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9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95화
95화 오크 토벌 (3)
오크들이 독습을 시도하는 동안 데미안은 본진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무턱대고 숲으로 들어갔다가 적들을 찾지 못하면 오히려 위험한 상황에 빠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첨탑 위에 올라가서 오크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거나 마력을 퍼트려서 광범위한 지역을 감지했다.
그러다 두 번째 습격 때, 숲에 숨어 있던 민머리 흑마법사를 발견했다.
‘하는 짓으로 봐서는 저 여자가 괴종학파인 모양이군.’
데미안은 즉시 여자를 뒤쫓았다. 그리고 오크 촌락과 만독학파의 흑마법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데미안은 적진을 둘러보면서 전력을 확인했다. 오크는 100마리가 넘게 몰려 있었고, 오크워리어도 다수 대기하고 있었다.
‘오우거? 이건 또 어디서 구한 거지?’
심지어 오우거까지 있었다. 이번 토벌을 실패시키기 위해서 단단히 준비한 게 보였다.
‘몬스터보다는 만독학파가 더 위험하다.’
만독학파는 오래 방치할수록 귀찮아지는 놈들이었다.
진지를 구축하고, 함정을 파놓기라도 하면 사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할 시간을 주면 안 된다.’
데미안은 성으로 돌아오자마자 기사들을 불러모았다.
“적진을 발견했다. 지금 당장 기습하도록 하겠다.”
갑작스러운 명령에 기사들은 당황하면서도 재빨리 준비를 갖췄다.
“준비를 단단히 갖춰라! 지금 오크 부락에는 흑마법사들도 함께 있다!”
흑마법사라는 말에 기사들은 더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오크 무리를 소탕하려고 왔는데 흑마법사를 언급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데미안의 말을 의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안 그래도 기사들 역시 오크들이 독을 사용하는 모습이 의아했기 때문이다.
기사들도 바보가 아니기에 줄곧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데미안의 얘기를 듣자마자 의문이 풀렸다.
흑마법사들이 오크들을 부리고 있다면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출발한다!”
말을 타면 소리 때문에 기습이 들킬 확률이 높았기에, 기본 무장만 갖춰 오크 무리를 습격했다.
오크들은 본인들이 습격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지 보초조차 세워 놓지 않았다.
“몰아붙여라! 재정비할 틈을 주지 마라!”
덕분에 데미안과 기사들은 단번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데미안과 기사들은 촌락을 종횡무진 휩쓸면서 오크들을 베어 넘겼다.
-퀘르륵!
-꿰에엑!
오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몇몇 오크들은 저항하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이 녹색 덩어리들이 어디서 반항하는 것이냐!”
“당장 목을 내놓지 못할까!”
갑옷과 오러로 무장한 기사들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오크들은 기사들에게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다.
“응?”
한창 오크를 베어 넘기던 데미안은 저 멀리 멍하니 서 있는 여자 둘을 발견했다.
“흑마법사다! 저기 흑마법사가 있다!”
두 사람을 보자마자 데미안이 소리를 쳤다. 기사들은 고개를 돌려 여자 둘을 쳐다봤다.
기사들의 시선에 두 여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중에서 민머리 여자가 고함을 내질렀다.
“이 더러운 자식들! 감히 내 오크한테 손을 대? 재들을 모으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민머리 여인에게서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여인이 수인을 맺자 흑마법이 발현되었다.
오크들의 눈빛이 변했다. 당황과 공포가 사라졌다. 대신 지독한 살의와 굶주림이 자리 잡았다.
“내 애들을 건드린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해 주겠어!”
여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흑마법을 발현했다.
오크들의 근육이 팽창하더니 피부가 새까맣게 물들었다. 이빨과 손톱이 굵고 길게 돋아났다.
괴종학파는 단순히 몬스터를 조종하는 학파가 아니었다. 흑마법을 이용해서 몬스터들의 잠력을 이끌어 내거나 새로운 능력을 부여할 수도 있었다.
그 대가로 사용되는 것은 몬스터들의 생명력이었다. 아마 오크들은 오늘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크르륵!
-퀘에엑!
도망치려던 오크들이 섬뜩한 울음소리를 토해 내더니 반대로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으윽?”
“뭔 놈의 힘이……!”
오크와 충돌한 기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보다 훨씬 빠르고, 힘도 강했던 것이다.
당황은 빈틈을 낳았다. 오크들은 더욱 기사들을 몰아붙였다.
“그건 곤란하지.”
그리 말하며 데미안은 오크들을 향해 달려갔다.
마력을 이용해 가속했다. 데미안의 몸이 사라졌다. 그 직후, 허공에 섬광이 번쩍였다.
