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ount Hua Sect RAW novel - Chapter 1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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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라아아아아아아!”
무당의 제자들이 분분히 몸을 뒤로 날렸다.
퍼어억! 퍼어어억!
몸을 빼낸 자리로 날아든 기름 주머니가 떨어지기 무섭게 터져 나가고, 곧장 그 위로 불화살이 쏟아졌다.
화르르르륵!
불길이 삽시간에 번져 나간다. 붉다 못해 순간순간 푸른빛까지 도는 불길은 성인 남성의 머리 위를 한참 상회하는 높이까지 치솟았다.
미처 피하지 못해 저곳에 있었다면? 저 불길에 휩싸였다면?
상상도 하기 힘든 끔찍한 참상이 벌어졌을 것이다.
“사숙, 또 옵니다!”
“무, 물러나라! 우선 물러나! 당장!”
아무리 무학을 익혔다고 해도 그들 역시 사람이다. 저토록 악독한 불길에 대항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들이 익힌 건 본디 베고, 흘리고, 찌르는 것이었지, 불길을 상대하는 법이 아니었다.
“하,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저들도 사람이다! 저 불 속에서 계속 전진할 순 없어!”
크게 소리친 무진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응전하지 말고 물러서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적을 격살하는 게 아니라, 적이 이곳을 오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 본분을 잊지 마라!”
“예!”
우왕좌왕하던 무당의 제자들이 무진의 고함에 하나씩 정신을 차려 갔다.
확실히 옳았다. 불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는다. 무당이 물러나야 할 정도의 불길이라면, 저들도 쉽사리 진입할 수는 없을 터.
이는 즉, 저들이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불길이 줄어든다면 무당 역시 다시 응전할 수 있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러니 지금은 일단 물러서는 것이 옳다.
“또 옵니다!”
“물러나라!”
무당의 제자들이 일사불란하게 뒤로, 정확하게는 비탈 위로 솟구쳐 올랐다. 구름을 타고 오르는 것과도 같다는 무당의 제운종이 구름 대신 매캐하게 피어오른 연기를 타며 펼쳐졌다.
그리고 다시 땅에 발이 닿는 순간, 저도 모르게 참았던 숨이 토해졌다.
‘피해는?’
부상을 당한 이는 있지만, 사망자는 고작해야 두엇. 가슴은 아파도 냉정히 보면 큰 피해라고 할 건 아니다. 우선 침착하게 물러났다가 한번 정비해 내기만 하면…….
“긴장을 늦추지 마라!”
입으로는 이렇게 외치고 있되, 무진 역시 이 정도면 숨은 돌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저들은 당연히 계속해서 기름 주머니를 날리고 화살을 쏘려 하겠지만, 본디 투척하는 무기는 그 특성상 거리가 멀어질수록 위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더구나 아래에서 위로 쏘아 올리는 건, 그 힘의 반감이 그냥 던지는 것에 비해 배 이상 차이 날 것이다.
그러니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이 이상의 피해는 막아 낼 수 있다. 우선은 한숨 돌리며 저 불길이 잦아들기만…….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사, 사숙! 저기! 저기 좀 보십시오!”
화르르르륵!
비탈을 녹여 버릴 듯 거칠게 타오르던 불길이 일순 크게 일렁이는가 싶더니, 또렷하게 좌우로 갈라졌다.
“뭐, 뭣?”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불이 살아 있어 의지를 지닌 것도 아닐진대 어찌 홀로 저리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인가?
“사숙!”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이윽고 갈라진 불길 사이로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 어어!”
무진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조금 전 보았던 이들이었다.
기름 공을 던지고 불화살을 무자비하게 쏘아 대던 남해태양궁의 무인들이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 한가운데를 유유히 뚫으며 비탈을 오르고 있었다.
“어떻게?”
그들이 옮기는 걸음에 따라 불길이 밀려난다. 하지만 밀려난다는 게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금 잦아들 뿐 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고, 그 열기는 바위를 녹일 만큼 지독했다.
