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ount Hua Sect RAW novel - Chapter 1650
1650화. 빨리 찾아봐, 빨리. (4)
“소, 소식 들었는가?”
“엉? 뭔 일인데 이리 호들갑이야?”
“을(乙)당 말이네, 을당!”
“을당이 왜?”
듣던 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천우맹에 새로 생긴 다섯 개 당은 아직 정식으로 명칭이 정해지지 않아서, 편의상 갑을병정무(甲乙丙丁戊)로 칭하는 중이었다.
“을당 당주께서 당원들을 뇌옥에 가두었다고 하네!”
“뇌, 뇌옥? 자, 잠깐. 맹에 뇌옥이 있던가?”
“화산에 있는 뇌옥을 빌려 썼겠지?”
“아, 그렇…….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대체 뭔 일인데 사람을 뇌옥에 가둬? 심지어 전쟁을 코앞에 둔 상황에?”
“부당주에 대한 하극상이라는 죄명으로 가두었다고 하네! 그래서 지금 맹이 발칵 뒤집혔다니까?”
“하, 하극상?”
부당주에 대한? 똑똑히 듣고도 이해하지 못한 이가 멍하니 되물었다.
“부당주라면, 그 애송이들 말인가?”
“어허!”
그러자 말을 전한 이가 화들짝 놀라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잽싸게 주위를 살피는 얼굴이 누가 보아도 겁먹은 이의 것이었다.
“말조심하게! 상황이 바뀌었다니까?”
“…….”
“자칫하다가는 우리도 뇌옥에 갇힐 판이네! 이제는 어디서든 입조심 해야 해. 이번에 뇌옥에 갇힌 이만 자그마치 스물에 달한다고. 예삿일이 아닐세.”
이를 들은 이가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입을 막은 손이 떨어지자마자 믿지 못해 되물었다.
“지, 진짜인가?”
스물. 한날한시에 그만한 인원이 모조리 투옥되는 일은 흔치 않다. 어떤 문파라 해도 발칵 뒤집히고 남을 일이다.
“그…… 을당의 당주라면…….”
“그래. 당가주시네.”
주위를 서성거리며 맴돌던 이들이 슬금슬금 둘에게로 다가왔다. 이 상황에 대해 궁금하기는 매한가지였던 모양이다.
“스물이라니, 그럼 한 문파가 아니란 소리 아닌가?”
“그렇지. 제갈과 모용은 물론이고, 개방과 남궁, 심지어 종남까지 섞여 있다더군.”
“조, 종남까지? 그, 그래도 되는 건가?”
말을 들은 이의 얼굴이 허옇게 떴다.
“뭐, 그래도 되고 자시고 간에 이미 일이 벌어졌다지 않는가? 심지어 부당주에 대한 하극상은 맹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천명하셨다네. 총사도 함께 말일세!”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모두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총사야 당연히 부당주들 편을 들겠지만, 당주가 부당주의 편을 들고 나섰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껏 모두가 부당주들을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던 것도 당의 힘이 결국은 당주에게 있다는 확신 때문 아니었던가?
“이걸 당주들께서 부당주들을 비호한다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렇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아니, 왜?”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사내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천우맹은 수많은 문파가 얽힌 연합체다.
그리고 이번 부당주 임명은 도를 넘었다. 누가 봐도 화산이라는 하나의 문파에서 자기들 마음에 드는 인사들을 모조리 부당주에 꽂아 놓은 형태가 아닌가.
이에 은근한 불만을 품은 구성원이 어디 한둘이었겠는가?
그렇기에 서로 드러내 놓고 작정한 것은 아니지만, 부당주들의 기를 눌러 놓겠다는 암묵적 공감대와 협력이 있었음은 분명했다.
한데 그런 이들이 대표라 여겼던 당주들이 당원들을 감싸기는커녕 외려 부당주를 비호하고 나섰다?
은근하게 불만을 드러내던 당원들 입장에선 일이 보통 틀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 당가는 화산과 관계가 좋으니 그런 게 아니겠는가. 다른 당주들께서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 우리 당주님이라든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그럼 벌써 입장을 내셨겠지. 지금 갇힌 이들 중에서는 당주님의 제자들도 있을 텐데!”
들어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작게나마 남아 있던 희망까지 무너졌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이제 부당주들에게 반항하는 이들은 모두 뇌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는 거지. 듣자 하니 전쟁 끝날 때까지 풀어줄 생각이 없다는데.”
“뭐? 그, 그렇게나 오래?”
