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9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97화
97화 증거 (1)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대검을 내리쳐서 오우거의 머리를 쪼갰다.
이걸로 모든 오우거를 처치했다.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한숨 돌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오크도 대부분 정리된 상태였다. 기사들은 남은 오크 잔당들을 뒤쫓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내가 한 마리 더 많아! 그러니까 내가 이긴 거다?”
바로 옆에서 베로니카 산체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미하엘은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거의 다 죽인 걸 네가 두 번이나 뺏었잖냐. 이 승부는 내 승리나 다름없어.”
“그런 게 어디에 있어! 어쨌든 내가 많이 죽였잖아!”
“과정까지 생각해야지. 남의 사냥감을 뺏은 주제에 뭔 불만이 그렇게 많아?”
미하엘과 베로니카 산체는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됐다. 너랑 무슨 이야기를 하겠냐. 난 데미안 형……이 아니라 데미안 경한테 갔다 올 테니까 알아서 놀고 있어.”
미하엘은 계속 앙칼지게 불만을 표하고 있는 베로니카 산체를 겨우 떼 놓고 데미안 학센에게 향했다.
오우거와 싸우는 도중에도 지켜봤었다. 데미안 학센이 키메라와 싸우는 모습을 말이다.
‘역시 형은 대단하단 말이야.’
키메라에 대해서는 미하엘 라이언블룸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흉물.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될 악마.
키메라를 상징하는 별명만 해도 수두룩했다. 그 정도로 위험한 몬스터였다.
그런 괴물을 데미안 학센은 아무렇지도 않게 몰아붙였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미하엘 라이언블룸이지만 데미안 학센처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에 키메라를 토막 낸 기술이 대단했지.’
본래 오러란 검에 맺혀 있을 때 가장 강한 법이었다. 외부로 날려 보내면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데미안은 오러를 외부로 방출하고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멀리 있던 미하엘이 섬뜩함을 느낄 정도였다.
미하엘로서는 어떻게 해야 그럴 수 있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토벌도 끝났으니까 형한테 많이 배워야겠다.’
저번 날, 데미안 학센에게 받았던 가르침은 미하엘 라이언블룸의 경지를 크게 높였다.
데미안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단기간에 미들클래스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에 형한테 배우면 하이클래스로 갈 수 있는 단초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
미하엘 라이언블룸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끄아아아악!”
느닷없이 들려온 비명소리가 미하엘의 상념을 깼다. 미하엘은 깜짝 놀라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처참한 광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바닥에 엎어진 채 비명을 토해 내는 흑마법사를 말이다.
“제, 제발 그만! 아아아악! 끄아아아악!”
흑마법사는 눈동자를 뒤집은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미하엘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 광경을 쳐다봤다.
흑마법사의 몸에는 어떤 고문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대체 왜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정도로 아파하면 안 되는데. 아직 보여 줄 게 더 남아 있거든.”
데미안 학센이 손가락으로 여인의 등판을 찍었다. 여인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차, 차라리 죽여! 죽여 달란…… 아악! 아아아악!”
흑마법사를 쳐다보던 미하엘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이 등을 찌르자마자 전신의 근육이 뱀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육안으로 확연하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근육이 꿈틀거릴 때마다 여인의 비명소리가 찢어질 듯 커졌다.
“아악! 아아악!”
“잘 안 되는군. 아까 그게 아니라 이렇게 해야 했나?”
데미안이 흑마법사의 어깨를 찍자, 이제는 관절이 끔찍하게 비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흑마법사는 비명소리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분근착골……?’
예전에 후작가의 기사들이 죄인에게 행하던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상대방의 신체에 마력을 불어넣어서 인위적으로 근육과 관절을 비틀리게 하는 고문법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제국의 최고 고문기술자들이 만들었고, 반역이나 세작 등의 극악 범죄자들을 심문하기 위해서 고안되었다고 했다.
‘아니야, 분근착골과는 다른데.’
분근착골은 상대방의 신체에 계속 접촉해야 했다.
하지만 데미안의 경우에는 손가락으로 찌르는 것만으로 고통을 주고 있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분근착골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기술이었다.
“제발! 멈춰 달라고! 제발! 그냥 죽여 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말하면 된다. 어떤 방법으로 수도에 있는 동료와 소통을 했지?”
“그, 그냥 편지로…… 편지로 했다니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그딴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끄아아아악!”
데미안이 다시 흑마법사의 몸을 손가락으로 찍었다.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그 끔찍한 소리에 미하엘은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저 기술이 아니었다.
“말해라. 그럼 이 고통을 멈춰 주겠다.”
흑마법사를 고문하면서 웃고 있는 데미안이었다.
데미안의 미소에서는 즐거움이 선명하게 묻어나왔다. 마치 이 순간이 즐거워 미치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 점이 미하엘 라이언블룸을 참기 힘들 만큼 두렵게 만들었다.
“데, 데미안 형…….”
미하엘이 조심스럽게 데미안을 불렀다. 데미안은 흑마법사의 신체를 손가락으로 찌르려다가 멈췄다.
“오크랑 오우거는 다 처리한 거냐?”
“다, 다 끝났어요. 다 끝났는데…….”
미하엘은 마른침을 삼켰다. 여전히 비명을 토해 내고 있는 흑마법사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계, 계속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그,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요.”
거기까지 말하고 미하엘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흑마법사를 옹호하다니. 교단에서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일이었다.
“충분…… 충분이라…….”
