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9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93화
93화 오크 토벌 (1)
말발굽이 땅을 밟는 소리가 쉴 새 없이 귓가를 울렸다. 바람이 얼굴과 옷자락을 긁고 지나갔다.
한참 멀리 있던 오크들이 어느새 가까워졌다. 데미안은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단 한 마리도 살려 두지 마라!”
-예!
데미안의 명령에 모든 기사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와아아아! 가자! 다 죽여 버리자!”
딱 한 명, 베로니카 산체만 빼고 말이다. 그녀는 검을 휘두르기도 전부터 잔뜩 흥분해 있었다.
“천박하기는…….”
미하엘은 그런 베로니카 산체를 못마땅한 얼굴로 흘겨봤다.
그러는 동안, 선두에 있던 데미안이 오크 무리에게 도달했다. 데미안은 즉시 성검을 휘둘렀다.
성검이 수차례 번뜩이며 오크들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무기둥이 연상될 만큼 두껍던 목이 단숨에 절단되었다.
-꾸에엑!
-꿰에엑!
데미안이 칼을 휘두를 때마다 오크들의 숨통이 하나씩 끊어졌다. 데미안은 오크들을 학살하며 길을 열었다.
“뒤쳐지지 마라! 데미안 경을 도와라!”
“꺄하핫! 살점이 두꺼워서 써는 맛이 있네!”
미하엘 라이언블룸과 베로니카 산체가 데미안의 뒤를 바짝 쫓으며 보조를 맞췄다.
“데미안 경의 뒤를 따라라!”
“이 야만스러운 몬스터들에게 철퇴를 내려라!”
그 뒤를 이어서 기사들이 남은 오크들을 정리했다. 오크 무리가 쫙 갈라지기 시작했다.
-우워어어!
-워어어어!
오크들이 뒤늦게 이상을 감지했으나 너무 늦었다. 데미안과 기사들은 이미 오크 무리를 뚫고 반대쪽으로 나온 상태였다.
데미안이 고삐를 당기며 말의 방향을 틀었다. 기사들도 똑같이 행동했다.
데미안과 기사들은 다시 오크들을 향해 돌진했다. 오크들이 달려오는 적들을 바라보며 울음소리를 토해 냈다.
-워어어어!
-우워어어!
첫 번째 돌격에 진영이 완전히 꿰뚫려 잠깐 주춤했지만, 오크들의 기세는 줄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았다.
‘무리가 잘 통솔되고 있군. 우두머리가 꽤 강한 놈인 것 같은데.’
오크는 우두머리에 따라서 전투력이 달라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투지가 강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육체적인 능력도 증가했다.
마법사들이 말하길 우두머리의 영향을 받아서 체내의 마력이 활성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돌파한다!”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데미안은 다시 오크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우워어어!
-워어어어!
오크들이 데미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절대로 돌파당하지 않겠다는 굳센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데미안이 성검을 휘두르자 오크들은 저항 한번 못 해 보고 토막이 나 버렸다.
“흐아압!”
“꺄하핫! 죽어! 죽어어엇!”
미하엘 라이언블룸과 베로니카 산체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미들클래스의 오러 앞에서 오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두 번째 돌파는 첫 번째보다 훨씬 쉬웠다. 데미안과 기사들은 오크 무리를 뚫고 반대쪽으로 나왔다.
두 번이나 관통 당하자 오크 무리는 거의 와해되어 있었다. 데미안은 이제 마무리할 시간임을 깨달았다.
“산개하라! 오크들을 완전히 섬멸…….”
무언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순식간에 커졌다.
데미안이 성검을 세워서 얼굴을 앞을 막았다. 그 직후, 손도끼 하나가 성검을 강타했다.
성검을 타고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알렉토의 로열젤리로 인해서 근력이 상승했음에도 팔이 파르르 떨렸다.
데미안은 도끼가 날아온 방향을 쳐다봤다. 저 멀리서 유난히 덩치가 큰 오크가 데미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것 봐라?”
데미안이 재미있다는 얼굴로 오크를 쳐다봤다. 정확히는 오크가 쥐고 있는 대검을 보고 있었다.
