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7)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7화(16/346)
삭제되거나 잃어버린 게 아니다.
정확히는 수호의 왼쪽 손아귀 속으로 스며든 것.
손아귀를 살펴보니 장평호가 말했던 대로 아공간 하우스의 주인을 뜻하는 표식인 열쇠 모양이 아로새겨졌다.
열쇠 모양의 표식은 이내 곧 사라졌다.
장평호의 말에 따르면 평소엔 안 보이지만 아공간 하우스를 사용할 때만 드러난다고 했으니까.
수호는 자신의 왼손을 꼭 쥐며 생각했다.
‘드디어 내게도 개인 요새가 생겼다.’
아공간 하우스를 요새라고 부르는 건 장평호가 그리 불렀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장평호는 아공간 하우스를 말 그대로 요새처럼 활용했으니까.
특히 ‘밀수’를 할 때 말이다.
‘마약부터 국보에 사람까지…… 놈이 안 다룬 물건이 없었지.’
확실히 아공간 하우스만 있다면 그 어떤 밀수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긴 했다.
아공간 하우스는 기존의 아공간과는 다르게 생명체까지 담을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마력 스탯만 높으면 공간을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장평호는 자신의 능력을 밀수에 가감 없이 활용했고 그 결과, ‘밀수왕’ 혹은 ‘마약왕’이란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하지만 그런 장평호도 결국엔 붙잡힐 수밖에 없었는데.
아공간 하우스에 한번 들어가면 사실상 무적이나 다를 바 없긴 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다른 곳으로 나올 수가 없었기 때문.
그래서 대헌협은 장평호가 아공간 하우스에 들어가는 순간을 목격하자마자 그곳에 포위망을 설치하고 24시간 내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잡는데만 약 3년이 넘게 걸렸지.’
지독한 놈이었다.
아공간 하우스에 이것저것 얼마나 설비를 잘 해 뒀는지 혼자서만 무려 3년을 넘게 농성했으니까.
아공간 하우스를 손에 넣은 수호는 다시 하우스 바깥으로 나왔다.
그런 다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음 층으로 향했다.
***
한편.
수호가 도전의 탑을 오르는 동안 헌터 업계에선 작은 소란들이 일어났다.
– 이번 헌터시험 수석 합격자는 ‘안수호’ 헌터.
– 안수호 헌터, 그는 누구인가?
소란이라고 해 봤자 매해 있는 이슈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게 매해 치러지는 헌터시험의 수석 합격자들은 당연히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라이징 스타였으니까.
그렇기에 국내의 각종 길드들도 슬슬 수호를 영입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수석 합격자는 그 어떤 신인들보다도 기대치가 가장 높았으니까.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발행된 새로운 기사로 인해 다들 큰 충격에 빠지게 됐다.
– [단독] 안수호 헌터, 그는 사실 넥서스 아카데미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 [단독] 안수호 헌터, 그는 사실 신도림역 미전조 게이트의 단독 공략자였다!
그것은 넥서스 아카데미에서 뿌린 전략적 홍보 기사였다.
그 소식을 접한 길드들은 아쉬움을 삼키며 포섭전에서 발을 뺐다.
넥서스 아카데미 출신이라면 업계 3위의 넥서스 길드에서 키운 대형 유망주란 뜻일 테니까.
덕분에 뒤늦게 소식을 접한 헥사곤과 프라임만 뒤통수가 얼얼해졌다.
그도 그럴 게 매 헌터시험마다 자웅을 겨룬다고 생각했던 건 오직 자기네들뿐이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셋째가 유쾌한 반란을 일으킨 격이었으니까.
김수애가 빗발치는 학원 문의 전화들을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3억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결과네.’
덕분에 학원 실적도 실적이었지만 길드장과 부길드장에게 따로 전화를 받아 칭찬까지 들었다.
그도 그럴 게 학원장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과가 바로 헌터시험에서 수석 합격자를 배출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김수애를 비롯한 넥서스 길드는 여기서 절대로 만족하지 않았다.
– 프라임에서 먼저요?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얼마를 들여도 좋으니 그 사람 좀 어떻게든 포섭해 봐요! 돈은 우리도 많아요!
다른 사람이 으레 그렇듯 넥서스 길드장도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아니, 한 단체의 대표로서 모처럼 찾아온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건 김수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한발 빠르게 수호한테 길드 가입 권유를 했던 것이고.
‘그때는 실패했지만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이번엔 무려 길드장의 오더가 떨어졌다.
말인즉, 전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런데 그때였다.
– [단독] 이번 헌터시험 수석 합격자, 안수호 헌터,
“내 꿈은 공무원 헌터.”
갑자기 업로드된 단독 보도.
출처를 찾아보니 자기들이 띄운 게 아니었다.
한국 최고의 플레이어 방송사, PBS에서 발행한 기사였다.
그래서 더더욱 믿기가 힘들었다.
헌터시험 수석 합격자라면 그해 최고로 높은 몸값을 받아 민간 헌터가 되는 것이 상식일진대 갑자기 공무원 헌터라니?
어그로성 찌라시일까?
그럴 리가 없다.
PBS는 이런 걸로 장난치는 황색 언론 같은 곳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수호는 분명 자신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김수애가 놀란 마음에 기사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으나 기사를 다 읽었음에도 여전히 수호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왜?’
그사이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설마 정부 쪽에서 자신들 모르게 뒷거래라도 제안한 건가?
