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41)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41화(133/346)
깔끔한 손맛.
제대로 들어갔다.
그 증거로 수호의 눈앞에 시스템 알림들이 떠올랐다.
[ 그림자 주박이 발동됩니다. ] [ 그림자 출혈이 발동됩니다. ] [ 그림자 관통이 발동됩니다. ]원래라면 그림자 관통의 발동 조건은 까다로우나 어둑하기 그지없는 강나루 바닥만큼은 예외였다.
여긴 빛보다 어둠이 더 많은 곳이었으니까.
게다가 헥스의 포지션은 암살과 화살을 이용한 초장거리 견제.
그렇다 보니 포메이션이 발동되면 알아서 가장 음습하고 어두운 곳으로 숨는다.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우선은 헥스부터 노린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화아악! 퍼어엉!!
새하얀 광휘의 폭발.
[ 홀리 인챈트 효과로 ‘퇴마’가 발동됩니다. ]원한의 재래로 만들어진 원한병들은 원념병들과 마찬가지로 악 속성을 가진 고스트 타입의 몬스터.
아무리 사람의 형체를 띠고 있어도 몬스터는 몬스터였다.
그렇기에 홀리 인챈트가 가진 퇴마 효과 또한 보란 듯이 먹혔다.
휘오오……
꿈틀…… 꿈틀……
홀리 인챈트의 퇴마 효과로 머리가 터진 헥스의 원한병이 잿빛 연기를 흩날리며 바닥에서 꿈틀거린다.
그러더니 이내.
[ 헥스 후드를 처치하셨습니다. ]놈의 숨통이 끊어졌다.
‘한 마리 제압 완료.’
그 순간, 뒤늦게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알렉스의 원한병이 수호를 향해 거대한 방패를 들이밀며 다시 한번 거리를 좁혀왔다.
그 모습을 본 수호는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다시 한번 더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한 번 더 허공을 밟아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높이 도약해 강나루 천장까지 도달했다.
허공에 떠오른 수호는 그제서야 체공 상태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수호의 시선 끝에는 목표물을 놓쳐 방황 중인 멍청한 황소 한 마리가 보였다.
‘그래. 기껏해야 복제품 수준이겠지.’
원한병은 대상의 가장 깊은 분노를 참고하여 만들어졌다고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모습과 행동 일부분만을 재현해 냈을 뿐이다.
레플리카는 절대로 오리지널을 뛰어넘을 수 없듯 싸구려 원한병 따위는 미국을 대표하는 방패인 알렉스의 진짜 센스까지는 완벽하게 재현해 내지 못 했다.
‘진짜 알렉스라면 내가 허공으로 뜬 순간 내 발목을 잡으려 했을 거다.’
그렇기에 수호는 복제품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가짜에게 단죄를 내리기로 했다.
수호가 검을 허리춤으로 당긴 후 일순 격발시켰다.
[ 구름 베기가 발동됩니다. ]촤아아악!
새하얀 광휘가 폭발하며 멍청한 황소의 머리 위에 기다란 빛줄기가 떨어진다.
황소는 뿜어지는 광량에 뒤늦게 고개를 들었지만 그것이 녀석의 마지막 제스처였다.
녀석이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녀석의 몸은 자로 잰 것처럼 깔끔하게 양단 나고 말았으니까.
[ 알렉스 모건을 처치하셨습니다. ]시스템 알림.
수호는 그것을 가볍게 밀어버린 후 바닥에 착지했다.
그런 다음 시선을 옮겨 어쩔 줄 몰라 하는 멍청한 여인 하나를 보았다.
성녀 이사벨라를 흉내낸 이사벨라의 원한병이었다.
이사벨라의 복제품은 순식간에 동료 둘이 도륙나 버리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며 당황했다.
‘쯧쯧. 힐이나 버프를 쓰고 싶겠지만 단칼에 죽어 버렸으니 네가 뭘 할 수 있을까.’
서걱!
수호는 검을 휘둘러 녀석의 머리를 잘라 버렸다.
[ 이사벨라 미하일을 처치하셨습니다. ]이제 남은 가짜 복제품은 단 하나.
수호는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화아아악!!
거대한 화염덩어리가 수호를 향해 쇄도했다.
콰아아앙!!
강나루가 떠나갈 듯 울리는 폭음.
스킬을 정통으로 맞았다.