대검의 표면에는 붉은 아지랑이가 끊임없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오크워리어를 보게 될 줄이야.”
오크워리어.
전사의 기질을 타고난 오크에게 굳이 워리어라는 호칭이 붙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크워리어란 오러를 깨달은 오크를 칭하는 말이었다.
오크의 강인한 신체와 투지에 오러까지 더해졌다. 그 위험성은 감히 측정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 괴종학파라면 이 정도는 해 줘야지.”
판데모니엄의 속해 있는 괴종학파의 흑마법사라면 오크워리어를 만들어 낸 것 정도는 쉬우리라.
“미하엘!”
“예! 말씀하세요.”
“지금부터 기사들은 네가 지휘해라.”
“예? 이렇게 갑자기요?”
데미안이 오크워리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처리해야 할 놈이 있어서 말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데미안은 오크워리어를 향해서 돌진했다.
-크르륵!
오크워리어도 데미안을 향해 돌진했다. 한번 땅을 박찰 때마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정면에서 받아 냈다가는 말이 죽겠군.’
데미안이 타고 있는 말은 유니콘 같은 환수가 아니라 평범한 군마에 불과했다.
오크워리어의 힘을 받아 냈다가는 말이 크게 다칠 위험이 있었다.
데미안이 말의 등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돌진하는 오크워리어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오크워리어는 재빨리 대검을 들어서 데미안의 검을 막아냈다. 굉음과 함께 오크워리어의 몸이 뒤로 쭉 밀려 나갔다.
-크르륵!
밀려나자마자 오크워리어는 다시 뛰어들었다. 데미안을 향해 마구 대검을 휘둘렀다.
검술 자체는 조잡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오크 특유의 본능과 야생성이 검술을 놀랍도록 예리하고 위협적으로 만들었다.
데미안은 오크워리어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냈다. 그러면서 오크워리어의 수준을 가늠했다.
“로우클래스 정도는 쉽게 이기겠는데.”
하지만 미들클래스에는 못 미칠 정도였다. 물론 이 정도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크르르륵!
오크워리어의 얼굴에 짜증이 떠올랐다. 아무리 몰아붙여도 모조리 막아 내니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듯했다.
-크워어어어!
오크워리어가 고성을 질렀다. 두 눈동자에 혈기가 떠올랐다.
전신의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대검에 맺힌 오러가 더욱 짙어졌다.
-워어어어!
오크워리어가 데미안을 향해 대검을 내리찍었다. 일격에 죽이겠다는 의도가 명백하게 전해졌다.
데미안은 성검의 날을 세워서 대검을 막았다. 성검과 대검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그 순간, 갑자기 대검의 방향이 틀어졌다. 수직으로 떨어지던 궤적이 갑자기 왼쪽으로 틀어졌다.
그 바람에 오크워리어는 손에서 대검을 놓치고 말았다.
-……크륵?
오크워리어조차 야성을 잊고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데미안은 오크워리어가 정신을 차리도록 기다려 주지 않았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성검을 휘둘러 목을 베었다.
오크워리어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그 순간까지도 오크워리어는 의문으로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크워리어의 죽음을 확인한 뒤, 데미안은 전황을 살폈다.
“놈들이 투지를 완전히 잃기 전까지 방심하지 마라!”
미하엘이 기사들을 이끌고 훌륭하게 전투를 수행하고 있었다. 솔선수범하여 오크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꺄하핫! 죽어! 다 죽어!”
반면 베로니카 산체는 자기 멋대로 오크들과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실력이 뛰어난 탓에 오크들은 속수무책으로 잘려 나가고 있었다.
“10분 뒤면 끝나겠네.”
데미안의 예상은 틀렸다.
전투는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끝났다.
인간 측의 승리였다.
* * *
오크와의 전투가 끝나자 월넛 영주는 성문 밖으로 나와서 데미안 일행을 맞이했다.
“올리버 저하!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월넛 영주는 거의 바닥에 엎드릴 지경이었다. 성이 함락당하기 직전에 상황이 뒤집혔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성이 함락당하기 직전에 와 주시다니! 그야말로 신께서 저희를 구원하기 위해 보내신 천사들을 보는 듯했습니다!”
