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04)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04화(99/346)
– 크르릉!
오래된 외국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것은 마치 늙은 코미디언의 틀니처럼 뿜어졌다.
“어이고.”
궤적은 수호를 향해서.
우연이 아니었다.
기생 중인 숙주가 위험해지자 가장 가까운 숙주 후보로 옮겨가려는 건 기생체의 본능과도 같은 것.
그렇기에 수호는 자연스럽게 녀석의 돌진을 회피했다.
–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어떻게든 깨어난 의식을 이어가기 위해 힘차게 이빨을 가동시켰다.
그러나 아무리 가동시켜도 자신의 아가리로 들어오는 건 없었고, 숙주를 잃은 녀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여 이빨의 회전을 멈추었다.
‘멈췄군.’
녀석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다.
멈춘 척 기습을 노리는 게 아니다.
메가 크러셔가 아무리 저주템에 속하지만 어쨌든 몬스터는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수호는 메가 크러셔를 회수하기보단 얼른 강슬기에게 붙었다.
그리고 힐을 퍼부었다.
[ 힐이 발동됩니다. ]다행히 아직 의식은 없었다.
꽤나 고통스러웠을 텐데 다행스럽게도(?) 잘 기절된 모양.
수호는 그의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힐을 아끼지 않았고 동시에 그의 몸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배도 멀쩡하군.’
사실 제일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건 그의 아랫배였다.
그의 아랫배에는 꽤 오랫동안 메가 크러셔가 심겨져 있었으니 어떤 형태 변화가 일어나 있을지 몰랐으니까.
다행히 메가 크러셔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살이 비어 있지도 않았고.
그래서 집중적으로 힐을 사용해 처음부터 멀쩡했던 것처럼 완벽하게 회복시켜 주었다.
그러자 강슬기도 편안함을 느낀 건지 힐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표정 자체가 차분해졌다.
‘됐다.’
더 이상 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회복시켰을 때 수호는 수갑을 풀어 근처의 침대 위로 강슬기를 옮겼다.
그리고 그제서야 혼자 떨어져 있는 메가 크러셔를 들어 정보를 확인했다.
[ 메가 크러셔 ]– 등급 : B
# 이세계의 뛰어난 기술력.
# 어떤 아이템이든 갈아버릴 수 있다.
정보를 본 수호는 황당함에 웃음을 터뜨렸다.
간단한 설명.
참 어이가 없다.
누가 봐도 저주 옵션을 줄줄이 달고 있던 주제에 숙주에게서 떨어졌다고 바로 아닌 척 평범한 아이템으로 위장하고 있는 꼴이라니.
게다가 녀석의 등급은 B.
분명 성장이 가능한 녀석임에도 불구하고 B등급인 척하고 있는 건 전형적인 테크놀로지 시리즈의 특징이었다.
‘넌 내가 요긴하게 사용해주마.’
암기로 쓰려면 독이 되고 약에 쓰려면 약이 되는 게 독인 것처럼 메가 크러셔 또한 어떻게 쓰냐에 따라 쓰임새가 달랐다.
녀석이 비록 저주템이긴 하나 녀석에겐 꽤 괜찮은 옵션들이 많이 숨겨져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메가 크러셔는 녀석을 통제할 수 있는 힘 있는 사람이 소유해야만 했다.
수호는 메가 크러셔를 챙긴 후 외부 직원에게 강슬기를 부탁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해원아.”
“예, 팀장님.”
“재료 다 모였다.”
“엇, 정말요? 아니, 근데 왜 하필이면 지금…….”
이제서야 합성 지옥에서 벗어났거늘.
그래서 오늘 만큼은 정말 푹 쉬리라 다짐하고 우당탕탕 내려왔는데.
하지만 수호는 지그시 웃어보였고 남해원은 결국 마지막 작업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까지만 끝내고 쉬자. 내가 먹고 싶은 거 다 사줄 게.”
“넹…….”
힘없이 대답하는 남해원.
그래도 준비 자체는 금방 끝났다.
아니, 사실 준비랄 게 없었다.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하는 슬라임 스톤 작업과는 달리 파트너 아이템 제작은 준비한 재료들을 합성하기만 하면 끝이니까.
