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ount Hua Sect RAW novel - Chapter 1681
1681화. 그건 내 알 바 아니고요! (1)
“으라차아아아아아!”
조걸의 검이 빛살처럼 허공을 갈랐다.
한동안 적을 겨누지 못해서인지, 그의 검은 오늘따라 한층 더 쾌속하고, 한층 더 날카로워 보였다.
“막으면 뒈진다! 이 새끼들아!”
바닥을 박차는 동시에 세 명의 사패련도를 꿰뚫어 낸 조걸이 횡으로 몸을 회전시키며 크게 검을 휘둘러 적들을 떨쳐 냈다.
‘어쩐지…….’
앞에서 누군가를 이끌어 본 것은 처음이다. 선두에 ‘선다’와 ‘이끈다’는 분명 다른 것이니까. 선두에 서는 이는 뒤에서 지시해 줄 이가 있지만, 이끄는 이에게는 지시를 내려 줄 이가 없다.
그건 분명 커다란 차이였다.
‘알 것 같다고!’
하지만 조걸의 검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담겨 있지 않았다.
알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하다.
지금 백천이 어디에 있는지, 윤종은 어디에서 어떻게 공격해 들어가고 있는지, 남궁도위와 혜연이 어떻게 그들을 도와주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마…… 바로 지금!
콰아아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이 터진다. 이건 아마 남궁도위의 검격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쿠우우우우우우웅!
조금 전 울렸던 폭음보다 조금 느리지만, 한층 더 묵직한 폭음이 터져 나온다. 이건 분명 혜연이 날린 권력이 만들어 낸 소리다.
권력이 터졌다는 것은 선두에게 적의 저항이 집중되었다는 뜻. 그리고 그 말은?
“사숙이 치고 나가겠지!”
파아아앗!
조걸이 검을 비호처럼 내지른다.
권력과 검기가 적을 흐트러뜨리고, 비틀어 낸 틈을 주공이 뚫어낸다. 그 순간 좌와 우로 치고 나간 이들이 과격하게 적을 꿰뚫어 중앙으로의 밀집을 막아 낸다.
수도 없이 해 왔다. 수도 없이!
확연히 다르지만, 딱히 다를 것도 없다. 아마 지금 백천도, 윤종도, 혜연과 남궁도위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까.
끔찍하기 짝이 없었던 지난 격전들이 무위가 아닌 경험이란 이름으로 그들의 몸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것이다.
“비켜라아아아아아!”
쇄애애애애액!
그야말로 쾌속무비(快速無比).
단번에 뻗어 낸 조걸의 검이 허공에서 열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하나 빛살처럼 뻗어 나간 조걸의 검영(劍影)들이 당황한 적들의 육신을 연이어 꿰뚫었다.
“이, 일검분…….”
콰득!
조걸의 검이 그의 별호를 외치려 하는 이의 입을 꿰뚫어 단숨에 숨통을 끊어 낸다.
“으라아앗! 죽기 싫으면 비켜라아아아아!”
“저 멍청이가!”
윤종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조걸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뛰어 대는 모양이었다. 그를 뒤따르는 이들의 속도에 맞춰 줄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고.
하지만.
‘뭐, 예상했지!’
그렇지 않으면 조걸이 아니다. 조걸은 당연히 그럴 것이고, 그래야 한다.
그런 조걸에게 맞춰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윤종 자신이었다.
“하압!”
윤종의 검이 날아드는 창을 쳐 냈다. 일체의 낭비가 없는 깔끔한 검격. 조걸이 꿰뚫는 창이라면, 그는 막아 내는 방패에 가깝다. 배운 것도 익힌 것도 아니다. 같은 검을 익혔으되, 그들의 검은 전혀 다른 결로 발전했다.
“따라가기 버겁다고, 이 새끼야!”
콰악!
발이 바닥에 박힐 정도로 강하게 진각을 내디딘 윤종이 몸을 비틀며 일수에 검을 떨쳐 낸다.
그가 뿜어낸 검기가 허공에서 산산이 부서지며 밀집되어 있는 적을 덮쳐 갔다.
“아, 아아아악!”
단번에 적의 숨통을 끊어 내는 조걸과는 다르다. 하지만 윤종의 검은 적들이 감히 달려들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드는 데는 조걸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그렇게 밀고 밀어낸 적들을 반대편에서 조걸이 꿰뚫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다소 둔중한 그의 검으로 조걸과 호흡을 맞춘다는 건 버겁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윤종에게 있어서 버거움은 이미 익숙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다소의 늦음을 만회할 방법 따위는 얼마든지 있다.
