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28)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28화(122/346)
수호가 웃으며 생각했다.
‘여기가 히든 게이트였다니.’
히든 게이트는 일전에 서울혈액원에 숨겨져 있던 혈의 누처럼 꼭 숨겨져 있어야만 히든 게이트인 건 아니었다.
여러 개 공략법을 가지고 있는 게이트 역시 히든 게이트라 불렸다.
당연히 처음엔 이곳이 히든 게이트인 줄 몰랐다.
수호가 이곳을 선택한 건 단순히 대헌협에서 가까운 것과 더불어 전생에 이미 공략된 바가 있고 수호가 가진 힘으로 적당히 둘러대기 가장 좋아서였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선정한 게이트가 사실은 히든 게이트였다니.
심지어 패러사이트를 보고도 전혀 유추하지 못했다.
보통 이런 내장 테마 게이트에 패러사이트는 생각보다 보기 쉬운 녀석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좀 전에 발견된 체충의 시체 덕분에 모든 걸 알게 됐다.
수호가 파르르 떨리는 듯한 메가 웜의 내장 벽면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말했다.
“미안하다야,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전생에 이곳을 공략했던 플레이어들은 위산의 파도와 패러사이트를 상대로 수십 시간을 버틴 끝에 대형 파도에 휩쓸려 항문으로 배출되었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수호도 그럴 심산이었다.
그래서 걸어가고 있던 곳도 식도 쪽이 아닌 대장 쪽이었고.
대장 쪽이 아무리 더러워도 더럽다고 게이트 공략을 안 할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공략법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그럼 이제부턴 태도를 달리해야겠군.’
수호는 아이젠처럼 뾰족하게 만든 신발 바닥을 다시 평평하게 바꾸었다.
사실 내장 벽면을 칼로 찌르는 것보다 신발 바닥을 날카롭게 만들어 자극하는 게 더 편했다.
그저 걷기만 해도 메가 웜을 괴롭힐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수호가 경험한 바가 맞다면 이런 류의 기생충 몬스터들은 자신들을 계속해서 공격하다 보면 결국 본체가 되는 보스 녀석이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물론 마음 같아선 계속 내장을 건드리고 싶었다.
그럼 메가 웜이 부르르 떨고 위산을 역류시키며 끊임없이 패러사이트들을 수호 앞으로 쏟아낼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수호가 노리는 패러사이트 보스는 찾지 못하게 된다.
‘그전에 항문으로 배출 당하고 말겠지.’
그건 사절이었다.
히든 보상이 눈앞에 있는데 굳이 더러운 대접을 받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수호는 오른손에 혈검을 쥐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마력감지가 발동됩니다. ]여태 그런 줄도 모르고 한가하게 내장이나 찌르고 다녔다니 시간이 참 아깝다.
수호는 본격적으로 기감을 펼쳐 메가 웜 내부 곳곳에 숨어 있는 패러사이트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 패러사이트를 처치하셨습니다. ] [ 패러사이트를 처치하셨습니다. ] [ 패러사이트를 처치하셨습니다. ] [ 패러사이트를 처치하셨습니다. ]……
수호는 패러사이트가 보이는 족족 닥치는 대로 베었다.
상대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
메가 웜 본체도 아니고 끽해야 미니 웜 수준의 기생충들.
살도 말랑말랑하니 베는 감촉이 쫀쫀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레벨도 100 초반이다 보니 아무리 뭉쳐 온다고 한들 수호의 적수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수호에게 좋은 생각이 났다.
‘꼴을 보니 좀 장기전이 될 것 같은데…….’
생각을 마친 수호는 즉시 불가살이를 소환했다.
“불가살이.”
“불불.”
수호의 호출에 소환된 녀석.
녀석은 여전히 말티즈 정도의 크기를 가졌는데 수호가 녀석에게 명령했다.
“덩치 좀 키워 봐.”
“불불.”
수호의 명령에 덩치를 키우기 시작하는 녀석.
그러자 조랑말 정도의 크기가 되었고 수호가 녀석의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무거워?”
“불불.”
고개를 젓는 녀석.
그래.
무거우면 어쩔 거냐.
그래도 실어 날라야지.
내가 널 왜 불렀는데.
수호가 말했다.
“달려.”
“불불!”
수호는 불가살이를 타고 질주함과 동시에 무기의 형태를 바꿨다.
평소에 쓰던 롱소드의 형태가 아닌 칼날이 채찍처럼 말랑하고 긴 연검의 형태로.
그런 다음 자신들을 향해 덤벼드는 패러사이트들에게 도리깨 휘두르듯 칼질을 했다.