월넛 영주는 입이 마르도록 올리버 애플을 칭찬했다.
“제 평생 이렇게 용맹한 기사들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적은 숫자로 오크 무리를 처참하게 짓밟아놓다니!”
월넛 영주는 올리버 애플뿐만 아니라 기사들도 같이 칭송했다.
“특히 저분께서 오크워리어를 단칼에 베어 넘기시는 걸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성함을 듣고 싶습니다!”
월넛 영주가 데미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데미안 학센이라고 합니다.”
“데미안 학센…… 설마 교단과 함께 시체놀음을 처단했다는……?”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월넛 영주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턱이 빠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과연…… 역시…… 소문이 과장된 게 아니었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월넛 영주가 성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죠! 저하와 기사님들을 위해서 오늘은 연회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연회라는 말에 올리버 애플의 표정이 단번에 밝아졌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제안은 감사드립니다만 아직 오크 무리가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연회를 열기에는 시기가 이른 듯합니다.”
올리버 애플의 뒤에 서 있던 데미안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술과 고기라면 환장을 하던 망나니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저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과연 현명하시고, 영민하신…….”
“그보다 오크 무리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언제부터 나타났는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최대한 상세할수록 좋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우선 정찰병들이 알아낸 바에 의하면…….”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동안 데미안은 미하엘을 불러서 말했다.
“미하엘, 내가 기사들에게 나눠 주라던 물건들 있지?”
“아, 해독제들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지금 바로 모두에게 지급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오크들이 독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리 위협적인 독들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크의 도끼를 어떻게 막을지 고민하지, 독을 대비하지는 않았다.
“미리 경계해서 나쁠 것 없잖냐.”
데미안은 그렇게 얼버무렸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오늘밤에 독을 살포할 게 뻔하다.’
이곳에는 괴종학파와 더불어 만독학파의 흑마법사가 있었다.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은 만독학파의 흑마법사들의 어떻게 행동하는지 몇 번이고 지켜봤다.
만독학파는 직접적인 전투력이 약한 학파였다. 그렇기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굉장히 치졸한 수법으로 적들을 압박했다.
“기사들을 시켜서 주변을 순찰시키는 것도 잊지 마라.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오크가 있으면 반드시 추적해서 죽여 버려라.”
* * *
“뭐야, 재들 왜 벌써 도착한 거야?”
멀리서 월넛 성을 바라보던 민머리의 여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애플 왕성에서 여기까지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은 걸리지 않아?”
“더 많이 걸리지…….”
너무 마른 탓에 볼이 홀쭉한 여인이 말했다. 목소리가 무척 작고 탁한 것이 마치 병자 같았다.
“우씨! 토벌대가 도착하기 전에 월넛 영지를 박살 내서 고립시킬 생각이었는데…… 이러면 계획이 처음부터 어긋나잖아!”
민머리 여인은 분통을 터트리며 허공에 마구 주먹질을 했다.
“씨이, 못 참겠다. 애들 다 불러올 거야! 전부 다 데려와서 저것들을 박살 내 버릴 거야!”
“녹티스, 진정해. 방금 봤잖아. 쟤들은 보통이 아니야.”
민머리 여인, 녹티스가 분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마리나! 하지만 쟤들이 계획을 다 망쳐 놨잖아! 이대로 가면 레오나 언니한테 혼나고 말 거야!”
“걱정할 필요 없어. 이런 불상사에 대비하라고 레오나 언니가 날 보낸 거니까.”
마리나가 어깨에 메고 있던 배낭을 내려놓았다. 배낭을 열자 수상쩍은 약병들이 가득 모습을 드러냈다.
“레오나 언니가 준 재료들로 독을 잔뜩 만들어 놨어. 이걸 사용하면 쟤들도 어쩔 수 없을 거야.”
녹티스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약병에 손을 뻗으려 했다.
“잘못 만지면 네 손이 썩어 버릴걸.”
그 말에 녹티스는 냉큼 손을 뒤로 뺐다.
“녹티스, 오크들 좀 준비해 줘.”
“오크들은 왜?”
마리나가 녹티스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녹티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역시 마리나는 똑똑해! 그럼 당장 준비시켜 놓을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