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17)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17화(112/346)
잠룡 윤현철.
확실했다.
덩치는 크지만 물렁한 물살이 아닌 관리가 잘된 탄탄한 육체.
하지만 관리된 갑옷 같은 육체에 비해 퀭한 눈매나 얼굴은 세상만사에 관심이 없다는 듯 늘 무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알고 있었다.
지금은 잠룡이라 불리우지만 먼 미래에는 광룡(狂龍) 윤현철이 된다는 걸 말이다.
‘그가 광룡으로 폭주하기 전에 미리 길들여서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렇고 청옥 내에서 그만큼 강했던 재소자는 없었으니까.
수호가 쓰러진 그를 방석 삼아 앉으며 말했다.
“많이 흥분하신 것 같으니까 일단 이렇게 말할게요?”
“으으으!”
“거 너무 흥분하시네 진짜…… 아무튼 본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 당신이 왜 사형수가 됐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집단 강간한 헌터들을 모조리 때려죽여서 사형을 받게 됐죠. 이후에도 청옥에서 시비를 거는 놈이 있으면 시비 거는 놈들을 족족 두들겨 팼고 어떤 놈은 장애인이 됐고 어떤 놈은 죽기까지 했습니다.”
아마 그의 손에 불구가 됐거나 죽은 놈들 수를 합하면 벌써 열 명이 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형수가 된 것이다.
수호의 말이 이어졌다.
“근데 저는 당신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제 여자친구가 그런 일을 당했어도 전 당신과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며, 그 상태에서 감옥에 온다면 세상 다 잃은 사람처럼 똑같이 행동했을 테니까요.”
“으으으!!”
이건 진심이었다.
‘내가 아무리 공무원에 회귀자라지만 부처나 보살은 아니니까.’
하지만 윤현철은 ‘네놈 따위가 뭘 안다는 거냐’고 말하고 싶은지 아혈과 구심혈이 짚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몸을 떨어 반항심을 표출했다.
수호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당신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 모두가 당신을 동정하진 않겠죠. 그건 법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하지만요. 그렇다고 이대로 인생의 목표 없이 동태눈을 하고 살아가기엔 너무 슬프지 않을까요?”
수호는 그의 위에서 일어나 그를 들었다.
그런 다음 의자에 제대로 앉힌 후 구심혈 중 하체를 풀어 그가 제대로 의자에 앉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윤현철의 눈빛은 여전히 살기가 넘실거렸다. 그러나 수호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윤현철 씨 아람보육원 출신이시죠? 그리고 보육원에 입소할 당시 여동생과 함께 들어갔고요.”
그 순간, 발악하던 윤현철의 몸에서 떨림이 멈추었다.
그의 반응이 잠잠해지자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여동생분은 보육원에 들어온지 얼마 안 돼서 바로 입양 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현철 씨는 나이를 다 채우고 보육원을 졸원하셨고요. 그 이후 여동생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발품 팔고 다니신 것도 압니다.”
수호는 말을 이으며 남은 구심혈을 모두 풀어주었다.
그러자 구심혈이 풀린 그는 주먹을 휘두르는 것대신 자세를 바로 앉아 수호를 노려보았다.
“여동생분 이름이 윤현희 씨 맞죠? 제가 그분이 어딨는지 압니다. 지금 뭐 하고 지내며 어디 계시는지도요.”
수호가 인벤토리에서 서류봉투를 하나 꺼냈다.
안에는 웬 여자의 인적사항과 최근에 찍은 사진들이 있었는데 모두 윤현희의 것이었다.
윤현철은 수호가 내민 서류와 사진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본 것 중 가장 크게 눈을 뜨며 그것들을 살폈다.
수호가 말했다.
“알아보니 다행히 한국에 계시긴 하더라고요. 근데 삶이 그리 녹록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현희 씨는 분명 좋은 가정으로 입양을 갔지만 성인이 되던 해, 게이트 쇼크로 일가족을 모두 잃었고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어 굉장히 힘든 삶을 영위하셨습니다. 그러던 차 남자 하나를 만나 일찍이 결혼을 했는데…….”
