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ount Hua Sect RAW novel - Chapter 414
413화. 내가 성질이 뻗쳐서, 내가! 아오! (3)
“⋯⋯조금 전에 들어가신 분, 은하상단 소단주님 아니신가?”
“그런 것 같은데요.”
“⋯⋯대체 일을 어디까지 키울 셈이지?”
백천이 영 불안하다는 얼굴로 전각을 바라보았다.
청명과 현영이 유령문의 소문주를 끌고 간 자리에 황종의까지 참석했다.
“진짜 제대로 해 볼 생각인가?”
“⋯⋯그러게요.”
“이해 안 돼요. 왜 불안?”
유이설이 툭 묻자 백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 물론 화산에서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 건 환영할 일이지. 걱정할 일이 아니라.”
“그렇죠.”
“근데 그 사업을 주도하는 게 청명이 놈이란 게 문제지. 저놈이 벌였던 일이 소란 없이 평온하게 끝난 적이 있더냐?”
윤종이 심각한 얼굴로 말을 보탰다.
“그리고 그 피해는 보통 고스란히 저희에게 떨어졌죠.”
“내 말이 그 말이다.”
백천은 못내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전각을 물끄러미 보았다.
“이번에는 별일 없이 끝나야 할 텐데.”
백천과 윤종이 동시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업성은 충분합니다.”
고민 끝에 입을 연 황종의가 심각한 얼굴로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바라보았다.
“이게 참 뭐랄까⋯⋯.”
기발하다?
아니, 아니지.
기발이라고까지 할 건 아니었다. 이미 수많은 표국들이 물건을 나르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머리를 쥐어짜고 있으니까.
시간은 곧 돈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야 많았다.
하지만⋯⋯.
‘이건 확실히 남들은 못 할 발상이지.’
일반적인 표국들이라면 유령문 정도 되는 문파의 문도들을 고용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었다.
돈이니 뭐니 이익을 떠나, 무인들은 그런 하찮은 일에 뛰어드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니까.
이건 저 청명이기에, 그리고 화산이기에 말이라도 꺼내 볼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이걸 과연 유령문의 소문주가 이해할지가 문제로군.’
황종의가 자못 염려스러운 얼굴로 도운찬을 바라보았다. 그때 한참을 침묵하던 도운찬이 말했다.
“저⋯⋯. 소도장.”
“네?”
“아니. 제가 이해를 못 한 게 아니라, 이해는 했는데⋯⋯.”
“아닌데. 아직 이해 못 하신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제가 이해는 했습니다만⋯⋯.”
“아뇨. 이해 못 하신 것 같은데?”
심각하던 황종의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렸다.
‘이해고 나발이고의 문제가 아니네.’
이 일을 추진하는 이가 청명이라는 걸 잠시 잊었다. 저 괴물 같은 추진력으로 어떻게든 하겠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이게 돈이 크게 되는 일이라는 걸.”
“그 정도가 아닙니다.”
하지만 지원사격 정도는 조금 필요한 법.
황종의가 도운찬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소문주께서는 아직 이 일이 얼마나 큰 이문을 가져올지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만, 이건 소문주가 생각하시는 이상의 금전이 오고 갈 만한 일입니다.”
“⋯⋯예?”
“이 일을 단순히 표물을 빨리 옮기는 일로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유령문의 문도들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들이 일반적인 표사처럼 일할 수는 없습니다.”
도운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천금보다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화급을 다투는 일이라면 천금을 들여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물건을 옮겨야 할 때가 있지요.”
옆에서 조걸이 동의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황종의의 설명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그게 바로 우리가 노려야 할 이들입니다. 가장 빨리 물건을 옮기고 싶어 하는 이들.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돈을 얼마든지 낼 수 있는 이들. 그리고 또⋯⋯.”
그는 잠깐 말을 멈추고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내가 이 정도 돈을 내고 물건을 옮길 수 있다는 걸 과시하고 싶은 이들까지.”
“예?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하하. 이건 조금 어려운 이야기니 그냥 넘어가십시다.”
황종의가 쓴웃음을 지었다.
