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professional farmer RAW novel - Chapter (157)
그에 석준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모른다는데요.”
“미치겠네.”
“그런데 애슐리 리스테런이랑 아는 사이예요?”
그 물음에 재한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그런 대단한 인물이랑 어떻게 알아?”
“그런데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해요?”
“그냥. 팬심이지, 인마.”
그의 말에 세 사람이 전부 한숨을 내쉬었다.
세 사람의 속내를 상혁이 대표로 표현했다.
“나잇값 좀 해라.”
“팬에 나이가 어딨냐? 아무튼 나는 애슐리 리스테런을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말에 상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귀찮았는데, 이게 또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다 보니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지수와 석준도 그러길 원했고 말이다.
“좋아. 그럼 농장 내부에서만 찾아보자. 어차피 그 밖으로는 죽었을 테니까. 그리고 찾는 건 내일부터다. 오늘은 이미 너무 어두워.”
재한은 당장 찾아보자고 주장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상혁 자신은 몰라도 다른 이들은 아무리 농장 내라도 마음대로 움직이는 건 위험했다.
어두워서 사리 분별 못 하는 가축한테 물려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 * *
동굴 안쪽으로 향할수록 온기가 느껴졌다.
겨울이 가까워 오는 계절의 밤은 생각 이상으로 추웠기에 애슐리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인 셈이었다.
대신 습한 기운이 조금 거슬렸지만 그것까지 불평할 수는 없었다.
‘이 굴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걸까? 그리고 누가 왜 이런 곳에 이런 시설을 만든 것일까?’
그녀는 굴 자체를 조금씩 살피면서 들어갔기에 이 굴이 분명 사람의 손을 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한 사실이 그녀를 무척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혹시 악의 세력이 이곳에서 뭔가 실험을 한다거나…… 아니면 한국 정부 기관에서 몰래 뭔가를 하는 건가? 설마, 핵?’
상당히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닐 수 없지만, 그녀 스스로는 아주 타당성이 있다고 보았다.
핵은 여전히 인간의 최종 병기에 속하는 무기였다.
몬스터의 등장으로 인해서 핵이라는 것의 무게가 살짝 덜어진 것처럼 보여도, 그건 어디까지나 착각에 불과했다.
최상급 몬스터도 핵 앞에서는 무력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 밖의 현대 무기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의 명성에 비하면 흠이 좀 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특히 5대 기운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현대 무기는 최후의 수단이자, 보루와 같은 것이었다.
기운의 도움을 받지 못한 무기 중에서 아직도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현대 무기뿐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런 사정이 있기에 아직도 전 세계에서는 비핵화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물론 몬스터로 인해 지금부터는 핵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말이다.
‘한국 내부에 존재하는 비핵화 운동을 반대하는 세력이 몰래 만들었을 수도…….’
애슐리는 자신이 어쩌면 어마어마한 사건에 휘말린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이쯤 되자, 계속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밖으로 나가면 몬스터 때문에 위험하다.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뭔가 흑막이 있어 보여.’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 상황에서 그녀는 결국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의 발에 뭔가가 걸렸다.
주먹만 한 돌이었다.
생각해 보면 굴 내부로 들어오는 내내 널리고 널려 있던 것이었다.
‘이거 돌이 아니다.’
그녀는 이것이 발에 걸린 순간, 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귀신 나무에 등을 살짝 댄 것만으로 알아챈 것처럼, 그녀는 몸에 닿는 것에 무척 민감했다.
‘뭘까?’
뭔가 푸석푸석한 것이 뭉쳐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힘을 주자 그것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 순간 역한 냄새가 풍겼다.
“흐읍!”
상상 이상의 역겨운 냄새였다.
그녀는 숨을 멈추고 그것의 갈라진 안쪽 면을 확인했다.
뭔가 여러 종류의 건더기 같은 것이 뭉쳐 있었는데 뭔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건 뭐지? 설마…… 뭔가 실험을 하면서 나온 폐기물 같은 건가? 핵폐기물?’
그녀가 재빨리 그것을 던져 버렸다.
‘역시 이곳에는 뭔가 있어.’
물론 아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생각이 점점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꽤나 우울한 상상을 했다.