두 사람은 2층으로 올라가 테이블 위에 여태 모은 재료 아이템들을 올려놓았다.
– 메타 슬라임 스톤.
– 해방된 혼옥.
– 3인칭 조종사 시점기.
아이템들을 한 번 더 확인한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해원이 전용 고글을 들어올리며 물었다.
“합니다?”
“어, 시작해.”
고글을 착용한 남해원이 합성을 시작했다.
고글을 착용하는 건 합성 특성이 발동될 때마다 생기는 특유의 발광 현상 때문이었다.
한두 번이면 고글 따윈 필요없겠지만 요 며칠간 슬라임 스톤 작업이 한창이었기에 고글은 자연스럽게 필수가 됐다.
그리고 이내 합성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 합성을 시작합니다. ] [ 합성에 사용할 아이템은 메타 슬라임 스톤입니다. ] [ 합성에 사용할 아이템은 해방된 혼옥입니다. ] [ 합성에 사용할 아이템은 3인칭 조종사 시점기입니다. ]아이템들이 선택되자 그의 눈앞에 알림들이 떠올랐고 시스템은 이것들이 맞는지 한 번 더 되물었다.
남해원은 그렇다고 하였고 이내 합성이 시작되었다.
[ 합성을 시작합니다. ]합성이 시작됐다.
빛이 나기 시작했고 선택된 아이템들 또한 함께 발광하기 시작했다.
‘이건 언제 봐도 신비롭네.’
남해원과는 전생에서도 연이 있어 몇 번 정도 합성 부탁을 한 적이 있다.
어쨌든 수호는 인류 최강의 딜러였고 그는 인류 최고의 블랙스미스 중에 한 명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남해원에 대한 믿음은 굳건했다.
그래서 슬라임 스톤 작업 건도 맡겼던 거고.
이윽고 특성이 발동되고 뿌려진 빛이 절정에 달한 순간이었다.
번쩍!
카메라 플래시 터지듯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아이템들이 모두 사라졌다.
대신 남해원의 손아귀에 못 보던 물품이 하나 들려 있었다.
그것은 호두 정도 크기의 자그마한 구슬이었는데 겉모습이 마치 보석의 그것처럼 몹시 맑고 영롱했다.
이윽고 남해원이 고글을 벗으며 웃었다.
“성공한 것 같아요.”
“정말?”
“예, 한번 보실래요?”
남해원이 구슬을 건네자 수호가 그것을 받아 정보를 확인했다.
[ 영혼기병을 위한 신비로운 메타 슈트 ]– 등급 : S
# 고대의 신비로운 기술력.
# 이세계의 뛰어난 기술력.
# 퓨전 테크놀로지.
# 오직 빙의 능력자만이 사용 가능한 파일럿 슈트.
# 영혼기병을 위한 신비로운 메타 슈트는 파일럿의 상태창에 150% 영향을 받는다.
# 영혼기병을 위한 신비로운 메타 슈트는 ‘빙의’가 가능하다.
# 영혼기병을 위한 신비로운 메타 슈트는 ‘파일럿 조종’이 가능하다.
# 영혼기병을 위한 신비로운 메타 슈트는 파일럿의 의지에 따라 ‘외형 변환’이 가능하다.
# 영혼기병을 위한 신비로운 메타 슈트는 마력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슈트의 ‘재생’이 가능하다.
눈앞에 주루룩 쏟아지는 아이템 정보들.
그것을 본 수호가 웃었다.
남해원이 제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재료가 좋아서 그런지 이름도 조금…… 아니, 많이 바뀌었네.’
영혼기병을 위한 신비로운 메타 슈트는 원래 이런 이름이 아니었다.
한때 빙의 플레이어들에게 각광받았던 최초의 파트너 아이템은 ‘소울 슈트’로 말 그대로 기존의 육체를 대신할 수 있는 대리 아바타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격변 후반부로 갈수록 빙의 능력자들을 위한 소울 슈트들이 대거 등장했고 그 과정에서 3인칭 조종사 시점기를 활용한 슈트가 등장.
그것이 전생의 김건을 있게 해준 코어 아이템이었다.
‘메타 슬라임 스톤을 추가한 건 전생의 김건이 말해준 조언 덕분이었고.’