한 바퀴.
섬광이 원을 그렸다. 기사들을 둘러싸고 있던 오크들이 반으로 나뉘었다.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어 피와 내장이 바닥에 와르륵 쏟아졌다.
“세상에…….”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은 경악한 얼굴로 그 모습을 쳐다봤다.
공작가 소속 기사로서 이들은 수많은 미들클래스를 경험했다.
그중 데미안처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정신 차려라! 강해져 봤자 결국 오크에 불과하다!”
데미안이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데미안의 경이로운 움직임을 본 기사들의 투지가 다시 살아났다. 다시 오크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저, 저 자식이……!”
민머리 여인이 까득 이를 갈았다. 여인이 소리를 질렀다.
“안 되겠다! 너희들도 당장 뛰어나와!”
숲에서 새로운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오크보다 훨씬 덩치가 컸다.
그들은 각자 다른 무기를 쥐고 있었으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무기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
오크워리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들을 사용하기는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민머리 여자가 다시 흑마법을 발현했다. 오크워리어들의 몸집이 더욱 커졌다. 피부가 검게 변질되었다.
신체만 강화된 것이 아니었다. 오크워리어들의 무기에 맺혀 있던 오러도 더욱 짙어졌다.
“다 같이 저 데미안 학센이라는 놈을 죽여!”
민머리 여자가 데미안을 가리켰다. 오크워리어들이 데미안에게 뛰어들었다.
-크르륵!
-크에엑!
오러가 실린 무기가 데미안을 향해 쏟아졌다.
안 그래도 위협적인 오크워리어가 흑마법으로 인해서 더욱 강화되었다.
공격 하나하나가 공포스러울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많기도 하군.”
데미안은 벌성지광약을 운용했다. 체온이 끌어 오르며 모든 감각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온 세상이 더디게 흘러갔다. 오크워리어들의 공격이 차츰 느려지더니 그대로 정지했다.
데미안은 걸음을 옮겼다. 오크워리어들의 사이를 지나가며 한 마리씩 목을 베었다.
목이 절단되었음에도 오크워리어들의 머리는 그대로 허공에 떠 있었다. 피조차 터져 나오지 않았다.
데미안은 오크워리어 무리를 뚫고 뒤쪽에 도달했다. 그러고 나서야 벌성지광약을 해제했다.
오크워리어들의 목에서 일제히 피가 터져 나왔다. 머리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어?”
민머리 여자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그녀의 눈에는 데미안 학센이 순간이동 하더니, 오크워리어들의 목이 일시에 잘려 나간 것처럼 보였다.
“마, 말도 안 되는…….”
“녹티스! 정신 차려! 빨리 그놈들을 불러와!”
그때, 초췌한 여인이 소리쳤다. 동시에 독병을 바닥에 던졌다. 독병이 깨지며 독무가 피어올랐다.
초췌한 여인이 흑마법을 사용하자 독무가 데미안과 기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귀찮게 구는군.”
데미안은 성검을 집어넣고 천리검을 꺼내 들었다. 손가락 끝으로 천리검을 튕겼다.
천리검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천리검을 쥐고 크게 휘둘렀다.
천리검이 검명을 토해 냈다. 방출된 검명이 날아오던 독무를 모조리 찢어 버렸다.
“뭐 저런 말도 안 되는 기술이……!”
초췌한 여인이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녹티스!”
“도착했어!”
민머리 여인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 순간, 숲의 나무를 부수며 오우거들이 튀어나왔다.
-우워어어!
-워어어어!
오우거의 울음소리가 숲 전체를 진동시켰다. 오크를 죽이던 기사들이 경악해서 소리쳤다.
“오, 오우거라고?”
“저 괴물들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기사들의 얼굴에 처음으로 공포심이 떠올랐다.
숲의 제왕, 거력괴라고 불리는 오우거는 무지막지한 괴력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였다.
로우클래스조차 우습게 죽이며, 미들클래스가 나서도 위험할 정도로 강력했다.
기사들이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오우거? 오랜만에 보네.”
“와, 크다. 잘라 낼 살점도 많겠다.”
하지만 모든 기사가 당황한 것은 아니었다.
미하엘 라이언블룸과 베로니카 산체는 그저 신기하다는 얼굴로 오우거를 바라볼 뿐이었다.
“야, 데미안 따까리.”
“맞는 말이긴 하지만 단어 수준이 너무 저급한 거 아니냐. 이 천박한 것아.”
“누가 더 많이 죽이는지 내기할래? 진 사람이 하수인 걸로 하자.”
“후회하지 마라?”
