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9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94화
94화 오크 토벌 (2)
늦은 밤.
두 흑마법사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녹티스, 내가 부탁한 건 준비해 왔어?”
마리나의 물음에 민머리 여인이 자신 있게 말했다.
“당연하지! 마리나의 부탁인데 설마 내가 잊었으려고?”
녹티스가 손뼉을 치자, 오크들이 물이 가득 담긴 나무통을 여러 개 가져왔다.
마리나는 독병 하나를 열어서 나무통 안에 부었다. 독과 물이 섞이더니 질척질척한 액체로 변했다.
“와…… 신기하다. 이게 뭐야?”
“세프티의 눈물이라는 독이야. 월몽초를 주재료로 만들어졌지. 조금만 흡입해도 환각, 두통, 구역질 같은 증상이 일어나.”
녹티스의 목소리에는 강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더 강한 독도 많지만 그런 것들을 사용했다가는 우리의 흔적이 남잖아? 하지만 세프티의 눈물은 달라. 저들이 환각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오크로 죽여 버리면 돼.”
“오오…… 역시 마리나는 똑똑해!”
마리나는 다른 나무통에도 독액을 부었다. 그런 뒤, 흑마법을 사용했다.
나무통 안에 담겨 있던 독액이 단단한 구체로 변했다. 녹티스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구체를 쳐다봤다.
“이건 무슨 흑마법이야? 아예 처음 보는데.”
“일정 지역의 토지를 오염시켜서 그 위에 있는 생물들을 중독시키는 흑마법이야.”
“오오…… 만독학파의 흑마법은 언제 봐도 신기하단 말이지.”
“오크들한테 이 구체를 성벽 너머로 던지라고 명령을 내려줘.”
“알겠어! 얘들아, 들었지? 어서 하나씩 들어 보렴.”
녹티스가 오크들을 향해 명령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따르는 오크는 하나도 없었다.
그저 두려움과 혐오감으로 가득한 눈동자로 구체를 응시할 뿐이었다.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저 구체를 만지면 자신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녹티스, 오크들이 네 말을 안 듣는데?”
“오해하는 거야! 우리 애들이 얼마나 착한데. 잠깐만 기다려 봐.”
녹티스가 오크들을 가리키며 흑마법을 사용했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흑마력이 오크들의 귓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크워어어어!
-우우어어어!
오크들이 머리를 움켜잡으며 비명을 토해 냈다. 잠시 후, 오크들의 눈동자가 흐리멍덩하게 변했다.
“애들아, 어서 저 구체를 하나씩 들어 보렴.”
오크들은 녹티스의 명령을 순순히 따랐다. 양손으로 구체를 끌어안았다.
구체가 몸에 닿자 오크들의 피부가 순식간에 짓무르기 시작했다.
환각을 일으키는 독이지만 워낙 독한 탓에 피부에 닿기만 해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크들은 그 사실도 모른 채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럼 애들아, 빨리 갔다 와!”
녹티스의 말에 오크들이 월넛 성이 있는 방향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숲을 벗어나서 초원을 가로질렀다. 늦은 시간이라 세상은 고요하기만 했다.
“어? 저게 뭐야? 오크잖아?”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오크가…… 있잖아?”
하지만 초원을 반도 가로지르기 전에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기사들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데미안 경의 말이 맞았군! 오크 놈들이 야습을 시도하고 있어!”
“머리에 근육만 가득 찬 얼간이들이 어울리지 않게 꾀를 부리는구나!”
기사들이 오크들을 향해 돌진했다. 무기를 휘둘러서 단칼에 베어 넘겼다.
오크들은 흑마법에 의해서 이지를 상실했기에 저항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게 뭐지? 이상한 게 있군.”
기사들은 오크들이 들고 있던 구체를 살펴봤다. 구체는 여전히 둥글고 단단했다.
“대체 이게 무슨 냄새야?”
“꿀처럼 달달한 냄새가 나는데.”
구체를 살피던 도중, 갑자기 기사들이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으으,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파.”
“우욱, 속이…… 우욱…….”
“저, 저기 저게 뭐야? 귀, 귀신 같은 게 날 노려보고 있어!”
기사들이 모두 당황해할 때, 누군가 소리쳤다.
“다들 진정해! 데미안 경이 이럴 때 먹으라고 준 게 있잖아!”
기사들이 품에서 작은 구슬을 꺼내서 입에 넣었다. 딱 한 알을 먹었을 뿐인데 증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후우…… 이제야 좀 살겠군.”
“대체 이 구체는 뭐지?”
“독이 아닐까? 고약한 냄새하며, 우리한테 벌어진 이상현상하며…… 독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데.”
“오크들이 이렇게 지독한 독을 사용한다고?”
기사들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구체들을 바라봤다. 그러다 한 사람이 말했다.
