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477
에필로그 (1)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갓 태어난 아이는 금포에 싸여 즉위식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성은 황위를 이 아이에게 물려주고 떠날 예정이었다.
한성은 잔느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준비가 거의 끝나가고 있네요.”
“그렇군.”
“앞으로 못 보는 건가요?”
“내가 약속을 하였지 않느냐. 최소한 10년에 한 번 정도는 내려올 것이라고. 저 아이가 장성하게 되면 너 역시 나와 함께하도록 하자.”
“기다리고 있을게요.”
잔느는 결코 섭섭함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역시나 잔느는 강한 여자였다.
오늘 대관식이 끝나면 앞으로 15년 정도는 잔느가 제국을 다스려야 한다. 신격들은 이제 하늘로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 후에 잔느는 한성과 함께하기로 하였다. 새로운 육체를 만들어 그녀의 영혼을 집어넣고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똑똑!
“들어와.”
시종장이 무릎을 꿇었다.
“준비가 끝났사옵니다.”
“그래. 가 보자.”
한성은 몸을 일으켰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와아아아아!”
화려하기 그지없는 대관식이다.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대관식에서는 수많은 꽃들이 쓰였다.
한성이 칼번 제국의 1대 황제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칼번 1세가 1대 황제가 되는 것이었다. 앞으로 한성의 존재는 설화에서나 볼 수 있게 될 것이었다.
광장까지 긴 융단이 깔려 있었다.
비록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제국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문명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광장에는 테미스의 동상이 우뚝 솟아 있었다.
제국에서는 초대 황제인 한성을 우상시하려 하였지만 그는 그런 정책을 모조리 막았다. 그리되면 목적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테미스가 이 세상의 종교가 되어야 한다.
저벅저벅!
한성은 제단 위로 오른다.
웅성웅성!
약간의 소란은 있었다.
한성은 좌중을 둘러본 후 곧 하늘을 바라본다.
“창조신 테미스여, 인간들의 왕을 축복해 주십시오!”
스아아아아!
하늘에서 빛이 떨어져 내렸고 테미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의 사도여, 그대는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하였다.”
“감사합니다.”
“네 뜻을 받아 칼번 1세에게 무한한 축복의 영광을 내리노라.”
화아아아악!
칼번 1세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갓난아이가 무엇을 알겠냐만은 놈은 그야말로 다이아를 입에 물고 태어난 것이었다. 거기에 창조신의 가호까지 내려졌다.
태어나는 순간 모든 것을 가진 아이.
이제 칼번 1세가 제국을 통치하게 될 것이다.
한성은 잔느를 바라보았다.
“또 보도록 하자.”
“이제 가시는 겁니까?”
“성서의 끝을 맺어야지.”
한성이 중얼거렸다.
모든 임무를 마친 신의 사도가 하늘로 올라간다.
성서에는 신의 아들이자 창조신인 한성이 이 땅에 육신을 입고 내려온 것으로 기록될 것이었다.
한성은 주변을 둘러본다.
‘정이 많이 쌓인 건가.’
어떻게 된 일인지 한성은 그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지구가 아니라 불완전하게 창조된 테미스의 세계에 더 애착이 갔다.
테미스가 말한다.
“슬슬 올라가자.”
“알겠습니다.”
“섭섭하다면 언제라도 내려올 수 있는 것이니까.”
화아아아악!
그들의 몸에서 빛이 발해진다.
쿨렁!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한성은 천계로 이동하였다.
띠링! 띠리리링!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었다.
오늘 한성은 완전히 귀환하였다.
앞으로 지상에 내려갈 날은 많지 않을 것이었다.
테미스가 물었다.
“걱정되나?”
“제국이 번영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아까는 말을 하지 않았네만, 저곳은 미완성이기에 애착이 가는 것이라네.”
“그런가요?”
“자네도 신격이지. 육체는 별다른 필요가 없어. 원한다면 더 좋은 육체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이로써 자네도 한 단계 성장을 한 것이라네.”
“후후. 그렇군요.”
한성은 씁쓸하게 웃었다.
“앞으로 어쩔 텐가?”
“아마 지구에 가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겠군.”
이곳에서 한성은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지구에서의 시간은 그리 많이 흘러가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지구의 문명 재건에 힘을 써야 한다.
“그러지 말고 창조를 해 보는 것이 어떤가?”
“창조를요?”
“지구는 자네가 없어도 잘 돌아갈 것이네. 적이라고 할 것이 없지 않은가? 모든 적은 격멸했고 평화롭지. 거기에 카렌 대륙을 비롯하여 아칸 대륙, A-1이라는 행성에서도 물자를 지원받지 않는가.”