“아, 그렇다니까! 그래서 지금 맹이 살얼음판이네, 살얼음판!”
여기저기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그렇다는 건, 이제 꼼짝없이 새파랗게 어린 부당주들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말이다. 앉으라면 앉고 기라면 기어야 한다.
“망할……. 그놈들은 왜 사고를 쳐 가지고!”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뭘 해도 적당히 했어야지!”
차라리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 조용히 넘어갔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어그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장 전투를 앞둔 상황이면 처벌을 위해 굳이 병력을 줄이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사소한 항명이 있다고 해서 일일이 벌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아직 여유가 있는 와중 일을 쳐 버렸으니, 부당주들의 권한만 더 공고해지게 생겼다.
이를 좋다고 받아들일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럼 항명만 안 하면 되는 건가?”
“아직은 소문이긴 한데…… 그게…….”
“답답하게 굴지 말고 빨리 말해 보게! 또 뭔가?”
“총사께서 부당주의 권한에 당원에 대한 즉결처분권을 포함하는 것을 명문화하시겠다고…….”
“뭐……? 즈, 즉결처분권? 그거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목을 치게 하겠단 소린가?”
“……그 수준이 아니라고 하네. 잘못이고 나발이고, 그냥 부당주가 수틀리면 목을 날려도 된다, 이런 수준이라던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사파도 그런 짓은 안 할 텐데!”
“말이 안 되지. 당연히 안 되지. 그런데…… ‘그 총사’잖은가?”
이 말이 순간 당위성을 부여했다.
화산검협 청명이 제정신 아닌 놈이고, 사파보다 더한 놈이라는 건 이제 강호의 상식과 같다. 그놈이 벌인 일 중에 어디 정상적인 게 있긴 했는가?
“그럼 우린?”
“완전히 망한 거지, 뭐…….”
안 그래도 일면식도 없는 문파의 새파랗게 어린놈을 상전으로 모셔야 할 판인데, 이제는 그놈들이 생사여탈권까지 가져간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생겨난 말이다.
그때, 대화를 듣던 이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당주님들과 문주님들이 계시는데 그렇게까지야 되겠소? 그분들이 적정선에서 막아 주시겠지.”
누군가가 동조하고 나섰다.
“그렇지. 그분들이 어디 허수아비도 아니고! 아무리 총사가 막무가내라지만 그분들을 모두 이길 수는 없을 것이오!”
확실히 그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여러 복잡한 고민 속에,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곳으로 향했다. 지금쯤 맹의 중진들이 모여 있을 맹의 대회의실이었다.
대회의실 안, 모용위경이 크흠 헛기침을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에 대해서는 면목이 없네만, 그래도 이건 좀 과한 처사가 아닐는지…….”
“과한?”
“뇌옥에 그리 길게…….”
“아, 그거요. 확실히 좀 문제가 있는 해결이었죠.”
“그렇지……?”
“그냥 그 자리에서 사지근맥을 끊어다가 개방 무결개로 만들어 던져 줬어야 하는 건데, 내가 생각이 짧았네. 지금이라도 당장…….”
“아, 아니! 아닐세! 내가 말한 ‘과하다’는 그,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
모용위경이 필사적으로 말을 바꾸며 떠듬거렸다. 그도 그럴 게, 청명의 얼굴에…… 정말로 진심이 어려 있는 게 보였다.
“그, 그래도, 부당주에게 너무 과도한 권한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뭐 그런 우려…….”
“과도한?”
모용위경의 얼굴에 서글픔이 피어났다. 사람이 뭔 말을 못 하게…….
“애초에!”
쾅!
청명이 앞에 있는 다탁을 박살 낼 기세로 내리쳤다.
“당주님들이 일을 똑바로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 아닙니까! 부당주를 보좌하라고 뽑아 놨더니 어디서 뭐 하고 다니느라 이런 일이 벌어져요!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청명아……. 당주가 부당주를 보좌하는 게 아니라…… 부당주들이 당주님들을…….”
“아, 그건 명목상이고요! 실제로는 부당주 뒤치다꺼리나 하라고 뽑아 놓은 자리 아니냐고요! 뒷방 늙은이들 일거리 줬으면 그거라도 똑바로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속 사정이야 그렇다 쳐도 그걸 입 밖으로 꺼내서 전부 말하면 안 된다. 세상에선 그런 걸 두고 ‘예의’, 그리고 ‘상식’이라고 한다.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았지만, 현종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상식과 예의란 걸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상식이 없는 청명은 쏘아붙이기 바빴다.