한데 저들은 어떻게 지옥의 불구덩이 같은 곳에서 맨몸으로 걸을 수 있단 말인가?
무진은 눈앞의 광경을 믿지 못하고 넋을 놓고 말았다. 그때, 불길 한가운데 선 태양궁의 무인 하나가 명백한 비웃음을 흘렸다.
“멍청한 중원 놈들.”
그러더니 외쳤다.
“쏘아라! 비탈 위까지 단번에 간다!”
* * *
한편 남해태양궁주 진평의 눈에는 진득한 불만이 넘실거렸다. 그가 영 못마땅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입매를 비틀었다.
“고작 이런 곳에?”
그는 앞에서 뒷짐을 진 채 전세(戰勢)를 살피는 한 사내의 등을 노려보았다.
보잘것없는 목이다.
진평이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에라도 꺾어 버릴 수 있는 목을 지닌 이가, 감히 그의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가파른 비탈에 새로 번지기 시작한 불길만 주시하고 있다.
태양궁주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다.
사패련주 장일소의 패악이야 참아 줄 수 있었다. 절대 입 밖으로 내어 말하고 싶진 않지만, 장일소는 솔직히 그로서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 사내다.
하지만 절정에도 오르지 못한 한낱 책사 나부랭이가 덩달아 자신을 무시하는 것까진 참기 어려웠다.
사람을 지휘하기 위해선 응당 그에 걸맞은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평생 믿어 온 진평으로서는 더더욱.
“내 말이 들리지 않나?”
목소리에 묘하게 노기가 섞이고서야 앞만 응시하던 호가명이 슬쩍 진평을 돌아보았다. 호가명의 그 무감한 눈빛을 보는 순간, 진평의 눈썹이 불편하게 꿈틀댔다.
사패련의 군사, 호가명. 저 장일소의 복심(腹心)으로서 누구보다 큰 총애를 받는 이.
진평 역시 호가명에 대한 평가를 숱하게 들어 왔지만, 솔직히 그대로 인정하기는 어려웠다.
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책사다.
무릇 책사란 군주가 판단을 내리기 전 꺼내어 확인하는 병법서와 다를 게 없는 존재다. 그런 놈 따위가 감히 권위를 가지고 사패련의 이인자로 군림하는 꼴이 어찌 좋게 보이겠는가.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습니까?”
심지어 그 책사 놈이 무엄하게도 남해태양궁의 궁주를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여는 건방진 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고작 이런 데 사용하려고 성화(聖火)를 내놓으라 했느냐?”
성화(聖火)란 본디 종교적 성향이 강한 문파에선 그 자체로 상징이 될 만한 말이다. 그러나 남해태양궁에서 칭하는 성화는 그저 기름을 칭한다.
열양공의 극한을 추구하는 남해태양궁도들은 불의 활용에 대해서도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바로 성화(聖火)다.
그리하여 남해태양궁에서 성화는 불길을 일으키는 특수한 기름과 그 기름에 붙은 불을 모두 지칭한다.
한번 붙으면 내력으로도, 물로도 쉽사리 꺼지지 않는 불길. 오직 태양궁만이 지닌 귀보(貴寶) 중 귀보다.
그런데…….
“한 방울의 성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소모되는지 알고나 있나?”
“…….”
“그리고 그 성화를 다루는 이들이 궁에서 얼마나 귀한 전력인지 알고 있느냐?”
성화가 내뿜는 열기는 평범한 불의 온도를 훨씬 상회한다. 그렇기에 성화를 다루는 이들은 열양공으로는 천하제일을 다툰다는 남해태양궁에서도 고르고 고른 정예들일 수밖에 없다.
태양궁주가 어지간한 일로는 내놓지 않는, 태양궁의 핵심 중 핵심이란 뜻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을 데려다 이토록 하찮은 일에 써먹다니.”
“딱히 하찮은 일은 아닙니다.”
