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9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98화
98화 증거 (2)
알렉산더 애플은 자신의 영지에서 토벌대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듣고 있었다.
희소식만 들려오는 통에 알렉산더 애플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레오나, 토벌이 거듭 실패하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제 동생들에게 전달받았습니다.”
“으하하핫, 그거참 기쁜 소식이로군.”
레오나에게는 흑마법으로만 작동하는 통신 마도구가 있었다. 그 마도구를 통해서 꾸준히 현장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흑마법사들이 전해 온 바에 의하면 현재 토벌대의 상황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오크들만 있는 줄 알고 돌진했다가 오크워리어에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성에 독을 흩뿌린 덕분에 기사들의 체력과 사기가 크게 저하되었으며.
멋모르고 숲으로 돌진했다가 오우거에 의해서 학살 당하기까지 했다.
“올리버, 그 얼간이가 언제쯤 토벌을 포기할 것 같은가?”
“동생들의 의견에 의하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길어야 3일 이내일 거라고 하더군요.”
“좋군. 아주 좋아.”
레오나의 예상은 정확했다. 3일 뒤, 왕성에 파발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죄인이 고합니다. 오크 무리의 저항이 너무 거센데다 정체 모를 전염병이 도는 바람에 기사들의 피해가 크고…….
전서에는 자신을 변호하는 구구절절한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토벌에 실패했다는 뜻이었다.
“으하하핫, 크하하하핫!”
소식을 들은 알렉산더 애플은 크게 기뻐했다. 살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웃은 적은 처음이었다.
“그 얼간이 같은 놈! 과분한 욕심을 부리더니 결국 실패하고 말았구나!”
“각하,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겠군요.”
“다 그대와 자매들 덕분이지! 이 공훈은 내가 절대로 잊지 않겠네!”
알렉산더 애플은 왕성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하루빨리 왕성으로 가서 올리버 애플의 실패를 비판하고 왕세자 자리에서 내쫓을 생각이었다.
“그대도 함께 가겠는가?”
“동생들이 귀환 중이라…… 그쪽을 먼저 가 봐야 할 듯합니다.”
“그럼 동생들과 합류한 뒤에 왕성으로 오게나! 기다리고 있겠네!”
레오나는 알렉산더 애플보다 한발 먼저 영지를 나갔다.
레오나는 자매들이 통신 마도구로 말한 장소로 향했다.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레오나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레오나는 녹티스, 마리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즐거움도, 슬픔도 모두 공유하는 사이였다.
오랫동안 동생들과 떨어져 지냈으니, 이번에 재회하게 되면 당분간 동생들과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레오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자매가 아니었다.
“제시간에 딱 맞춰서 왔군.”
데미안 학센.
난데없는 손님의 등장에 레오나의 머릿속이 어지럽게 변했다.
* * *
“함정을 팠군요.”
레오나가 짧게 말했다. 데미안 학센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생각보다 머리는 좋군. 그리고 냉정하기까지. 난 대답이 나올 때까지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레오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사실 아직도 동요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이 눈앞에 있는데 약점을 보일 수는 없었다. 최대한 냉정한 상태를 가장했다.
“설마 지금까지 동생들에게 왔던 모든 통신이 가짜였던 건가요?”
“똑똑하군.”
그 말에 레오나는 아찔함을 느꼈다.
처음부터 적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언제부터 저희의 존재를 알고 있었죠?”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
데미안이 짧게 말했다. 자세하게 이야기해 줄 생각이 없어 보였기에 레오나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동생들은 어디에 있죠?”
“돌려받고 싶나? 그럼 이쪽의 질문에 대답해 줘야겠어.”
레오나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줄곧 협박을 하는 쪽에 있었다. 이렇게 협박을 당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대신 동생들의 안전을 보장해 줘야겠어요.”
“역겹군.”
난데없이 데미안이 그렇게 말했다. 레오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흑마법사 같은 인간말종들이 가족을 챙기는 꼬라지를 보니까 토할 것 같아서 말이야.”
데미안의 매도에도 레오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흑마법사로 살려면 이 정도 모독에는 무덤덤해져야 했다.
“알렉산더 애플에게 접근한 이유가 뭐지?”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어요. 우리 자매가 안전하게…….”
