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59)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59화(151/346)
약속 장소에 도착한 조진휘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손을 들었다.
“안 프로님!”
만나기로 한 장소는 외곽의 어느 카페.
수호 역시 조진휘를 반겼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오히려 덕분에 시외 드라이브도 하고 좋네요. 한동안 기사 쓰느라 골방에만 틀어박혀 있었거든요. 그보다…….”
조진휘가 은근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이 달아서 그렇다.
또 어떤 아이템을 주려는 건지 너무 궁금해서.
그 표정에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기자님도 참 기자님이십니다. 만약 이번에 일 시작하시면 저번 특집기사보다 훨씬 더 고생하셔야 하는데 그래도 좋으십니까?”
“아휴! 요리사가 고생해야 손님 입이 즐겁다는 말이 있듯 기자가 고생해야 국민들이 즐겁죠. 그런 건 걱정일랑 마시고 말씀만 해주세요. 자자, 이번엔 소스가 뭘까요?”
조진휘가 손을 비비자 수호가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그것은 얼핏 보기에 조직도 같아 보이는 것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이름과 마인드맵처럼 뻗어진 가지를 제외하면 그 어떤 정보도 없다는 것.
하지만 조진휘는 그것이 심상찮다는 것을 대번에 알았다.
그도 그럴 게 종이에 적힌 이름들이 하나같이 범상찮은 이름들이었기 때문.
“……이게 뭘까요?”
“제가 아주 오래 전부터 묵혀온 초대형 게이트가 하나 있는데 그것과 관련된 관계자들 족보입니다.”
“초대형 게이트요?”
초대형 게이트란 말에 조진휘의 시선이 다시 족보로 향한다.
아니, 대체 무슨 게이트길래 사람이 이렇게 많이 엮여 있어?
심지어 직업군도 다양하다.
정치인과 공무원은 물론이고 검경과 대기업 사람도 여럿 보였다.
심지어 수호가 속해 있는 대헌협 사람까지 말이다.
수호는 이어서 지도 한 장을 주었다.
거기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의 특정 지역들이 색칠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도 정보는 그게 전부였다.
조진휘는 이게 뭐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한동안 말없이 지도를 살폈다.
그리고 얼마 뒤, 본 것 중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프로님.”
“예.”
“제가 부동산 전체를 알진 못 해도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 색칠되어 있는 지역들, 혹시 세이브 지역 프리미엄 붙은 곳들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역시 조진휘.
기자라서 그런지 아는 것도 많고 눈썰미도 좋다.
조진휘는 수호가 준 족보와 지도를 얼마간 살피더니 종이 두 장을 겹쳐 내린 후 말했다.
“…….”
말이 없는 조진휘.
그러나 그의 미간에 패인 주름은 한없이 깊다.
상상을 하는 것이다.
이 둘이 연관되어 있고 기자인 자신이 다뤄야 한다면 그 방향은 분명 나쁜 쪽일 텐데 그것이 얼마나 나쁜 일일지를.
그렇기에 주름이 깊은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상력이 좋으니까.
한참의 장고 끝에 조진휘가 말했다.
“……제가 감히 추측을 해보자면.”
조진휘가 느릿하게 운을 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겹친 종이 두 장을 들어 올리며 눈살을 좁혔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는데…… 여기 세이브 지역 프리미엄으로 잡힌 곳들요. 혹시 계획적으로 작업된 곳입니까?”
그의 조심스런 추측.
그의 추측에 수호는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러나 수호의 미소를 본 조진휘는 반대로 미간이 더욱더 깊어졌다.
“맞아요, 설마?”
“예, 맞습니다. 제가 색칠해드린 그곳은 현재 다시 게이트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세이브 지역 프리미엄이 붙은 곳이고 족보에 적힌 인물들은 다 그곳을 통해 크든 작든 이득을 취한 인물들입니다.”
“이런 미친…….”
수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진휘는 자기도 모르게 쌍욕을 갈기고 말았다.
