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386
제4장 식민지 프로젝트 (2)
“이건 도대체?”
“너무 사람들을 풀어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선에서 살아 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인권을 운운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쓸어버려야 하나.”
“그랬다가는 역효과가 나요.”
샤렐이 말렸다.
그녀는 카렌 대륙과 이곳의 정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분명히 자발적인 참여라고 하였는데?”
“믿지 않는 것이죠.”
“그것이 문제였나.”
한성의 정책은 분명히 자유 의지를 중요시한다고 말했지만,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 범죄자들을 강제적으로 동원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샤렐이 걱정하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이렇게 되면 문제인데.”
“가서 해결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어떤 식으로?”
“계획을 엎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간단하게 말인가?”
“세계 각지에서 반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끄응.”
한성은 머리를 짚었다.
역시나 정치는 한성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다. 그냥 적들을 쓸어버리는 것이 낫지, 인권을 중시하는 지구에서의 정치는 한성에게 맞지 않았다.
“강행할 수는 없겠지?”
“어떤 충격을 주지 않는 이상은 안 됩니다. 게다가 그리 막 나가면 통제력을 잃을 가능성도 적지 않죠.”
한성은 옷을 챙겨 입는다.
“미안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한성은 다시 집을 나서기로 하였다.
총독관저 앞에는 [인권 보장!]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한성은 내심 그들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 빠진 것을 구해 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구나.”
“그런 것이 인간의 속성이죠.”
관저에는 행정부 관료들이 대부분 나와 있었다.
그들은 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하기도 전에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한성은 회의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지금 세계적으로 상황이 어떻지?”
“한국에만 대략 10만 이상이 들고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찌 해결해야겠나?”
“두 가지가 있어요.”
행자부의 2급 관료 나예라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엘리트 출신으로 오래전에 행시를 보고 관리가 되었다가 세계가 멸망하면서 지하세계에서 하급 관리로 활동했다.
그곳에서 여러 가지 성과를 내며 2급 관리로 올라온 입지전적인 여인이었다.
그녀의 대안은 명쾌했다.
“위협과 수긍이죠.”
“위협과 수긍이라.”
“이전처럼 운석을 떨어뜨린다고 위협한다든가, 마족들로 위장한 병력을 배치하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A플랜이죠.”
“B플랜은?”
“발표를 철회하는 것입니다.”
“그건 각하의 이미지에 좋지 않습니다.”
오창진의 말이었다.
그는 카렌 대륙과 이곳을 오가면서 대륙의 정치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명예를 중시한다.
한성이 발안을 철회한다면 상당한 문제가 또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그렇다면 잠시 보류하시죠?”
“보류라?”
“예. 보류하신 후에 다른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하는 거죠.”
“차선책이 있나?”
“AI로봇을 양산한다거나 골렘을 이용한다거나.”
가만히 앉아 있던 카이너스가 입을 열었다.
“골렘과 로봇이라?”
“간단한 노동이라면 가능하지. 아예 스켈레톤을 사용한다거나.”
“그럴 수는 없지.”
스켈레톤을 사용하는 것은 마족이나 하는 일이었다. 죽은 사람을 일으켜 일을 시킨다면 반발은 더 심할 것이다.
“거 참, 갑갑하네. 그냥 반 정도 인구를 줄이지?”
카이너스의 말에 행정부 관리들이 기겁하였다.
“그건 말이 안 돼요!”
“관리가 안 되잖아. 관리가.”
그녀는 혀를 찼다.
관리가 안 되는 것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구를 줄이자는 살벌한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일단 나가 보도록 하지.”
“알겠어요.”
한성은 두 가지 방법을 전부 사용하기로 하였다.
웅성웅성.
사람들은 총독 관저 앞에 모여 시위하고 있었다.
한성은 그들 앞에 섰다.
말없이 서 있자 점점 사람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어쨌거나 이 세계는 한성이 존재함으로서 버티는 것이었다.
한성이 사라지면 지구도 멸망할 것이라는 사실을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 이미 아차 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망입니다.”
“…….”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대책을 말씀해 보십시오. 최악의 식량난과 물자를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요. 한 겨울에 얼어 죽으시렵니까? 땔감도 없는 판국에.”
“그것은…….”
사람들은 대답하지 못하였다.
한성의 말은 지당한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한성이 제시한 방법은 필요악이라 말할 수도 있었다.
어차피 범죄를 저질렀으니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었다. 노동교화제라는 제도도 오래전에는 존재했었다.
물론 비인간적인 방법이기는 하였지만, 이번에는 자유 의지가 반영이 된 것이었다.
시위대 대표가 앞으로 나온다.
