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ount Hua Sect RAW novel - Chapter 1062
1061화. 이렇게 하는 거지? (1)
콰아아아아아아앙!
휘몰아치는 폭발의 여파에 화산의 제자들이 주춤하며 두 눈을 부릅떴다.
“저, 저거⋯⋯”
단자강이 한 번씩 경력(勁力)을 날릴 때마다, 대지가 터져 나가고 지형이 뒤틀린다. 하지만 그 가공할 마기의 폭발 속에서도 장일소는 단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단자강에게 맞서고 있었다.
태산이라도 무너뜨릴 것 같은 공격 앞에서도 장일소는 악착같이 단자강에게 따라붙는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아니, 그런 말로도 채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위험천만한 묘기다.
장일소에게 좋은 감정은커녕 악의밖에 없는 화산의 제자들조차 시커먼 마기가 장일소의 몸에 닿을 듯 스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눈 한 번 깜빡하는 순간에도 수십 차례의 공방이 오고 간다. 그 속에서 딱 한 순간만 실수를 저지르면 그 즉시 저 지독한 마기가 지근한 거리에서 직격할 것이고, 그 순간 장일소고 나발이고 몸뚱이가 절반은 날아가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화산의 제자들보다 당사자인 장일소가 훨씬 더 확실히 알고 있을 터. 하지만 그는 마치 공포를 못 느끼는 사람처럼 연이어 단자강을 몰아붙이고 있다.
마치⋯⋯.
“저, 저거⋯⋯ 청명이가⋯⋯.”
조걸이 신음처럼 내뱉은 말에, 백천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장일소가 보여 주고 있는 전투 방식은 그들이 익히 아는 이의 모습을 빼다 박은 것처럼 닮아 있었다.
‘저 짓을 해 댈 수 있는 인간이 세상에 또 있을 줄이야.’
끊임없이 청명을 보고 배운 백천조차도 감히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짓거리. 애초에 백천이 저런 방식을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저건 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격이 오가는 상황에서 저 정도로 가까이 붙어 상대의 공격을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고 흘려내는 것은 무학 이전에 감각의 문제다. 그리고 인간의 감각이라는 것은 제아무리 갈고닦는다고 해도 선천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무학을 정론에 맞추어 담대하게 펼쳐 내는 데 있어서 백천은 오히려 청명보다 나은 면이 있다. 하지만 백천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청명이 가진 동물적인 감각을 흉내 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장일소가 그 청명처럼 주교를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넋을 놓고 보던 윤종이 앓는 듯 입을 떼었다.
“너무⋯⋯.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저건⋯⋯…?”
보는 이들의 심장마저 옥죄는 그 사선 위의 곡예는, 끝내 화산 제자들의 입에서 장일소를 걱정하는 말이 나오게 했다.
알고 있다.
똑같은 것을 해낼 수 있다면, 지금은 청명보다 장일소가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 광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질 않았다. 금방이라도 장일소의 머리가 터져 나가 뇌수를 뿌려 댈 것만 같았다.
‘정말 가능한가, 저게?’
식은땀이 나며 온몸이 끈끈해졌다.
“저러다 장일소가 당하기라도 하면⋯⋯.”
바로 그때, 귓가에 서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나오는 대로 지껄여 대는구나. 멍청한 정파의 애송이 놈들이.”
백천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입을 연 이를 바라보았다.
사패련의 군사, 호가명. 그가 장일소와 단자강의 격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모르면 입 닥치고 지켜봐라. 너희가 그 알량한 주둥아리로 평할 수 있는 분이 아니시다.”
백천은 순간적으로 울컥했지만 그 마음은 이내 싹 가셨다. 호가명의 존재감 때문이 아니라, 그가 짓고 있는 표정 때문이었다.
백천이 알기로 호가명은 장일소의 수족과도 같은 존재다.
