록 하죠.”
여기서도 올리버 애플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어떤 경로로, 어떤 식으로 이동할지 모두 준비한 덕분에 일행은 편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목적지인 월넛 영지에 도착했을 때, 일행은 두 눈으로 직접 맞닥뜨리게 되었다.
-우워어어!
-으어어어!
영지의 성벽을 두드리고 있는 오크 군단의 모습을 말이다.
“데, 데미안 경! 성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올리버 애플이 당황해서 데미안을 돌아봤다. 데미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별거 있겠습니까. 저하께서 명령을 내리시면 되지요.”
“며, 명령이요?”
“저하께서 저희를 지휘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데미안의 말에 올리버 애플의 표정이 달라졌다. 하지만 두 눈동자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살면서 이런 자리에 서는 것은 처음일 테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저하, 여기서는 크게 말하지 않으면 멋이 없습니다.”
데미안이 농담을 섞어서 말했다. 올리버 애플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전군……!”
그 웃음이 긴장감을 풀어줬다. 올리버 애플이 또렷한 목소리로 외쳤다.
“돌격하라!”
데미안은 칼을 뽑았다. 고삐를 당겼다. 누구보다 먼저 오크들을 향해서 돌진했다.
남은 기사들도 데미안을 따라서 오크들을 향해서 뛰어들었다.
“가자! 우와아아아!”
십수 명의 기사들이 초원 위를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