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67)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67화(159/346)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크고 검은 주머니 하나.
그것을 보던 마틴 박이 물었다.
“이게 뭐지?”
“크라켄의 먹물 주머니입니다.”
“크라켄? 내가 아는 그 크라켄?”
“예, 최소 십수 미터 크기에 보스 몬스터로 군림하던 크라켄에서 채취한 것입니다.”
크라켄은 부르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형 문어나 대형 오징어 괴물을 보통 크라켄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수호도 크라켄이라고 말한 것이다.
바다의 신보다는 이게 더 확실하게 먹히니까.
수호의 소개에 마틴 박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고 수호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선생님은 평소 진짜를 그리기 위해선 진짜로부터 채집한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씀해 오셨죠. 그래서 여기 머나 먼 한국까지 오신 거 아닙니까? 오직 동양에서만 얻을 수 있는 신비로운 블랙 컬러를 찾기 위해서.”
“나에 대해 공부를 좀 했나 보군. 맞아, 내 그림들은 하나 같이 인공합성 물감 따위가 아닌 진짜배기 재료에서 채집한 색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그리고 현재의 내가 동양의 신비로운 흑색을 찾는 것도 맞고. 근데 말이야.”
그가 눈살을 좁히며 말했다.
“크라켄이면 서양 오징어 괴물의 이름일진데 그게 어떻게 동양의 신비라고 할 수 있지?”
정곡을 찔렀다.
하지만 수호는 태연스레 대답했다.
“이건 한국에서 잡은 크라켄이니까요.”
“한국에서 잡았다고?”
“예, 이게 그 증거입니다.”
수호는 그에게 바다의 신에게서 채집한 마정석을 보여 주었다.
1성급짜리 보스 몬스터의 마정석.
기본적으로 1성급 이상의 마정석은 금보다 귀해서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해외 밀반출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니 이 마정석이라면 수호의 먹물 주머니에 대한 확실한 보증서가 될 수 있다.
마정석의 정보를 확인한 마틴 박이 침음을 삼켰다.
“으음…….”
“왜 그러십니까?”
“그냥 아무리 그래도 한국산 크라켄이라는 게 좀…….”
“하하, 쉽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선생님도 성함은 마틴 박이시지만 자신의 뿌리가 한국에 있다고 생각해서 박 씨 성을 사용하시는 거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자네 정말 나에 대해 바짝 공부했군.”
“정말 팬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실례를 무릅쓰고 삼척까지 선생님을 찾아온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이 먹물 주머니와 마정석은 오늘 채집한 것입니다.”
“오늘?”
“예, 오직 선생님 때문에 말이죠.”
오직 나 때문에.
그 말에 마틴 박의 눈빛이 조금 떨렸다.
사실 마틴 박은 아까부터 수호의 먹물 주머니에 마음이 빼앗긴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게 마틴 박이 가장 가치 있게 치는 검정색 중에 하나가 바로 영물급 동물에게서 채집한 먹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력까지 담긴 먹물이라면 절대로 못 참지.’
하물며 그 재료의 출처가 돈으로 구매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해 직접 채집해 낸 것이라면?
정성을 중요시 하는 마틴 박에겐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마틴 박이 애써 흥분한 목소리를 감추며 말했다.
“……굉장히 간절한가 보군.”
“예, 많이 간절합니다.”
“그럼 내게 왜 내 그림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말해 줄 수 있겠지?”
“예, 물론입니다. 제게 선생님의 그림이 필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인류’를 위해서입니다.”
“……뭐?”
인류.
그 말에 마틴 박의 미간이 다시 한번 좁혀졌다.
그러나 이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흥미롭군. 계속해 봐.”
됐다.
미끼를 물었다.
그의 반응에 수호는 즉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이유로 대헌협에 들어왔는지, 그리고 자신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이야기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마틴 박의 미소는 점점 더 깊어졌고 마침내 모든 설명이 끝났을 때, 그는 오늘 본 것 중 가장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흐흐, 특성 퀘스트 때문에 거인을 죽여야 한다는 말을 참 길게도 늘어놓는군.”
“하하, 그렇게 됐습니다.”
