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22)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22화(117/346)
대헌협 주차장에 도착한 수호는 차에서 내리기 전 뇌물장부 원본에 미리 준비해 온 액체 하나를 뿌렸다.
프쉬쉬……
장부에 액체를 뿌리자 액체가 프쉬쉬 소리를 내더니 이내 장부 속으로 완전히 스며들었다.
겉으로 보기에 장부 자체는 바뀐 게 없다.
하지만 이 장부는 제작자가 만든 키워드를 작동시키는 순간 주문자가 지정한 대로 글자가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정적인 순간에 장부에서 박규민의 이름을 지울 수 있지.’
오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아이템이다.
이윽고 준비를 마친 수호는 특수부 부장실로 향했고 노크를 하자 피성열이 수호를 반겼다.
수호는 예의 바르게 인사한 뒤, 손백금에게 확보한 뇌물장부를 내밀었다.
“고생했다.”
“아닙니다.”
피성열은 장부를 받아 안을 확인했다.
그러더니 원하는 이름들을 확인한 후 슬쩍 미소를 짓더니 장부를 덮으며 수호에게 물었다.
“봤냐?”
“예?”
“이거 내용물 말이야.”
“아뇨, 안 봤습니다.”
“짜식이 안 보긴……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지. 보지 말란다고 네가 진짜 안 봤을 거냐.”
“정말 안 봤습니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어차피 안 믿을 거면서 왜 물어보는거야?
피성열이 피식 웃으며 장부를 테이블 위에 던져놓는다.
그러더니 다리를 꼬고 무릎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뉴스 봤지?”
“예, 봤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너 잠시 게이트부에 좀 있다가 와라.”
올 게 왔다.
이미 아는 이야기였지만 수호는 놀란 척했다.
“게이트부에…… 말입니까?”
“싫어?”
“아뇨. 그게 아니라 왜 게이트부인가 궁금해서 그랬습니다.”
“거기도 내 라인이잖아. 그래서 보내는 거야.”
“알겠습니다.”
“서운해?”
“아닙니다.”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라. 여론이 그래. 협회장님이 좀 신경 쓰시더라. 그러니 잠깐만 있다가 와. 나중에 순환근무 핑계로 다시 불러줄 테니. 그래도 일부러 게이트부로 보내는 거야. 너 지금 가면 부팀장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네 사수 정철민 팀장이다?”
이쯤에서 밝은 표정.
“아, 그렇습니까?”
“자식 좋아하기는. 내가 다 너 신경 써서 이렇게 배치한 거야. 그러니까 거기서 조금만 있다가 와. 너 같은 인재가 특수부에서 근무 안 하면 어디서 근무하냐?”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거.”
말을 잇던 피성열이 자기 책상으로 가서 상자를 하나 가지고 왔다.
“이건……?”
“열어 봐. 시보 딱지 뗀 기념 선물.”
“아, 감사합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손수건이 하나 들어 있다. 그것도 명품 브랜드로.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손수건이네요. 안 그래도 새로 하나 살까 했는데 잘 쓰겠습니다.”
“평소에 손수건을 들고 다니나 봐?”
“예, 외출할 때 들고 다닙니다.”
“허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젠틀한 구석이 있었네? 나도 그래. 신사라면 손수건 하나쯤은 필수지.”
그놈의 신사타령.
사실 수호는 손수건을 안 들고 다닌다.
지금 하는 말들은 전부 피성열을 위한 맞춤식 멘트일뿐.
‘전생에도 손수건을 선물 받았었지. 신사라면 필수 아이템이라면서.’
그렇기에 손수건은 수호만 받은 게 아니었다.
피성열에게 손수건은 일종의 표식 같은 것이다.
넌 내가 신경 쓰고 있으니 알아두라는.
그렇기에 한때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엔 손수건을 받고 나서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미쳤었지.’
수호가 손수건을 품에 넣자 피성열이 잇달아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이것도 받아.”
“이게 뭔가요?”
“이건 내가 따로 주는 용돈.”
“용돈이요?”
“원래는 협회 역사상 최연소이자 최초의 만점자라 간략하게나마 표창식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여론이 이래 가지고 전부 무산됐다. 협회장님도 많이 아쉬워하셔. 너도 들은 게 있어서 기대 좀 하고 있었을 텐데…… 뭐, 그렇게 됐다.”