“말씀들 해 보세요! 뭘 했길래 상황을 여기까지 만듭니까? 예?”
“그런 게 아니라…….”
“바빠요?”
“아, 아니…… 바쁜 건 아닌…….”
“그럼 안 바빠? 팔자 좋으시네, 아주?”
……말문이 막히고 만 모용위경이 멍하니 청명을 보았다. 그러다 순간 울컥했다.
‘아니, 잠깐만. 내가 왜 이렇게 사과만 해 대고 있지?’
천우맹에 들어온 입장에서 총사를 존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마디 반박도 하지 못하고 찌그러져 있는 건 경우가 다르지 않은가?
애초에 그는 어디에서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 왕년의 법정도 그를 이리 막 대하지는 못했는데!
그가 발끈하여 대거리하려는 찰나였다.
“총사, 지금……!”
“죄송합니다, 총사.”
개방의 전대 방주인 풍영신개가 청명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총사께서 내린 명이 있었거늘, 제가 무능하여 제대로 해내질 못했습니다. 안일함을 용서 바랍니다.”
“이게 안일하다는 말로 퉁 칠 만한 상황이에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부당주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는 것이 우리 역할이었거늘……. 다시 한번 송구합니다.”
풍영신개. 무려 풍영신개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모용위경은 그만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아니, 모용위경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풍영신개가 어떤 사람인가?
실체가 모호했다고는 하나, 어쨌든 수십 년간 개방을 다스려 온 방주고, 이제는 그마저도 후대에 물려준 후 일선에서 물러난 이다. 그 상징성과 배분으로 따지자면 모용위경을 가져다 댈 수도 없는 사람이다.
한데 그런 이가 저 새파란 청년에게 고개를 숙이는 게 말이나 되는가?
“……나도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군.”
그 순간 맹소가 난처한 얼굴로 풍영신개의 입장에 힘을 보탰다.
“당장 야수궁의 반발이 적지 않아 무마하려다 보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그러니까 말일세, 쩝.”
맹소가 입맛을 다시며 겸연쩍은 기색을 보였다. 심지어는 얼굴이 붉어지기까지 했다. 저 커다란 덩치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광경을 보니 모용위경도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두 사람이 먼저 포문을 여니 분위기가 묘해졌다. 특히 청명과 깊은 교류가 없어 보이던 풍영신개가 대놓고 저자세를 취한 게 큰 위력을 발휘했다.
청명이 과했다고 지적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직접 이 일을 벌인 당군악은 당연하고, 모용위경과 종리곡조차.
“뻔한 사과나 받자고 한 말이 아니에요. 확실히 해 달라는 거죠.”
청명이 조금 정돈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터졌으니 다행이지, 이런 일이 전장에서 터진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돼요. 그때는 제가 나서서 어떻게 할 수도 없잖아요.”
“……그렇지요.”
“그러니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아 달라고요. 지금이 어설프게 권력 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예요? 문파 간에 서로 난리 치는 걸 해결하겠다고 당을 만들었더니 이젠 당 안에서 붙어 싸우고 있네. 하, 생각할수록 열 받고 지긋지긋한 인간들! 진짜 싹 다 패 죽여 버릴…….”
“처, 청명아. 진정 좀 해라.”
“쟨 지 말에 지가 화를 내네…….”
청명이 한숨을 푹 내쉬며 간신히 열기를 식혔다. 그리고 일갈했다.
“부당주들도 정신 똑바로 차려!”
배석해 있던 부당주들이 움찔 목을 움츠렸다.
“너희들이 만만해 보이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냐! 뭣도 아닌 놈들이 설쳐 대면 그 자리에서 칼로 배를 쑤셔 버렸어야지! 어딜…….”
“……이쯤 되면 진짜 사파가 더 착하지 않습니까, 사형?”
“나도 좀 고민 중이다.”
“시끄러워!”
청명이 벌컥 짜증을 내더니 안색을 굳혔다.
“지휘하는 이는 지배력을 잃으면 다 잃는 거예요.”
“…….”
“얼핏 보기에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그 사소한 균열들이 결국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우린 지금 전쟁을 하는 겁니다.”
그 목소리에 실린 무게를 모두가 느꼈다. 그 무게가 모두를 고개 끄덕이게 했다.
그리고 그때.
쿵.
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사람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맹주, 총사. 보고드립니다.”
녹림왕 임소병이었다. 평소보다 창백하고 굳어진 얼굴로 그가 말했다.
“드디어 사패련이 움직였습니다.”
그 목소리는 그의 안색보다도 더 차갑고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