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53)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53화(145/346)
내 눈이 잘못된 걸까?
혹시라도 잘못 본 것 같아 두 눈을 비볐으나 수호는 정말로 피와 상처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안 프로님!!”
놀란 조진휘가 뛰어간다.
다른 군인들도 보기 드문 수호의 상처에 놀란 나머지 가만히 입만 벌렸다.
조진휘가 진심으로 놀라며 말했다.
“이, 이, 이 피들은 다 뭐예요? 괜찮으세요?”
“아, 네, 뭐. 그보다 일단 사진부터 찍으시죠.”
“사진요?”
“특집기사 쓰셔야죠.”
“특집? ……아!”
그제서야 조진휘의 머리가 돌아가며 이 모든 상황들이 이해가 되었다.
조진휘가 웃으며 카메라를 들었다.
“오케이 바로 촬영부터 갑니다.”
연신 눌리는 셔터 소리와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군인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우선은 조용히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그사이 조진휘는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고 수호는 그 어느 때보다도 피로한 기색을 연기했다.
이윽고 조진휘로부터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수호가 인벤토리에서 자이언트 미믹의 마정석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이건 암흑협곡의 주인인 초거대 자이언트 미믹으로부터 뽑아온 마정석입니다.”
“와? 그럼 이거 최소 1성급 아니에요?”
“맞습니다. 그리고 정부에 반납해야 할 전리품이기도 하죠.”
“아! 오케이! 반납해야 할 전리품 확인!”
반납해야 할 전리품이란 말에 조진휘가 신나서 사진을 찍어댄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특집기사를 준비한 기자로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정석에 대한 사진을 충분히 찍자 수호는 이어 인벤토리에서 칼 무더기들을 꺼냈다.
그런데 꺼낸 검 중에 성한 검이 없다.
전부 날이 갈리고 이가 나가고 검신이 부러져 있었다.
치열해 보이는 흔적들.
누가 봐도 전투에 쓰인 듯한 모습들이었다.
그런데 그 수가 엄청나다.
대충 헤아려도 마흔 자루가 넘는 칼들.
조진휘가 물었다.
“프로님, 이건?”
“게이트 공략할 때 썼던 칼들입니다. 마흔두 자루. 보스 몬스터가 초거대 자이언트 미믹이었는데 상자 대신 강철덩어리 안에서 농성하느라 애를 좀 먹었습니다.”
“아, 그래서 검 상태가 다 이 모양인 거군요?”
“예, 덕분에 이번 게이트 공략은 엄청난 적자가 될 것 같습니다. 1성급 게이트 공략을 위한 칼은 아무리 싸구려라도 보통이 아니거든요. 물론 마정석을 판다면 괜찮겠지만…… 아시다시피 게이트 전리품에 대한 소유권은 제게 없잖아요?”
수호의 논리정연한 설명에 조진휘의 입술이 둥글게 오므려진다.
그 나름대로 이번 특집기사에 대한 자료들을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현직에 있는 공무원 헌터가……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검신씩이나 되는 인물이 이 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그 파급력은 실로 엄청날 것이기 때문.
조진휘가 부러진 칼들을 연신 촬영하더니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림이 그려지네요. 우선 안 프로님의 다친 사진으로 어그로를 싹 끈 다음 검신의 봉인 게이트 소식을 전하고 전리품과 공략비용에 대한 적자 문제를 언급하면 제대로 화제가 되겠어요.”
“그럼 혹시 다친 사진은 제가 올려도 될까요?”
“안 프로님이요?”
“마침 좋은 방법이 생각났거든요. 물론 포탈 앞에서 찍은 사진은 타이밍 보시다가 기자님이 올리시면 됩니다.”
“오호? 어떤 방법일지 몹시 기대가 되네요. 그럼 첫 사진 타이밍은 그렇게 하기로 하시고 혹시 이 칼들은 안 프로님이 좀 챙겨놔 주시겠어요? 마음 같아선 제가 가지고 가고 싶긴 한데 아시다시피 전 비각성자 일반인이라 인벤토리가 없네요.”
“그럼요. 잘 포장해서 방송국으로 쏴드릴게요.”
“후후, 역시 안 프로님이십니다.”
