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9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99화
99화 증거 (3)
“전하! 이번 일은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됩니다!”
왕성에 도착한 알렉산더 애플은 같은 파벌의 귀족들을 데리고 알현실로 향했다.
“토벌 실패로 인해서 낭비된 비용이 얼마며, 희생된 기사들은 또 몇 명입니까!”
국왕은 말없이 알렉산더 애플의 말을 듣고 있었다. 무척 비통한 얼굴이었다.
“아무리 왕세자라 하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입니다!”
“알겠다. 그 아이가 돌아오거든 단단히 혼을 내도록…….”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알렉산더 애플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전하께서도 이제 인정하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올리버, 그 아이는 왕세자라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국왕이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알렉산더 애플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냉정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먼 훗날, 그 아이가 왕위를 물려받았을 때,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말입니다.”
국왕은 알렉산더 애플이 데려온 귀족들을 돌아봤다. 귀족들은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알렉산더 애플의 말에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전하,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알렉산더 애플이 다시금 소리쳤다. 국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국왕이 말문을 열었다.
“……네 말이 맞네. 올리버는 왕위를 물려받을 만한 재목이 아니야.”
국왕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을 때, 알렉산더 애플의 눈동자에서 희열이 떠올랐다.
“그 아이를 왕세자에서 폐…….”
그때였다.
“전하! 잠시만 멈춰 주십시오!”
알현실의 문이 활짝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을 본 알렉산더 애플이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올리버? 네가 어떻게 여기 있는 것이냐.”
“숙부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올리버 애플의 인사에 알렉산더 애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자신의 앞에만 서면 쩔쩔매던 조카가 갑자기 달라졌다.
그 당당한 태도가 미묘하게 거슬렸다.
“토벌에 실패한 주제에 당당하기 짝이 없구나!”
알렉산더 애플은 불쾌감을 참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참을 필요가 없었다.
“이번에는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전하께서도 이번 실패의 책임을 너한테 묻겠다고 약속을…….”
“토벌이라면 성공했습니다.”
올리버 애플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 말에 알렉산더 애플은 물론이고 국왕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성공했다고? 그게 정말이냐?”
“예, 그렇습니다.”
“무슨 소리냐. 실패했다고 전서를 보내지 않았더냐!”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때, 알렉산더 애플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는 듯이 소리쳤다.
“어디서 거짓을 고하고 있는 게냐! 전하, 속으면 안 됩니다! 실패의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데미안이 앞으로 나오더니 국왕과 알렉산더 애플이 보는 앞에서 커다란 보따리를 뒤집었다.
굵은 송곳니가 우르르 쏟아졌다. 그 엄청난 양에 국왕은 경악했다.
“이, 이게 무엇이냐!”
“이번 토벌에서 저희가 처치한 오크와 오우거의 송곳니입니다.”
데미안이 빈 보따리를 뒤로 휙 던지며 말했다.
“보다시피 모두 송곳니입니다. 네 쌍에 한 마리죠. 저희가 얼마나 많은 오크와 오우거를 죽였는지 감이 잡히십니까?”
국왕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송곳니를 쳐다봤다. 다른 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대체 왜 실패했다는 거짓 보고를 올린 것이냐?”
국왕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올리버 애플이 목소리를 높여서 대답했다.
“국가와 왕실을 농락한 죄인을 고발하기 위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죄인이라고? 그게 대체 누구냐.”
올리버 애플이 알렉산더 애플을 가리켰다.
“바로 숙부님이십니다.”
그 순간, 알렉산더 애플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지만, 애써 억누르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올리버, 그게 무슨 소리냐! 어째서 내가 죄인이란 말이냐. 내가 국가를 위해서 얼마나 헌신했는지 너도 알지 않느냐.”
올리버 애플이 손짓했다. 기사들이 포승줄에 묶인 여인 세 명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들의 얼굴을 본 순간, 알렉산더 애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숙부님께서는 흑마법사들과 결탁하여 왕국에 각종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그걸 본인이 토벌한다는 명목하에 세력과 영향력을 키우셨죠.”
알렉산더 애플의 눈동자가 핑핑 돌았다. 이내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전하! 모함입니다! 저는 저들이 누구인지 전혀 모릅니다!”
국왕은 혼란스럽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실패한 줄 알았던 토벌이 사실은 성공했다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알렉산더 애플이 흑마법사와 결탁했단다.
알렉산더 애플은 믿음직스러운 동생이었다. 국왕은 올리버의 말을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전하! 올리버 애플은 토벌에 실패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꾸며내고 있습니다. 당장 체포하여 왕실의 체면을 세우셔야 합니다!”
“올리버 저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올리버 애플의 뒤쪽으로 향했다. 그곳을 본 알렉산더 애플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리암 경?”
리암 블루그린이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여기 있는 이 흑마법사는 제게 사로잡히기 전에 알렉산더 애플 각하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실토했습니다.”
리암 블루그린이 흑마법사 중 한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리, 리암 경!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나, 나는 무고하네!”
“각하, 더 이상 숨기셔도 소용없습니다. 이미 제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올리버 애플 혼자만 주장했으면 모를까 리암 블루그린까지 동참했다.
리암 블루그린은 애플 왕국의 몇 없는 하이클래스이자 왕실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는 기사였다.
그런 인물이 올리버 애플을 옹호하자 저울추가 한쪽으로 확 기울었다.
“……병사들은 들어라. 알렉산더 애플을 당장 체포하라.”
국왕이 병사들을 향해서 명령을 내렸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알렉산더 애플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전하, 아니 형님! 실수하시는 겁니다! 제가 아니라 저런 얼간이들의 말을 믿으시다뇨!”