수호는 이어서 사진 몇 장을 추가로 보여주었다.
멍 자국 가득한 윤현희의 사진.
누가 봐도 폭행에 의한 것이었다.
“남편의 가정폭력과 알콜중독, 그리고 최근엔 도박까지 손을 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유는 게이트 쇼크로 인해 가게가 두 번이나 망하면서 빚더미에 올라서 그렇다고 하네요.”
두 번째 사진을 본 윤현철의 얼굴이 붉어졌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수호는 전혀 아랑곳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아혈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그는 이번엔 소리를 지르지도 욕을 하지도 않고 차분히 앉아 분노를 제어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뭡니까?”
“청옥의 왕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왕?”
“대격변의 시대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인권문제 때문에 재소자들을 박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끽해야 자유 정도를 제한하고 말지. 근데 전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교도소의 본질은 교화(敎化)입니다. 근데 그 청옥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돈 많은 놈은 두 다리 편하게 뻗고 자는데…… 이런데서 무슨 교화가 이루어지겠습니까?”
수호의 말에 윤현철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더니 말을 이었다.
“말은 그럴듯하게 하는 것 같지만 결국 내가 청옥의 실세가 되어 당신이 원하는 재소자를 만져주길 바라는 것 같은데?”
“예, 뭐. 포장이라면 포장이겠죠. 제가 워낙 바빠서 모든 범죄자들을 다 만져줄 순 없거든요. 그래서 당신이 나 대신 여기서 일을 좀 해줬으면 합니다. 그럼 제가 책임지고 윤현희 씨를 케어해 드리겠습니다.”
“…….”
수호는 굳이 자신을 포장하려 하지 않았다.
상대가 그리 느낀다면 그냥 그렇게 생각하라고 했다.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할까?
이건 그냥 거래일뿐이다.
게이트 종식을 위한 수많은 플랜들 중 하나일 뿐이며 그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줄 아주 효율적인 거래.
윤현철도 안다.
사실 수호의 가치관이나 추구하는 바 같은 게 뭐가 그리 중요할까?
그는 죽지 못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삶의 횃불을 보았다.
친동생 윤현희.
내 유일한 핏줄.
어릴 때 분명히 약속했다.
부모님은 우릴 떠나갔지만 우린 가족으로서 평생을 함께할 것이라고.
하지만 일련의 불행으로 모든 걸 잃었고 그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간단하게 생각하시죠. 당신은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지만 바깥에는 당신이 책임지고 싶어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걸 제가 대신 책임져 드리겠습니다. 대신 당신은 절대신 해서 청옥 내부를 책임져 주세요.”
“……정말 그렇게만 하면 약속을 지켜주는 겁니까?”
“물론이죠. 저 티비 나오는 사람입니다. 이런 걸로 거짓말하면 큰일나요. 아, 그리고 원하시면 동생분께 이곳으로 면회도 올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면회.
그 두 글자에 윤현철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면회는 됐습니다. 제 동생한테 저에 대해서도 말씀하지 말아주세요. 그저 그림자처럼…… 그림자처럼 조용히 제 동생을 케어해 주세요.”
“동생분 앞에 서는 게 부끄러우십니까?”
“…….”
윤현철은 대답을 아꼈다.
수호도 그에게 대답을 종용하지 않았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래.
그거면 됐다.
중요한 건 그와의 거래가 성립되었다는 것이니까.
“알겠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제 요구 조건을 좀 더 세밀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또 뭐가 있습니까?”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요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뭡니까?”
“김궁원이라고 아세요?”
“김궁원?”
“안에서 돈 뿌리면서 뺀질거리는 약쟁이 하나 있을 겁니다. 약을 해서 약쟁이는 아니고 약을 만들어서 약쟁이입니다.”
“그런데요?”
“그놈을 수족으로 붙여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습니다.”
“내가 필요합니다. 옆에서 잡무 봐줄 놈이 필요하니까요.”
“잡무가 왜 필요합니까?”