‘나는 아마 지금 피폭된 상태겠지?’
그녀는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끝까지 가 보자는 생각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대로 물러나 봤자 이미 더럽혀진(?) 몸이라고 단정 지은 것이다.
‘어차피 나는 죽어. 아니, 살아도 산 게 아닐 거야. 그럴 바에는 이 한 몸 희생해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겠어.’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공상이 만들어 낸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생각에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나아갔다.
어두운 굴 끝에 어떤 면에서는 핵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굴의 끝부분에 다가선 그녀는 자신이 엄청난 착각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어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검고, 크고, 단단하고, 반들거리는 것들이 눈앞에 수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들의 정체는 바로 바쿠였다.
그것도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의…….
그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애슐리 리스테런. 26세.
그녀 인생 중 가장 끔찍하고, 가장 위험하고, 가장 싫은 기억이 생성되는 순간이었다.
* * *
애슐리의 탐색은 날이 밝아서야 진행할 예정이었다.
야간이라는 상황이 가져오는 의외성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탐색을 한 박자 빠르게 앞당기는 일이 생겨 버렸다.
마치 폭풍이라도 몰아치는 것 같은 기운이 짧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잠을 자던 상혁이 눈을 떴다.
‘신성력이다.’
그는 단번에 기운의 종류를 알아맞혔다.
단 한순간에 폭발하듯이 느껴진 기운.
느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느껴질 만큼 사나웠다.
몬스터가 내뿜은 것이라면 족히 최상급에 달할 정도.
장군이와 비슷한 정도의 몬스터만이 뿜어낼 수 있는 기운이었다.
‘애슐리라는 여자인가?’
상혁은 그렇게 판단했다.
그가 그리 판단한 이유는 일단 몬스터가 신성력을 다루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 정도의 기운을 가진 몬스터가 근처에 있었다면 상혁이 지금까지 알아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방금 전 느껴졌던 기운의 사용 방식이 신성력을 다루는 사람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자기희생을 통해 순간적으로 신성력을 폭발시키는 방식과 아주 흡사했던 것이다.
‘뭐, 완벽한 자기희생은 아닌 것 같지만.’
상혁은 애슐리가 충분히 위기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자기희생 자체가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니 말이다.
그는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자 먼저 나와 있는 재한이 보였다.
“왜 밖에 나와 있어?”
“잠이 안 와서 잠 좀 설치고 있었는데,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 나와 본 거다.”
“그래? 그런데 잠을 설쳐? 설마, 그 애슐리라는 여자 때문에 못 자고 있었냐?”
그 말에 재한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 뭐. 비슷한가?”
“그, 팬심이라는 거냐?”
그 말에 재한이 피식 웃었다.
“그러게. 분명 원주에서 봤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느낌은 없었는데……. 어제 그녀가 위험에 처했다는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상혁이 알기로 아무리 팬이라도 스타를 이 정도로 걱정하는 경우는 얼마 없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팬이라 자처한 사람이 죽어도 잠깐 안타까워했지, 결국에는 자신의 생활 패턴을 그대로 고수하기 마련이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었다.
‘저 녀석 혹시 사생팬?’
물론 사생팬이라고 할 정도는 절대로 아니었다.
단지 끼가 좀 있어 보일 뿐이었다.
“그래. 아무튼 그래도 자라. 나는 방금 그것 때문에 좀 갔다 와야 할 것 같다.”
“나도 같이 갈까?”
“됐다. 혼자 다녀올 테니까 자. 내일도 할 일 많아.”
“좀 쉬면 안 되냐? 징그러운 놈.”
상혁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몸을 띄웠다.
그리고 기운이 느껴지던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재한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들어갔다.
* * *
에슐리는 재빨리 비명이 나오려는 입을 양손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힘이 풀린 다리는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 이게 뭐야. 바쿠!’
에슐리도 바쿠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많은 바쿠들이 서로 부비부비를 하고 있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사라락. 사라락.
녀석들의 몸이 조금씩 스치면서 기분 나쁜 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저절로 소름이 돋았다.
‘도, 도망가야 해.’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 순간 바쿠들이 조금씩 그녀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일어나려고 힘을 주는 그 짧은 시간이 바쿠들에게는 그녀를 인식할 시간으로 충분했다.
