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9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96화
96화 오크 토벌 (4)
들끓는 감정과는 별개로 데미안의 머릿속은 차분했다.
키메라를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다.
키메라는 여러 몬스터를 합성함으로써 만들어진다. 그만큼 다양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외형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능력이 튀어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허세 하나는 일품이네. 근데 그거 알아? 그러다 죽은 애들이 한두 명이 아니야!”
녹티스가 검지로 데미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예삐야, 본때를 보여 줘!”
늠름한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이름이었다.
-크륵!
갑자기 키메라의 몸이 사라졌다. 동시에 정면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느닷없이 불어온 강풍에 머리와 옷자락이 마구 흔들렸다. 먼지가 눈에 들어오는 바람에 데미안은 한쪽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눈앞에 돌연 키메라가 나타나 데미안을 향해서 손을 휘둘렀다.
-크르륵!
한쪽 눈을 감고 있었지만 문제없었다. 데미안은 간격을 재며 손쉽게 피했다.
그 찰나, 불길함이 엄습했다. 데미안이 몸을 크게 뒤로 뺀 순간, 지면에 다섯 개의 참흔이 길게 새겨졌다.
지면뿐만이 아니었다. 저 뒤에 있는 나무들도 쪼개져서 무너져 내렸다.
“신기한 녀석이군.”
그 광경을 본 데미안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바람으로 변할 뿐만 아니라, 바람을 이용해서 참격을 날렸어?”
방금 전, 키메라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게 아니었다. 바람으로 변해서 이동한 것이었다.
손을 휘둘렀을 때, 지면과 숲이 동시에 난장판이 된 것도 바람을 참격으로 바꿔서 날렸기 때문이다.
“이래서 키메라가 골치 아프단 말이지.”
두 개 다 보통 능력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것 말고도 더 많은 능력이 숨겨져 있을 게 분명했다.
“이제야 우리 예삐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어? 예삐야, 몰아붙여!”
녹티스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 키메라가 양손을 정신없이 휘둘렀다.
손을 휘두를 때마다 바람의 참격이 쏟아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숲이 쑥대밭으로 변해 버렸다.
하지만 데미안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든 공격을 피했다.
“이거 재미있는데?”
오히려 활짝 웃으며 즐기고 있었다.
“예삐야! 뭐 하는 거야! 저 녀석이 계속 피하고 있잖아!”
데미안이 계속 공격을 피하자 녹티스가 짜증을 냈다.
“당장 녀석을 죽이란 말이야!”
키메라의 눈빛이 달라졌다. 동시에 키메라의 몸이 흐릿하게 변했다.
“오?”
키메라가 바람으로 변하며 사라졌다. 곧이어 데미안의 뒤에 나타났다.
-크르륵!
그 즉시 손을 휘둘렀다. 바람의 칼날이 데미안을 덮쳤다.
데미안은 옆으로 몸을 날리며 공격을 피했다.
땅에 착지하며 고개를 들었을 때, 키메라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크륵!
이번에도 바로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은 땅을 박차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키메라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바람의 칼날이 지면을 갈아 버렸다.
-크르륵!
키메라가 다시 바람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본 데미안이 재미없다는 듯이 말했다.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효용성은 별로 없군.”
바람으로 변해서 사각으로 이동하는 것은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공격을 위해서는 원래의 몸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 순간만 파악하면 공격을 피하거나 막는 것은 쉬웠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데미안이 몸을 회전시키며 칼을 휘둘렀다. 그 순간, 허공에서 키메라가 나타났다.
-크앙?
키메라가 공격하는 것보다 데미안이 더 빨랐다. 그가 휘두른 성검이 키메라의 몸통을 갈랐다.
그 순간, 키메라가 양쪽 팔뚝을 세워서 성검을 막았다. 성검과 비늘이 서로 격돌했다.
성검이 비늘과 근육을 잘라 내며 파고들었다. 녹색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음?”
하지만 그뿐이었다. 데미안의 성검은 키메라의 가죽만 잘라 냈을 뿐, 뼈까지 끊어 내지는 못했다.
그것을 본 녹티스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예삐한테는 드레이크의 뼈가 합성되어 있어! 절대로 베어 내지 못할걸!”
드레이크.
몬스터의 정점에 군림한다는 용종 몬스터 중 하나였다.
거대한 체구에 뿜어져 나오는 괴력과 흉폭함 때문에 대형 몬스터 중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드레이크의 가죽과 뼈는 오러로 잘라 내기 힘들 만큼 단단한 것으로 유명했다.
“예삐야! 놈을 몰아붙여!”
키메라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양손을 휘두르며 데미안을 공격했다.
그러는 동안, 녹티스가 마리나를 향해 소리쳤다.
“마리나!”
“……재촉하지 않아도 돼. 이미 준비 다 됐어.”
초췌한 여인, 마리나가 흑마법을 구현했다. 뱀의 형태로 변해 있던 절명독이 말벌 떼로 변했다.
말벌 떼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어 데미안의 주변을 포위하듯 둘러쌌다.
정면에는 키메라.
주변에는 절명독을 품은 말벌.
키메라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몸을 움직이면 그 즉시 말벌들이 독을 주입할 터.
궁지에 몰렸음에도 데미안은 다급해 보이지 않았다.
“꼴에 어울리지 않게 합동 공격을 시도하는군.”
데미안이 천리검을 빼들었다. 키메라의 공격을 피하며 천리검을 허공에 휘둘렀다.
허공을 가를 때마다 천리검이 매섭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진동이 절정에 도달했을 때, 데미안이 천리검을 손가락을 튕겼다.