“……뭐라고?”
호가명이 담담한 눈으로 태양궁주를 마주 보며 답했다.
“오히려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고작 저런 비탈 하나를 여는 게 말이냐? 성화를 제대로 사용한다면 몇 개의 문파를 한꺼번에 모조리 불태워 버릴 수도 있다.”
“……아무래도 태양궁주께서는 손에 쥐신 것에 대한 과신이 크신 듯합니다.”
호가명의 이 발언에 발끈한 건 태양궁주가 아니라 그 뒤를 지키던 궁도들이었다.
“이 작자가 지금 뭐라 지껄이는……!”
“그만.”
소란이 커지기 전에 진평이 손을 들어 그들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새파랗게 빛나는 눈으로 호가명을 노려보았다.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이냐?”
“성화라 해 봐야 고작 불 잘 붙는 기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대는 무당입니다. 그런 잔재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닙니다.”
“……네까짓 게 감히 궁의 성화를 무시하는 것이냐?”
“글쎄요.”
호가명의 눈이 비탈길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듯하군요.”
태양궁주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같은 곳으로 향했다.
* * *
쇄애애애액!
또다시 날아든 불화살이 바닥에 흐른 기름을 화염으로 뒤바꾼다. 사색이 된 무당의 제자들은 뒤로, 또 뒤로 물러났다.
초조함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사숙!”
“…….”
“어찌합니까! 이대로면……!”
무진의 얼굴에도 핏기가 가셔 있었다. 오히려 그가 묻고 싶었다.
저들은 자신들이 일으킨 불 속에서 전진하고 있다. 대체 무슨 수를 쓰는 것인지, 사람을 새까맣게 태워 버리고도 남을 불길을 유유히 헤치며 말이다.
‘태양궁!’
남해태양궁의 열양기공이 천하일절이라고는 하나, 아무리 그래도 저만한 불길 속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게 말이나 되는가?
불그림자가 일렁일 때 저들의 몸이 순간순간 번들거리는 것을 보아 단순히 열양기공뿐 아니라 특수한 수단을 쓰고 있다는 것을 짐작만 할 따름이지, 무진이 그 대처법을 캐낼 도리는 없었다.
“무, 물러…….”
“비탈도 거의 끝났습니다, 사숙! 이 위는…….”
백안암 정상이다. 이는 즉, 저들에게 밀리고 밀려 끝내 고지를 내어준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백안암의 정상에는 너른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라면 저들의 머릿수가 더더욱 힘을 발휘하고 말 것이다.
어찌해야 하는가? 이를 감안하더라도 거기까지 물러나야 하는가? 아니면…….
그라면, 무자 배들이라면 저 기름과 화살을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진자 배들에게 이런 비탈에서 저들을 맞상대하라고 명한다면 이는 죽으라는 말과 진배없다.
그렇다면…….
“또 옵니다!”
쇄애애애애액!
더 생각을 이어 갈 틈도 없이 또 기름 공과 불화살이 허공을 격해 왔다. 무진이 다시 경계하라고 소리를 내지르려는 찰나였다.
파앗!
“헛!”
“뭐 하는 거냐!”
누군가 앞으로 파르륵 날아들며 쏟아지는 기름 공과 화살들을 향해 검을 펼쳤다.
빙글빙글 원을 그린 검은 기름 공과 화살을 검격의 중앙으로 모아 내더니 일거에 절벽 밖으로 날려 버렸다.
화르르르륵!
허공에서 불붙은 기름이 절벽을 오르던 사패련도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뭐, 뭐냐!”
“불이다아아아아!”
먼 아래에서 난데없이 불비를 맞은 사패련도들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무진은 앞에 나선 이를 멍하니 보았다.
“불이든, 기름이든, 화살이든…….”
“진현?”
“흐르는 물도 가둘 수 있는 무당의 검이 상대하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진현이 검을 똑바로 들었다. 그리고 불길을 흙처럼 밟으며 비탈을 오르는 태양궁도들을 겨눴다.