“홍준대라고 합니다.”
“오래전에 대전 시장이셨던 분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이번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촤르르륵!
기자들이 거침없이 플래시 터뜨린다.
그들의 대화는 전 세계로 방송될 것이었다.
“말씀해 보시죠. 대체 어떤 대책이 있어 이런 짓을 벌였는지. 다 같이 죽자는 뜻은 아닐 테고.”
“마법적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인권이 보장될지도 모르고요. 그런 노동 형은 상당한 폐단을 만들어 냅니다. 역사가 증명하고 있죠.”
“그래서 멸망해도 좋다?”
“다른 방법이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차라리 임금을 주고 노동자들을 고용하거나 병력을 이용하는 방법이지요.”
“병력을 이용했다가 마족이 쳐들어오면요? 그때는 전 시장께서 책임지실 겁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대책도 없이 일을 벌였다는 뜻이로군요. 인권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생존을 등한시하겠다는 뜻이로군요. 이런 식으로 행정부에 반발하면 곤란합니다. 제가 뭐 좋아서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본인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강구할 수 있었을까요? 이제 카렌 대륙에서는 지원이 불가합니다. 그곳도 피폐해지기 시작했거든요. 당장 먹을 것과 땔감이 없으면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겁니다.”
“…….”
그는 대답하지 못하였다.
한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가시죠.”
일단 홍준대는 자리로 돌아간다.
한성이 그들 앞에 선다.
“제 목표는 모두의 생존입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다소 가혹한 방법도 사용합니다. 이에 이견이 있으시면 정확한 해결책을 들고 오세요. 인권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요. 저도 지칩니다. 가끔 이럴 때는 그냥 다 때려치울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오직 생존을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바라는 것이 많으니까요. 그럴 바에는 그냥 혼자 사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성은 잠시 불만을 토로했다.
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누구를 위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인데 사람들은 알아주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알아주기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최소한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저는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범죄자들의 자유 의사를 중시한다고요. 그 조사는 민간에서 진행해도 됩니다. 그리고 로봇이나 골렘의 개발은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병력은 뺄 수 없습니다. 언제 마족이 쳐들어올지도 알 수 없고 치안 유지에 사용되는 병력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시 갱들이 설치게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한성은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는 민간에 조사를 의뢰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라면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었다.
“더 이상 남아 계시면 무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끝까지 저항한다면 사살합니다.”
“……!”
“본인들의 의지로 전제 왕정이 되고자 하였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하야를 하고 행정부를 해산하지요. 그리고 저는 카렌 대륙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으음.”
“돌아가십시오.”
한성은 강력하게 말했다.
그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렇게까지 말하자 더 이상은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사람들은 해산하기 시작이었다.
다만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다다다다!
병사들이 배치되기 시작하였다.
“해산시키고 극렬분자들은 감옥에 가두도록 해라.”
“옛, 각하!”
강제 진압이 시작되었다.
한성은 사태를 주시하였다.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것은 한성이 집권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언제 마족들이 쳐들어와 멸망을 할지 몰랐으므로 이런 운동을 펼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마족들이 물러난 것으로 여긴 사람들이 인권 운동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였던 것이다.
한성은 늦게까지 총독부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각하! 진압이 완료되었습니다!”
“사망자는?”
“전 세계적으로 수십 명 정도 발생했습니다.”
“기자들은?”
“통제했습니다.”
한성은 정보부에서 들어온 소식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부 2급 참모 정지한은 한성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다.
“그럼 이만.”
오창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잘한 건지 모르겠다.”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더 큰 반발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리되면 쇼를 해야 하지 않겠냐?”
“정치적인 쇼로군.”
“곧 있으면 천사들은 천계로 돌아갈 거야. 카렌 대륙의 병사들도 일부만 남기고 돌아가게 되겠지. 그 이후에 마족들을 등장시켜 위협한다면 해결될 일이지.”
“후후. 정치꾼이 다 되었구나.”
“사는 것이 그런 거지.”
한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 역시 이런 식으로 해결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치인이 되다 보니 다소 과격한 방법도 사용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마 앞으로 상당히 골치가 아플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성은 고개를 흔든다.
그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차후에 생각해야 할 문제였다.
촤륵
한성은 그보다 후보 행성지들을 확인했다.
“일단 다섯 개의 행성이 있다.”
“사람이 살고 있고?”
“그건 몰라.”
이것은 단순한 좌표였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만 알았지 그 이상은 한성으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오창진은 첫 번째 좌표를 고른다.
“이곳으로 가 보자.”
“그러자.”
한성은 A-1으로 명명될 좌표로 오창진과 함께 탐사를 다녀오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