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ad Demon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속지 않는 자하서생.
나는 차를 마신 다음에 일어나서 공자들을 바라봤다.
“대공자, 중천 공자, 태산 공자. 그리고 위 소저.”
“예.”
“예고도 없이 방문하고 험한 비무까지 하게 되었는데도 따뜻한 음식과 차를 대접해줘서 고맙소. 우리는 이만 가겠소.”
위태산이 놀란 표정으로 일어섰다.
“문주님, 며칠 머무르다 가시지요.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지내시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몽 공자와 육합선생과도 아직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태산 공자, 호의는 고맙지만 대공자가 몸을 추스르려면 우리가 없는 게 마음 편할 거요.”
뜬금없는 생각이긴 하지만 네 사람 중에서는 위태산이 가장 강해질 것 같았다. 왜냐하면, 위무결이 운기조식을 시작했을 때도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큰형의 운기조식을 도왔기 때문이다. 물론 근거는 부족한 추측이다. 이런 것은 느낌에 의존하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나는 위태산을 보면서 말했다.
“아쉬울 때 헤어져야 재회할 때 반가운 법. 그리고 우리 셋은 평소에도 초조한 사람들이오. 시간이 있으면 운기조식을 하고, 운기조식을 하고 나면 걷거나 뛰어야 하오. 나는 적이 많아서 위씨세가에 오래 머무르면 마음이 불편해질 것 같소.”
귀마와 색마가 동시에 일어났다.
“또 봅시다.”
색마가 위무결을 바라봤다.
“대공자, 다음에는 검으로 비무 해봅시다.”
위무결이 웃으면서 일어났다.
“다시 만나길 기대하리다.”
우리는 배웅을 받으면서 위씨세가를 떠났다. 나는 마지막에 한 가지를 더 당부했다. 다른 육룡에게 이번 비무의 결과를 알리지 말라는 제안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어차피 나, 귀마, 색마는 육룡들보다 훨씬 강해져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후기지수 서열 따위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
대충 손짓을 하면서 들어가라 하고 돌아서는데 위소선이 우리를 불렀다.
“……많이 배웠습니다. 살펴가십시오.”
위소선이 포권을 취했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예를 갖췄다. 외모로 유명해진 일봉이선의 별호가 어울린다기보다는 그저 오라버니들과 비슷한 무인 그 자체가 위소선이었다.
미인은 미인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찌 된 노릇인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과거로 돌아와도 그른 것일까?
내 안에는 살아남겠다는 마음가짐이 감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외모가 뛰어난 미인도 이것을 전혀 밀어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을까?
나는 한숨을 내쉬다가 내 뺨을 약하게 한 대 때렸다.
색마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뭐야? 왜 그렇게 약하게 때려? 대신 때려줘?”
“한심한 똥싸개 새끼. 뭐라는 거야.”
“왜? 위소선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니까 네 못난 얼굴이 때리고 싶더냐? 불쌍한 놈. 아직 두 명 더 남았다. 가자.”
무슨 말인가 했더니 다른 일봉(一鳳)과 일선(一仙)을 보러 가자는 말이었다.
귀마가 대답했다.
“미쳤나?”
색마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어차피 다른 사룡을 만나러 가면 다 볼 수 있어. 겸사겸사 가자고. 이참에 육룡의 첫째 서열을 가져오고. 일봉이선도 보고. 둘째도 명성을 얻고. 꿩 먹고 알 먹고.”
귀마가 말했다.
“너는 일봉이선을 애인으로 삼겠다는 목적이 있었나?”
색마가 대답했다.
“목적까지는 아니지만 궁금하지. 사내라면 당연한 거 아니야?”
귀마가 코웃음을 쳤다.
“그런 미인들에겐 애초에 관심을 끊는 게 속이 편할 것이다. 문주는?”
“나 뭐?”
“미인에게 관심 없느냐고. 넷째처럼 말이다.”
나는 멈춰 서서 귀마와 색마를 바라봤다.
“이봐.”
“…….”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왜 여자를 만나려고 하는 거야? 특히 똥싸개.”
색마가 나를 노려봤다.
“이상한 놈이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면 당연히 미인을 만나야 하는 거 아니냐? 세상에 미인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다고. 미인은 인생의 목적 그 자체야. 꽃을 쳐다보는 것과 같다. 보고만 있어도 수명이 늘어나는 느낌이야.”
나는 뺨을 긁었다.
그러니까 전생으로 따지면, 나는 언제 죽을지 몰라서 의도적으로 여인을 멀리한 것이고. 색마는 언제 죽을지 몰라서 미인들에게 집착했다는 뜻인가?
어쨌든 간에 추구하는 방향이 정반대였다.
나는 색마에게 물었다.
“너는 적수가 없는 천하제일이 되어도 세상의 미인들에게 계속 찝쩍댈 것이냐?”