“그렇지 않습니까?”
무진이 희게 질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맞는 말이다. 뻔한 이치다. 하지만 그 당연한 사실을 잠시 잊었다.
“진현…….”
“저희를 걱정하시는 마음도 십분 이해합니다, 사숙. 하지만 그 전에 저희를 좀 더 믿어 주십시오.”
무진은 괴로운 마음에 잠깐 눈을 질끈 감았다.
그토록 원망했던 선대의 선택을, 그 역시 저들에게 저지르고 있었던 거다.
“……미안하다.”
“아닙니다.”
마음을 다잡은 무진은 검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 진현의 옆에 섰다.
그렇다. 배분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이 순간은 모두 목숨을 건 검수일 뿐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같은 검을 쓰는 이들을 믿어 주는 것.
“이곳을 사수한다! 불이든, 기름이든, 그 무엇이든! 무당의 검이 상대하지 못할 것은 없다!”
내내 피하기에 급급했던 무당 검수들의 두 눈에 다시 진한 각오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절벽 위에 허공 사숙께서 계신다. 그분이 있는 곳을 목숨으로 지켜 내라!”
“예!”
또다시 불화살이 쏟아져 왔다. 무당의 검이 일제히 움직였다.
* * *
“……잔재주라 통하지 않는다?”
태양궁주의 얼굴에 극심한 불쾌감이 어렸다.
“그 잔재주를 내어 달라 한 건 다름 아닌 너희였다.”
“잔재주는 잔재주로써 쓰일 데가 있지요. 적을 적당히 물러나게 하는 걸로 족합니다.”
“……그래서 뭘 얻을 수 있다는 거지? 결국은 저곳을 뚫지 못한다는 말이 아닌가?”
“대신에 가장 큰 소모 하나를 줄일 수 있지요.”
“무엇을?”
“시간.”
태양궁주는 이를 악물었다. 여전히 그 어떤 것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때, 호가명의 독백 같은 말이 귀를 스쳤다.
“희생 따위는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저 비탈을 완전히 우회하여 산 뒤로 진격로를 잡는다면, 못해도 다섯 시진 이상의 시간을 낭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섯 시진이면 승패가 갈리고도 남습니다.”
“…….”
“저 불로 그 다섯 시진을 줄일 수만 있다면, 궁주께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고 이 전투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우시는 겁니다.”
담담히 뇌까리는 듯한 말에 태양궁주가 눈을 가늘게 떴다.
“……주제넘군.”
하지만 태양궁주도 그 이상 불만을 늘어놓지는 않았다. 다만 덧붙였다.
“성화를 우습게 보는 건지, 무당 놈들을 과히 높이 평가하는 건지는 몰라도, 태양궁의 전사들이라면 저 비탈이 아니라 산 정상까지도 단번에 정복할 것이다.”
“그리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호가명이 표정 없이 중얼거렸다. 그를 뚫어지게 노려보던 태양궁주가 획 몸을 돌렸다. 같은 곳에 머물고 싶지도 않다는 듯 걸음걸이가 거칠었다.
이를 흘끗 일별한 호가명이 희미하게 조소했다.
‘오만하군.’
불이 잘 붙는 기름? 고작 그런 걸로 꺾을 수 있는 곳이라면, 무당이란 이름이 그 긴 세월 동안 천하에 고고히 남을 수 있었을 리 없다.
하지만…….
내내 차분하던 호가명의 눈이 순간적으로 새파랗게 빛났다.
어쨌거나 저 불 덕에 비탈을 거의 올랐다. 이제는 뚫는 일만이 남았다.
‘서둘러야 해.’
그가 격전이 벌어지는 전장을 넘어선 서쪽,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계속해서 무감하던 눈에 묘한 초조함이 스쳤다.
‘놈이…… 이 판을 바꿀 놈이 도달하기 전에.’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초조함의 근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