결국 모든 바쿠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좌우로 흔들거리는 더듬이가 그녀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제발 움직여! 다리야!’
그녀는 조금씩 다가오는 바쿠들을 보면서 허벅지를 주먹으로 몇 번 쳤다.
그제야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됐다!’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뒤를 돌아 마치 토끼처럼 뛰쳐나갔다.
그 뒤로 서 있던 바쿠들이 기는 자세가 되어 빠르게 그녀를 뒤쫓았다.
그런데 그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순식간에 따라잡힐 것만 같았다.
“린다인!”
그녀는 그 순간 자신의 가장 큰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정령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존재.
성령.
온몸을 갑옷으로 무장하고 한 자루의 검을 가슴 앞에 꼭 감싸고 있는 성령의 모습은 경건하고 성스러웠다.
‘빨리!’
애슐리의 의지에 따라 린다인이 곧바로 그녀의 몸에 깃들었다.
그녀는 신성력 이용자 중에서도 아주 드문 케이스로 강림의 형태로 힘을 발휘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보통 에스퍼들은 강화, 발현, 소환 등으로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강림은 조금 특별했다.
소환이기도 했지만 강화이기도 했고 발현이기도 한 복합적인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애슐리가 실력자로 인정받는 유명한 이유도 이 강림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었다.
강림이 완료된 그녀가 몸을 뒤로 돌렸다.
“죽……어!”
그녀의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한 검이 어둠을 가르며 가장 앞선 바쿠를 찔렀다.
마음 같아서는 베어 버리고 싶었지만 굴이 너무 좁아서 찌르는 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무척이나 비효율적이었다.
생명력이 강하기로 유명한 바쿠였기에 한두 번 찌른 것으로는 녀석을 죽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머리든 몸통이든, 어디를 찔러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찌르다 보면 결국 쓰러지긴 했다.
문제는 순식간에 뒤에 있던 놈이 쓰러진 놈을 밟고 넘어온다는 것이다.
그녀는 최대한 빠르게 뒤로 달리면서 검을 계속해서 찔렀다.
자세가 불편했지만 바쿠들을 상대하기에는 조금의 어려움도 없었다.
중급에 속하는 바쿠이긴 했지만 추위로 인해 몸이 굳어서 하급 수준의 움직임밖에 보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슐리로서는 불행 중 다행이었다.
‘제발! 제발! 제발!’
물론 그녀는 그런 걸 생각하고 있지 못할 정도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녀의 목표는 오로지 이 좁고 어두운 굴을 빠져나가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상당히 지쳤을 때쯤, 그녀는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밖이었다.
“나, 나왔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는 해서는 안 될 방심을 하고 말았다.
굴을 지나면서 내내 떨어져 있던 돌멩이들.
아니, 바쿠의 배설물과 토사물들.
그것에 발이 걸려 버리고 만 것이었다.
“어…….”
그녀의 몸이 굴 밖으로 빠져나감과 동시에 뒤로 넘어졌다.
순간 등이 바닥에 마찰을 빚으면서 둔탁한 고통을 남겼다.
하지만 그것을 느낄 새가 없었다.
그녀의 눈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바쿠에게 가 있었다.
샤샤샤샤샥!
징그럽게 움직이는 다리와 오물거리는 입이 확대되어 그녀의 망막에 맺혔다.
“히, 히이이이익!”
그 순간 그녀의 머리는 하얗게 변해 버렸다.
단 한 문장만이 머리에 맴돌았다.
‘신이시여!’
그런데 그녀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신성력이 크게 증폭되면서 그녀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것이다.
심지어 신성력이 폭발하듯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 덕에 바쿠가 기운에 밀려 뒤로 날아갔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구해 주세요!’
그녀의 몸에 서린 은은한 기운이 실체를 갖기 시작했다.
성령이 입고 있던 갑옷이 그녀의 몸에 실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놀라운 수준의 강림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힘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완벽한 공황 상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끝없이 신을 부르짖는 것뿐이었다.
바쿠들이 어느새 굴에서 우루루 몰려나와 그녀를 에워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