“청옥 넓잖아요. 사람도 많고. 제가 어떤 주문을 넣을 줄 알고 거길 혼자서 다 소화합니까? 제가 아까 말했죠. 청옥의 왕이 돼 달라고. 단순히 무력으로 왕이 돼 달라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닙니다.”
수호가 인벤토리에서 바나나우유 두 개를 꺼냈다.
그런 다음 각각 빨대를 꽂은 후 윤현철에게 하나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왕이 생기면 법이 생기고 법이 생기면 질서가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그 왕이 어떤 왕이냐에 따라 만들어질 법도 질서도 속성이 바뀐다는 거죠. 전 현철 씨가 엄청 무서운 폭군이 됐으면 좋겠어요. 복역 중인 재소자는 여길 다시 오고 싶지 않아서라도 교정이 되고 바깥사람들은 현철 씨 무서워서라도 알아서 조심하게 되는.”
“그런 왕이라면 지금도 청옥에 있습니다.”
“철괴요? 그놈도 비슷하긴 하죠. 근데 엄밀히 말하면 자기 편하자고 세력질하는 거잖아요. 돈 갖다 바치는 놈들한테는 잘해주고, 패고 싶은 놈은 패고. 전 그런 왕보단 공명정대한…… 그래! 염라대왕 같은 폭군을 원합니다.”
“……까다롭군요.”
“별로 안 까다로워요. 함무라비 법전 아시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냥 이이제이 형식으로 다스려 주시면 됩니다. 그러다 저의 추가 주문이 있으면 그것만 좀 들어주시고. 아, 참고로 김궁원은 약제사라 치료약도 버프약도 다 만들 수 있습니다. 단순히 잡무만 보진 않을 거예요.”
김궁원이 청옥에서 나오려면 최소 7년은 있어야 한다.
중간중간 가석방 심사를 받을 자격은 생길 테지만 수호가 압력을 넣어 전부 기각시킬 생각이었다.
‘추가 혐의 찾아내면 또 재판장에 세울 거고.’
그럼 영원히 청옥에 남게 되겠지.
수호가 말했다.
“다른 사람이면 이런 부탁 안 했을 겁니다. 남 괴롭히는데 관심 없는 현철 씨니까 부탁하는 거예요. 상황이 당신을 범죄자로 만들었을 뿐, 사람 자체는 선한 사람이니까요.”
“그런 말, 필요도 없고 믿지도 않습니다. 아무튼 거래는 받아들이겠습니다. 성과 보고 같은 것도 해야 합니까?”
“그건 김궁원이 알아서 해줄 겁니다. 아, 물론 제가 직접 한 달에 한두 번은 방문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말을 잇던 수호가 손을 내밀었다.
“그럼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영치금도 꼬박꼬박 넣어드릴 테니 필요하실 때마다 쓰세요.”
“……필요 없습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대기 중이던 김건도 함께 일어나 접견실을 나섰고 밖에서 대기 중이던 김길연이 두 사람을 반겼다.
수호가 김건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김건이 말했다.
“그럼 이제 마지막 놈을 보러 갑시다.”
“예, 알겠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인물을 볼 차례였다.
그는 세 번째 접견실에서 만날 예정이었는데 각자의 위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자 얼마 뒤, 윤현철보다 훨씬 큰 남자가 걸걸하게 웃으며 나타났다.
“뭐야? 누가 날 이 밤 중에 찾았나 했더니 당신이었어? 근데 당신 티비에 나오는 그 사람 아닌가?”
“조광호 씨?”
“그래, 내가 조광호인데. 아니, 그보다 당신 맞지? 그 검신 안수호!”
“맞습니다, 그 사람. 그보다 당신이 청옥에 사는 두 마리 괴물 중 한 사람이죠? ‘철괴’라 불리우는.”
“크하하! 나에 대한 명성이 당신 같은 유명인사한테까지 닿았나?”
수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몸 곳곳에 혈자리를 눌렀다.
[ 점혈이 발동됩니다. ] [ 점혈이 발동됩니다. ] [ 점혈이 발동됩니다. ]연달아 발동되는 점혈 스킬.
그와 동시에.
“끄아아아악!!”
그가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