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49)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49화(141/346)
“윤현철 씨, 면회입니다.”
다음 날.
윤현철의 이름이 불리자 수호는 조용히 일어났다.
시간은 이제 겨우 점심이 지났을 무렵.
수호가 나갈 채비를 하자 김궁원이 허리를 깊숙히 숙였다.
“살펴 가십쇼, 큰형님.”
“그래.”
수호는 김궁원의 혈자리를 모두 풀어 준 뒤 그제서야 교도관들과 이동을 시작했다.
교도관들과 함께 이동한 곳은 매번 이용하던 특별 접견실이었다.
접견실에는 먼저 온 손님 둘이 있었다.
그들을 본 수호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고 이윽고 교도관들이 퇴장하자 접견실에는 수호를 비롯한 세 사람만이 남았다.
수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자신을 만나러 온 인물 중에 하나가 바로 자기 자신, ‘안수호’였으니까.
허나 그의 정체는 김건이었다. 그것도 메타 슈트로 자신의 모습으로 둔갑한.
그리고 김건의 수행원으로 온 사람은 정장을 말쑥하게 빼입은 진짜 윤현철이었다.
수호가 수행원처럼 서 있는 윤현철에게 말했다.
“현철 씨도 앉으시죠. 여기 카메라 꺼 놔서 아무도 안 들어올 겁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역용술로 얼굴이 바뀌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닷새만에 만난 윤현철은 눈빛이 참 많이 바뀌어 있었다.
독기가 거의 사라진 느낌이랄까?
아마 닷새 동안 윤현희와 좋은 시간을 보내서 그런 거겠지.
수호가 시선을 옮겨 김건에게 물었다.
“잘 찾아왔네?”
“예, 저번에 한 번 와 봤던 곳이라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다들 포지션부터 바꾸시죠. 건아, 넌 옆에 계신 분 그대로 흉내 내면 된다.”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전 우선 각자의 포지션 변경부터 시작했다.
김건은 역용술을 사용한 윤현철의 모습으로, 수호는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윤현철 역시 원래의 자신으로 말이다.
포지션 변경은 금방 이루어졌다.
수호는 자신의 옷을 다시 입은 후, 윤현철에게 점혈을 사용해 임시로 묶어 두었던 혈자리들을 풀어 주었다.
“혈자리 다시 풀었는데 좀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다시 멀쩡해진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얼굴이 많이 좋아지셨는데 좋은 시간 보내셨나요?”
“네, 덕분에 밀린 이야기도 하고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윤현철이 자리에 일어나서 정수리가 보이도록 고개를 숙인다.
이렇게 보니 정말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란 걸 알기에 윤현철에게 기회를 준 것이기도 했다.
그에게서 조금이라도 음습한 기운이 있었다면 사형수를 밖으로 내보내는 멍청한 짓은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니까.
물론 열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하나는 모른다지만 수호에겐 희로애락의 반지가 있지 않은가.
‘반지 덕분에 대화할 때 참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
희로애락의 반지는 아주 작은 부정적인 기운도 모조리 캐치해 내니까.
이어서 수호는 그동안 청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면밀히 말해 주었다.
자기가 재소자들에게 무얼 먹였고 그로 인해 다들 어떤 상태가 되었었는지.
물론 흡성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이야기해 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대신 청옥에 풀어놓은 새로운 호랑이, 조광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조광호의 힘을 다시 되찾아 주었다는 말에 윤현철이 걱정스레 물었다.
“조광호를 믿으십니까?”
“조광호는 안 믿습니다. 대신 현철 씨를 믿는 거죠. 만약 조광호가 저의 경고에도 현철 씨에게 이빨을 드러내면, 그땐 현철 씨가 조광호를 제압해 주세요. 죽이진 말고 다시 병신으로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 정도는 제 선에서 해결이 가능합니다.”
역시 윤현철.
참 든든하다.