분명 사패련 이전 만인방에서도⋯⋯. 아니, 만인방이라는 이름이 채 생겨나기도 전에 장일소의 이름과 호가명의 이름이 함께 퍼져 나갔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저 호가명에게 있어서도 장일소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일 터. 그런데 그런 주군이 저렇게 목숨을 건 외줄타기를 하는 와중에 어찌 이리 평온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그때 호가명이 슬쩍 시선을 옮겨 화산의 제자들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굳이 이들과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너희는 화산검협이 좀 더 믿음직한가 보군?”
백천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호가명은 대답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제 할 말을 이어 갔다.
“그건 너희가 그동안 화산검협이 만들어 낸 기적과 같은 승리를 두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겠지.”
백천은 뭔가 반박하려 입술을 달싹이다 이내 꾹 닫고 말았다.
그들이 청명이 놈을 신뢰하는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청명이 그들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전투를 연이어 이겨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면, 분명 지금처럼 청명을 무작정 믿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걸 몇 해나 지켜봤지? 오 년? 십 년?”
“⋯⋯.”
“똑바로 알아 둬라, 정파의 애송이 놈들아.”
호가명이 씹어뱉듯 말했다.
“패군 장일소는 이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언제나 자신보다 강한 이들을 짓밟아 왔다. 그중 단 한 번의 패배라도 존재했다면, 장일소라는 이름은 흔하디흔한 낭인의 이름으로 잊혔을 터.”
“⋯⋯.”
“패하지 않았기에 살아남았고, 패하지 않기에 쟁취했다. 상대가 강하든 강하지 않든, 그런 건 의미가 없다.”
순간 백천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물론 그들 역시 청명이라는 이를 과하다 싶게 신뢰한다. 하지만 장일소의 대한 호가명의 신뢰는 그들과는 그 격이 달랐다.
‘저건 오히려 마교에 가깝지 않은가.’
신뢰라기보다는 신앙에 가깝다. 이유와 상황을 물어 따지지 않고, 그저 믿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들 역시 청명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승리를 거듭하는 걸 앞으로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해서 지켜보게 된다면, 결국 승부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청명을 광신하게 되지 않을까?
그 모든 것을 지켜봐 온 호가명이 저토록 맹목적으로 장일소를 믿는 것처럼 말이다.
그때 호가명이 쐐기를 박듯 말했다.
“적어도 나는 패군께서 패하는 모습 따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굳건하고 맹목적 믿음에 몸을 떤 백천은 저도 모르게 장일소를 돌아보았다.
그 두 손으로 사파의 정점에 오른 거인을 말이다.
끊어진 머리카락 몇 가닥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산발이 된 장일소가 피를 뿜으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의 양쪽 어깨는 이미 마기가 뿜어내는 압력으로 시커멓게 변색된 지 오래였다.
누가 보아도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몸뚱어리.
하지만 엉망으로 흩날리는 머리칼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눈빛은, 전투 시작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형형했다.
콰드득!
단자강의 손이 장일소의 팔목을 할퀴며 한 움큼의 살을 말 그대로 뜯어 냈다. 그저 스치기만 했는데도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남았다.
맨몸에서 살을 뜯어 내니 고통이 없을 리 없지만, 장일소는 여전히 일말의 반응도 보이지 않고 단자강의 머리를 집요하게 노렸다.
‘미친놈.’
그런 장일소의 뒤를 받치던 청명의 입에서 문득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전장에서 도발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이렇게 진심으로 어이가 없어 웃는 일은 흔치 않다.
그만큼 지금 장일소가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은 지독하기 짝이 없었다.
‘나를 뒤에서 지켜볼 때 저런 모습인가?’
스스로 할 때는 모른다. 사람은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으니까.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경험. 자신이 싸우는 모습을 제삼자의 눈으로 지켜보는, 말도 안 되는 경험을 하게 된 청명의 감상은 오직 하나였다.
‘⋯⋯.잘도 끝까지 살아남았네.”
저런 짓거리를 하면서 말이다. 왜 그가 싸우는 모습을 본 이들이 하나같이 그에게 거리감을 느꼈는지 이제야 이해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을 상대하는 적들이 느꼈을 심정도 확실하게 알 것 같다.
물론 장일소로는 완벽하지 않다.