어느 분야든지 소위 말해 ‘종결템’이란 게 존재한다.
그것은 끝판왕, 졸업템 등등이라고도 불리우며 장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일수록 흔히들 거론되는 주제인데, 소울 슈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빙의 능력자들에겐 늘 화두가 되는 이야기였다.
메타 슬라임 스톤은 그런 이야기에서 기반되어 추천받은 재료 아이템.
그렇기에 이번에 제작된 ‘영혼기병을 위한 신비로운 메타 슈트’는 현존하는 소울 슈트들 중 최강이라 불리우는 종결템이 맞았다.
‘대격변 후반부가 되서도 말이지.’
이건 대격변 후반부 기준의 종결템이었으니까.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수호가 흡족한 표정을 짓자 남해원도 참았던 미소를 지으며 짜릿함을 표출했다.
“그거 엄청 좋은 거죠?”
“엄청 좋은 거지.”
“그럴 것 같았어요. 이번에도 보너스 스탯이 10개나 들어 왔거든요.”
“그래?”
“예, 메타 슬라임 스톤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예요.”
단순히 S급 아이템을 제작했다고 받은 건 아닐 것이다.
이번에 만든 아이템은 가히 종결급 스펙인데다, 그와 더불어 ‘고대의 신비로운 기술력’과 ‘이세계의 뛰어난 기술력’, 그리고 ‘퓨전 테크놀로지’라는 말도 안 되는 수식어들이 붙었으니 말이다.
‘이런 아이템은 해원이밖에 못 만들지.’
테크놀로지 시리즈는 공식적으로 총 세 가지가 있다.
– 고대문명의 로스트 테크놀로지.
– 이계문명의 하이 테크놀로지.
– 신화문명의 오버 테크놀로지.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두 개 이상의 기술력이 섞인 ‘퓨전 테크놀로지’까지.
앞에 언급한 세 가지는 각각 독립적으로 분류되어 존재하지만 뒤에 언급한 건 오직 남해원 같은, 특이점이 온 부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보너스 스탯을 10개나 받은 걸 테고.’
수호가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잘됐네. 보너스 스탯 10개면 레벨 10개치의 가치를 가진 거 알지?”
“알죠, 알죠. 덕분에 이번 합성 작업 건으로 20레벨 이상의 효과를 봤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옙! 알겠습니다! 충성!”
“좋아, 이제 가서 쉬어.”
“와!”
가서 쉬라는 말에 남해원이 진심으로 좋아한다.
이젠 정말로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했기에.
실제로 한동안 남해원에게 부탁할 건 없긴 했다.
그때였다.
– 선생님, 손님분께서 일어나셨습니다.
“아, 금방 내려가겠습니다.”
마침 강슬기도 깨어났다.
타이밍이 좋다.
수호는 채비를 마치고 지하로 다시 내려갔다.
그러자 거기엔 따뜻한 차를 받아든 강슬기가 수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어나셨어요?”
수호의 등장에 강슬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후다닥 수호에게 다가와 90도로 허리를 접었다.
“감사합니다, 수호 씨.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강슬기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온몸으로 감사를 표했다.
진심이었다.
그만큼 강슬기는 힘든 시간들을 보냈으니까.
그런데 그 지옥 같던 생활을 수호가 끝내준 것이다.
그게 설령 무조건적인 호의가 아닌 조건부 제거였지만서도.
수호가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
“아닙니다. 저도 대가를 받고 도와드린 건데요, 뭐.”
“아뇨, 아뇨. 아무리 대가를 받으셨다고 해도 어디 환자들이 의사들한테 감사 표현을 안 하던가요? 수호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게다가 먼저 아는 체하고 도와주시기까지 하셨는데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하하, 그럼 제가 협회에 있는 동안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이죠!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거면 무엇이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항상 말씀만주세요. 그게 설령 이번 삼종기 같은 건이라도 언제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강슬기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덩달아 지금 하는 말 모두 기분에 취해 하는 말이 아닌 오롯한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수호는 자연스레 미소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기에.
그리고 자원부에서 피성열 라인을 밀어내고 제대로 키울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찾았기에.
‘내일이 기대가 되는군.’
기분 좋은 하루의 마무리였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