가진 건 돈밖에 없는 이들의 과시욕을 이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었다. 아무리 설명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잘만 하면 표물 하나를 옮기는 데 기존 요금의 열 배는 물론이고, 백 배까지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죠.”
“에이. 뭔 백 배까지.”
그때 청명이 그건 과하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소도장. 이건 정말⋯⋯.”
“하하하핫. 황종의 소단주님께서 조금 과장을 보태셨네요. 물건 하나 옮긴다고 뭘 백 배까지. 하하하하핫!”
“아니, 이건⋯⋯.”
황종의는 말을 하다 말고 슬며시 입을 다물었다.
분명히 입으로는 웃는데, 청명의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아⋯⋯.’
그제야 무언가가 번뜩 생각났다.
이 일이 막대한 이문을 남긴다는 걸 유령문주가 알게 되면 싹 돌변하여 자신들이 받을 돈을 과히 요구할 수도 있다.
‘⋯⋯그걸 벌써부터.’
상인인 그도 생각하지 않았던 걸 벌써 고려하고 있다니⋯⋯. 어떤 의미에서는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여하튼!”
청명이 손을 쫙 펴 탁자를 팡팡 때렸다.
“이건 유령문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니까요! 정말로!”
그러자 곰곰이 생각하던 도운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아서 그러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면 왜 거부들은 직접 무인들을 고용해서 물건을 나르게 하지 않는 겁니까?”
“무슨 수로 고용할 건데요?”
“⋯⋯예?”
“신법 빠른 고수가 길에 막 널려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런 이들이 쉽게 고용이 될 것 같았으면 표국에서 이미 쓸어 갔겠죠.”
특히나 신법만 빠르고 다른 건 별 볼 일 없는 기괴한 무인은 더욱 흔치 않다. 하지만 이건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지.
“그리고 설사 고용한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황종의의 말에 도운찬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그건 또 무슨⋯⋯.”
“그런 이를 고용해서 옮기게 할 물건이라면 당연히 귀중하고 가치가 높은 물건이 됩니다. 아니면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 담긴 문서겠지요. 그런데 그 물건을 옮기는 이가 들고 빼돌린다면 어쩌겠습니까?”
“⋯⋯망하겠죠.”
“예. 아무리 관을 동원한다고 해도 이 넓은 중원에서 작정하고 도망친 한 사람을 찾아내기란 어렵습니다. 특히나 그가 더없이 빠르고 날랜 신법을 익힌 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도운찬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단순히 빠른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 일에 반드시 책임을 져 줄 이도 있어야 합니다. 혹여 물건이 분실된다 해도 몇 배의 금액을 배상할 수 있고, 물건을 나르는 이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허리를 분질러 버릴 곳이!”
전자는 모르겠지만, 후자는 확실히 이해가 되었다.
‘죽겠지.’
도운찬의 시선이 청명에게로 향한다. 방긋방긋 웃고 있는 저 젊은 도사가 조금 전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생각하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에이. 뒈지고 싶지 않으면 그런 짓을 하겠어요?”
저 보라지.
황종의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배상에 대한 문제는 은하상단의 이름으로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혹여 문제가 터졌을 때 배상을 할 자금력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화산은 더하지.
화산이 사업장들과 차 무역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가늠해 보다 혀를 내두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마 화산은 앞으로 십 년이 지나기도 전에 섬서 최고의 거부가 될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은하상단에는 오랫 동안 고위 관료는 물론, 중원의 거부들과 쌓아 온 신뢰가 있습니다. 저희의 이름을 걸고 사업을 시작한다면 다들 믿고 물건을 맡겨 줄 것입니다.”
그러니까 넘어와라.
넘어오라고 인마! 이거 떼돈 번다니까?
황종의의 눈에 욕망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건 그동안 다른 상단들과 표국들을 통틀어 단 한 번도 제대로 개척하지 못했던 사업이다. 이걸 잘 써먹을 수만 있다면 돈은 물론이고 중원 최고의 운송 업체라는 명성까지 따라올 것이었다.
명성이 얼마나 커다란 돈을 낳는지를 아는 황종의는 엉덩이가 절로 들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도운찬의 반응은 영 미적지근했다.