하나 남은 가짜 복제품, 스즈키 엔도의 원한병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예상은 맞았다.
불길 속에 검은 형체가 있었고 그것은 분명히 수호였다. 하지만.
서걱!
절삭음.
검선보다 먼저 닿은 건 소리였다.
그리고 스즈키가 그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그녀의 미간을 중심으로 기다란 검흔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동시에 불길이 갈라지고 그 안에는 그을음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고고한 자태의 수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쯤 스즈키의 신형도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갈라졌다.
[ 스즈키 엔도를 처치하셨습니다. ]동시에 불길도 사라졌다.
수호는 멀쩡했다.
특별한 조치를 취한 건 없다.
그저 홀리 인챈트의 수호 효과로 인해 성스러운 보호막의 도움을 받았을 뿐.
이것은 애초에 예견된 일이었다.
원한병은 대마법사이자 마녀로 불리우는 스즈키를 따라했지만 복제해낸 건 겉모습이지 그녀가 쓰는 고유의 마력까지 복제해낸 건 아니었으니까.
그러므로 가짜 스즈키가 뿜은 불꽃은 그 어떤 불꽃보다도 뜨거워 보였으나 그 실상은 악 속성으로 점철된 잿빛 원념이었다.
그리고 악 속성의 원념이 수호에게 통할 리가 없을 터.
수호는 연기가 되어 흩어진 스즈키를 보며 중얼거렸다.
“나중엔 진짜로 베어 주마.”
진심이었다.
수호는 그녀가 만든 만독에 중독되었을 때를 떠올렸다.
끔찍한 고통.
두 번 다시 맛보고 싶지 않은 지옥이었다.
그렇기에 수호는 다짐했다.
훗날 스즈키를 만나게 되면 만독보다 더한 맹독으로 그녀에게 복수를 선사하겠노라고.
그런 의미에서 좀 전에 죽은 녀석은 흉내라고 하기에도 뭣 할 만큼 몹시 싱거웠다.
진짜 스즈키였다면 이 사달이 날 때까지 손가락이나 빨며 어울리지도 않는 화염 마법 따윈 사용하지 않았을 테니까.
‘아마 대량의 염산을 소환해 끼얹었겠지.’
그녀는 그런 캐릭터였으니까.
이윽고 수호는 시선을 옮겨 원념의 대변자를 보았다.
녀석은 여전히 보랏빛 안광을 번뜩이고 있었는데 어째 그 눈빛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수호가 녀석을 보며 말했다.
“뭘 놀란 척 멀뚱거리고 있어? 빨리 다음 페이즈 꺼내, 안 그럼 지금 바로 끝내 버릴 거니까.”
– 크륵……!!
원념의 대변자가 이를 부득 간다.
그 말과 동시에 녀석의 안광이 번뜩이고 온몸의 원념이 타오르듯 출렁이기 시작했다.
[ 원념의 대변자가 크게 분노합니다. ] [ 원념의 대변자가 원령나루에 존재하는 망자들의 힘을 흡수합니다. ]촤아아!
타오르듯 일렁이는 녀석은 이내 강나루 바닥에 침전되어 있는 이름 모를 망자들의 한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녀석의 덩치가 점점 커져 갔고 망토로 휘감고 있던 비주얼은 이내 멋들어진 갑옷을 걸친 데스나이트의 그것처럼 변신했다.
검은 보이지 않는다.
당연했다.
녀석의 속성은 마법사니까.
페이즈 2로 변신 준비를 마친 녀석은 이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변신을 마친 원념의 대변자가 마치 분신술이라도 펼친 것처럼 끝도 없이 증식하기 시작한 것.
게다가 늘어난 원념의 대변자들의 손에는 진짜 대변자와는 달리 각기 다른 무기들이 꼭 쥐여져 있었다.
그들은 페이즈 2에 접어든 원념의 대변자가 만든 녀석의 마지막이자 모든 것인, ‘원념병 군단’이었다.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들었다.
‘드디어 그 유명한 십자군의 군세술을 보게 됐군.’
원념의 대변자가 가진 절기이자 십자군이라 불렸던 성기사 플레이어의 시그니처 기술.
그것은 바로 ‘군세술’이란 이름의 스킬이었다.
자신이 가진 힘을 바탕으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병사들을 소환해 다루는.
그래서 그에게 십자군이란 별명이 생긴 것이다.