“크크크, 참 재밌군. 좋아, 자네의 그 장대하고 숭고한 이야기는 잘 들었어. 그런 의미에서 자네에게 내가 가진 단 하나뿐인 거인도(巨人圖)를 팔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선생님.”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목례하며 예를 갖추었다.
그러자 마틴 박은 인벤토리를 열어 뒤적이기 시작했고 이내 곧 손바닥만 한 종이 한 장을 꺼내 수호에게 내밀었다.
손바닥만 한 종이를 본 수호가 말했다.
“이게 그 유명한 ‘다윗을 죽인 골리앗’이군요.”
“본 적 있나?”
“인터넷에서만요. 실물로는 처음입니다.”
정말로 본 적이 있긴 했다.
그리고 그의 거인도는 그가 가진 그림들 중 가장 작은 종이에 그려져 있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일부러 가장 작은 종이에 그렸다고 했다.
자신이 그린 유일한 거인 그림이니 만큼 뭔가 특별한 설정을 두고 싶다는 의미에서였다.
‘이런 재미난 설정 때문에 더 유명세를 탔지.’
심지어 그림에 얽힌 스토리도 재밌다.
그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재해석하여 그림에 담았는데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지 못 하고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 그가 그린 거인도의 스토리였다.
도구를 사용하지 못한 다윗은 절대로 거인을 이길 수 없다는 게 마틴 박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마틴 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 그럼 이제 어떻게 해 주면 되겠나? 내 팬이라면 내 그림의 사용법에 대해선 잘 알고 있겠지?”
“부탁드릴 수만 있다면 그림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골리앗을 상대하고 싶습니다.”
“그래? 그건 좀 아쉽군.”
마틴 박의 그림 활용법은 둘 중에 하나다.
대상을 그림 속에 가두든지, 아니면 그림 속의 것을 바깥으로 빼내든지.
수호는 주변 환경을 고려해 그림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그래서 아쉬워하는 것이다.
만약 그림 안이 아닌 바깥에서 싸운다면 인간과 거인의 싸움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것이 되니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우선 그림 값부터 받아 보실까?”
“여기 있습니다.”
“좋은 물건이군. 그런 의미에서 부디 자네는 안 죽었으면 좋겠어. 난 자네처럼 특이한 사람을 좋아하거든.”
“예, 저도 무조건 살아 돌아올 생각입니다. 인류를 위해서라도요.”
“후후, 미친놈.”
그가 피식 웃더니 이내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하얀 빛이 뿜어지더니 이내 수호 앞에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대답은 당연히 예.
시스템의 물음에 응한 순간, 수호의 몸이 순식간에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호가 그림 속으로 들어간 뒤 그가 다시 낚시 의자에 앉으며 그림을 보았다.
그림 속에는 골리앗 앞에 선 새로운 다윗, ‘수호’가 골리앗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클클, 그럼 새로운 다윗은 과연 골리앗을 이길 수 있을지 어디 한번 두고 보실까?”
그가 옆에 그림을 세워 두고 다시 낚싯대를 휘둘러 미끼를 던진다.
*
[ 마틴 박의 그림에 입장합니다. ]수호는 마틴 박의 스킬 효과로 거인도에 입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야가 바뀌자마자 가장 먼저 본 것은 다름 아닌 곤죽이 된 ‘다윗’의 시체였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모양이네.’
그림은 그 순간을 담는다.
그리고 마틴 박의 ‘다윗을 죽인 골리앗’은 골리앗이 다윗을 죽인 직후의 상황이었다.
수호는 시선을 옮겨 골리앗을 보았다.
골리앗은 다윗을 죽인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아직 흥분이 채 가지 않은 듯 다른 곳을 보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위협적이다.
하지만 수호는 그런 골리앗을 보며 생각했다.
‘정말 거인족처럼 그렸군.’
사실 실제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 나오는 골리앗은 진짜 거인이 아니다.
거인처럼 커다란 인간 장군일 뿐이지.
하지만 마틴 박이 그린 거인도에서 골리앗은 ‘진짜 거인’으로 제작되었다.
그건 마틴 박이 실제로 거인족 몬스터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의 그림은 그가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신화속 골리앗과 실제로 본 적이 있는 거인족 몬스터 중 거인을 표현하라면 당연히 후자를 택하겠지.’
그러므로 눈앞의 골리앗은 단순히 키가 큰 인간 장군이 아닌 진짜 ‘거인족 몬스터’인 셈.