“정말 다 이해했습니다. 이게 참 좋은 기회라는 것도요. 하나⋯⋯.”
넘어가기는커녕 도운찬의 눈에는 전보다 더 확고한 의지가 어렸다.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소문주님?”
귀를 의심하는 황종의를 향해 도운찬이 고개를 내저었다.
“저는 유령문을 다시 키우는 데 제 평생을 바치기로 한 사람입니다. 지금 유령문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유령문이 과거와 같은 성세를 되찾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학이 중요합니다. 여러분도 무인이시라면 제 뜻을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뜻을 정중하고 단호하게 전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 도운찬이 뿌듯하고 환한 얼굴로 청명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도운찬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뭐래?”
“⋯⋯.”
“아니, 이 아저씨가 지금 꿈을 꾸시나?”
“청명아. 외인이시다.”
“근데 꿈꾸잖아요.”
“그건 그렇다만.”
현영도 곱씹을수록 어이가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청명이 도운찬을 보며 혀를 차더니 말했다.
“아저씨. 아니, 소문주님.”
“⋯⋯예?”
“무인은 흙 파 먹고 살아요?”
“⋯⋯.”
아니지. 밥 먹고 살지.
“아저씨, 소림 가 봤어요?”
“가, 가 보지 못했습니다만.”
“천하에서 제일 잘나가는 문파라는 소림도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서 향화객들 오는 자리 쓸고, 그 사람들 절할 자리 마련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거든요? 아저씨가 그 소림 애들보다 더 열심히 무학을 익혀요?”
“⋯⋯.”
“아저씨. 잘 들으세요.”
“예?”
“문파는 돈이 있어야 커요.”
“⋯⋯.”
“중원에 일인전승(一人傳承)이니, 신비지문(神祕之門)이니, 중간 중간 튀어나와서 명성을 날리는 문파가 어디 한두 곳이었어요? 그런 애들이 잠깐 떴다가 다시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그, 글쎄요.”
“돈이 없어서 그래요.”
“⋯⋯.”
도운찬의 눈이 거세게 뒤흔들렸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논리였다.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걔들이라고 소림처럼 전각 으리으리하게 짓고 잘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냐고. 그런데 무학이 어쩌고 하면서 폭포 밑에서 수련만 해 대니 아무리 세져 봐야 나무뿌리나 벗겨 먹고 사는 거 아니냐고!”
논리고 나발이고, 청명의 강렬한 주장은 도운찬의 마음을 한순간에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었다.
청명의 목소리는 점점 더 힘을 얻고 강해졌다.
“돈! 일단은 돈! 막말로 유령문이 잘나가려면 입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할 거 아니냐고요. 생각해 봐요. 옆 문파는 가면 삼시세끼 고기 뜯는다는데, 유령문은 풀뿌리만 뜯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면 누가 유령문에 입문해요? 나 같아도 안 가지!”
현영이 참 감동스러운 연설이라는 듯 연신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청명이 진지하게 도운찬을 응시했다.
“유령문을 부흥시키고 싶다고 하셨죠?”
“그, 그렇습니다.”
“뭘로 부흥시킬 건데요?”
“⋯⋯.”
“그거 무공 좀 세진다고 부흥이 될 것 같아요? 그걸 누가 알아주는데? 유령문이 엄청 빠르다 소문나면 누가 거기 입문하겠다고 찾아가서 빌기라도 할 것 같아요?”
도운찬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잃은 채로 고개만 내저었다.
“일단 문파는 으리으리하게! 어? 대도시 땅값 비싼 데다가 전각하나 짓고! 어? 거기 현판에 유령문이라고 딱! 따악, 이렇게 붙여 놓으면 그 순간 끝나는 거지!”
아까부터 청명의 눈은 이상할 정도로 희번덕대고 있었다.
“문파를 부흥시키고 싶으면 일단 돈을 벌어야 돼요, 돈을! 돈 없는 문파는 뭘 해도 그냥 중소문파에서 끝난다니까?”
“⋯⋯.”