하지만 조광호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가 윤현철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힘을 되찾아 주는 대신 왕좌에는 절대로 눈독 들이지 말라고 했으니까.
수호는 이후에도 윤현철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그동안 어디를 다녀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닷새 동안 많은 곳을 여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보고 싶었던 곳들은 모두 가보았다.
특히 죽은 여자친구의 납골당에 다녀올 수 있게 되어 또 한 번 감사를 표했다.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현희 씨는 제가 책임지고 케어하겠습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찾아와서 이번에 그랬던 것처럼 휴가 느낌으로 빼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만 주시면 청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바깥에서 현희가 기다리고 있긴 합니다.”
“아이고, 혹시 몰라서 혼자 오라고 하셨는데 기어코 오셨군요.”
“하하, 네. 꼭 인사드리고 싶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수호는 얼마간 더 이야기를 나눈 후 시간을 확인하고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호는 윤현철에게 인사한 후 김건과 함께 청옥을 나왔다.
그리고 청옥 입구에서 수호를 기다리고 있는 윤현희를 만날 수 있었다.
윤현희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어색하게 물었다. 수호가 얼굴 변장에 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저…… 수호 씨죠?”
“예, 접니다.”
수호 본인이란 말에 윤현희가 그제서야 활짝 웃는다.
그녀는 윤현철이 그랬던 것처럼 정수리가 보이도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드려요. 덕분에 오빠랑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덕분에 청옥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근데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오셨어요, 거리도 먼데.”
“사람이 염치가 있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
“하하, 정말 괜찮은데. 일단 차에 타시죠. 역까지 바래다드리겠습니다.”
세 사람은 함께 차에 탔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 어떻게 지낼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닷새 동안 오빠와 의논한 끝에 아람보육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수호가 주기로 한 지원금으로 장사를 하거나 호의호식하는 것보단 고향과도 같은 보육원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고 했다.
“좋은 생각이시네요. 그럼 저도 이따금씩 보육원에 들르겠습니다.”
“아니에요, 굳이 안 그래 주셔도 돼요. 안 그래도 공무로 바쁘실 텐데.”
“제가 좋아서 가는 건데요, 뭘.”
이후 수호는 그녀를 청송역에 내려준 후 차 머리를 돌려 서울로 향했다.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그럴래?”
윤현희가 떠나자 그제서야 김건과 둘만 있게 됐다.
김건은 자연스럽게 운전대를 잡았고 차가 출발하고 얼마 뒤, 수호가 말했다.
“앞으로도 종종 청옥에 대한 건을 좀 부탁할게.”
“예, 언제든지 맡겨주세요.”
“그래, 넥서스에 지내는데 불편한 건 없어?”
“예, 다들 너무 잘해주세요. 팀장님 덕분에 하루하루 감사함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그 말에 수호가 픽 웃었다.
김건은 은혜를 아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김건을 캐스팅한 것이기도 하고.
수호가 물었다.
“훈련은 잘하고 있고?”
“예, 안 그래도 곧 팀장님 아바타에 대한 파훼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훼법? 진심이야?”
“네, 진심입니다.”
이것 봐라?
수호가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쉽지 않을 텐데?”
“쉽지는 않죠. 그래서 일대일로는 절대 못 할 것 같고 밴시팀 전원을 이용해 합공하고 있습니다.”
“그래?”
수호는 그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김건은 헌터이기 전에 세계적인 게임, 옵스의 절대적인 1위 랭커였기 때문이다.
‘옵스의 레일건은 피지컬과 뇌지컬, 그리고 오더와 케어까지 가능했던 만능 올라운더 선수였으니까.’
그래서 그 누구도 넘지 못했던 부동의 1위였던 것.
역시 옵스 짬바 어디 안 간다.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좋아, 합공이든 뭐든 정말로 내 아바타를 꺾으면 그때 말해. 그땐 또 다른 미션을 내어줄 테니까.”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 근데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뭔데?”