촬영이 끝난 뒤, 수호는 멀리서 멍하니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던 군인들에게로 향했다.
그런 다음 김성호 소령에게 가볍게 목례하며 말했다.
“게이트는 완전히 공략됐으니 철수 작업을 시작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네! 근데 괜찮으십니까?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아, 이거요?”
김성호의 물음에 수호가 왼팔에 난 상처에 힐을 사용했다.
그러자 깔끔하게 상처가 치료됐고 수호가 피딱지를 닦아내며 멀쩡해진 환부를 보여주었다.
“전 자가치유가 돼서 괜찮습니다. 그럼 고생하세요.”
“아…….”
수호의 쿨한 모습에 김성호가 순간 할 말을 잃는다.
그러나 자가치유가 가능하다는데 더 이상 뭐라고 말할까?
수호가 자신의 차에 탑승한 뒤 정철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 수호야.
“방금 암흑협곡 게이트 공략 완료했습니다.”
– 정말?! 어디 다친데는 없고?
“상처가 좀 있긴 한데 그건 제 선에서 치유할 수 있어서 괜찮습니다. 그보다 오늘 바로 복귀해서 보고서를 쓰려는데…… 이것과 관련해서 잠시 회의 좀 하실까요?”
– 회의? 너 방금 게이트 공략했으면서 회의는 무슨 회의? 내일 해도 되니까 일단 집에서 좀 쉬어!
“아뇨, 쉬는 건 차 타고 가면서 쉬면 됩니다. 그럼 늦지 않게 갈 테니 이따 뵙겠습니다.”
– 하, 나 미친놈…… 알겠다, 그럼 이따가 봐!
유능한 부하직원이 지금 일 이야기를 하자는데 어떤 상사가 이를 거절할까?
물론 무능하고 멍청한 상사라면 거절했겠지만 정철민은 무능하지도 멍청하지도 않았다.
붕!
수호의 차가 대헌협으로 출발한다.
***
대헌협 입구.
수호는 일부러 야외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원래라면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직원용 지하 주차장에 주차했겠지만 오늘은 목적이 달랐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수호의 차를 알아본 사람 몇몇이 수호의 차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기자도 있었다.
취재 대상이 아니라도 셀럽의 차를 알아두는 건 기자의 기본 중의 기본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건 귀한 장면이었다.
평소라면 좀처럼 보기 힘든 수호의 모습을, 그것도 차에서 내리는 멋진 장면을 캐치해 올릴 수 있었으니까.
‘흐흐, 안수호 사진은 별내용 안 써도 조회수 올리기 딱 좋은 건수지. 그런 의미에서 조회수 잘 받아먹겠습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든 순간, 기자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어, 어?”
너무 놀라서 순간 잘못 본 건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게 그 검신 안수호가 피딱지와 상처로 범벅되다 못 해 옷까지 넝마가 되어 있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수호를 알아본 것까진 성공했으나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호의 상처 입은 모습에 일순 할 말을 잃고 경악했다.
“거, 검신님?”
“검신님?!”
“아, 안수호 상태 왜 저래?!”
한 템포 뒤에 터져나온 사람들의 경악.
그제서야 기자도 정신을 차리고 얼른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찰칵!
사람들이 몰린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기자들도 몰린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고 사람들의 경악도 터졌다.
다들 같은 반응이다.
경악, 그리고 걱정.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반응은 호기심이다.
어쩌다 검신 안수호가 저렇게 됐을까?
그리고 그 호기심은 가장 먼저 사진을 찍은 기자에 의해 세상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긴급] 검신 안수호 중상 입은 채로 대헌협에 나타나……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을 필요도 없다.
이미 검신 안수호라는 키워드만 해도 다분히 어그로가 끌리는데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중상’까지 넣었으니 조회수 흥행은 이미 보장되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 헐?
– 뭐임?
– 검신 다침?
– 뭔데? 왜 초죽음 꼴이냐?
– 아니 근데 왜 저런 상태로 출근을 하는 거임?
– ㅅㅂ 뭔데?
그사이 수호는 자연스럽게 주차하고 천천히 차를 나선 뒤 평소와는 다른 느릿한 발걸음으로 대헌협으로 향했다.