“아…….”
하긴.
성적이 성적인데 교육우수 표창장 같은 거라도 하나 주려고 했겠지.
다른 것도 아니고 협회 역사상 최연소이자 최초 만점자인데.
그래서 다행이었다.
그런 거추장스런 행사는 수호 입장에서 안 하느니만 못 했으니까.
“기간 자체는 오늘까지가 특수부 연수지? 하루 잘 마무리하고 내일부턴 게이트부로 바로 출근해.”
“예, 선배님. 감사합니다.”
“그래. 앞으로도 나 보면 계속 선배라고 부르고. 아,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선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럼 가봐. 정식 공무원증은 내일 정 팀장 통해서 전달해 줄 테니까.”
피성열은 정말로 아쉬웠는지 끝끝내 수호에게 좋은 말을 해주었다.
이윽고 특수부를 나온 직후였다.
‘이제 다 끝이군.’
아니, 엄밀히 말하면 드디어 웅크려야 하는 시기가 끝난 것이다.
내일이면 정식으로 시보 기간이 종료되고 진짜 대헌협 소속 공무원이 되는 것이니까.
‘정식으로 출근하기 전에 그 사람부터 만나고 와야겠군.’
게이트 돈다고 미뤄뒀던 건이 하나 있다.
절대로 생략해선 안 될.
수호가 차를 몰아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한다.
***
준비를 마친 수호는 바로 서울역으로 이동한 다음 대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대전역에 내리자마자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로 향했다.
‘역용술 덕분에 움직이기가 훨씬 편하네.’
기차에 타기 전에 얼굴부터 바꿨다.
덕분에 굳이 옷을 안 갈아입어도, 최초의 무무무를 쓰지 않아도 아무도 수호를 알아보지 못 했다.
택시에서 내린 수호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 사무실로 들어갔다.
“실례하겠습니다.”
“누구십니까?”
“여기가 온강캐시가 맞나요?”
“예, 맞는데요. 돈 빌리러 오셨습니까?”
“그건 아니고 채권 하나 사러 왔습니다.”
“채권요?”
“예, 이달원 씨 채권이 여기 있죠?”
“이달원…… 이달원…… 아, 예, 이달원 씨 채권은 저희한테 있습니다만 누구시죠?”
이달원.
그는 윤현철의 동생 윤현희의 남편으로 현재 두 번의 사업을 말아먹고 사채 빚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이리로 온 것.
수호가 말했다.
“그냥 아는 사람입니다. 아무튼 이달원 씨 채권 좀 저한테 파시죠.”
“뭐, 값만 쳐주신다면야 못 팔 것도 없죠.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실까요?”
온강캐시의 사장 황온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권하자 그의 부하 직원이 차를 내어온다.
이윽고 다른 직원이 이달원의 채권을 가지고 오자 수호가 그것을 보며 말했다.
“……원금이 4천에 이자가 8천이네요?”
“예, 뭐. 자꾸 밀리다 보니 그렇게 불어났습니다. 그래도 회수가 완전히 안 되는 건 아니라서 악성채권은 아닙니다.”
말인즉, 값을 깎을 생각이라면 꿈도 꾸지 말란 소리였다.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에서 미리 준비해 온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여기 원금 4천입니다.”
“이자 8천은요?”
“그건 법정이자가 아니잖아요. 서류 보니까 여태 갚은 이자만 쳐도 이미 법정이자를 훨씬 넘겼던데. 그건 못 줍니다.”
“예?”
그 순간 사무실의 공기가 싸늘하게 바꼈다.
사람 좋아 보이던 황온강의 미간도 굽어지기 시작했고.
그러나 수호의 목소리 톤은 한결같았다.
“나 바빠요. 얼른얼른 끝냅시다.”
“하하, 이 새끼가 장난하나…….”
“장난 둘.”
“뭐?”
“장난하나라며? 난 장난 둘이라고.”
“이거 그냥 순 미친놈이었네? 야들아!”
“예, 형님.”
콰앙!!
그때였다. 분노한 황온강이 목소리를 높인 순간 수호가 그대로 황온강의 대가리를 테이블에 박아버린 건.