“굳이 찝쩍댄다는 저렴한 표현을 써야겠어? 나도 내게 관심 없는 처자에겐 흥미가 없다. 위소선은 무공에 미쳐 있어. 눈이라도 자주 마주치고 합이 맞아야 나도 관심이 생기지. 명검을 구경하러 가는 것과 비슷한 일이야. 이것도 다 인생의 공부다 이 말이야.”
“안 속아. 미친놈아.”
이런 마음가짐으로 무림공적 색마가 됐을 리는 없다. 위소선은 오라버니가 셋이나 있고 나랑 귀마까지 지켜보고 있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을 터였다.
위씨세가에서 반 시진 정도를 멀어졌을 때.
우리는 동시에 뒤로 돌았다.
“…….”
조금 떨어진 곳에 쭈글쭈글한 주름이 얼굴에 잔뜩 있는 노인장이 우리를 바라보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있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봐도 지팡이는 병장기로 만들어진 것처럼 단단해 보였다.
제법 등골이 서늘했다.
이렇게 가깝게 다가올 때까지 뒤를 따라 잡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법이네.’
강호에서는 노인, 여인, 아이를 조심하고 나머지도 조심해야 하는데 어쨌든 노골적으로 무공을 익힌 노인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어서 기분이 불쾌했다.
내가 물었다.
“노인장, 누구야? 성질 고약한 귀신같이 생겼네.”
노인장이 대답했다.
“하오문주, 나는 법가(法家)의 가솔이오. 가주께서 뵙자고 하시는구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도 서생인가?”
“그럴 리가 있겠소. 나는 그저 가솔이외다.”
“뭔 놈의 가솔이 그렇게 살기가 짙은가?”
노인장이 슬쩍 웃자 듬성듬성 빠진 이가 훤히 드러났다.
“고생을 많이 해서 그렇소.”
“혼자 왔어?”
“난폭한 분들을 상대로 어찌 내가 홀로 왔겠소?”
내가 노인장을 주시하는 동안에 색마와 귀마가 주변을 둘러봤다. 색마가 말했다.
“아무도 없는…….”
말을 하고 나서 살기를 감지한 모양인지 입을 다물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끈적한 살기가 섞여서 뜨뜻미지근한 촉감이 느껴졌다.
나도 주변을 확인한 다음에 노인장에게 말했다.
“……따라가면 죽을 것 같은데 순순히 따라가야 할 이유가 있나?”
“문주, 우리는 법가요.”
“그런데?”
“법과 절차가 있소. 함부로 죽이지 않소.”
나는 큰 기대 없이 귀마에게 물었다.
“육합, 법가의 특징이 어떻게 돼?”
귀마가 대답했다.
“법과 형벌로 통제. 인간은 본래 사악하기 때문이다.”
“그게 핵심이야?”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사악한 놈들이니 법에 따라서 형벌을 받겠군. 노인장, 따라가지 않겠다. 이 자리에서 승부를 내자.”
노인장이 대답했다.
“판단을 이상하게 하시는군. 죽이려면 가주께서도 합류하시고 기습을 했을 거요. 옛 법가가 너무 엄격해서 우리도 나름대로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소.”
나는 손으로 주변을 가리켰다.
“숨어서 대기하는 자들은 뭔데?”
“문주의 성정이 너무 난폭해서 나를 보호하는 자들이요.”
“법가의 우두머리가 날 보자고 하는 이유는?”
“문주는 백의서생과 작당하여 실명서생을 죽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소. 무공도 백의서생이 전달한 것을 익힌 것으로 추정되고. 백의서생의 숨은 제자가 아닐까 하는데. 우리는 서생이 서생을 해치는 것을 금하고 있소. 그러니 당신을 추궁하려는 것보다는 백의서생이 선을 넘지 않았는가를 살피려 함이외다.”
“백의서생이 선을 넘으면 어떻게 되는데. 너희가 감당할 수 있나?”
“법가는 서생들 사이를 법으로 중재하고 있소. 함께 지키기로 한 것을 어겼다면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당연한 일. 백의서생이 나머지 세력 전체를 감당하긴 어렵소. 다 같이 합의한 것은 지켜야 하는 법이지.”
“천악이 있는데도?”
“애초에 천악도 백의서생과 동등한 위치의 사내요. 갈래가 다르오.”
듣고 있었던 색마가 말했다.
“가보자. 어차피 우리 셋이 함께 있으면 밀릴 이유가 없다.”
나는 주변에 있는 자들의 수와 무력이 가늠되지 않아서 일단 동의했다.
“가자. 안내해.”
“따라오시오.”
나는 법가의 가솔이라는 노인장의 등을 바라보면서 따라갔다. 짙은 살기를 내뿜으면서 우리를 둘러쌌던 포위망이 그제야 풀리더니 우리의 후방으로 이동했다.
나는 뒤쫓으면서 물었다.
“언제부터 따라왔나?”
노인장이 대답했다.