성기사 플레이어가 군세술을 쓰자 전장에 엄청난 수의 성기사들이 소환되었으니까.
그렇기에 수호의 목표 또한 바로 저 군세술이었다.
십자군에겐 미안하지만 그의 군세술 스킬만 있으면 뱀파이어 블러드의 두 번째 권능을 보다 쉽게 해금시킬 수가 있었기에.
이윽고 준비를 마친 원념병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수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한다.
– 그어어어!!
쫓아오는 기세가 실로 맹렬하다.
그래.
적어도 너희가 아까 전의 그 짝퉁 배신자들보다는 나은 것 같구나.
수호는 그리 생각하며 다시금 스킬 무장을 시작했다.
[ 축복이 발동됩니다. ] [ 홀리 인챈트가 발동됩니다. ]둘러지는 새하얀 광휘들.
이윽고 첫 번째 원념병이 수호에게 돌진해 무기를 휘둘렀다.
쾅!
묵직한 타격.
첫 번째 원념병의 무기는 해머였다.
수호는 쇄도하는 해머를 혈검으로 막았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녀석을 칭찬했다.
“그래도 보스 쫄다구라고 뭐가 좀 다르긴 하네?”
– 그러러럭!
다시 해머를 드는 원념병.
그 잠깐의 순간, 수호는 들어 올려진 녀석의 양팔 아래 새하얀 검선을 아로새겼다.
화아아악!
그러자 광휘가 터지며.
[ 홀리 인챈트 효과로 ‘퇴마’가 발동됩니다. ]– 크허어어어엉!!
첫 번째 원념병이 잿가루가 되어 흩날려 터졌다.
녀석이 아무리 페이즈 2에 진입한 보스 몬스터의 직속병사라지만 이변은 없었다.
“다음.”
수호가 다음 원념병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보스룸 초입에 있던 수호는 어느덧 보스룸의 가장 끝자락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모든 걸 잃은 원념의 대변자가 궁지에 몰려 있었다.
이변은 없었다.
수호가 지나온 길에 남은 것도 없었다.
원념의 대변자가 모든 힘을 쏟아부어 만든 원념병 군단은 보기 좋게 수호의 경험치가 되어 두 개의 레벨이 되어 주었으니까.
수호는 저항하지 못하는 원념의 대변자에게 칼끝을 겨누며 말했다.
“이제 더 없지?”
– …….
침묵하는 대변자.
그래.
이만하면 충분하지.
수고했다.
남은 힘 한 방울까지 모조리 쥐어짜내 내 레벨의 양분이 되어 주어서.
그렇기에 수호는 더 이상의 조롱 없이 한 번에 녀석을 그었다.
[ 강철 자르기가 발동됩니다. ] [ 홀리 인챈트 효과로 ‘퇴마’가 발동됩니다. ]발동된 스킬 두 개.
이윽고 녀석의 몸에 기다랗고 새하얀 검선이 아로새겨졌고.
퍼어엉!!
아로새겨진 검흔과 함께 커다랗고 새하얀 폭발이 일어났다.
[ 원념의 대변자를 처치하셨습니다. ] [ 게이트가 공략되었습니다. ] [ 게이트 공략의 MVP는 ‘안수호’ 님입니다. ] [ MVP 선정으로 추가 경험치가 제공됩니다. ] [ MVP 선정으로 보너스 스탯이 1개 제공됩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모든 스탯이 1 올랐습니다. ] [ 보너스 스탯을 1개 획득하셨습니다. ]원념의 대변자가 처치됐다.
동시에 시스템 알림들이 쏟아졌고 원념의 대변자가 있던 자리에는 녀석의 키만큼 커다란 십자가 하나가 생겨났다.
거대한 십자가.
그것은 강물 아래 잠긴 어느 이름 모를 망자들을 추모하는, 그들을 대변하는 무덤이자 추모의 십자가였다.
수호는 십자가를 얼마간 바라보던 끝에 손으로 십자가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 주었다.
비록 이곳이 시스템이 만든 거짓된 모형 전장일지라도, 어떤 게이트는 이계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하는 곳을 그대로 복사해서 만드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기에 혹시 모를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그때였다.
[ 이름 모를 망자들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 [ 원념의 대변자가 당신에게 작은 선물을 전합니다. ] [ 군세술(A)을 터득하셨습니다. ]군세술 스킬의 획득.
알림을 들은 수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게이트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