그는 검수지만, 장일소는 권사다. 아무리 같아지려 해도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그 차이가 순간순간 장일소를 죽음의 문턱까지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 뒤를 받치는 것이 청명이니까.
청명이 단 한 번도 누군가를 받쳐 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 역시 중요하지 않다. 알 수 있으니까. 늘 뒤에 서 있던 이가 어떻게 청명을 지켜 왔는지, 눈이 아닌 감각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지금 그가 보는 광경은⋯⋯.
백 년 전에 당보가 보고 있던 광경이다.
호흡하고 동화한다. 숨결 하나, 동작 하나,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마저 손에 만져질 듯 느껴야 한다. 앞에 있는 이와 자신을 완벽하게 일체화시키고,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예측하고 있어야 한다.
‘이 지독한 짓거리를 잘도 해냈네, 빌어먹을 놈!’
그렇게까지 해서 지켜 내야 하는 게 저 망할 장일소 놈이라는 것은 못마땅하지만, 어쩐지 생각만큼 기분이 더럽지는 않았다.
덕분에 혼자서는 결코 알 수 없었을 광경을 두 눈에 새길 수 있게 되었으니까.
파아아아앗!
청명의 검이 뻗어 나갔다. 그 직후 단자강과 장일소가 서로를 향해 맹렬히 손을 뻗었다. 아주 찰나 먼저 나아간 청명의 검이 단자강의 공격 방향을 미리 선점하며 막았고, 예기 어린 공격으로 살을 저며 냈다.
단 일 검에 모든 것을 걸어 쏘아 내는 극단적인 찌르기. 이건 검술이라기보다 비도술에 가까웠다.
– 다른 암기? 뭐 그거야 필요하면 쓰면 그만이고, 나는 그냥 이게 마음에 들어서 그런 겁니다. 왜? 불만이라도 있으신가?
‘멍청한 새끼!’
뒤에 서고서야 알겠다.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는 미세한 암기가 훨씬 유용하다. 당가의 독과 조합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상대의 몸에 암기를 맞히는 것이 우선이니까.
하지만 그걸로는 앞에 선 이를 지킬 수 없다. 적을 막아 내기 위해서는 힘이 실려야 하고, 적을 위협하기 위해서는 적의 눈에 보여야 한다.
그 어떤 무기보다 은밀하고 쾌속하게 발출되어야 할 비도를 외려 적의 눈에 보이게 던져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역설. 그 역설 안에서 완성된 게 열두 개의 칼, 십이비도다.
으득.
청명이 제 입술을 피가 나도록 짓깨물었다.
‘도대체 왜 전부 뒤늦게 깨닫는 거야, 이 머저리 같은⋯⋯….’
사무치게 외로웠던, 때때로 고독하기까지 했던 전장에서도 그의 뒤에는 수많은 이들이 서 있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청명은 천마의 목을 베기는커녕 진즉에 전장에 널브러진 싸늘한 시신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 순간, 단자강이 끔찍한 소리를 내지르며 팔을 들어 올렸다. 그 커다란 동작을 장일소가 그저 두고 볼 리 없었다. 단번에 안으로 파고든 장일소가 눈 한 번 깜짝할 새에 단자강의 상체에 십이 권을 틀어박았다.
“끄륵⋯⋯.”
단자강의 입에서 다시금 피가 솟구쳤다. 하지만 입으로 꾸역꾸역 피를 뿜어내면서도 단자강의 눈빛은 더욱더 짙어진 혈광으로 번들거렸다.
“천⋯⋯ 천마재림.”
순간 장일소의 시선이 급격히 위로 향했다.
검수의 공격과 달리 권사의 공격은 호신강기로 그 충격을 버텨 낼 수 있다. 그 차이가 이 순간 장일소를 지옥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만-마-앙-복!”
단자강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집채만 한 마기가 장일소와 청명의 머리 위로 동시에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 도사 형님!
‘그래!’
청명이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앞으로 박차고 나갔다.
‘이렇게 하는 거지?’
섬광처럼 쏘아져 나간 청명의 검이 한 자루의 비도로 화해 단자강의 목을 향해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