김수애가 입술을 꽉 깨물며 길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김수애는 절대로 수호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기에.
***
[ 29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 [ 30층으로 이동합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수호가 다시 열 개 층을 돌파했을 무렵이었다.
수호가 드디어 도전의 탑 최고 공식 기록을 클리어하는데 성공했다.
29층을 클리어하자 수호의 눈앞에 그의 기록 갱신을 축하하는 시스템 알림들이 쏟아졌다.
[ 도전의 탑 최고 기록을 달성하셨습니다. ] [ 대단한 업적을 달성하여 시스템이 당신에게 보너스 스탯을 5개 선물합니다. ] [ 30층에 도전하실 경우, 탑 외부에 플레이어님의 업적이 중계되기 시작합니다. ] [ 원하신다면 익명 처리가 가능합니다. ] [ 플레이어명을 밝히시겠습니까? ]보너스 스탯 5개.
저건 앞으로 최고 기록을 갱신할 때마다 줄 것이다.
그래서 조금 아쉬웠다.
최고 기록의 층수가 좀 더 낮았더라면 그만큼 추가 스탯을 확보할 수 있었을 테니까.
시스템의 물음에 수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유명세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 밝히는 것도 좋았지만 그건 다음 층을 공략하고 공개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조진휘, 분명히 보고 있겠지.’
내 앞에서 센 척은 했지만 기자 특성상 호기심은 억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직접 판교로 왔거나 개인방송 플랫폼을 통해서라도 이쪽을 주시하고 있을 터.
수호는 조진휘가 최대한 오랫동안 애간장이 타길 바랐다.
익명 처리를 한 수호가 다시 포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
[ 29층이 공략되었습니다. ] [ 새로운 도전자가 30층에 도전합니다. ]수호가 익명을 선택한 순간, 도전의 탑은 수호에게 미리 고지한 대로 수호의 도전 소식을 탑 외부에 중계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다 하는 일들을 멈추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30층?”
“최고 기록에 도전한다고?”
“이번엔 누구야?”
탑 최고 기록 도전은 도전의 탑을 오르는 이들 사이에선 항상 핫한 이슈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이 30층까지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왜냐하면 29층이라고 해 봤자 29레벨 몬스터가 나오는데다 그쯤 도착한 파티원들의 평균 레벨은 25를 웃돌았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30층은 아직까진 난공불락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유는 오직 하나.
30층에는 도전의 탑 최초로 ‘골렘’이 나오기 때문.
“이번엔 어느 팀이 개박살 나려나.”
“근데 왜 익명으로 했대?”
“실패할 거 감안하고 도전했나 보지.”
“길드에서 진행하는 내부 테스트 아냐?”
“그럴지도.”
“그래도 실명 까고 도전하는 게 몸값 올리기엔 더 좋을 텐데.”
그 말도 맞았다.
헌터 업계에선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수록 몸값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도전의 탑은 꽤나 괜찮은 증명 수단이었고.
그렇게 모두들 도전자가 누군지 웅성이고 있을 때, 딱 한 명만 설마 하는 표정으로 이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탑의 알림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진휘였다.
기사 작성을 마친 조진휘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판교로 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도전의 탑에는 정말로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안수호…… 설마 진짜 너냐?’
신도림역 단독 공략자이자 헌터시험 수석 합격자, 그와 더불어 현재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안수호.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녀석은 분명 유명세를 원한다고 했는데 왜 익명으로 탑을 오르는 거지?
‘설마 나 때문에?’
그게 이유라면 그놈은 정말 또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탑이 말한 익명의 플레이어가 정말로 안수호라면……
꿀꺽.
조진휘가 마른침을 삼켰다.
‘넌 나랑 평생 가는 거다.’
동시에 조진휘가 두 눈을 빛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 30층이 공략되었습니다. ] [ 도전의 탑, 최고 기록이 갱신되었습니다. ]새롭게 떠오른 탑의 알림.
그것을 본 조진휘는 물론 주변 플레이어 모두의 눈이 보름달처럼 휘둥그레 커졌다.
29층을 클리어한 지 얼마나 됐다고 30층을 클리어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탑과 시스템은 명확하게 도전의 탑 30층 클리어를 말해 주고 있었다.
허나 더 놀라운 사실은……
[ 공략자는, ‘안수호 플레이어’입니다. ] [ 안수호 플레이어가 31층 도전을 시작합니다. ]“……!”
탑의 알림을 본 조진휘의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휘둥그레 커졌다.
***
……
30층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순간, 수호는 예정대로 세상에 자기 이름 석 자를 공표했다.
그러자 바깥은 난리가 났고 수호가 탑을 오르면 오를수록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끄러워졌다.
특히 김수애도 정말 놀랐다.
“아, 안수호 헌터가 실시간으로 도전의 탑 신기록을 달성 중이라고?”
“예, 원장님! 지금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도 실시간으로 도전 중이며……!”
넥서스 길드 본사 건물.
김수애는 안수호의 영입을 위해 본사 건물로 찾아가 길드장과 부길드장을 상대로 긴급회의까지 소집했다.
그리고 직접 안수호 헌터에 대한 영입 조건을 조정 중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급보에 계획한 모든 것을 백지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뉴스에서도 실시간으로 도전의 탑 상황을 생중계 중인 상황.
그때, 김수애만큼이나 눈이 커진 넥서스 길드장이 조용히 안경을 벗으며 말했다.
“이거…… 어쩌면 상상 이상의 액수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자리에 있던 간부들 모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