그렇기에 눈앞의 골리앗은 순수한 거인이었고 현 시점에서 수호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거인족 몬스터이기도 했다.
수호가 고개를 들어 녀석의 네임카드를 보았다.
– 골리앗 Lv.151
심지어 레벨도 적당하다.
녀석의 레벨이 151인 이유는 마틴 박의 레벨이 151일 때 만들어진 그림이기 때문.
수호가 스스로에게 버프를 걸기 시작했다.
[ 홀리 인챈트가 발동됩니다. ] [ 축복이 발동됩니다. ]적용되는 2개의 버프.
준비를 마친 수호는 바로 귀영창을 뽑아 녀석의 그림자를 향해 박아 넣었다.
콰직!
[ 그림자 주박이 발동됩니다. ] [ 그림자 출혈이 발동됩니다. ]그림자에 귀영창을 쑤셔 박자 2개의 디버프가 적용됨과 동시에 화끈한 통증이 골리앗을 때렸다.
그 화끈한 통증에 골리앗이 바로 고개를 돌려 수호를 인지했다.
– 다윗?
다윗이라니?
다윗은 네가 죽여 놓고선.
수호가 황당함에 픽 웃으며 말했다.
“혹시 눈이 없냐?”
– 죽여 버리겠다, 이 난쟁이 놈!!
분노한 골리앗이 특유의 거대한 창을 들어 수호를 향해 달려든다.
아니, 달려들려고 했다.
자신의 그림자에 박힌 귀영창만 아니었더라면.
– 뭐야! 내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녀석은 주박 효과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수호와 골리앗의 레벨이 거의 40정도 차이가 나긴 하지만 수호의 스탯 컬러는 오렌지.
그렇기에 40레벨 차이 정도의 간극은 가뿐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 크아아아아아!!
골리앗이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친다.
주박 효과에 의해 발 자체는 묶였지만 몸 전체가 고정된 건 아니기 때문.
그렇기에 녀석은 역수로 쥔 창으로 수호를 향해 창날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내질러진 창도 거대했다.
그도 그럴 게 골리앗의 키 또한 족히 칠팔 미터는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문제가 되진 않았다.
수호가 느끼기에 녀석의 창은 전에 해치운 크라켄, ‘바다의 신’보다 훨씬 느리고 훨씬 약했으니까.
그렇기에 수호는 혈검을 들어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창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그리고 2개의 날 끝이 부딪힌 순간.
카가가가가각!!
놀랍게도 수호의 칼날이 골리앗의 창날을 대나무 쪼개듯 양 갈래로 쪼개기 시작했다.
수호는 녀석의 창을 허리춤까지 쪼개 버린 후 치켜올린 완력 그대로 녀석의 창을 밀어냈다.
– 으어어?!
수호의 완력을 이기지 못한 골리앗이 뒤로 넘어지려 한다.
하지만 그림자에 박힌 귀영창의 주박 효과로 허리만 꺾일 뿐 넘어가진 않고 도리어 기괴한 자세가 되었다.
수호는 더 이상의 합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녀석의 허리가 새우처럼 꺾였을 때 혈검을 두 손으로 잡고 아래서 위로 거세게 휘둘렀다.
[ 구름 베기가 발동됩니다. ]땅을 박차고 오를 생각도 안 했다.
수호는 지상에서 두 발을 단단히 고정한 채 구름 베기를 쏘아 올렸고 칼끝에서 뿜어진 검격은 그 어떤 소드 웨이브보다도 빠르게 골리앗의 상반신을 훑고 지나갔다.
서걱!
확실한 절삭음.
그리고.
푸콰아악!!
다윗을 죽인 골리앗이 거짓말처럼 두 동강났다.
그리고 하늘에서 비가 뿌려졌다.
아주 뜨겁고 붉은 피가.
그것은 거인의 몸에서 흐르던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거인의 피였다.
수호가 혈비를 뒤집어쓴 순간이었다.
[ 거인족의 순수한 피를 뒤집어쓰셨습니다. ] [ 거인의 핏줄이 해금되기 위한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 [ 뉴블러드의 효과로 인해 거인의 핏줄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시스템 알림.
마침내 거인의 핏줄이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