두 사람이 동시에 오우거 무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오우거들이 두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라이언블룸 후작가는 강검으로 유명한 가문.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오우거의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받아쳤다.
오우거의 주먹이 산산이 부서졌다. 오우거의 얼굴이 고통으로 물들었다.
그 순간, 베로니카 산체가 뛰어들어서 오우거의 목을 베었다. 오우거의 두꺼운 가죽과 뼈가 가볍게 잘려 나갔다.
“한 마리 받아 간다?”
베로니카 산체는 그리 말하며 다른 오우거를 향해 달려갔다.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 * *
두 사람이 오우거를 상대하는 사이, 데미안은 두 흑마법사에게 도달했다.
민머리 여인이 데미안을 노려보며 물었다.
“설마 너 혼자서 우리를 상대하겠다는 거야?”
“그렇다면?”
“하! 우리가 어지간히 만만히 보였나 보네.”
이렇게 궁지에 몰렸음에도 두 사람은 다급해 보이지 않았다.
고위 마법사는 미들클래스와 맞먹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흑마법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힘을 쌓기에 같은 위계라도 일반적인 마법사보다 훨씬 수준이 높았다.
“우리가 누구인지 똑똑히 보여 주겠어.”
민머리 여인이 검지와 엄지를 둥글게 말고 입에 물었다. 피익, 휘파람을 크게 불었다.
별안간 녹티스의 근처에 있는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흙을 헤치며 튀어나왔다.
머리만 보면 풍성한 갈퀴를 가진 백사자였다. 하지만 평범한 백사자는 아니었다. 두 발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족 보행을 할 뿐만 아니라 어깨도 사람처럼 넓게 벌어져 있었다. 대흉근이 잘 발달되어 있는데다 복근까지 선명했다.
팔다리는 아예 사자의 것이 아니었다. 팔뚝과 무릎 아래부터는 털 대신 비늘이 뒤덮고 있었다. 발바닥은 독수리처럼 뒷발톱이 붙어 있었다.
가장 기괴한 것은 꼬리 대신 붙어 있는 뱀이었다. 커다란 뱀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데미안 학센을 향해 혓바닥을 낼름거렸다.
“사자가 아니라 키메라였군.”
데미안이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키메라는 괴종학파만이 가지고 있는 비전 마법으로만 탄생하는 몬스터였다.
다수의 몬스터를 합쳐서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만큼 괴기하고 강력했다.
“어때? 멋있지? 내가 힘들게 만든 아이야!”
키메라의 뒤에서 민머리 여인이 소리쳤다.
“……키메라만 있는 게 아니야. 나도 있어.”
초췌한 여인이 가방을 열고 독병들을 와르륵 쏟아 냈다.
독병이 깨지면서 흘러나온 독들이 커다란 뱀이 되어서 마리나의 몸을 휘감았다.
그저 독일 뿐인데도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보통 독이 아니라 만독학파의 비기인 절명독이 분명했다.
키메라와 절명독.
그야말로 최악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너지? 우리의 모든 계획을 방해한 사람이?”
초췌한 여인이 데미안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를 방해한 대가는 치러야지? 난 널 바로 죽이지 않을 거야. 제압을 한 다음 그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게 해 주겠어.”
조용한 목소리와 달리 어조에는 날이 잔뜩 서 있었다.
“네가 데려온 기사들이 독에 중독되어서 살려 달라고 애원하면서 죽는 모습을 말이야. 네 평생을 통틀어서 가장 끔찍한 하루로 만들어 주겠어.”
끔찍한 하루.
그 말에 데미안은 문득 데스나이트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데스나이트로 개조된 데미안은 도르고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노예였다.
자아는 남아 있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몸 속에 갇혀서 자신이 저지르는 모든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불타는 성, 시체가 쌓여 있는 산, 울부짖는 사람들.
전부 도르고의 명령에 의해서 데미안이 저지른 일이었다.
데미안은 그 광경을 매일 지켜봤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왜 아무 말도 못 해? 이제 좀 뭔가 잘못된 것 같아? 그래 봤자 소용 없…….”
데미안의 몸에서 지독한 살기가 터져 나왔다. 검은 기운이 온 세상을 뒤덮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살기에 노출되자마자 두 흑마법사의 몸이 덜컥 굳었다.
“난 이래서 흑마법사들이 싫어. 만나기만 하면 기분 나쁜 기억이 계속 떠오르거든.”
기억만 떠오르는 게 아니었다.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치 바로 어제 겪은 것처럼 말이다.
“끔찍한 하루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나?”
두 흑마법사는 바짝 얼어붙은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데미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마치 살가죽을 찢어서 억지로 만든 것처럼 소름 끼치는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