다행히 데미안 학센은 미하엘의 행동을 트집 잡지 않았다. 대신 질문했을 뿐이었다.
“설마 이 녀석들을 동정하고 있는 거냐?”
“그게 아니라…….”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그만큼 데미안이 분근착골을 사용하는 모습은 끔찍했으니까.
“쓸데없이 감정을 낭비하고 있구나. 마침 좋은 기회니까 알려 주도록 하마. 흑마법사라는 족속들이 어떤 놈들인지 말이야.”
데미안이 민머리 여인의 목을 손가락을 찍었다. 그러자 근육이 잠잠해졌다.
고통이 사라지자 비명소리도 멈췄다. 민머리 여인은 바닥에 엎드린 채 숨을 헐떡였다.
“오크들을 부리는 흑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어떤 대가를 치렀지?”
“그건…… 그러니까…….”
민머리 여인이 숨을 헐떡였다. 고통에서 해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대답이 늦어지는 걸 보니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보군.”
“제, 제물…… 제물을 바쳤어요! 오, 오크들한테 사, 사람들을 던져 주고…… 자, 잡아먹을 때 흑마법을…… 흑마법을 걸어서 종속시켰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지?”
“사, 삼백 명! 삼백 명이에요! 화, 화전민 마을을 도, 돌아다니면서 제, 제물을 구했어요!”
민머리 여자의 말에 미하엘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삼백 명이나 되는 화전민을 오크들한테 던져 줬다고? 그들이 잡아먹히는 동안 종속 마법을 걸었다고?
“다음은 너다. 독을 만들기 위해서 무슨 짓을 했지?”
데미안이 초췌한 인상의 여인을 쳐다봤다. 여인은 우물쭈물했다.
“대답이 들리지 않는군.”
“저, 저는 마, 많이 죽이지 않았어요! 새, 새로운 독을 시험할 때만 사람을 납치했어요!”
“사람을 납치하고 독을 시험했다?”
“예, 예! 그, 그렇지만 저, 저는 시험체를 낭비하지 않았어요! 주, 죽을 것 같으면 어떻게든 살려 놓고 또 사용했어요! 저, 정말이에요!”
미하엘 라이언블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즉, 사람을 강제로 살려서 계속 독 시험에 써먹었다는 소리였다.
실험체가 된 사람은 분명히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으리라.
“미하엘, 이제 알겠나? 흑마법사란 다 이런 것들이다. 동정할 가치가 없다.”
데미안의 말에 미하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만 물러나라. 아직 이 녀석들한테 캐내지 못한 정보가 아주 많거든.”
데미안이 말을 마치자마자 미하엘은 멀찍이 물러났다.
흑마법사가 얼마나 끔찍한 자들인지는 잘 알겠다. 하지만 미하엘은 걱정스러웠다.
흑마법사들을 고문할 때, 데미안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잊혀지질 않았다.
미하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 * *
“데미안 경, 그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월넛 성으로 돌아온 데미안은 올리버 애플에게 진실을 알렸다.
“숙부님께서 흑마법사와 손을 잡았고…… 그들을 이용해서 토벌을 실패하게 만들어서 절 궁지로 몰아넣을 계획이셨다고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왕제 각하께서 해결하셨던 모든 사건은 이 흑마법사들이 벌인 자작극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진실에 올리버 애플은 몸을 비틀거렸다.
“대, 대체…… 대체 왜 그런단 말입니까? 대체 왜…….”
“정답은 저하께서도 알지 않으십니까.”
데미안의 말에 올리버 애플은 표정을 굳혔다.
“왕위 때문이군요…….”
올리버 애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데미안 경,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저하께서 하실 일은 단 하나뿐입니다. 진실을 폭로하고, 왕제 각하를 실각시키는 것입니다.”
그 말에 올리버 애플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올리버 애플은 숙부를 존경했다. 그 당당함과 뛰어난 능력을 동경했다.
가족이자 존경의 대상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저하, 정신을 차리십시오. 지금은 갈등하실 때가 아닙니다.”
그런 올리버 애플을 데미안이 다그쳤다.
“알렉산더 애플은 왕족이면서 흑마법사와 손을 잡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왕국에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저하를 해치려 했습니다.”
데미안의 말이 맞았다. 알렉산더 애플은 선을 넘은 지 한참 오래되었다.
그런 인간을 상대로 동정심을 베푸는 것은 어리석다 못해 정신 나간 짓이었다.
“……데미안 경의 말이 맞습니다. 알렉산더 애플은 왕국의 혼란을 초래한 대역죄인일 뿐입니다.”
올리버 애플이 흑마법사들을 돌아봤다. 흑마법사들은 오랜 고문으로 인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저들을 데리고 가서 모든 진실을 폭로하겠습니다.”
단호한 대답에 데미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훌륭한 결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알렉산더 애플을 몰아놓을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알렉산더 애플이 흑마법사와의 관계를 부정하고, 저희들이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데미안의 말에 올리버 애플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 놓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증거나 증인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저에게 마침 괜찮은 계획이 하나 있습니다.”
데미안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오래되어서 누리끼리한 양피지였다.
“흑마법사들이 서로 의사소통하기 위해서 사용한 마도구입니다. 저들을 심문한 끝에 이것의 사용법을 알아냈습니다.”
데미안이 올리버 애플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올리버 애플이 큰소리로 웃었다.
“그거 재미있겠네요. 데미안 경의 의견대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