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professional farmer RAW novel - Chapter (158)
하지만 방금 전의 기운을 보았기에 쉽사리 덤비지는 못하고 경계만 했다.
만약 이대로 계속 유지가 된다면 그녀에게 참 좋은 일이었겠지만 녀석들은 천천히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그녀와 바쿠의 거리가 조금씩 사라져 갔다.
* * *
상혁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보인 것은, 바쿠들이 뭔가를 완전히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늦었나?”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상혁은 그리 생각하면서 강력한 돌풍으로 바쿠들을 치워 버렸다.
녀석들이 허공에 붕 떠서 치워지면서 상혁의 기세를 느끼고는 순식간에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다른 기운은 몰라도 상혁의 기운만은 확실하게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상혁은 바쿠들을 완전히 치워 내고 보게 된 애슐리의 모습에 살짝 희망을 보았다.
옷이 전부 갉아 먹혀서 엉망진창으로 보였지만 막상 몸 자체에는 큰 상처가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지?”
상혁이 쓰러져 있는 애슐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 주변으로 신성력을 느낄 수 있었다.
무척이나 미약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게 신성력?”
그가 들어 올린 것은 갑옷 조각이었다.
그것은 애슐리와 멀어지자 먼지처럼 사라졌다.
‘이런 걸 만들어 냈다는 건가?’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갑옷.
바쿠들은 그것에 욕심을 낸 것이다.
‘마정석과 헷갈렸을 수도 있겠네.’
솔직히 이건 애슐리의 운이 좋았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 참 보기 좋은 광경이긴 한데 난감한 광경이기도 하네.”
현재 애슐리는 반나체의 상태였다.
바쿠들이 갑옷부터 옷까지 죄다 갉아 먹어서 그런 것이다.
심지어 남은 갑옷 조각조차 천천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
‘옷이라도 벗어 줘야 하나.’
상혁은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서 상의를 벗어 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애슐리가 눈을 떴다.
“어? 일어났다.”
상혁은 반쯤 상의를 깐 상태.
애슐리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묘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오해는 하지 마. 아니, 영어로 해야 하나? 어, 돈 비 어프레이드? 두려워하지 마……는 아닌가?”
그런데 그 순간 애슐리가 상혁을 꽉 끌어안았다.
‘오오오?’
살과 살이 너무 절묘하게 맞닿아 버렸다.
하지만 그것을 오래 느낄 수는 없었다.
그녀가 펑펑 울기 시작한 것이다.
상혁은 그에 한숨을 내쉬면서 벗던 옷을 마저 벗고 그녀에게 덮어 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녀를 달래는 것밖에 없었다.
* * *
다음 날.
애슐리를 구출해 온 상혁은 옆구리에 그녀를 매달고 있어야만 했다.
그 모습을 지수와 재한이 아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떼어 놓으려고 하면 그녀가 온몸을 벌벌 떨었기 때문이다.
현재 그녀의 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상혁에게만 달라붙어 있으려 했다.
밥도 상혁이 한입 떠 먹여 줘야 먹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억지로라도 떨어뜨려 놓고 싶지만, 막상 그렇게 하자니 연민이 들었다.
‘후우. 그래. 환자다, 환자.’
상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겨울이 코앞이라는 점에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할 일이 적은 계절이기에 옆에 혹이 달려 있어도 할 일은 전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좋으시겠네요? 그런 미녀가 옆에 딱 달라붙어 있어서.”
현재 지수는 꽤나 저기압이었다.
“그러게.”
재한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 애슐리 리스테런 아니에요? 대박!”
창수는 어제 일에 열중한 나머지 너무 늦게 집에 돌아왔었다.
심지어 피곤함에 바로 잠이 들었고, 그 바람에 현재 상황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에게 이 상황은 정말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상황이었다.
“좋으시겠어요, 스승님.”
석준은 뭐가 그리 좋은 실실 웃으면서 놀리듯이 말했다.
상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좋긴. 짜증 난다. 내가 보모도 아니고.”
그 말에도 지수와 재한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고 창수는 계속 흘깃흘깃 애슐리를 훔쳐보기 바빴다.
석준은 이 광경이 재밌는지 계속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아, 그리고 어제 그 사람들이 스승님하고 직접 대화를 하고 싶다던데요?”
“그래? 나는 영어 모르는데?”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1명 있더라고요.”
“그래? 그럼 대화 좀 해야지. 여러 가지 물어볼 것도 많고, 말해 줘야 할 것도 많으니까. 너희는 일과 좀 하고 있어. 나는 비즈니스 좀 하고 올 테니까.”