“그건 그렇습니다.”
“창조에 힘을 써도 된다는 뜻이지.”
“아직 저는 힘이 부족합니다.”
“내가 돕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한성은 과연 자신이 신의 영역에 도전을 해도 되는 것인지 궁금해하였다. 아니, 어쩌면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보니 손에 넣게 된 힘이었다.
하지만 이 힘은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혼돈이 나타난다면 이번에는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하하하! 상부상조 하는 거지.”
못 보던 사이에 스승의 영력은 상당히 쌓여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앞으로 그 힘은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다.
스승이 더 성장을 하기 전에 한성도 창조를 이루어 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쉬고 내일 돌아가도록 하세.”
“알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먹고 마시며 즐긴다.
한성은 오늘만큼은 모든 번뇌를 내려놓기로 하였다.
쿨렁!
한성은 지구로 돌아왔다.
아리아는 수련을 위해 테미스의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성은 지구에서의 일을 정리하기로 하였다.
오랜만에 돌아왔지만 지구는 변한 것이 없었다.
그래도 빠르게 발전을 해 가고 있었는데,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문명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한성은 황궁으로 귀환했다.
대전에서는 오창진이 대신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왔냐!?”
오창진이 한성을 반갑게 맞는다.
놈은 이제 살 만한 것인지 활기가 돌고 있었다. 인재들이 들어오고 분업을 시작하자 어느 정도는 일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마누라들은?”
“황후궁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을걸?”
“음식을?”
“네가 언젠가 돌아오지 않을까 해서, 매일 음식을 준비한다고 하더구나.”
“그것 참.”
한성은 결재서류들을 처리해야 했지만 곧 있으면 이 일에서 손을 떼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제 관료들이 제국을 굴려야 한다.
그는 황후궁에 들어왔다.
“황제 폐하께서 드십니다!”
“오셨어요!”
“여보!”
한성의 부인들이 달려왔다.
그녀들은 지금까지 열성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오직 한성에게 잘 보이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했던 것이다.
역시나 창조를 한 여자들보다 그녀들이 사랑스러웠다.
한성은 그녀들을 와락 끌어안는다.
“며칠 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 느낌일까요?”
샤렐의 말이었다.
한성 역시 그랬다.
“나도 그래.”
“당신을 위해 음식을 차려 놓았어요.”
“그럼 만찬을 시작해 볼까?”
그날 저녁, 한성의 측근들이 모였다.
한성의 소집에 모두가 응하였는데, 그는 하나하나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카이너스가 슬쩍 짜증을 낸다.
“할 일이 쌓여 있다.”
“앞으로 지구는 너희들에게 일임한다.”
“황위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입니까!?”
김유환이 놀라서 물었다.
한성은 고개를 젓는다. 지금 한성이 황위에서 물러나면 일대 혼란이 빚어질 것이었다. 잘못하면 제국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이렇게까지 고생을 하여 제국을 일구었는데 자기 손으로 그것을 무너뜨릴 만큼 한성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럼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창조의 권능을 손에 넣었다.”
“……!”
사람들은 눈을 부릅떴다.
창조의 권능이라니!
지금까지 한성은 수많은 일들을 겪어 왔지만, 그가 창조의 권능을 가졌다는 것은 인간이 아닌 신으로 살아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만들 차원에 언젠가는 여행을 가도록 하자.”
“진심인 것 같군요.”
“물론 시간을 조정할 것이다. 너희들이 살아생전에 모든 것을 누리게 해 주어야겠지.”
“그래서, 언제 출발하실 겁니까?”
“내일 아침이라도 가야겠지.”
“그때까지는 달리는 겁니까?”
김유환의 말에 한성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이들과 회포를 풀고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차원을 만들어 낼 준비에 들어가게 될 것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한성의 부인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정말 가실 건가요?”
“내일 올게.”
“그러다가 영영 오지 않으시는 것은 아니죠?”
샤렐이 울먹거렸다.
창조를 한다면 분명 엄청난 세월이 걸릴 것이 뻔했다. 하지만 한성은 지구와 그가 만들어 낼 차원의 시간을 조정할 것이었다.
지구에서의 하루는 한성이 만들어 낼 차원에서는 억겁의 시간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원하면 저녁에 올 수도 있어.”
“정말요?”
“아예 출퇴근을 해도 되고.”
“그럼 그렇게 해요!”
그녀들은 이제야 웃고 있었다.
한성은 식은땀을 닦았다. 조강지처라는 것이 이래서 무섭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이제 슬슬 테미스에게 가 보아야 할 때다.
“저녁에 올게.”
“다녀오세요!”
한성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을 떠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