“구파일방 놈들이 얼마나 돈을 벌어 젖히고 있는지 알면 아저씨 아예 돌아가실걸요? 애초에 그런 산골에 처박혀서 아침부터 밤까지 무학만 익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뭐겠어? 그 새끼들이 부자라는 뜻이라니까! 딸린 입이 몇 갠데 그걸 다 거뜬히 먹여 살리잖아요!”
“⋯⋯그, 그렇긴 합니다만⋯⋯.”
“따라하세요. 문파는 돈이다!”
“그, 무, 문파는 돈이다!”
“화산이 요즘 왜 잘나가는 줄 아세요?”
“⋯⋯도, 돈을 많이 벌어서?”
“이제 아시네!”
청명이 그제야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린다. 하지만 고막을 터뜨려 버릴 것 같은 잔소리에 한참을 시달린 도운찬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이해했다.
‘돈이구나.’
물론 이에 대해 아주 생각을 해 본 적 없는 건 아니다. 유령문 역시 과거에 비해 크게 쪼들리고 있던 차니까.
안 그래도 당장 이제부터 문도들을 어찌 먹이고 재워야 하는지 고민하던 찰나였다.
다만 당연하다 여겼던 순서가 완전히 뒤집혔다.
‘강해서 부자가 된 게 아니라, 부자라서 강해진다니.’
하기야.
당장 입에 풀칠할 돈이 없는 이들이 어찌 하루 종일 무학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이건 정말 가슴을 넘어서 뼈에 와닿는 말이었다.
혹여 다른 문파에서 이런 제안을 했다면 의심부터 하고 봤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다름 아닌 화산이다. 지금 가장 기세가 좋고 저 만인방과 붙어 이긴 화산이 뭐 하러 한낱 유령문에게 사기를 치려 들겠는가?
“그⋯⋯ 하, 하나만 더 물어도 됩니까?”
“얼마든지 물으세요.”
“⋯⋯저희가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서면 정말 막대한 돈을 벌고 문파를 부흥시킬 수 있는 겁니까?”
청명이 흐뭇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 도운찬의 어깨를 단단히 움켜잡았다.
“소문주님.”
“예?”
“낚시를 처음 하려면 누구한테 배워야 하죠?”
“그야⋯⋯ 낚시꾼이죠.”
“오 년 전에 화산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 있으세요?”
“⋯⋯없습니다.”
“지금은요?”
“그야⋯⋯.”
온 세상이 화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그렇죠? 우리가 바로 전문가예요.”
“⋯⋯.”
도운찬은 살면서 이렇게 강하게 신뢰를 불러일으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진짜 완전 바닥! 어? 아니지. 바닥도 아니고, 저 지하 시궁창에서부터 기어 올라온 문파라니까!”
“⋯⋯청명아. 그래도 시궁창은 좀 심하잖으냐.”
“딱 믿고 맡겨 보세요. 제가 유령문의 이름이 천하,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게 해 드릴 테니까! 이거 진짜 아무한테나 안 해 주는 거예요!”
그 말이 결정타였다.
“그, 그렇게 해 주시기만 한다면 저도 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지요.”
“그렇죠. 그렇죠. 자자, 그럼 여기에 수결을 하시고. 장로님?”
“오냐. 장문령부 여기 있다. 이걸로 찍으면 되는 거지?”
“크으! 역시!”
눈 깜짝할 사이에 문서가 완성되고 수결과 인장이 찍혔다.
얼결에 수결까지 마친 도운찬은 살짝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 만면에 의욕이 가득 차올랐다.
‘차라리 좋은 기회다.’
다른 걸 다 떠나서라도 이 화산이라는 문파가 그가 가장 바라던 일을 해낸 문파라는 건 분명하다. 설령 이 일로 큰돈까진 쥐지 못한다 해도, 이들에게 그 요령을 배울 수만 있어도 남는 장사⋯⋯.
“청명아.”
그때,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현종이 살짝 불안한 얼굴로 입을 뗐다.
“예?”
“⋯⋯사기 치는 건 아니지?”
“에이. 제가요? 설마요? 헤헤.”
청명이 겸연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순간 도운찬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진짜⋯⋯ 믿어도 되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수결은 찍힌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