“앞으로 더! 그대로 밀어붙입니다!”
“예!”
윤종의 좌우에서 당원들이 검을 휘두른다. 앞서 나가는 이는 없지만 뒤처지는 이도 없다. 내 뻗은 윤종의 발끝에 맞춰 선두가 하나가 되어 적을 밀어붙인다.
윤종의 두 눈에 밀집한 적들이 출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럼 자연히?
콰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앙!
“……아니. 뒤는 좀 생각하시라고.”
윤종의 입에서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내력을 낭비하지 마시라고 했잖습니까?”
“……아미타불.”
“……아, 아니. 틈이 보이길래.”
백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말을 말아야지.’
진짜 격전은 지금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저 인간들은 뭉쳐진 적들을 보면 공격하지 않고는 배기질 못한다. 심지어 조원들도 그 반응에 휩쓸려 앞에서 권력과 검기가 터질 때마다 뒤쪽에서 장력이라도 날려 대고 있었다.
“끄응. 앓느니……. 아니, 이게 아니지!”
누군가의 입버릇을 따라할 뻔한 백천이 고개를 획하고 내젓고는 앞을 바라본다.
‘거리는?’
이제 지척. 그렇다면?
“갑시다! 한 번에 뚫어 냅니다!”
삼각의 형태로 나아가던 백천의 당이 그 순간 속도를 높인다. 목표는 그들의 쐐기. 선두에서 길을 열고 있는 두 사람의 등.
타앗!
백천의 발이 바닥을 박찼다.
모든 당원이 그의 뒤를 따라붙는 순간, 백천의 눈에 익숙한 이의 검짓이 보인다.
휘익.
허공으로 치솟아 오른 유이설이 적진 한복판으로 강하한다.
‘여하튼!’
위험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무학과 경신법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이 없다면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 천하의 백천도 흉내 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유이설만의 특기다.
하지만 위험한 만큼 그 효과는 확실하다.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제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이를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앞에서 밀고 오는 적의 검은 내 앞의 누군가가 쓰러지기 전까지는 내게 닿지 않지만, 위에서 떨어지는 적의 검은 언제든 내 목을 베어 낼 수 있는 법. 그런 와중에 진영을 유지한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였다.
사아아아앗!
유이설의 검이 허공에서 초승달 같은 원을 그려 낸다. 선명하게 뻗어 나간 검기가 일순 부서진다 싶더니, 순간 수많은 꽃잎으로 화해 적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아아아아아악!”
그녀가 처음 익혔던 월녀검(月女劍)의 조화가 담긴 매화검법(梅花劍法).
반격하려는 적의 예봉을 단숨에 꺾어 내고 적의 중앙으로 떨어진 유이설의 검이 당황한 이들의 급소로 비정하게 파고들었다.
콰득! 콰득! 콰득!
채 비명을 내지를 새도 없이 절명한 이들이 그 자리에 털썩털썩 허물어졌다.
그 어느 곳에도 고요나 정적이 존재할 수 없는 치열한 전장의 한 중앙. 하지만 제 검으로 만들어 낸 공간 위에 가만히 선 유이설의 주변으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고, 공격…….”
파아아아아앗!
그 광경에 눈을 빼앗긴 이들에게 수백 개의 검영이 날아든다.
“뭐, 뭣?”
마치 산처럼 쌓아 놓은 검 더미가 쏟아지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장관. 그러나 그 장관에 감탄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순식간에 수십의 적을 항거불능으로 만들어 버린 진금룡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그의 천하삼십육검은 충분히 위력적이었지만, 이래서야…….
“거저 얻어먹네!”
“뭐? 이 새…….”
그 순간 백천이 진금룡의 옆을 스치며 그가 쓰러뜨린 적들 위로 몸을 날린다.
파아앗!
그가 휘두른 검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적들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 냈다. 그렇게 백천이 재차 검을 날리려는데, 무언가 그의 앞으로 슬쩍 몸을 들이민다.
“뭐, 뭐야!”
“……어디로?”
“…….”
고개를 들어 보니 뚱한 얼굴의 유이설이 그의 앞길을 등으로 막아서고 있었다.
“사매?”
“어디? 저쪽?”