“그게 다름이 아니라…….”
김건의 질문은 다름 아닌 수호의 전투법에 대한 것들이었다. 예컨대 검술이나 이동법에 대한.
그 질문을 들은 수호는 또 한 번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 아바타 파훼에 진심인가 보네.’
그렇기에 수호는 기쁜 마음으로 알려주었다.
애초에 숨길 이유도 없었다.
누군가 자신의 파훼법을 만들어 낸다면 수호 역시 그 파훼법을 연구해 약점을 극복하면 됐으니까.
그러니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지루함 없이 서울로 향할 수 있었고 수호는 파주에 김건을 내려준 후 바로 다음 스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흡성고의 체크였다.
[ 다 자란 흡성고 ]– 등급 : A
# 숙주의 기운을 흡수하여 자라는 벌레.
# 숙주의 경험치와 생기를 잔뜩 머금어 최고의 성체기가 되었다.
A등급의 흡성고.
나흘 넘게 온전히 생기를 먹여 키운 덕분에 아주 제대로 자랐다.
수호는 집으로 가기 전 청담가옥 직원에게 사와야 할 것들에 대한 목록을 일러준 뒤 바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기원도 남해원도 이제는 별다른 스케줄이 없기에 파주에서 한창 트레이닝 중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직원들이 주문한 물품들을 가지고 나타났다.
수호는 그것들을 모두 챙겨 지하실로 향했다.
그런 다음 커다란 테이블에 흡성고를 비롯한 직원들이 사온 재료 아이템들을 모두 펼쳤다.
‘해원이한테 합성해 달라고 하는 게 가장 베스트긴 하지만…….’
지금부터 만들 영약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
영약의 가치가 엄청난 것도 엄청난 것이지만 영약의 재료가 되는 흡성고가 사람의 생기를 베이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혹시 모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아는 사람이 최대한 없는 편이 나았기 때문.
‘실제로 충마 때문에 훗날 흡성고의 유통이 금지되기도 했으니까.’
그러니 효율성은 조금 떨어져도 조합식을 통해 내가 직접 만드는 편이 낫다.
수호는 일전에 익힌 최하급 조합식을 사용했다.
그러자 눈앞에 조합식 특유의 조합 항아리가 나타났고 그 안에 흡성고를 비롯한 주문한 재료들을 넣었다.
[ 조합 항아리에 다 자란 흡성고를 담으셨습니다. ] [ 조합 항아리에 약제사의 그릇 파편을 담으셨습니다. ] [ 조합 항아리에 장인의 조각을 담으셨습니다. ]집어넣은 재료는 총 세 가지.
약제사의 그릇 파편은 영약을 만들 때 조합식에 반드시 넣는 재료템이고 장인의 조각 역시 스킬과 관련된 영약을 만들 때 항상 넣는 재료템이었다.
‘스킬 영약을 만들 때 항상 들어가는 이 두 가지에 다 자란 A급 흡성고를 추가하면 내가 바라던 영약이 완성되는 거지.’
어찌 보면 굉장히 쉬워 보이는 조합법.
하지만 충마가 먹던 영약을 만들기 위해선 오직 수호가 준비한 옵션을 가진 A등급 흡성고만 25마리를 넣어야 했다.
그리고 수호가 청옥에서 확보한 흡성고는 502마리.
실패하지만 않는다면 약 20개의 영약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인 셈.
‘이외에도 그릇 파편과 조각의 개수가 영약의 핵심 비법이지.’
하지만 후자의 것들은 시장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것.
그러니 진짜 핵심은 흡성고였다.
재료 아이템을 담은 수호가 조합식을 돌리기 시작했다.
[ 조합을 시작합니다. ] [ 조합 중……. ] [ 오잉? 항아리의 상태가?! ]그때였다.
별안간 시스템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더니 이내 항아리에서 금빛을 쏟아내기 시작한 건.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