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10)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10화(105/346)
방 컨디션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곳은 비록 4성급이긴 하나 원체 돈을 쏟아부어 만든 곳이기도 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이곳 로열 스위트룸은 손백금이 자신의 집무실이자 거처로 쓰려고 신경 써서 만든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우리 집만 못 하네.”
“…….”
진심이었다.
이까짓 4성급 로열 스위트룸.
청담동 세이프 구역에 위치한 자신의 안전가옥만 못 했다.
수호가 그의 집무용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편하게 앉아요.”
“…….”
근처에서 의자를 끌어 와 앉는 손백금.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수호가 입을 열었다.
“요즘 조용히 지낸다면서요?”
“……제가 언제는 뭐 시끄러웠습니까?”
“꼭 입으로 떠들어야 시끄럽나? 김궁원 끼고 약 팔고 다닐 땐 여러 바닥 시끄럽게 만들었잖아요. 그러다 김궁원이 잡히고 나니까 한동안 몸 사리고 있는 거고.”
“……그래서 왜 오신 겁니까?”
“박규민 부협회장이 준 돈은 왜 거절했어요?”
박규민.
그 이름이 나오자 손백금은 그제서야 상황파악을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립니까?”
“그럼 나한테 거짓말하려고 했어요?”
“그런 게 아니라…… 휴, 됐습니다. 박규민 부협회장의 돈을 거절한 건 이제 와서 그걸 다시 돌려받는다 한들 의미가 없어서 안 받은 겁니다.”
“왜 의미가 없어요?”
“박규민이 제 유일한 연줄이니까요. 그동안 먹인 게 있는데 이제 와서 꼬리 자르기 식으로 날 정리하려는 것 같은데 이리 정리되나 저리 정리되나 똑같이 정리될 거면 한 명이라도 더 끌고 가려고 일부러 안 받았습니다.”
원래 잃을 게 없는 놈들이 제일 무섭다.
그래서 밑바닥 인생들이 무서운 것이고.
수호가 말했다.
“하긴.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기도 하니까요. 그럼 난 뭘까요?”
“예?”
“당신이 쥐고 박규민이 고양이면 난 뭐냐고요.”
“…….”
입을 다무는 손백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그가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박규민이 보낸 거 아닌가요?”
“아닌데요?”
“……네? 그럼 왜 오셨는데요?”
“내가 개인적으로 볼일이 있어서요.”
“……?”
갈수록 점입가경.
수호가 물었다.
“살고 싶어요?”
“……예?”
“살고 싶냐고 묻잖아요.”
갑작스런 겁박.
그 말에 손백금의 눈알이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살고 싶냐니?
설마 지금 이 자리에서 날 죽이겠다는 건가?
당연히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검신 안수호가 갑자기 살고 싶냐고 묻는데
그때, 상황파악을 마친 손백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잠시 양해를 구하고 옆방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얼마 후 웬 명품가방…… 그것도 여행용 더플백을 하나 들고 나타났다.
그가 가져온 가방을 수호 앞에 올려놓은 후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가방을 열어 보니 안에는 현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손백금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두 손 모은 채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수호는 그 모습과 가방을 번갈아 보던 끝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어이가 없네. 저기요.”
“……예?”
“내가 돈 가지고 오라고 했어요?”
“이, 이거 아닙니까?”
“이 새끼가 날 뭘로 보고…… 넌 왜 대화가 안 되냐? 안되겠다, 넌. 이참에 귀 좀 뚫자.”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백금에게 다가가자 놀란 손백금이 뒷걸음질 치다 뒤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손백금을 수호가 내려다보며 말했다.
“대가리 굴리는 놈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뭔지 알아? 그건 대가리를 너무 굴려서 정작 단순한 문제를 못 푼다는 거야. 앞으론 단순하게 생각해라. 지금부터 네가 겪을 고통은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고.”
“예, 예? 그, 그게 무슨! 자, 잠시만요!”
“늦었어.”
수호는 스킬 하나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스킬 발동과 동시에 손백금의 몸 곳곳에 혈자리들이 드러났고 수호는 그곳에 하나를 검지와 중지를 모아 있는 힘껏 찔러넣었다.