그리고 본 것 중 가장 커진 눈동자와 더불어 자기도 모르게 종이 쥔 손을 덜컹 내려놓았다.
조진휘의 눈동자가 떨린다.
그러더니 품을 뒤져 담배를 찾았고 담배를 찾자마자 입에 물고 불을 당겼다.
“스읍, 후…….”
지금의 담배는 그에게 있어 진정제였다.
연기가 폐를 한번 훑자 뜨거운 감정과 복잡한 머리가 잠시 진정되었다.
조진휘가 한 번 더 연기를 머금고 뱉은 후 수호에게 물었다.
“근데요…… 지금 프로님이 주신 소스만 놓고 봤을 때 제 상상력으로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개 생각이 안 나거든요? 그러니 제가 잘 몰라서 여쭤보는 건데 혹시 일부러 게이트를 소환시킬 수도 있습니까?”
게이트의 소환.
그렇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어떤 아이템은 정말로 게이트를 소환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번의 경우엔 아니었다.
그런 아이템은 얻기도 힘들뿐더러 숫자도 무척 적으니까.
그나저나 기자는 기자네.
상상력이 참 풍부해.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게이트 소환,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기획 부동산 때문에 만들어낼 만큼 가능한 건 아닙니다.”
“그럼 혹시 게이트 쇼크를 일부러 방치한 겁니까?”
“네, 맞습니다.”
“……네?”
“맞다구요. 방금 정답을 말씀하셨어요.”
툭.
손에 들린 담배가 바닥에 떨어진다.
혹시나 하고 뱉은 건데 그게 정답이었을 줄이야.
수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놀랍게도 사실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믿겨지지 않았어요. 근데 사실이더라고요.”
“아, 아니…… 이,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아, 아니…… 겨우 부동산 하나 때문에 사람이 몇 명이나 죽을지도 모르는 게이트 쇼크를 일부러 방치한다구요?”
겨우 부동산이라……
그래.
저게 일반적인 반응이지.
보통 사람이라면 저렇게 반응해야 하고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살인이었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규모의 대학살.
심지어 꽤 잦은 주기로 이루어진 이것은 현대의 지성인이 할 수 있는 짓이라곤 상상조차 어려운 것이었다.
수호가 말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빵 한 조각 때문에 일어나기도 하는 게 살인이니까요. 아무튼 전 이것을 ‘재개발 게이트’라고 부르기로 했고 이제 슬슬 재개발 게이트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보려고 합니다.”
“…….”
조진휘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이내 담배를 새로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인 후 연기를 빨아들이며 수호가 준 종이를 다시 살펴보았다.
“미친놈들…….”
진실을 알고 다시 보니 수호가 터뜨리려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새삼스레 피부에 와닿는다.
조진휘가 시선을 옮겨 수호에게 물었다.
“혹시 자료의 출처를 여쭤봐도 될까요?”
“대헌협 내부 자료에서 힌트를 얻어 찾아낸 것입니다. 저도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라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추적하면 추적할수록 소름이 돋더라구요.”
적당한 근거.
조진휘에게까지 예언자니 뭐니 하는 말장난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여지껏 적당한 근거가 갖춰질 때까지 때를 기다린 것.
이윽고 조진휘의 표정이 다시 심각해진다.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호는 대헌협 내부에서 로열이라 불리우는데다 전무후무한 엘리트 특채.
수호라면 충분히 이런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호가 말했다.
“아무튼 이 재개발 게이트가 저희가 다룰 다음 기사입니다. 아마 나라 전체가 뒤집어지겠죠. 그깟 부동산 하나 때문에 수많은 시민들의 죽음을 방치한 파렴치한 인간들 때문에.”
“이건 준비가 꽤…… 아니, 엄청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아뇨. 또 그렇지도 않을 겁니다. 필요한 자료는 제가 거의 다 확보해 뒀거든요.”
“버, 벌써요?”
