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ount Hua Sect RAW novel - Chapter 1700
“사숙!”
“그래, 나도 느꼈다!”
백천이 이를 악물었다.
이 혼란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저 절벽 아래에서 누군가 싸우고 있다!
‘다들!’
오른 것이다, 저 절벽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지금 이 천하에서 가장 위험한 곳을 오직 그들을 구해 내기 위해서.
백천의 손이 희미하게 떨렸다.
화산이라면 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절벽을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외려 그렇기에 더 절절히 안다. 그 행동에 얼마나 커다란 결심이, 큰 각오가 필요한지를.
“합류합니까?”
들려온 물음에 백천이 뒤를 흘끗 보았다.
절벽 위로 돌아간다면 저 절벽을 오른 이들과 합류해 함께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이들과 함께.
“아니!”
하지만 판단은 빨랐다.
화산은 지금 무당을 대동하고 있다. 이들을 짊어진 채 언제 붕괴할지 모르는 절벽 한복판으로 다시 향하는 건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또한 그건 화산과 무당을 지키기 위해 저 절벽을 오른 이들이 바라는 바도 아닐 터.
“앞으로 간다! 저들이 벌어 준 시간을 헛되이 쓰지 마라!”
“예!”
쾅!
백천의 앞으로 화산의 검수들이 쏘아졌다. 무엇 하나 거칠 것 없는 뒷모습이었다.
백천이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우리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언제나 앞장서서 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화산이니까. 화산은 그런 문파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앞으로 달리는 그의 등을 사형제들이 밀어 주듯이, 앞선 화산의 등을 이제는 천우맹의 맹도들이 지켜 주고 있다.
“어쩐지…….”
백천이 짊어진 무진을 꽉 붙들며 전력으로 검을 뻗었다.
“힘이 나는 기분인걸!”
이 느낌을 그 혼자만 받은 건 아닐 것이다.
검을 휘두르며 길을 여는 다른 화산의 검수들에게서도 조금 전과 달리 경쾌함이 느껴진다. 누군가가 등 뒤를 지켜 준단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검이 이토록 가벼워질 줄이야.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아―미―타―불! 비키시오, 시주!”
혜연의 외침을 들은 백천이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뒤틀었다.
“오오오오오오!”
그 즉시 가공할 권력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
혜연의 전매특허인, 황금으로 조각한 거대한 주먹 같은 권력은 앞을 막아선 적들을 말 그대로 분쇄하며 길을 열었다.
“걸아!”
“갑니다!”
조걸의 두 눈에서 새파란 안광이 쏟아진다.
‘이놈들은 별게 아니야!’
지금 화산이 진정으로 이겨야 할 적은, 정상으로 이어지는 비탈 초입을 막아서고 있다. 아마 호가명이 준비한 진정한 한 수일 것이다.
확실히 한눈에 보아도 그 기세가 범상치 않다.
하지만 이건 달리 보자면……!
“저 새끼들만 뚫으면 된다는 거잖아!”
콰앙!
조걸이 힘껏 발을 굴렀다.
파아아앗!
그가 한 줄기 빛살처럼 앞으로 거듭 쇄도했다.
당황한 적의 얼굴이 옷깃 옆으로 스쳐 가고, 반사적으로 휘두른 칼이 조걸의 머리 바로 위를 스치며 휘날린 머리카락 끄트머리를 베고 지나간다.
피부를 달아오르게 하는 기파, 얼굴을 때리는 풍압.
지독하리만치 생생한 감각 속에서 조걸을 이룬 모든 것이 한층 더 날카롭게 벼려졌다.
파앗! 파앗!
낭비 없이 휘둘러진 검이 스쳐 가는 이들의 급소를 깔끔하게 베어 낸다. 너무 완벽하게 베인 상처는 상흔조차 남기지 않는다.
적들이 이미 스쳐 지나간 조걸을 돌아보려는 순간에야 상처가 벌어지며 피를 울컥 토했다.
조걸은 앞으로, 더 앞으로 나아갔다.
‘더 빨리!’
갈 수 있다.
‘더 강하게.’
해낼 수 있다.
검은 조걸이 되고, 조걸은 검이 된다. 나뉘었으되 이어진다. 본디 그러했던 것처럼.
합일(合一).
쾌속함을 넘어, 강건함을 넘어, 그 검은 조걸의 의지가 되어, 어쩌면 조걸이 검의 의지가 되어 쏘아졌다.
“건방진……!”
콰하아아아아!
그 순간, 막대한 열양장력이 조걸의 시야를 뒤덮는다.
삽시간에 타오른 들불, 혹은 이글거리는 폭염 같은 폭발적인 열양장력이 조걸을 금세 살라 버릴 듯했다.
“걸아!”
조걸의 속도를 채 따라잡지 못했던 윤종이 비명을 질렀다. 저 가공할 겁화를 사람의 몸으로 감당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나 그 순간.
파아아앗!
겁화가 돌연 반으로 갈라졌다. 베인 것이 아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존재하였던 것처럼 갈라졌다.
‘뭐?’
윤종이 두 눈을 부릅떴다.
이윽고.
열양장력을 꿰뚫은 조걸의 검이 선두에 선 노인의 목에 박혔다.
콰드득!
“꺼억…….”
노인의 두 눈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경악이 밀어닥쳤다.
“끄…….”
목 뒤로 삐죽이 검신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노인은 제 목을 뚫은 검을 볼 수 없었다. 볼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제 목을 찌른 검수의 차디찬 표정뿐이었다.
“내가 원래 조금 건방지긴 해.”
“끄륵…….”
파아아앗!
검이 단숨에 뽑혀 나오며 노인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타악!
곧장 검을 고쳐잡은 조걸이 아직 당황하여 갈피를 못 잡은 태양궁의 장로들을 향해 벼락같은 검기를 쏘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