악검 – 태성음(太聲音)
고막이 터질 듯한 고음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두 흑마법사는 황급히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엄청난 소리에 말벌 떼는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독액으로 돌아갔다. 키메라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데미안은 천리검 대신 성검을 쥐어 오러를 응집시켰다.
드레이크의 뼈? 그게 어쨌단 말인가.
오러로 잘라 내지 못한다면 오러를 더 응집시키면 그만이었다.
미들클래스라면 모두 그 정도 재주는 가지고 있었다.
하물며 데미안은 기량만 따지면 미들클래스를 추월한 지 오래였다.
응축된 오러가 성검을 뒤덮었다. 아지랑이 같았던 오러가 연기처럼 짙었다.
-크르륵!
그때, 키메라가 머리를 파르르 떨었다. 태성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린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데미안은 이미 예삐의 목을 향해서 천리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예삐야! 토해 버려!”
녹티스가 고함을 질렀다. 그 즉시, 예삐가 입을 크게 벌렸다.
키메라의 목구멍에서부터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 * *
시뻘건 불길이 단숨에 데미안을 덮쳤다. 그것도 모자라 주변 숲을 뒤덮었다.
엄청난 화력에 나무들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바닥의 흙과 자갈까지 녹아내렸다.
“꺄하핫!”
녹티스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몰랐지? 우리 예삐는 드레이크의 화염 주머니도 가지고 있어!”
드레이크가 대형 몬스터들 중에서도 수위에 꼽힐 만큼 위험한 가장 큰 이유.
그것이 바로 화염을 토해 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드래곤의 브레스에 비하면 티끌에 불과하지만 성 하나를 불바다로 만들기에는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꼴좋다! 그러게 누가 잘난척하래? 방심하니까 그렇게 숯검댕이가 되는 거 아니야!”
벌써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는 녹티스와 달리 마리나는 긴장한 얼굴로 불길을 살피고 있었다.
“노, 녹티스!”
그 덕분에 빨리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저 녀석…… 살아 있어! 살아 있단 말이야!”
불길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데미안 학센을 말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저건 드레이크의 불길이란 말이야.”
데미안이 불길을 헤치며 걸어 나왔다. 그 모습에 녹티스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이 정도 불길은 쉽게 막아 내는군.”
데미안은 옷에 묻은 불똥을 털어내며 말했다.
이전에 데미안은 불의 정령이 남긴 심장을 흡수한 적이 있었다.
그 덕분에 데미안의 신체는 화기에 강해진 상태였다.
“마, 말도 안 괘…….”
데미안이 불길을 해치며 걸어 나왔다. 그 모습에 녹티스와 마리나는 패닉에 빠졌다.
“마, 마리나…… 어, 어떻게 해야 해?”
“나, 나도 몰라! 저, 저런 괴물을 대체 어떻게 하라는…….”
데미안이 성검을 연달아 휘둘렀다. 응축된 오러가 방출되며 거대한 참격을 만들어 냈다.
첫 번째 참격이 키메라를 반으로 절단했다. 두 번째 참격이 허리를 절단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참격은 사선으로 베었다.
키메라의 몸에 몇 번이고 선이 그어졌다. 이윽고 키메라의 몸이 토막토막 나뉘며 무너졌다.
“너, 너 이 자식……!”
녹티스의 눈동자에 핏발이 선 채 증오와 절규를 담아서 소리쳤다.
“감히! 예삐를 죽여? 넌 내가 절대로 가만히 놔두지 않을…… 컥!”
녹티스를 향해 달려간 데미안이 복부를 걷어찼다. 녹티스는 바로 뒤에 있는 나무에 처박혔다.
“너, 너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그래도 녹티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바닥에 엎어진 채로 데미안을 향해 분노를 토해 냈다.
“알아들었어……? 우리 예삐를 죽인 원한을 반드시! 반드시 갚아 줄…… 꺅!”
데미안은 성검으로 녹티스의 손가락을 찍었다. 손가락 세 개가 통째로 절단되었다.
“내, 내 소, 손가락이…….”
“한 마디만 더하면 손목을 절단하겠다.”
데미안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기에 더욱 공포스러웠다. 녹티스는 다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데미안은 땅에 꽂힌 성검을 뽑아 즉시 옆으로 휘둘렀다.
“꺄아악!”
마리나의 왼손이 절단되었다. 잘려 나간 손에는 독액이 담긴 병이 쥐어져 있었다.
“허튼짓하지 마라. 소용없으니까.”
마리나는 절단된 손목을 움켜잡으며 숨을 헐떡였다.
“너희들한테 물어볼 것이 아주 많다. 부디 성실하게 응답해 줬으면 좋겠군.”
“누, 누가 대답해 줄 것 같아?”
“맞아.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냥 죽여.”
두 흑마법사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 모습에 데미안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그렇게 반항해 줘야 재미있지.”
그래야 이쪽도 심문이라는 명목하에 분풀이를 할 수 있지 않은가.
“마침 내가 이번에 아주 좋은 기술을 배웠거든.”
데미안은 녹향의 경매장에서 반쯤 불타 버린 마나연공법과 기술서를 구입했다.
복원하는 데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온전한 마나연공법과 기술서를 확인했을 때, 데미안은 자신이 보물을 얻었음을 깨달았다.
마나연공법의 이름은 면리금침(綿裏禁針).
신체에서 마력이 흐르는 길인 혈도를 조작할 수 있는 마나연공법이었다.
이걸 이용하면 자신의 혈도를 단련시킬 수도 있고, 한 번에 대량의 힘을 발휘할 때 혈도를 강화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면리금침의 진짜 가치는 그게 아니었다.
바로 상대방의 혈도 역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혈도를 막아 버리거나 자극을 줘서 극심한 고통을 줄 수도 있었다.
“마침 연습 상대가 필요했는데. 아주 잘됐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