[ 패러사이트를 처치하셨습니다. ] [ 패러사이트를 처치하셨습니다. ] [ 패러사이트를 처치하셨습니다. ] [ 패러사이트를 처치하셨습니다. ]……
달리면서 휘둘러서 그런지 가속도가 붙어 더 날카롭게 썰린다.
연검은 이따금씩 기분 전환용으로 사용하는 검인데 이런 식으로 기마전술과 궁합이 좋아 가끔씩 애용하는 검이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 불가살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 축하드립니다! 소환수의 레벨이 100에 도달하셨습니다. ] [ 고위 등급의 소환수를 최초로 100레벨에 도달시켰습니다. ] [ 대단한 업적을 달성하여 시스템이 당신에게 보너스 스탯을 5개 선물합니다. ] [ 불가살이에게 진화 특성이 부여됩니다.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알림들.
그것을 본 수호가 조용히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금방 레벨이 오르네.’
소환수는 단순히 소환만 한다고 해서 경험치를 나눠받지 않는다.
노 페인 노 게인이라고, 함께 싸워야만 경험치를 나눠받고 성장할 수 있다.
시스템은 날로 먹는 걸 용납할 만큼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니까.
그래서 말도 아닌데 일부러 타고 다닌 것.
녀석이 기동성을 확보해 주는 것만으로도 이것은 수호 혼자만의 싸움이 아닌 함께 싸운 파티 플레이가 된 것이니까.
“고생했다, 불가살이.”
“불불.”
수호는 녀석의 진화 특성을 확인한 다음 다시 역소환시켰다.
진화 특성을 얻었으니 녀석의 진화는 천천히 진행시키면 될 터.
수호는 상태창을 열어 불가살이의 진화로 받은 보너스 스탯 중 4개를 체력 스탯에, 나머지 하나를 마력 스탯에 배분했다.
[ 체력 스탯이 100이 되었습니다. ] [ 체력 스탯이 한층 더 성장합니다. ] [ 축하드립니다! 체력 스탯의 레벨이 올라 오렌지 등급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스탯 두 개가 오렌지 등급이 됐다.
수호가 갱신된 상태창을 확인한다.
[ 안수호 ]– Lv : 99
– 클래스 : 치유사
– 특성 : <뉴블러드><헤라클레스 후보>
– 근력(O) : 25
– 체력(O) : 1
– 마력(R) : 63
– 감각(R) : 61
– 보너스 스탯 : 0
‘이제 내 레벨만 100이 되면 되는 건가.’
계획하고 들어온 건 아니지만 자신보다 불가살이를 먼저 100레벨을 만들었다.
그러니 이제 자신의 레벨만 100이 되면 된다.
수호가 이것저것 재정비를 마쳐 갈 무렵이었다.
[ 마력감지가 발동됩니다. ]‘음?’
갑자기 발동된 마력감지 스킬.
수호는 고개를 들어 어느 한쪽을 보았다.
왜냐면 그쪽으로 엄청난 농도의 마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쿠구구구구……
천장과 바닥이 떨린다.
그와 동시에 시야 저편이 어둡게 물들어 가는 걸 볼 수 있었다.
마치 터널의 끝에서부터 불이 꺼지듯 어둠은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잠식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어둠이 아니었다.
그것은 강력한 생기를 머금은 생명체였다.
그쯤 수호의 눈앞에 시스템 알림이 추가로 하나 떠올랐다.
[ 보스 몬스터가 등장합니다. ]보스 몬스터의 등장.
그 알림을 본 수호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드디어 왔구나.’
전생의 공략자들은 이곳에서 보스 몬스터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수호의 눈앞에는 분명히 떠올랐다.
말인즉, 저놈이 바로 수호가 그토록 찾아다니던 패러사이트들의 대가리일 가능성이 높았다.
수호는 기존에 사용하던 형태로 무기를 변형시킨 다음 혈검을 바로 쥐었다.
그런데 그 순간.
콰아아아앙!!
파도처럼 잠식해 오던 어둠은 마치 기차처럼 수호에게 달려와 그대로 정통으로 들이받았다.
마치 교통사고 수준의 충격.
엄청난 고통이었다.
수호가 서 있는 내장 통로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한 그것은 어둠 같은 게 아니었다.
놀랍게도 녀석 역시 수많은 기생충 중에 한 마리일 뿐이었다.
다만 크기가 좀 클 뿐.
수호는 녀석과 정면출동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녀석의 네임카드를 볼 수 있었다.
– 메가 패러사이트 Lv.131
131레벨의 메가 패러사이트!
시커멓기 그지없는 녀석이 안면으로 수호를 들이받은 채 계속해서 앞으로 돌격해 나간다.
– 쿠어어어어어!!