“그나저나 이것들은 어쩌지?”
“데미안 경이 이상한 걸 발견하면 무조건 태우라고 했잖아.”
“맞아. 분명히 그런 명령을 내렸지.”
기사들은 구체 위에 기름을 뿌렸다. 그리고 마도구를 이용해서 불씨를 붙였다.
불이 붙으며 구체들이 순식간에 타올랐다. 달달한 냄새가 한층 더 진해졌다.
“다 탔군. 이제 돌아가도 되겠어.”
“빨리 데미안 경에게 보고하자.”
그리 말하며 기사들은 성으로 귀환했다.
* * *
녹티스와 마리나는 초원 한가운데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멍하니 바라봤다.
“마, 마리나…… 저, 저거…… 저거 어떻게 해? 도, 독이 다 불타고 있잖아!”
녹티스가 당황한 얼굴로 마리나를 돌아봤다. 하지만 마리나는 지금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내, 내 세프티의 눈물이! 저걸 제조한다고 들어간 월몽초가 몇 포기인데! 저, 저걸…… 저 귀한 걸 저렇게 불태워 버려……?”
너무 열이 받은 나머지 마리나는 입에서 개거품이라도 토해 낼 것 같았다.
“마, 마리나! 진정해! 여기서 쓰러지면 안 돼! 마리나!”
녹티스는 황급히 마리나를 진정시켰다. 다행히 개거품을 무는 사태까지는 피할 수 있었다.
“맹세하는데. 저 자식들을 붙잡아서 강산에 녹여서 죽여 버리겠어!”
마리나의 외침이 숲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 * *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마리나는 금방 움직이지 않았다.
“기사들은 독에 감염되지 않았어. 그것뿐만이 아니라 독을 보고 바로 태워 버리기까지 했지. 적들이 독에 대비를 하고 있다는 소리야.”
“그럼 그 시간에 순찰을 돌고 있던 것도 우연이 아닐지 모르겠네? 우리가 독을 사용할 걸 대비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잖아.”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연일 리가 없어.”
“그렇다면 혹시…… 네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럴 리는 없어. 저것들이 무슨 재주로 내 존재를 알고 있겠어?”
마리나는 녹티스의 추론을 단칼에 잘라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억측에 불과했다.
애플 왕국에 두 사람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언니인 레오나와 그 옆에 있는 알렉산더 애플뿐이었다.
그런 마당에 저들이 어떻게 마리나의 존재를 알겠는가.
“옛날에 독을 사용하는 적한테 지독하게 당해 봤다 거나…… 그런 이유로 대비한 거겠지. 하필이면 거기에 내가 재수 없게 당해 버린 거고.”
“그런 걸까……?”
“확실한 건 기존의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러니까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지.”
마리나는 구덩이를 판 다음에 독액을 한곳에 모았다.
독기가 얼마나 강하던지 구덩이 주변의 잡초와 나무들이 모조리 말라비틀어질 정도였다.
“마리나, 이번에는 뭘 하려고?”
“이 독액을 기체로 바꿔서 날려 보낼 생각이야.”
만독학파는 독의 제조뿐만 아니라 사용법까지 연구하는 학파였다.
독을 기체로 만들어서 살포하는 방법은 가장 효과가 컸다.
“대단해! 근데 왜 처음부터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거야?”
“……이건 독을 많이 사용해야 해서 그만큼 재료비가 많이 든단 말이야!”
“괘, 괜히 물어봐서 미안해.”
마리나가 버럭 화를 내자, 녹티스는 즉시 사과했다.
“잠깐 기다려. 흑마법을 사용할 거니까.”
마리나가 독액을 향해 흑마법을 발휘했다. 웅덩이에 쌓여 있던 독액들이 급속도로 마르더니 솜처럼 푹신푹신하게 변했다.
“녹티스, 오크들한테 이것들을 숲의 외곽으로 가져가서 태우라고 전해 줘.”
가급적이면 최대한 성에 가까이 다가가서 태우는 게 좋았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기사들에게 발각될 테니 숲의 외곽에서 태우는 게 최선이었다.
“알겠어! 애들아 뭐 하니? 빨리 가져가서…… 다들 어디 갔어?”
어느새 오크들은 멀리 물러나 있었다. 근처에 가까이 가기도 싫다는 기색이 전해졌다.
“당장 이리 오지 못해!”
하지만 녹티스는 몬스터를 다루는 괴종학파의 흑마법사였다.
녹티스가 흑마법을 사용하자 오크들은 별수 없이 독면(毒棉)을 나를 수밖에 없었다.
독면에서 흘러나오는 독기 때문에 오크들의 피부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몇몇 오크는 피를 토해 내기도 했다.
“자자, 빨리 옮겨!”
하지만 녹티스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괴종학파는 몬스터를 조종하는 학파지, 애호하는 학파가 아니었다.