“…….”
백천이 얼이 빠져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유이설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파아아아앗!
그녀가 날린 검이 단숨에 세 사람의 목을 쳐 내며 뭉치고 뭉쳐 든 이들 사이로 비좁지만 확실한 길을 만들었다.
“뒤처지지 말아요. 안 쉬고 갈 테니까.”
“누구한테 하는 소리냐?”
“사형.”
“……진짜 물은 건 아닌데.”
타탓.
유이설이 앞으로 내달리는 순간, 또 한 사람이 백천의 머리를 콱 움켜잡아 뒤로 밀쳐 내고는 유이설의 옆으로 따라붙는다.
“비켜라, 여검수! 선두는 내 자리다.”
“느려.”
“이 여자가?”
서로 경쟁하듯 휘두른 검이 순식간에 적을 무너뜨렸다. 그 광경을 보며 눈을 끔뻑이던 백천이 움찔하고는 다시 목소리를 높인다.
“따라붙습니다! 일시에 돌파합시다!”
“예!”
“여하튼 성격은 나빠 가지고…….”
백천의 고개가 또다시 절레절레 저어졌다.
“두 사람 다.”
그의 눈에 유이설과 진금룡이 마지막 적의 방어선을 파고드는 모습이 선명히 들어왔다.
“……흐음.”
흘러나오는 침음 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보인다.
적이 마치 유린하듯 아래에 있는 사패련을 휘저어 대는 모습이 말이다.
“천우맹에 이런 능력이 있었던가?”
그 전략적 능력이야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이건 전략보다는 전술의 영역이 아니던가. 커다란 저택의 따뜻한 방에서 신선놀음이나 하던 이들이 이렇게 싸울 수 있을 리는 없고.
“……화산의 아이들인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들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이런 지휘력을 보일 수 있을까?
“음.”
그 와중에 적이 마침내 무당산 아래에 밀집해 있던 이들을 뚫고 산자락에 발을 올린다. 일차 저지선이 무너지는 데 고작 반 각도 걸리지 않았다.
남아 있는 놈들이라고 해 봐야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해도…….
“역시나.”
천면수사가 아래에서 시선을 떼고, 한 사람을 돌아본다.
“저들은 너희 같지 않은 모양이군.”
“…….”
허공이 검을 꽉 움켜잡고는 천면수사를 노려보았다.
원군이 왔다. 그 원군이 지금 바로 이 무당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해야 할 것은 저 원군이 이곳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는 것. 단순하기 짝이 없는 목표지만, 또한 어렵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해내야 한다.’
지금 그들의 눈앞에 희망이 도달했다. 그 희망에 손이 닿을 수 있는가는 온전히 그들의 몫이다.
“……헛된 바람이 생겼군.”
“…….”
“애초에 저들이 이곳까지 올 수나 있을까?”
천면수사가 천천히 뒷짐을 풀었다. 그리고는 살짝 손을 당긴 채 허공과 무당의 제자들을 바라본다.
반수? 아니면 그 이하?
글쎄. 잘 모르겠다. 이들의 수 같은 건.
“약속하지.”
천면수사가 빙그레 웃었다.
“반 시진 이내에 절반이 사라진다. 그리고 또 반 시진이 지나면 아무도 서 있지 못할 거다. 그때가 바로 무당의 마지막이겠지.”
“…….”
허공이 결의에 찬 눈으로 천면수사를 노려보았다.
“우린 반드시 버텨 낼 거다.”
“바람과 현실은 구분할 줄 알아야지.”
“그래서 장일소에게 머리를 조아렸나? 천하의 하오문주께서?”
순간, 천면수사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게 현실이라면 차라리 바람을 품고 죽는 게 나을 것 같은데?”
“…….”
천면수사의 얼굴을 가린 면구 뒤로 악의에 찬 분노가 스멀스멀 흘러나온다.
“반 시진이란 말은 취소하지.”
천면수사의 양손에 새하얀 기운이 거칠게 피어올랐다.
“일각 내에 모두 몰살시켜 주겠다!”
그의 장영이 구름처럼 불어난다. 더없이 폭발적인 속도로.
그 광경을 본 허공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면목 없지만 부탁한다! 제발!’
저 검들이 이곳에 닿을 때까지 그가 버텨 낼 수 있기를. 무당의 이름이 이곳에 그저 한 자락이라도 남아 있기를.
화산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