“위씨세가를 방문하시기에 기다리고 있었소. 그쪽에는 볼 일이 없어서.”
일단 노인장의 무력이 허접한 수준은 아니었다. 본인을 가솔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말투나 행동거지, 걸음걸이로 판단했을 때는 서생에 근접한 사내였다.
묵가는 어찌 됐든 간에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아군으로 만들었는데.
어쩐지 법가는 말이 잘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디에 있나?”
“인근의 평범한 객잔에서 기다리고 계시오.”
나는 노인장의 옆에 나란히 서서 질문을 던졌다.
“노인장,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씀하시오.”
“쾌당주는 누구인가?”
“그건 어찌 아셨소. 정말 이상하군. 백의서생이 그렇게 떠벌리는 자가 아닌데.”
“그러게 말이야.”
“가주께 물어보시오. 내가 대답할 문제는 아닌 것 같소.”
나는 궁금하는 것을 또 물었다.
“서생들은 전부 마교의 적인가?”
노인장이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佛家)는 우리도 존중하나 자신들의 종교를 강요하는 자들은 우리와 기질이 맞지 않소. 적이라고 봐야겠지.”
“그거 다행이군.”
“하지만.”
“하지만 뭐?”
노인장이 곁눈질로 나를 바라봤다.
“지금 세상이 마교라 부르는 세력에는 애초에 음양가(陰陽家)의 인물들이 섞여 있소. 오행(五行)을 연구하던 자들이었지. 제나라의 추연이 대표적인데 애초에 반란이나 혁명에 열성을 다하던 자들이라서 이래저래 박해를 많이 받았던 자들이외다. 많이 희생되고 또한 학살에 당했지. 미움을 많이 받은 자들은 세상을 향해 증오를 선물하기 마련이오. 교(敎)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
교에도 제자백가 세력이 섞여 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이상한 일이나 비밀도 아니었다. 옛 강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분명히 음양신교(陰陽神敎)라는 사마외도 세력도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우리는 한적한 길가에 덩그러니 놓인 이름 없는 객잔 앞에 도착했다. 노인장이 멈춰 서더니 객잔의 입구를 가리켰다.
“들어가시오. 나는 함께 할 수 없어서.”
노인장이 돌아서더니 뒤따라온 수하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아까부터 우리의 퇴로를 막아서던 자들이 넓게 퍼지더니 객잔을 포위했다.
나는 색마, 귀마와 함께 객잔으로 들어갔다.
대체 법가의 우두머리는 어떤 서생일까. 두려움이나 걱정보다는 호기심이 이성을 지배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래서 문제가 많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객잔 내부는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갔었던 천리객잔과 흡사했다.
이 층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올라오게.”
우리는 계단을 올라가서 휑한 곳에 홀로 앉아 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탁자를 이어붙인 곳의 상석에 한 중년 사내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주, 몽 공자, 육합선생 어서 오게.”
나는 강호에서 점점 유명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사내에게 말했다.
“반갑소.”
사내는 우리가 앉을 곳을 맞은 편에 지정해줬다.
“앉게. 나는 추명(騶明)이라 하네. 참고로 실명서생은 내 사제일세.”
“저런…….”
나는 씁쓸한 기분을 느끼면서 추명의 맞은편에 앉았다. 기분이 좋진 않았으나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그러니까 제자백가의 한 일가(一家)에 서생이 여러 명인 경우도 있소?”
추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마실 것은 준비하지 않았네. 불편할 것 같아서.”
색마와 귀마가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반갑소.”
“내가 육합이오.”
추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용모파기 그대로군. 다들 독특하게 생겨서 못 알아보는 것이 더 힘들지.”
나는 추명에게 물었다.
“내게 궁금한 게 있으시다고.”
“그전에 자네 궁금증부터 풀어주겠네. 세력마다 서생의 수가 달라. 딱히 수를 제한한 적은 없네. 일종의 시험을 통과하면 보통 서생의 자격을 부여하네.”
“무슨 시험이오?”
추명은 머뭇거리는 기색 없이 바로 말했다.
“쾌당주가 시험을 보고 마음에 드시면 뭐 서생이 되는 편이지. 주로 경공으로 시험을 보는 편이네.”
나는 황당한 와중에도 질문을 던졌다.
“대체 실명은 어떻게 서생이 되었소?”
“아, 사제는 당연히 눈이 멀기 전에 통과했지. 왜? 자네들도 우리 일에 관심이 있나? 시험을 한 번 주선해줄까?”
이 새끼는 대체 뭐 하는 놈이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가 대답했다.
“나는 제자백가가 아니외다.”
추명이 웃었다.
“백가(百家)는 일백의 수를 뜻하는 말이 아니네. 그저 많다는 뜻이지. 하오문주 정도면 자격이 충분하지.”
나는 이미 속으로 거절했다. 어쩐지 서생이 되면 법가의 법을 그르쳐서 사형을 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응, 안 속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