[ 메가 패러사이트가 보스 몬스터급 피어를 사용합니다. ] [ 용혈이 발동됩니다. ] [ 드래곤 블러드의 용의 정신 효과에 의해 피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안면 전체로 정통으로 들이받은 녀석은 들이받은 안면 그대로 피어를 사용했다.
귀청이 떨어질 것 같고 고막이 터질 것만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용혈 덕분에 정신적인 피해는 없다는 것.
수호는 내장 깊이 솟는 핏물을 퉤 뱉어낸 다음 거의 붙어서 끌려가다시피 한 안면 위에서 얼른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런 다음 혈검을 역수로 쥐고 녀석의 미간을 향해 검을 쑤셔넣었다.
캉!!
조준은 제대로 했다.
하지만 불꽃이 튀며 혈검이 빗나갔다.
‘이것 봐라?’
한낱 기생충 주제에 피부 경도가 어마무시하다.
이후에도 같았다.
수호는 몇 번이나 역수로 쥔 혈검을 녀석의 안면에 쑤셔박았지만 그때마다 불꽃만 튈 뿐 좀처럼 칼날이 박혀 들어가지 않았다.
‘이게 이렇게까지 안 박힌다고?’
아무래도 어정쩡한 자세가 문제인 것 같다.
휘두르라고 있는 검인데 휘두르긴커녕 역수로 쥐고 송곳처럼 쑤시기만 하고 있으니.
짜증이 났다.
이런 자세가 아니라 평지에서 제대로 싸웠다면 강철 자르기라도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수호는 달리는 기차의 코끝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붙어 있는 상황.
그러니 기껏해야 상체나 들어 두 팔을 사용할 뿐, 허리축이나 하체 등을 사용할 여력은 전혀 안 됐다.
그 순간, 수호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수호는 즉시 왼손으로 혈검을 옮겨 쥔 뒤 오른손을 펼쳤다.
그러자 손 아래로 그림자가 두둥실 뭉치더니 이내 귀영창이 쑤욱 뽑혀 나와 쥐여졌다.
‘어디 이것도 한번 막아 봐라.’
조건은 충분했다.
녀석의 커다란 덩치는 굴 전체를 가득 메워 자연스럽게 어둠을 만들어냈고 그 어둠은 녀석의 그림자에서 기반된 것.
그렇기에 수호는 어둠으로 뒤덮인 녀석의 얼굴을 향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귀영창을 쑤셔박아 버렸다.
콰과곽!!
[ 그림자 관통이 발동됩니다. ]알림을 본 수호가 웃는다.
그래.
네가 아무리 단단해 봤자지.
그림자 아래 모든 걸 관통시켜 버리는 그림자 관통이라면 녀석의 얼굴을 보란 듯이 뚫어줄 줄 알았다.
– 콰오오오오오!!
녀석이 울부짖는다.
안면을, 그것도 미간을 정통으로 관통당했으니 그럴 수밖에.
그뿐이랴?
[ 그림자 출혈이 발동됩니다. ]조건이 안 돼 그림자 주박은 발동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도트뎀을 넣을 수 있는 그림자 출혈 효과가 발동되어 녀석에게 지속적인 피해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호는 그때부터 귀영창을 역수로 쥐어 무차별적으로 녀석의 안면을 쑤시기 시작했다.
– 콰오오!! 콰오오오!!
울부짖는 메가 패러사이트.
안면을 미친 듯이 쑤셔 파자 점점 녀석의 질주 속도가 줄어든다.
동시에 온몸을 비틀며 괴로워하기 시작했고.
– 콰오오오오!!
그 여파로 고통받기 시작한 메가 웜 또한 울부짖기 시작했다.
수호가 쑤셔박은 귀영창을 다시 들어올리며 말했다.
“쌍으로 울부짖고 아주 난리네.”
콰득!!
그렇다면 빨리 네놈을 죽여 이 사태를 해결해야겠지.
수호는 녀석의 미간에 마지막으로 귀영창을 쑤셔박았다.
그러자 녀석은 더 이상 달리는 것을 포기하고 제자리에서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였다.
수호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녀석의 얼굴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혈검을 허리춤까지 당겨 자세를 취했다.
“후.”
숨을 한번 끊어 삼킨다.
고작해야 130레벨짜리한테 너무 크게 한방 먹었다.
그러니 이제라도 얼른 정리를 해야 하지 않겠나.
그 순간, 끊어 삼킨 숨과 함께 검이 격발되듯 앞으로 뿜어졌다.
[ 구름 베기가 발동됩니다. ]촤아아!
혈검이 뿜어지며 수호의 시야 전체에 붉은 선 하나가 크게 그어진다.
그와 동시에.
촤가가가각!
메가 패러사이트의 얼굴과 몸.
그리고 메가 웜의 내장 전체가 보란 듯이 두 동강 나 버렸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