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55)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55화(147/346)
날이 밝자 조진휘는 오더받은 대로 준비해 둔 특집기사들을 풀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영상 인터뷰도 있었다.
인터뷰 영상의 시작은 대한보훈병원 입구 모습이었는데 뒤이어 팔 한쪽과 다리 한쪽이 잘린 채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는 어느 젊은 헌터의 모습이 비춰졌다.
그가 당시의 악몽을 회상하듯 입술을 잘근 깨물며 말했다.
“그때 그 게이트에 들어갔으면 안 됐어요. 이전 게이트 공략 때 손상된 장비도 다 복구 못 했는데 출동 명령은 따라야겠고 참…….”
이후 잔잔한 여성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깔렸다.
당시의 대헌협이 굴리던 시스템이 얼마나 체계가 없고 불합리한지에 대해서.
그리고 좀 전에 인터뷰한 남성이 얼마나 고된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후에도 다른 영상 인터뷰들이 줄지어 이어졌다.
게이트 안에서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게 된 사람이라든지, 치유사 지원도 없이 전사 클래스로만 구성된 공략대로 들어갔다가 홀로 살아 돌아온 사람이라든지 하는 영상들을.
그렇기에 영상 인터뷰의 마지막에는 다들 공통적으로 같은 말들을 했다.
“협회의 지원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봉급 높은 건 안 바라요. 그냥 장비 지원이나 서포터 지원은 해줬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하다못해 전리품이라도 우릴 줬어야지. 지원금이 적으면 우리가 직접 벌어다 쓸 수는 있게 해줬어야지……!”
울분 가득한 목소리들.
인터뷰를 위한 연기가 아니었다.
다들 실제로 대헌협 초창기에 근무했던 공무원 헌터들이었다.
그리고 모든 인터뷰 영상들이 끝날 무렵, 영상의 마지막에는 암흑협곡 포탈 앞에서 피와 상처로 범벅된, 넝마를 걸치고 있는 굉장히 피로한 기색의 수호 사진이 페이드 아웃되며 마무리됐다.
이것은 조진휘가 준비한 특집기사의 알파이자 오메가였고 그 결과 기사가 나가고 조진휘의 인터뷰 영상들은 나라 전체를 뒤집어놓았다.
–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라를 위해 싸우는 국가 헌터들이었는데 대우가 이따위가 맞냐?
– 이놈의 나라는 옛날부터 그랬어 ㅅㅂ
└ 임오군란은 옳았다.
– 군인, 소방관, 헌터…… 아주 이런 쪽 직군들을 개돼지로 알지?
– ㅅㅂ 전리품 반환 정책 만든 새끼 누구냐?
– 와…… 근데 저 꼴이 됐는데도 뒷케어 안 해주는 거 실화냐?
– 국가 헌터들 대우가 이따윈데 누가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냐?
– 소름인 건 아직도 대우 똑같다는 거 ㅋ
– 이런 식으로 해서 남는 건 결국 자기 욕심 채우려고 게이트 골라 다니는데 사설 헌터들뿐이지……
└ 근데 사설 헌터 욕할 건 아니라고 봄. 그 사람들이 있기에 게이트가 공략되고 있잖아.
└ 그래 은근슬쩍 물타기 하지마라. 사설 헌터들이 국가 헌터들처럼 애국심을 갖고 싸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건 팩트다.
쏟아지는 비판들.
그 분노의 화살이 우선적으로 향한 곳은 당연히 대한헌터협회였다.
그렇기에 협회는 난리가 났다.
날이 밝자마자 시작된 조진휘의 특집기사는 그렇잖아도 이슈였던 수호의 부상과 더불어 수호사제들의 총공세로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고 그것은 곧 정부에 대한 강렬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당황스러웠다.
그들 역시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꼴이었으니까.
물론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썩은 고름이긴 했으나 이게 이런 식으로 지금 터질지는 몰랐다.
그렇기에 그중에서도 가장 당황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대헌협의 수장, ‘장경환’이었다.
장경환은 미칠 노릇이었다.
분명 어제 밤까지만 해도 단순히 안수호 헌터의 부상에 대한 소동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새벽 동안 쌓여가는 여론들은 오늘 아침에 터진 PBS의 특집기사로 창칼이 되어 대헌협에게로 쏟아졌다.