[ 점혈이 발동됩니다. ]사용한 스킬은 점혈.
수호가 그에게 점혈을 사용한 직후였다.
“끄아아아악!!”
스위트룸이 떠나가라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
그 소리에 밖에서 대기 중이던 놈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수호가 녀석들에게 스킬 하나를 사용했다.
[ 위압이 발동됩니다. ]“커어억!”
위압이 발동된 순간 방 안으로 들이닥친 깡패들이 전부 다 거짓말처럼 바닥에 쓰러지며 게거품을 물고 흰자위를 띄었다.
그럴 수밖에.
수호의 위압 스킬은 본래라면 A등급이어야 하나 드래곤 블러드 효과로 현재는 S등급에 달했다.
말인즉, 튼튼한 몬스터와 헌터도 견디기 힘든 위압이 일반인 깡패들에게 적용됐다는 말.
그나마 살살 풀어서 이 정도지 수호가 진심으로 위압을 사용했으면 아마 여기 있는 모두가 졸도했을 것이다.
수호는 다시 시선을 옮겨 손백금을 보았다.
녀석은 위압에 휘말린 녀석들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수호가 찌른 혈자리는 인간이 가진 혈자리 중 최악의 고통을 자아내는 악혈 중의 악혈이었으니까.
그렇게 1분을 넘게 손백금을 방치한 끝에 수호는 그제서야 다시 혈자리를 눌러 손백금을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실신이라도 할 것처럼 부르르 떠는 손백금에게 수호가 무릎을 굽혀 높낮이를 맞추며 말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란 말이 있지? 내 앞에선 대가리 굴리지 말고 시킨 것만 해. 알겠어?”
“아, 알겠습니다.”
“일어나.”
“끄흑…….”
그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
악혈이 풀렸다고는 하나 아직 그 고통의 여파가 남아 있다.
하지만 악혈의 고통보다 더 무서운 것이 수호에게서 느끼는 공포감이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일어나는 것이다.
그가 바들바들 떨며 일어나 자세를 바로 취하자 수호가 다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뇌물장부 가지고 있지? 박규민한테 준 거.”
“예, 그렇습니다.”
“가져와. 아참, 참고로 박규민한테 준 것뿐만이 아니라 여태 약 친다고 뿌렸던 장부들 싹 다 가지고 와. 너 대헌협에만 약친 거 아니잖아. 경찰, 검찰 할 것 없이 전부 다 가지고 와.”
안수호 가라사대.
부탁은 멀고 혈자리는 가깝다 하였다.
좋은 말이다.
악혈 맛을 본 손백금은 수호의 요구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장부를 가지고 왔으니까.
수호가 장부를 좌르륵 훑으며 말했다.
“검찰부터 경찰까지 많이도 뿌려놨네. 돈 많나 보다 너?”
“아, 아닙니다.”
“아니긴, 아무리 돈 많은 깡패라도 이런 호텔 하나 먹으려면 얼마나 노력을 많이 해야 되는데…….”
말을 줄인 수호는 다시 천천히 장부를 살폈다.
그러던 중 장부에서 반가운 이름들을 발견했다.
‘이것 봐라?’
장부 안에 아는 이름들이 많다.
그것도 아주 반가운 이름들이.
‘역시 강남에서 노는 애들이 먹을 게 많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왔지만 정말로 여기서 엮이게 될 줄이야.
이래서 같은 빨랫줄에 걸려 있는 놈들이 참 좋다.
적당히 털다 보면 비슷한 먼지들을 뱉어내니까.
수호가 장부를 덮어 인벤토리에 넣으며 말했다.
“손백금 씨.”
“예, 예?”
“요즘처럼 조용히만 사세요. 그럼 살려는 드릴 테니까.”
“…….”
쉬이 대답하지 못 하는 손백금.
손백금은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안다.
옛날처럼 약 사업 하지 말고 지금처럼 조용히 납작 엎드려 지내라는 뜻.
물론 약 같은 게 없어도 백금파는 앞으로도 잘나갈 것이다.