그 말에 넷은 각자의 일과를 찾아 흩어졌다.
그리고 상혁은 혹 하나를 달고 다섯 외국인과 마주했다.
그는 그들과 마주하자마자 말했다.
“누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건가요?”
“나입니다.”
어눌하고 어색한 말투였지만 비교적 괜찮은 느낌이었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당신들, 생명의 은인입니다. 당신 보스입니다. 감사합니다. 은혜 갚습니다.”
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사람이 됐네. 그 뜻은 잘 알겠어요. 그런데 그 전에 당신들에게 설명해 줘야 할 것들이 있어요. 따라오세요.”
상혁의 말에 외국인들이 따라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반나절에 걸쳐서 충격적인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
* * *
상혁은 일부러 이들에게 농장을 보여 주었다.
몬스터들을 위시해서 끝도 안 보여서 지평선이 보이는 논밭도 보여 주었다.
애슐리의 경우에는 그런 것들을 보여 줘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현재 그녀는 상혁에게 붙어 있는 것만이 중요한 듯했다.
그는 그런 그녀를 보고 한 문장으로 평가했다.
‘완전히 맛이 갔네.’
앞으로 꽤나 골치 아파질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녀와 다르게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이 모든 것은 컬처 쇼크. 문화 충격이었다.
그들은 특히 장군이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처음에는 그냥 소라고 생각했다.
장군이가 잘 말린 옥수수 줄기를 씹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평화로운 분위기가 연출됐고 말이다.
“놀랍습니다. 소 키우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소 많습니다.”
정말 순수하게 소를 키운다는 행위에만 놀랐던 것이다.
그에 상혁이 가볍게 장군이에게 명령했다.
“장군아. 점검 한번 하자.”
음머어어~.
장군이가 대답이라도 하는 듯 낮게 울었다.
그 순간 녀석에게서 어마어마한 포스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부풀어 오르는 근육. 터질 듯한 힘줄. 두 눈에 흘러내리는 기운이 사람을 자동적으로 움츠러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제 변신 하나만큼은 완숙의 경지에 올라서 전보다 크기도 더 커지고 분위기도 물이 올랐다.
녀석은 됐냐는 듯이 상혁을 한번 보고 옥수수 줄기를 하나 우악스럽게 집어서 질겅질겅 씹었다.
“Oh. My gosh…….”
그것을 보던 사람들은 전의를 잃고 멍하니 장군이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기세에 완전히 압도당한 것이다.
“됐다. 잘했어. 편히 쉬어.”
상혁의 말에 녀석이 다시 수축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놈들보다 조금 더 크긴 했지만 딱 그들이 알고 있는 소의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아까 전과 비교하면 시선이 180도 달라졌다.
그리고 그런 녀석을 말 한마디로 다루는 상혁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고 말이다.
그 뒤로도 그들은 많은 몬스터들을 볼 수 있었다.
장군이만큼의 강렬한 임팩트는 없었지만 무리의 숫자를 보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장군이 다음으로 깜짝 놀란 것은 바로 고양이였다.
“Evil cats!”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사색이 되어서 경계하며 물러났다.
그러면서 상혁의 뒤로 슬쩍 숨었다.
‘이 코쟁이들. 생긴 건 아저씬데, 하는 짓은 귀엽네.’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뭔가를 씹어 먹고 있던 녀석들이 먹던 것을 멈추고 눈빛을 빛냈다.
지난밤에 자신들과 신나게 놀아 주었던 이들을 보니, 또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이었다.
참고로 녀석들이 코를 박고 먹고 있던 것은 바로 바쿠였다.
“하아. 어디서 저걸 또 구한 거야? 보기 싫은 걸 봐 버렸네.”
사실 바쿠는 분비물 주머니만 떼어 내면 사람도 먹을 수 있었다.
물론 먹을 수 있다고 해도 사람이 그런 걸 전부 먹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실상 식재로는 사용할 수 없는 놈이었다.
릿츠에서 들은 소문에 의하면 닭고기 맛이 난다고는 하는데…….
별로 먹어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그렇고, 지금 보니까 이 사람들 기절시킨 게 이놈들이었구만.’
상혁은 생각 이상으로 경계하는 외국인들을 보고 그것을 확신했다.
그 순간 녀석들은 그의 눈빛을 피하면서 코를 박고 다시 바쿠를 씹어 먹기 시작했다.