괴종학파의 흑마법사에게 몬스터란 장기말에 불과했다.
오크들은 독면과 횃불을 들고 숲의 가장자리로 향했다.
녹티스는 오크들을 따라가며 즐거운 얼굴로 말했다.
“내가 명령을 내리면 다 같이 독액을 불태우는 거야. 알았지?”
녹티스가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저 멀리서 성문이 열렸다. 열린 문으로 기사들이 튀어나왔다.
“……어? 쟤들 뭐야? 갑자기 왜 튀어나오는 거야?”
녹티스가 당황한 사이 기사들은 숲에 도달했다.
녹티스는 황급히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덕분에 기사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데미안 경의 말이 맞았군! 오크들이 수상한 짓을 벌이고 있어!”
“횃불이랑…… 솜? 저거 솜입니까?”
“보통 솜이 아닌 것 같군. 저걸 쥐고 있는 오크의 피부가 완전히 녹아내리고 있지 않나.”
하지만 오크들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기사들은 오크를 발견한 즉시 공격했다. 오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 이 나쁜 놈들…… 또 방해하러 왔어!”
녹티스는 또 분통을 터트렸다. 마음 같아서는 밖으로 나가서 자신이 직접 상대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니 레오나가 신신당부를 했었다. 절대로 자신들의 존재가 들켜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독이나 뒤집어써라!”
대신 녹티스는 오크들에게 명령해서 기사들에게 독면을 뿌리라고 말했다.
오크들이 두 손으로 독면을 부스러트린 다음에 기사들을 향해 뿌렸다.
“크악! 이게 대체 뭐야!”
“오크들이 독을 뿌리고 있습니다!”
독가루를 뒤집어쓴 기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말들도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그 바람에 기사들도 바닥을 나뒹굴 수밖에 없었다.
“꺄하핫! 꼴좋다!”
녹티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껏 기뻐했다. 하지만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끄으응,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기사들이 멀쩡하게 몸을 일으킨 것이다. 녹티스는 크게 당황했다.
“왜, 왜 멀쩡하지? 부, 분명히 독을 뒤, 뒤집어썼잖아……?”
만독학파인 마리나가 제조하는 독은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오크들이 흩뿌린 독은 불태워서 살포시키려고 했던 만큼 독성이 굉장히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뒤집어쓰고도 죽지 않다니? 아니 오히려 멀쩡하다니?
“데미안 경이 주신 기름을 미리 바르길 잘했습니다.”
“청록달팽이의 기름이 독을 막아 주는데 탁월하다더니. 정말 굉장하군요.”
정신을 차린 기사들은 남아 있는 오크들을 모조리 죽였다.
그리고 남아 있던 독면들은 한곳에 모아놓고 묻어 버린 뒤, 성으로 돌아갔다.
기사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녹티스는 밖으로 나왔다. 처참한 현장을 바라보며 마른세수를 했다.
“……마리나가 알면 엄청 화를 낼 텐데.”
녹티스의 걱정은 정확했다.
“뭐? 오크들은 다 죽고 독면은 모두 묻혔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두 번째 계획도 실패하자 마리나는 피를 토할 듯이 분노했다.
“마, 마리나 진정해!”
“@%#$#^%%@.”
녹티스는 한참을 고생한 끝에야 간신히 마리나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안 되겠어. 방법을 완전히 바꿔야지.”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힌 마리나가 녹티스에게 말했다.
“무슨 방법을 사용하려고?”
“어차피 저들은 오크 무리를 소탕하기 위해서 숲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숲에 함정을 파고 대기하는 거야.”
만독학파는 정면에서 승부하는 학파가 아니었다.
함정을 파고 기다렸다가 적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학파였다.
“독이 들킨 이상, 쟤들을 살려 보내서는 안 돼. 오크들이 극독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교단에서 조사하려 할 테니까.”
교단의 눈과 귀는 어디에나 있었다. 흔적을 조금이라도 남기면 교단에서 즉각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그럼 우리 애들도 다 불러와도 돼?”
“당연하지. 다 불러와. 전부 불러와서 저들을 죽여 버려.”
마리나의 말에 녹티스가 크게 기뻐했다.
“정말이지? 말 바꾸면 안 돼? 히히힛, 기대된다. 내가 이번에 심혈을 기울여서 멋진 친구를 만들어 냈거든. 너도 보면 깜짝 놀랄…….”
그때였다.
-퀘에에엑!
-끼에에엑!
멀리서 오크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깜짝 놀라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오크들을 찾았다! 모두 죽여 버려라!”
“한 마리도 살려 두지 마라!”
데미안 학센과 기사들이 오크 촌락을 습격하고 있었다.
“……어?”
“……응?”
갑작스러운 사테에 마리나와 녹티스는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