황온강은 그대로 스르르 쓰러졌다.
“혀, 형님! 끄러러럭!”
털썩-
털썩-
황온강이 쓰러지자 나머지 직원들도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 둘은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게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수호의 위압 스킬 때문이었다.
수호는 이어서 리커버리를 사용해 황온강을 깨웠다.
“……어억.”
“일어나 앉아.”
“너, 너!”
“앉으라고.”
살기를 담아 말하자 황온강은 그제서야 수호가 보통 인물이 아님을 알았다.
“가, 각성자이십니까?”
“응, 그러니까 더 이상 이달원 부부 귀찮게 하지 마. 나중에 내 귀에 그런 이야기 들리면 그땐 정말 가만 안 둘 거니까.”
할말을 마친 수호가 채권과 현금이 든 종이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을 본 황온강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도, 돈은요?!”
“줄 때 받았어야지. 거절한 건 너잖아?”
“그, 그게 무슨……!”
“농담 같아?”
“…….”
설마요.
황온강은 그 말이 쏙 들어갔고 이내 수호가 떠나는 걸 가만히 앉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수호가 떠난 뒤였다.
“하…….”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황온강은 귀신이라도 홀린 듯했다.
***
사무실을 나선 수호는 택시를 타고 다시 어디론가 이동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폐허가 된 어느 동네였다.
“…….”
수호는 미리 챙겨온 서류 중 하나를 살폈다.
이곳은 반 년전쯤에 게이트 쇼크가 발생한 곳으로 아직까지 복구가 이뤄지지 못 한 곳이었다.
그리고 여기는 이달원의 두 번째 가게가 있던 곳이기도 했다.
‘상황이 생각보다 더 안 좋군.’
사실 수도권과 광역시 몇몇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이랬다.
한국 땅덩어리가 아무리 좁아도 한정된 인력으로 반도 전체를 커버하기엔 무리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늘 불행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현장을 살핀 수호는 다시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다른 동네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그곳은 ‘유성냉면’이라는 냉면을 파는 곳이었는데 때마침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브레이크 타임인 걸 확인한 수호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수호를 본 사장이 말했다.
“손님, 죄송한데 지금은 브레이크 타임이라서요.”
“알고 있습니다.”
“네?”
“여기 윤현희 씨가 근무하고 계시죠?”
“……윤현희 씨요?”
윤현희 이름 석자가 나오자 사장이 수호를 경계한다.
일전에 황온강이 돈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장은 모르는 척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그런 사람은 모르겠는데.”
그녀의 모른 척에 수호가 속으로 웃었다.
쌀쌀맞게 생겼는데 생각보다 좋은 분이시네.
수호가 말했다.
“전 사채업자가 아니라 윤현희 씨에게 다른 볼일 때문에 왔습니다. 윤현희 씨 계시면 아람보육원에서 왔다고 전해주시겠습니까?”
“……잠시만요.”
그녀는 끝까지 수호를 경계하는 듯하더니 이내 주방 안쪽에 위치한 직원 휴게소에서 휴식 중인 윤현희에게 수호의 말을 전달했다.
그러자 안쪽에서 윤현희가 나타났고 윤현희를 본 수호가 살갑게 웃으며 말했다.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
브레이크 타임이 막 시작한 터라 시간은 넉넉했다.
사장도 배려를 해주었고.
그래서 가까운 카페로 와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수호가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윤현희 씨의 친오빠이신 윤현철 씨가 보내서 왔습니다.”
“……네?”
화등잔만하게 커지는 그녀의 눈동자.
당연했다.
윤현철.
어떻게 그 이름을 잊겠는가?
윤현철은 그녀에게 있어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데.
게다가 그녀 또한 나중에 시간이 되면 반드시 오빠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그 사이에 게이트 쇼크를 겪고 양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등 몰아치는 삶의 파도가 버거워 엄두를 못 내고 있었을 뿐이지.
수호의 입에서 윤현철이란 이름이 나오자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 오빠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청옥 교도소에 있습니다.”
“……네?”
“윤현철 씨는 현재 사람 다수를 죽이고 사형을 선고받아 청옥 교도소에 복역 중에 계십니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