“이대로 가다간 내 다음 자리가……!”
위험했다.
난 아직 한창인데 벌써 은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평소였으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벌해 그 사람을 여론의 먹이로 던져주거나 아예 관심 자체를 안 주고 무시하는 것이 보통일진데 이번 일의 경우엔 두 가지 수 모두 다 사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안수호를 벌하면 불난 집에 기름 뿌리는 꼴이 될 테고 이대로 가만히 무시하고 있으면 내가 공격을 받는다……!’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
방문자는 박규민이었다.
박규민을 본 장경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무래도 외통수 상황인 것 같습니다.”
“외통수?”
“예, 현재로썬 안수호를 벌해서도 안 돼고 여론을 무시해서도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 뭐 내가 책임지고 옷이라도 벗을까?!”
빨리 대책을 내놓으라는 소리.
눈치 빠른 박규민이 그를 달래며 말했다.
“그러지 마시고…… 이건 어떻습니까?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기회?”
“예,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 대헌협 소속 현장직 헌터들의 지원이 부족해서 이러는 건데 우선은 전리품 반환 문제를 이용하시죠.”
“그걸 뭘 어떻게 이용하라는 거야?”
“전리품 반환 이슈가 정확히 말하면 전리품귀속법을 말하는 건데 근데 이 정책을 우리가 만든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어, 설마?”
“예, 차라리 화살을 그걸 만든 사람들한테 돌리시죠. 우린 헌터가 아니라 헌터들의 고충을 잘 몰랐다. 그래서 여태 문제를 인지하지 못 하고 기존의 규칙을 잘 고수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고 말입니다. 제가 봤을 땐 현재로썬 그게 최선입니다.”
“씁, 나쁘지 않은데. 근데 아무리 그래도 하루아침에 어떻게 규칙을 뚝딱 바꿔?”
“이게 각성자들이 생겨나면서 만들어진 특별법이잖습니까. 그리고 각성자 관련 법규들은 상황에 따라 유도리 있게 변경이 가능하단 조항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국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긴 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대중이 원하는 걸 해줘 버리시고 숨 쉴 구멍부터 확보하시죠. 어쩌면 이번 기회에 협회장님의 인지도가 단숨에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내 인지도가?”
“예, 그런 의미에서 이것 좀 보시겠습니까?”
박규민이 장경환 앞에 프린트 무더기를 꺼내놓았다. 그런 다음 따로 정리한 한 장을 보여주었다.
“이게 뭐야?”
“그동안 협회소속 헌터들이 게이트에서 가져온 전리품들을 처분한 것에 대한 수입인데…… 처음에는 많았는데 갈수록 줄어들더니 현재에 이르러선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네? 이거 왜 이래?”
“지원이 적다 보니 이젠 아무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 게이트 안에 안 들어가게 돼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혹시라도 괜히 게이트에 들어갔다가 장비가 파손되거나 다치면 거의 사비로 해결하니까요.”
“쯧쯧, 그럼 그냥 전리품 가지라고 해. 어차피 없다시피 한 수입인데 이제 와서 가지라고 해봤자 우리 세수 자체는 똑같을 거 아냐.”
“예, 그렇습니다. 그럼 바로 브리핑 대본 초안 짤까요?”
“하…… 근데 여론이 이렇다고 갑자기 이런 식으로 정책 변경을 추진하는 것도 그림이 좀 웃긴데…… 떼법 소리 들을 거 아냐.”
“떼법 소리야 좀 듣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하겠습니까. 협회장님 임기도 얼마 안 남은 상황에 당장 급한 불부터 끄는 게 맞죠.”
“……그렇겠지?”
“예, 저라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좋아, 그럼 이것만 바꿔주면 되나?”
“일단은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건 상황 봐가며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바로 준비시켜. 여론이 가장 뜨거울 때 원하는 걸 들어주고 이번 기회에 내 이미지 확실하게 못 박는다. 근데…… 국회에서 법안 변경을 거절하면 어떡하지?”
“그렇게 되면 오히려 잘된 걸 수도 있습니다.”
“왜?”
“국회 탓으로 화살을 돌리면 되니까요.”
“흠, 그럼 그 양반들이 가만 안 있을 텐데…….”