갑옷의 일부로도 쓰일 정도로 단단한 갑각도 녀석들에겐 비스킷처럼 부서졌고 더듬이나 다리 부분은 오독오독 소리가 나면서 잘려 녀석들의 배 속으로 사라졌다.
내장 부위도 참 맛있게 먹는데, 마치 우리네가 게장 먹듯이 후룩후룩 먹고 있었다.
“아, 알까지 잘 씹어 먹네.”
“Oh……. No…….”
녀석들이야 톡톡 튀는 바쿠 알이 아주 맛있을지도 모르지만 상혁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보기 안 좋은 모습이었다.
“다른 곳으로 가죠.”
상혁은 더 이상 고양이들의 먹방을 참지 못하고 자리를 옮겼다.
그런 식으로 농장 투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고, 외국인들은 상혁을 무척이나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당신 정체가 뭡니까? 외계인? 한국 히든카드?”
“외계인이라니…….”
상혁이 움찔했다.
릿츠에서 넘어왔으니, 조금은 맞는 말이었으니까 말이다.
“다 아니에요. 그것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죠. 제가 왜 이 모든 것을 보여 드렸을까요?”
그 질문에 외국인들이 말을 나누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내 얼굴이 사색이 되어 상혁을 바라보았다.
“저희 죽일 겁니까?”
그가 그렇게 물으면서 무기에 손을 가져갔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상대가 비록 은인이지만 목숨을 그냥 내줄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상혁은 그들의 행동에 난감하게 웃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 감이 잡혔던 것이다.
현재 그의 농장은 강원도 오지에 있었다.
아주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위치에 말이다.
심지어 이런 기상천외한 농장이 사회에 알려져 있지 않고 비밀에 부쳐져 있다는 것은 많은 오해를 일으키기에 딱 좋은 소재였다.
“워~ 워. 캄 다운. 테킷 이지. 릴렉스~.”
그가 아는 영단어가 총출동했다.
“죽일 거면 보여 줄 필요도 없이 예전에 죽였어요. 단지 여러분도 이곳에서 한동안 지내야 할 것 같아서 알려 주는 거예요. 지금까지 모든 사람들이 그랬거든요. 아, 물론 자력으로 돌아가겠다면 막지 않아요. 능력이 되면 돌아가세요.”
그 순간 외국인 사내가 흠칫했다.
여러 가지로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저는 제 일도 바쁜지라 도와 드리지 않아요. 스스로 선택하세요. 이곳에 남을 건지 말 건지. 아, 남을 거면 일해야 돼요. 손님으로 지내려면 감당 안 될 테니까요.”
상혁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이제 그는 웬만하면 손님은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값어치를 치를 수 있다면 손님으로 맞이할 것이다.
단지 손님으로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연희만큼은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매스컴을 이용해서 원정대의 발걸음을 붙잡은 만큼, 이곳에서 지내려면 한 나라의 행사를 막을 만큼의 값어치를 해야만 했다.
‘그래야 형평성에 맞겠지?’
상혁은 그리 생각하면서 다시 물었다.
“자,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다섯 사람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희 큰 약속 있습니다. 가야 합니다.”
“말했잖아요? 가려면 가세요. 단지 조언을 조금 드리자면 약속보다는 목숨이 중요하겠죠?”
상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외국인 사내는 다시 한번 흠칫했다.
상혁이 말하는 진의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곳에 우리를 잡아 둘 셈이다.’
솔직히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들이 사회로 나가게 되면 귀찮은 일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조금 곡해된 부분도 있었다.
‘이 사람은 우리가 떠난다고 하면 우릴 죽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를 습격한 고양이도 이 사람이 키우던 것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생각 못 했던 것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상혁이 일부러 자신들을 습격하고 잡아들인 것이라는 스토리가 완성되었다.
‘목적은 애슐리 리스테런인가?’
충분히 그녀에게 그런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위치나, 외모, 능력, 그녀의 존재가 사회에 미칠 파장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물론 전부 이들의 착각이었지만 진실을 알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었다.
결국 그들은 스스로 목줄을 채우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살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일하겠습니다.”
“잘 생각했어요. 그럼 정식으로 인사할까요? 저는 이상혁. 이곳의 농장 주인입니다.”
“농장 주인?”
“네. 농장 주인. 농장주 몰라요?”
“모릅니다. 단어 어렵습니다.”
상혁은 그 말에 잠시 머리를 굴렸다.
‘그래. 나도 농장주 정도는 영어로 할 수 있다고.’
그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혀까지 꼬아 가면서 말이다.
“I’m lord of farm.”
참 거창한 농장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