주된 수입원이었던 김궁원의 약이 끊기긴 했어도 이미 강남도 장악했고 안정적으로 수입이 들어올 사업체들…… 예컨대 지금 갖고 있는 페이몬드 플라자 같은 것들을 꽤 확보했으니까.
수호가 말을 이었다.
“그냥 하는 말 아닙니다. 아무리 개가 똥을 못 끊는다지만서도 살고 싶으면 끊어야 할 거예요. 안 그럼 날 다시 봐야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수호가 휴대폰을 켜 날짜를 확인했다.
“지금부터 한 일주일 정도만 해외에 나갔다가 오세요.”
“해, 해외요?”
“잠시 쉬러 간다 생각하고 일주일만 나갔다 와요. 휴양지 고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 나갈 수 있는 비행기 중에 제일 빠른 걸로 타고 나가요. 그리고 돌아오는 시간이랑 공항 위치 찍어서 나한테 보내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누구한테도 오늘 이야기에 대해 발설하면 안 됩니다. 난 여기 온 적도 없고 해외는 당신이 갑자기 가고 싶어서 간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수호는 손백금의 몸을 잠시 살피더니 배꼽 근처를 손으로 눌렀다.
그러자 점혈이 발동되었고 수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건 보험.”
“보, 보험요?”
“한동안 밤일 못 할 겁니다. 내가 그런 혈자리를 만졌거든. 그러니 다시 남자 구실하고 싶으면 약속 잘 지켜요. 그럼 다시 남자로 만들어줄 테니까.”
“그, 그게 무슨! 그럼 제가 고자라도 됐다는 건가요?”
“궁금하면 이따 나가서 한번 확인해 보시든가. 그럼 또 봅시다.”
수호가 손백금의 어깨를 두드려 준 후 방을 나섰다.
***
뇌물장부를 확보한 수호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다음 외부 직원에게 아이템 주문을 넣은 뒤 본격적으로 분류 작업을 시작했다.
경찰과 검찰을 나눈 뒤 또 그 안에서 여러 그룹으로 묶었다.
분류 작업을 마친 수호는 노트북으로 특정 인물들을 그룹 옆에 추가하기 시작했고 모든 작업을 마친 다음에야 서기원을 호출했다.
“기원아.”
“예, 형님.”
“여기 적혀 있는 사람들 개인정보 좀 털어줘.”
“예, 형님.”
남은 일주일 동안 만날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리 생각하며 다음 서류를 펼치려던 때였다.
위이잉-
울리는 전화기.
발신자를 확인한 수호가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예, 김건 씨.”
– 안녕하세요, 헌터님. 김건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저야 뭐 늘 똑같죠. 그나저나 무슨 일이세요?”
– 아, 저 이제 피시방 정리도 하고 주변 정리도 끝났다고 말씀드리기 위해 연락드렸습니다.
“오, 그래요? 넥서스에선 연락이 왔나요?”
– 예, 안 그래도 연락이 왔는데 우선 헌터님이랑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방문드리기로 했습니다.
“잘하셨어요. 그럼 저희 좀 잠깐 볼까요? 마침 김건 씨 드릴 파트너 아이템도 제작이 끝났는데.”
– 저는 좋습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제가 댁으로 가겠습니다. 그 편이 나을 테니까요.”
– 거리가 상당한데…… 감사합니다.
“예,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타이밍이 좋다.
어차피 개인정보 확보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으니까.
수호는 바로 차를 몰고 인천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아, 오셨군요!”
대문을 두드리자 휠체어에 앉은 김건이 수호를 맞아주었다.
그 모습을 본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저 온다고 일부러 원래 몸으로 계신 거예요?”
“하하…… 이젠 좀 익숙해지려고 동생 몸 관리 할 때 빼고는 일부러 이 몸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수호가 시선을 옮겨 거실 침대에 누워 있는 김권을 보았다.
괜찮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런 뻔한 위로는 누군가에게 동정처럼 들릴 수도 있기에.
그 대신 평소처럼 밝게 말했다.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전에 약속드렸던 걸 가지고 왔습니다. 지금 바로 사용해 보실까요?”
수호가 인벤토리에서 구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수호가 내민 구슬.
다름 아닌 영혼기병을 위한 신비로운 메타 슈트였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