알렉산더 애플이 필사적으로 항변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알렉산더 애플을 빠득 이를 갈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을 본 리암 블루그린이 말했다.
“각하, 기사단을 부를 생각이라면 포기하십시오. 이미 제가 제압해 놨습니다.”
리암 블루그린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알렉산더 애플이 큰 충격을 받은 얼굴로 소리쳤다.
“리암 경, 어째서 이러는가! 자네는 날 지지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예, 그랬죠. 저는 진심으로 각하야말로 왕국의 미래를 책임질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럼 대체 왜……!”
“그렇다고 흑마법사와 동맹을 맺은 자를 국왕으로 추대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정론에 알렉산더 애플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각하, 순순히 체포되십시오. 그게 각하의 명예를 위한 일입니다.”
알렉산더 애플은 이를 갈며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다 끝났군.”
알렉산더 애플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죄를 인정하시는 것입니까?”
“인정하지 않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어 보이는군. 그래, 모두 사실이다.”
그 말에 국왕이 몸을 비틀거렸다.
“대체 왜…… 왜 그런 짓을 벌인 것이냐!”
“형님, 왜 모른 척하시는 겁니까. 모든 건 형님이 원흉이잖습니까.”
알렉산더 애플이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어릴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선왕께서는 우리 둘 중에서 우수한 사람을 왕세자에 앉히겠다 하셨죠. 그래서 저는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알렉산더 애플의 말이 이어졌다.
“일찍이 기사로 인정받던 저에 비해서 형님은 어떠셨습니까? 왕성에서 책만 뒤적이고 계셨죠. 누가 봐도 형님이 아니라 제가 왕위에 올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형님을 왕세자로 임명했습니다.”
알렉산더 애플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
“그래도 아버지의 결단이시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참았습니다! 하지만 저 얼간이 자식…… 올리버가 태어나면서 제 인내심도 바닥이 났습니다!”
알렉산더 애플의 시선이 올리버 애플에게 향했다.
“외동이라는 이유만으로 편하게 왕세자 자리를 꿰찬 주제에 망나니 짓이나 하면서 시간을 허비한 멍청한 자식! 하지만 형님께서는 저 멍청이를 계속 왕세자 자리에 앉혀 두셨죠!”
올리버 애플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처음으로 들은 숙부의 속마음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그 꼬라지를 보고 있던 제 심정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십니까? 속에서 용암이 끓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흑마법사와 손을 잡았다는 거냐?”
“예! 그들의 힘을 빌려서 제 세력을 키웠습니다! 지지하는 세력을 끌어모았죠! 모든 것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는데!”
알렉산더 애플이 데미안을 돌아봤다.
“너! 네가 다 망쳐 버렸다! 모든 건 네가 원흉이야!”
“그럼 좀 더 잘하시던가요.”
데미안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에 알렉산더 애플의 표정이 멍해졌다.
“뭐, 뭐라고?”
“계획을 좀 더 철저하게 세우던가 할 것이지. 실패해 놓고 왜 나한테 분풀이를 하는 겁니까. 선대 국왕께서 왜 댁을 왕세자에 앉히지 않았는지 알겠군요.”
데미안의 말이 이어질수록 알렉산더 애플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말조심해라. 지금 네가 누구를 마주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냐.”
“역모죄를 저지른 죄인을 마주하고 있죠. 이제 곧 감옥에 들어가서 처형 날만 기다리실 분이 말 한번 더럽게 많으십니다.”
그 순간, 알렉산더 애플의 분노가 극에 달았다. 허공에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내 손에 돌아와라!”
한 자루의 검이 벽을 뚫고 알렉산더 애플의 손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유물검 가시나무였다.
“각하, 설마 저항할 생각입니까?”
리암 블루그린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리암 경, 잊었나 본데. 나도 이제 하이클래스야.”
“하이클래스라고 모두가 똑같은 수준은 아니지요.”
경지가 높아질수록 그 안에서 격차는 커졌다.
로우클래스 양끝단보다 미들클래스의 양끝단이 더 길었다. 마찬가지로 그보다 하이클래스의 양끝단이 훨씬 길었다.
리암 블루그린은 오래 전에 하이클래스에 올랐다. 그 이후로도 수련에 매진하여 더욱 강해졌다.
유물검의 힘을 빌려서 경지를 높인 알렉산더 애플 따위와는 격이 달랐다.
“과연 그럴까?”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건만 알렉산더 애플은 여유만만했다.
“얼간아. 자고 있을 때가 아니다. 빨리 일어나라.”
그러다 별안간 이상한 소리를 했다.
“내 말이 안 들리는 거냐? 네 힘이 필요하단 말이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둘 다 죽는다.”
리암 블루그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봐도 맥락에 어긋난 소리였다.
“지금 누구와 대화를 나누고 계시는…….”
그때였다.
알렉산더 애플이 쥐고 있던 가시나무검의 크로스 가드에 입이 생겨났다.
“허, 허억!”
“저, 저게 대체 뭐야!”
다들 깜짝 놀라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리암 블루그린도 놀란 표정을 짓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멍청아, 내가 뭐라고 했어. 난 해가 지기 전에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지.
“얼간이 같은 놈. 지금이 자고 있을 상황으로 보이냐?”
-케헥, 별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 떨기는.
검이 말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알렉산더 애플과 검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기괴한 광경에 사람들은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딱 한 명은 예외였다.
‘역시 유물검이 아니었군.’
데미안은 저 말하는 검의 정체를 금방 꿰뚫어 봤다.
저번에 느꼈던 위화감은 착각이 아니었다. 저건 유물검이 아니다.
‘마검이었어.’
악마의 조각이라 불리는 저주받은 물건이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