“생각보다 보안이 허술하더라고요. 그러니 보도가 시작되면 단기간에 휘몰아치듯이 때려박아야 합니다. 거기 관련된 사람들 중 하나라도 못 도망치게요.”
조진휘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게이트 족보를 살피던 끝에 약간의 안도감을 표했다.
“다행히 저랑 가까운 사람들의 이름은 안 보이네요.”
“그러게요. 기업체가 좀 꼬여 있다 보니 혹시라도 기자님 집안인 대산그룹이 있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습니다.”
“뭐…… 설령 끼어 있다고 해도 대산의 이름을 빼달라고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쵸. 그게 제가 아는 기자님이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이번 건은 철저히 비밀리에 준비하시다가 갑자기 터뜨리셔야 합니다. 사이즈가 크다고 방송국에 TF팀 꾸려서 준비했다가 정보라도 노출되면…….”
“어우,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이건 데스크 허락 없이 따로 진행하다가 기습적으로 공개하겠습니다. 근데 아마 공개가 되도 저한테 큰 타격은 없을 것 같습니다. 내용물이 내용물이다 보니까요.”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기자님만 믿겠습니다.”
“그럼요. 저만 믿으세요. 근데……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네, 그럼요.”
조진휘는 잠시 고민하더니 질문했다.
“혹시 프로님도 피해자이십니까?”
피해자.
그 말에 수호가 웃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일전의 인터뷰에서 그러셨잖아요. 게이트를 종식시키기로 마음먹게 된 이유가 게이트 쇼크로 가족들을 잃어서라고. 그래서 여쭤본 겁니다.”
“그쵸. 그런 이유로 헌터를 꿈꾸고 대헌협을 꿈꾼 건 맞죠. 그리고 피해자도 맞습니다. 지역을 조회해 보니 저도 재개발 게이트의 피해자더라고요.”
“그럼…….”
“아, 그렇다고 사적인 복수는 아닙니다. 그냥 우연찮게 알게 된 사실을 공론화시키고 싶은 것일 뿐. 막말로 복수를 할 거면 관계자들을 제 손으로 직접 죽이는 편이 더 빠르지 않겠어요? 제가 힘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호가 힘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조진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반으로 접은 후 품속에 넣었다.
“최대한 면밀하고 꼼꼼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저도 자료 확보되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재개발 게이트를 공론화시키는데서 그치지 않고 특검법이 발의되면 누가 특검으로 지정되는지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족보 안에 검경 사람도 꽤 보이잖아요?”
“예, 그럼 정치인이나 검경 쪽 인물들 정보도 확보해 두겠습니다.”
“일 끝나자마자 더 크고 어려운 일을 부탁드려서 죄송해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자님 말고는 부탁드릴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 말에 조진휘가 픽 웃었다.
“아닙니다. 이렇게라도 저를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할 뿐이죠. 아, 그리고 그런 생각 안 하시겠지만 혹시라도 자료 팔아먹으실까 하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저 아시죠? 돈 많은 대기업 서자인 거.”
“하하, 그럼요. 그런 걱정 조금도 안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무래도 한동안 또 바쁘게 지내야 할 것 같아서 목욕재계라도 해야겠어요.”
인사를 마친 조진휘가 먼저 차를 타고 떠난다.
그리고 떠난 조진휘를 보며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뽑았어.”
단순히 대화를 통해 유추해낸 결론이 아니었다.
수호는 조진휘와 대화하는 내내 희로애락의 반지를 사용했다.
이번 대화를 통해 그가 어떤 심경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재개발 게이트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느낀 감정들은 순수한 분노였다.
‘만약 화이트가 생겨났다면 이 정보로 한탕 해먹을 생각뿐이라는 거니까.’
하지만 이번 대화에서 발생된 그의 감정은 오직 블랙이었고 수호는 또 한 번 그에 대한 검증을 마칠 수 있었다.
‘나도 슬 움직여 보실까.’
이윽고 수호 또한 차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