“거점? 애플 왕국에 판데모니엄의 거점을 만들 생각이었나?”
데미안의 말에 레오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들이 심문을 당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그것까지 말할 줄은 몰랐다.
“……맞아요. 판데모니엄의 거점을 만들기 위해서 알렉산더 애플과 손을 잡았어요.”
“거짓말이군.”
데미안이 딱 잘라서 말했다.
“판데모니엄은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조직되었다. 다른 왕국에 판데모니엄 소속 흑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낸 경우는 있어도 거점을 만들지는 않아.”
그 말에 레오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게다가 판데모니엄 소속 흑마법사들은 항상 잘 보이는 곳에 표식을 새기고 다니지. 하지만 너한테는 표식이 보이지 않는군.”
레오나는 섬뜩함을 느꼈다.
판데모니엄은 굉장히 은밀한 조직이었다. 그렇기에 역설적이게도 가장 유명하면서 가장 알려진 것이 없는 조직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남자는 판데모니엄에 대해서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내 추론을 말해 줄까? 넌 판데모니엄 소속이 아니야. 후보일 뿐이지.”
이마저도 정확했다. 레오나가 느끼는 섬뜩함이 더욱 커졌다.
“판데모니엄에 소속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악행을 저질러야 한다. 너는 판데모니엄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번 일을 기획했을 거야.”
“……판데모니엄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거죠?”
“질문은 나만 한다.”
데미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레오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알렉산더 애플과는 언제부터 손을 잡았지?”
“……5년 정도 됐어요.”
“어떤 방법으로 알렉산더 애플을 도왔지?”
“대단한 걸 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우리가 사건을 일으키면 알렉산더 애플이 처리하는 식이었죠.”
“그걸 반복하면서 알렉산더 애플의 세력과 영향력을 키웠군.”
데미안 학센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버 저하의 토벌은 왜 방해한 거냐.”
“알렉산더 애플이 왕위를 원했거든요. 올리버 애플이 토벌에 실패하면 그걸 트집 잡아서 왕세자 자리에서 내쫓으려고 했어요.”
레오나는 순순히 대답했다. 어차피 동생들이 다 말했을 게 뻔했다. 괜히 숨기겠다고 머리를 굴려 봤자 좋을 게 없었다.
“이 정도면 질문에 많이 대답한 것 같은데. 이제 동생들을 풀어주세요.”
“성실하게 임해 줘서 고맙군. 미안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
레오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차피 그녀도 데미안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답을 한 이유는 나름대로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였다.
대답하는 동안 레오나는 몰래 흑마력을 퍼트려서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데미안 혼자만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정도 진실이라면 알렉산더 애플을 확실하게 몰락시킬 수 있겠군.”
“글쎄요. 그게 가능할까요?”
레오나가 흑마력을 방출했다. 그녀의 발밑에 무수한 마법진이 떠올랐다.
“동생들의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지?”
“당신한테 끌려다녀 봤자 동생들을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죠. 그럴 바에는 여기서 당신을 죽이고 내 능력으로 동생들을 구하는 게 나아요.”
레오나가 몸을 담고 있는 학파는 파멸학파였다.
흑마법 중에서도 최고의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는 학파였다.
레오나의 손짓 한 번이면 눈앞에 있는 남자를 숯덩어리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었다.
“너무 쉽게 죽이는 것 같아 아쉽지만…… 상황이 급하니 어쩔 수 없죠.”
레오나가 손가락을 튕겼다. 바닥에 깔린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한 자루의 칼날이 날아와 마법진 위에 꽂혔다.
폭음과 함께 지면이 부서졌다. 그 바람에 마법진이 소멸했다.
“꺄악!”
레오나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그 직후, 칼이 꽂힌 자리에 누군가 내려앉았다.
그 남성의 얼굴을 본 순간, 레오나는 경악하며 소리쳤다.
“리암 블루그린!”
* * *
오크 무리를 모두 물리쳤지만 데미안은 금방 귀환하지 않았다.
흑마법사의 통신 마도구를 이용해서 거짓된 소식을 전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알렉산더 애플과 그 곁에 있는 흑마법사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서였다.
“리암 블루그린 경에게는 저하께서 찾아가 주셔야겠습니다.”