장경환이 눈살을 좁히며 머릿속으로 계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냐, 차라리 그게 괜찮겠네. 그럼 아예 안수호까지 데리고 와, 이왕 하는 거 확실하게 쇼맨십을 보여줘야지. 근데 안수호는 지금 어딨어?”
“협회에 출근해 있는 상태입니다.”
“몸은?”
“멀쩡합니다.”
“엥? 왜 멀쩡해? 많이 다쳤다며?”
“그 친구 클래스가 치유사이지 않습니까.”
“뭐야? 그럼 자가치유도 되는데 그 꼬라지를 하고 돌아다녔다는 거야?”
“하하…….”
박규민이 어색하게 웃자 장경환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떻게 붕대라도 좀 감고 와꾸 좀 꾸며놓으면 안 돼나? 이따 기자회견 할 때 그게 좀 더 임팩트 있어 보일 것 같은데.”
“……그건 좀 역효과일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안수호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오히려 진정성이 느껴지게 저희가 대본을 짜주고 외워서 읽게 하면 어떨까요?”
“흠, 그것도 괜찮겠네. 일단 진행시켜.”
“예, 알겠습니다.”
오케이 사인을 받은 박규민은 협회장실을 나오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바로 수호에게 전화해 장경환과 나눈 대화를 보고했다.
보고를 들은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잘하셨네요. 제가 지금 대본 가져다드릴 테니까 적당히 시간 때우다가 전달해 주세요.
“알겠네.”
모든 건 수호의 계획대로였다.
현 상황에서 장경환에게 바람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박규민뿐이었으니까.
‘오히려 피성열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겠지.’
구정물 근처엔 최대한 안 가는 것이 좋다.
혹시라도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더러운 게 튈 수가 있으니까.
안전제일주의.
피성열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일을 핸들링하기가 편했던 것이고.
통화를 종료한 수호는 자기 책상에 올려둔 대본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규민에게 갖다주기 위해서였다.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함께 자리에서 대기 중이던 정철민과 탐사조 사람들이 눈빛을 반짝이며 수호에게 주먹을 쥐어 보였다.
“화이팅.”
작게 목소릴 낮춰 화이팅 신호를 보내는 팀원들.
숙취로 눈밑 다크서클들이 퀭하지만 다들 정상 출근하는데 성공했다.
그것이 ‘직장인’이니까.
그리고 다들 수호가 뭘 하려는 건진 몰라도 이젠 한배를 탔다는 소속감과 유대감, 그리고 수호에 대한 믿음으로 일단 응원부터 한 것.
그들의 조용한 응원에 수호도 말없이 웃으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리고 게이트부 복도를 지나려는 순간, 마침 코너를 돌던 누군가와 부딪혔다.
옆 1팀의 오봉식 팀장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수, 수호 씨? 아, 아냐. 괜찮아. 내, 내가 미안해.”
부딪힌 건 수호인데 오히려 오봉식이 굽실거리듯 사과하며 자리를 뜬다.
그럴 수밖에.
별스타 건도 그렇고 이후 오봉식은 수호의 오더대로 박규민에게 불려가 엄청나게 털렸으니까.
그래서 수호를 비롯한 특관2팀 사람들과는 최대한 안 엮이려고 노력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수호는 거의 발작하듯 회피하고자 했다.
그도 그럴 게 여전히 오봉식의 SNS에는 수호사제들의 악플이 달리고 있었으니까.
‘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지.’
수호가 옅게 미소 지으며 부협회장실로 이동한다.
***
몇 시간 뒤.
장경환이 말했다.
“가지.”
“예, 회장님.”
몇 시간에 걸친 준비한 끝에 장경환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당연히 수호도 함께였다.
모든 게 수호의 각본대로였다.
수호는 장경환의 보좌관처럼 동행했고 브리핑장으로 향한 두 사람은 기자들의 셔터 세례를 받으며 입장했다.
수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리고 기자석을 쭉 둘러본 끝에 중간에 앉아 있는 조진휘와 시선이 마주치고는 씩 웃으며 미소를 교환했다.
사회자가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긴급 기자회견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침내 시작되었다.
뿌리 깊이 썩은 대헌협을 바꾸는 변화의 첫 발걸음이.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