사진을 찍던 사람들 중 일부는 궁금함에 질문세례를 퍼부었지만 그때마다 수호는 곤란하다는 듯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아직 밝힐 수 없는 사안이라서요.”
시종일관 미안하다는 말로만 방어하자 결국 참다 못 한 누군가가 물었다.
“수호 씨! 그럼 이것만 말해주세요! 그거 게이트에서 생긴 상처예요?!”
그러나 그 물음에도 역시 수호는 대답 대신 마른 웃음을 지어 주고는 대헌협으로 들어갔다.
허나 사람들의 관심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반인은 출입 못 하는 대헌협이라 더 이상 기자가 붙는다 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대헌협 직원들이 놀라기 시작한 것.
그러나 바깥 외부인들처럼 귀찮게 수호에게 달라붙는 일은 없었다.
수호는 자연스럽게 출입카드를 찍고 게이트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정철민과 만났을 때, 하마터면 정철민의 두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너, 너, 너, 너, 뭐야? 너 왜 이래?”
“일단 회의실로 가시죠.”
“괘, 괜찮아?!”
“네, 저 괜찮습니다. 그러니 일단 회의실부터…….”
수호가 침착하게 그를 데려다 회의실로 향한다.
정철민은 입 밖으로 심장이 나올 만큼 쿵쾅거렸으나 회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커튼부터 치고 문부터 잠갔다.
그런 다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 뭔데? 너 왜 이래? 무슨 일이야? 게이트 공략하러 갔다더니 거기서 크게 다친 거야?!”
“게이트 공략에서 다친 건 맞는데 크게 다친 건 아닙니다.”
“아니긴! 크게 안 다친 놈이 이 꼴이야?!”
“정말 별로 안 다쳤어요. 보실래요?”
정철민의 흥분에 수호가 스스로에게 힐을 사용했다.
그리고 피딱지를 긁어내자 매끈한 맨살이 드러났다.
“……어?”
“저 치유사입니다. 잊으셨어요?”
“어? 아? 어? 아, 아……!”
수호의 말에 정철민은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 치유사였지…… 아니, 근데 됐고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쇼맨십 좀 했습니다.”
“쇼맨십?”
수호는 정철민에게 현재 준비하고 있는 특집기사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래서 일부러 상처를 낸 것이고 부러진 검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자이언트 미믹의 마정석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이것도 이미 촬영 따갔습니다. 그럼 이제 기사가 나겠죠. 이것만 나눠 가져도 충분히 공무원 헌터들 전력 유지가 될 텐데 국가는 대체 뭐 한다고 소속 헌터들 등골을 다 빨아가냐고요.”
“아니, 너…… 와…… 하하, 참 나…….”
담담히 계획을 말하는 수호의 모습에 정철민은 헛웃음 말곤 대답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다 결국 귀결되는 답은 하나였다.
“진짜 미친놈…….”
그 말에 수호가 피식 웃었다.
“누군가 진짜 미친놈처럼 들고일어나야 제도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 총대는 제가 메겠습니다.”
“왜 너 혼자만 메냐? 나랑 나눠서 메.”
“총대는 혼자 메는 겁니다. 그보다…….”
수호가 시간을 확인한 후 말했다.
“말 나오신 김에 오늘 회식하는 건 어떠세요?”
“회식?”
“예, 전에 탐사조 이원안 주사보님도 그렇고 하루라도 빨리 회식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서요.”
“……우리 생각해서 그렇게 말해주는 건 참 고맙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어그로란 어그로는 다 끌어놓은 상태에서 여유롭게 회식이나 하고 있으면 욕먹지 않겠어?”
“욕을 먹어요? 누가요?”
“……우리가?”
“하하, 아무도 우리 욕 못 합니다. 오히려 불쌍하다고 동정이나 받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회식은 저희 집에서 하시죠. 저희 집 꽤나 프라이빗하거든요.”
“진심이야?”
“예, 진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마정석부터 좀 내고 오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게 정부 주머니로 들어가야 뒷말이 확실하게 나올 테니까요. 그리고 보고서는 집에서 좀 씻고 작성해도 될까요? 어차피 오시려면 다들 시간이 좀 걸리시잖아요.”
“넌 진짜 또라이다. 마음대로 해.”
“넵,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수호가 경례 표시와 함께 웃으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