“저만 믿으세요. 리암 경을 꼭 설득하겠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올리버 애플을 리암 블루그린에게 보냈다.
“……토벌에 힘쓰셔야 할 분이 이곳에는 왜 오신 겁니까.”
처음에 리암 블루그린은 그의 방문을 반기지 않았다.
왕세자라고 해도 자신은 알렉산더 애플의 사람이다. 이런 독대는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리버 애플이 얘기하는 진실을 들으며 점점 표정이 변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알렉산더 각하께서 왜 그런 짓을 벌인단 말입니까!”
물론 리암 블루그린은 처음에 올리버 애플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애초에 리암 블루그린은 올리버 애플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구제불능의 망나니라 생각하여 모든 희망을 놓아 버렸다.
오직 애플 왕국의 앞날을 걱정하던 그였기에, 약간의 절차는 어긋나도 무방하다고 생각했었다.
그 대신 찾아간 사람이 바로 알렉산더 애플이었다.
그라면 국왕의 뒤를 이어서 훌륭한 왕이 될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플 왕국을 더 크게 발전시키는 데 공헌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알렉산더 애플이 흑마법사와 손을 맞잡고 각종 사건을 일으켰다는 말을 들었으니 믿을 리가 없었다.
“그러실 줄 알고 증거를 가져왔습니다.”
올리버 애플은 이번에 사로잡은 흑마법사 두 명을 데려왔다.
리암 블루그린은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흑마력에 안색을 굳혔다.
“……이들이 오크 무리와 함께 있었단 말입니까?”
“제 말이 못미더우시면 미하엘 경과 다른 기사들에게 물어보십시오.”
리암 블루그린의 얼굴에 갈등이 떠올랐다. 그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좀처럼 결정하지 못했다.
올리버 애플은 데미안에게 들은 마지막 말을 전했다.
“아직 판단이 서지 않으신다면 이곳으로 와 주십시오. 그러면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실 겁니다.”
올리버 애플은 리암 블루그린에게 데미안 학센이 있는 장소를 알려 줬다.
리암 블루그린이 도착했을 때, 데미안 학센은 한창 레오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알렉산더 애플과는 언제부터 손을 잡았지?”
“……5년 정도 됐어요.”
“그동안 어떻게 알렉산더 애플을 도왔지?”
“대단한 걸 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우리가 사건을 일으키면 알렉산더 애플이 처리하는 식이었죠.”
“그걸 반복하면서 알렉산더 애플의 세력과 영향력을 키웠군.”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내내 리암 블루그린은 현기증을 느꼈다.
“너무 쉽게 죽이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상황이 급하니 어쩔 수 없죠.”
하지만 갈등만 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좋지 못했다. 리암 블루그린은 황급히 마법진을 향해 검을 던졌다.
마력이 가득 담긴 장검에 의해서 땅이 박살이 났다. 마법진이 지워지며 흑마법의 발현이 취소되었다.
리암 블루그린은 검이 꽂힌 자리로 내려앉았다. 검을 뽑아내며 데미안을 돌아봤다.
“이걸 보여 주고 싶어서 저하를 내게 보낸 것인가?”
“그렇습니다. 꽤 흥미로운 내용 아니었습니까?”
데미안의 말에 리암 블루그린이 착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선 흑마법사를 붙잡고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리 말하며 리암 블루그린이 흑마법사를 돌아봤다. 흑마법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날 붙잡겠다고? 그게 그렇게 쉬울 것 같아?”
흑마법사가 대량의 흑마력을 방출했다. 그 순간, 리암 블루그린의 몸이 사라졌다가 흑마법사의 앞에 나타났다.
“……컥!”
그리고 흑마법사의 턱을 움켜잡았다. 주문을 외우지 못하도록 턱을 뺐다. 수인을 맞지 못하도록 두 손을 완전히 으스러트렸다.
“끄윽! 끄으으윽!”
흑마법사는 바닥에 엎어진 채 고통스러워했다. 리암 블루그린은 그녀의 목덜미를 내리쳐 즉시 기절시켰다.
“……다음 계획은 뭐지?”
리암 블루그린이 데미안을 돌아보며 물었다. 데미안이 턱짓을 하며 대답했다.
“왕성으로 가서 알렉산더 애플에게 죄를 물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