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73)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74화(165/346)
“하…….”
수원지방검찰청 조사실.
박규민이 그곳에 세상 무너진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하…….”
한숨 말고는 나오는 것도 없다.
운도 지지리 없지.
한 번도 걸린 적 없다는 화이트골드의 정킷방이 왜 하필이면 오늘 적발된 걸까?
답답했다.
일이 안 풀리려니 이렇게까지 안 풀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나 혼자 잡혀 온 게 아니라는 건가.’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아까 보니 배우부터 가수, 운동선수까지 꽤 다양한 유명인들이 함께 잡혀 왔던데 이대로 언론에 정킷방 명단이 공개된다고 한들 자신한테는 어그로가 안 튈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협회장한테만 잘 보이면 피해도 내부 징계 선에서 끝날지도 모른다.
그때 이번 정킷방을 급습한 검사가 박규민의 조사실로 들어왔다.
김승환 검사였다.
허나 박규민은 김승환이 누군지 몰랐다.
처음엔 살아온 짬이 있어 검찰 아는 인맥에 전화라도 해 볼까 싶었으나 이내 관두었다.
일단은 돌아가는 사태를 보고 판단하고자 했기 때문에.
‘괜히 먼저 나서서 쪽을 팔 필요는 없지.’
옛날 같았으면 내가 누군지 아냐며 목소리부터 높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박규민.
현재의 박규민은 그러지 않았다.
수호를 통해 톡톡히 배웠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4선 국회의원 이력이 통하지 않는, 뒤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괴물들이 힘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이미 뼛속까지 털려 본 경험이 그를 겸손하게 만든 것이다.
박규민 건너편에 앉은 김승환이 말했다.
“박규민 씨?”
“예.”
“대헌협 부회장님이시네요?”
“예, 그렇습니다.”
“흠.”
김승환이 서류를 뒤적이더니 검지로 관자놀이를 긁는다.
그 모습을 본 박규민이 눈을 좁혔다.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안수호와 비슷한 결의 또라이 냄새가.
그도 그럴 게 생긴 걸 보니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보통 저 정도 짬밥이면 4선 국회의원 이력을 듣자마자 꼬리를 말고 겸손을 취했을 테니까.
하지만 김승환은 그러지 않았다.
관자놀이를 긁던 김승환이 말했다.
“참 이해가 안 가네.”
“뭐가 말입니까?”
“여기 화이트골드, 강남 백금파가 운영하는 곳인 줄은 알고 계시죠?”
김승환의 물음에 박규민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그렇습니까? 전 몰랐습니다. 전 그냥 단순히 초대를 받아서 간 거라.”
“초대요? 누구한테 초대받으셨는데요?”
“그건…….”
초대 이야기에 박규민이 입을 다문다.
여기서 손백금 이야기를 해서 물귀신 작전을 펼쳤다간 분명 손백금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박규민이 말했다.
“여기서부턴 제 변호사랑 이야기하시죠.”
“변호사라…….”
변호사 이야기에 김승환이 피식 웃더니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박규민은 그런 김승환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김승환이 말했다.
“부회장님.”
“예.”
“부회장님이 4선 국회의원 출신의 거물이란 건 잘 압니다. 근데 아무리 거물이셔도 칩 하나에 최소 2천만 원 정도 하는 백금파 정킷방에서 놀 사이즈는 아니시잖아요?”
칩 하나에 2천.
사실이었다.
그래서 처음 손백금이 자신을 초대했을 땐 심히 부담스러웠다.
그렇잖아도 수호한테 가진 돈을 다 털린 상황에 칩 하나에 2천이라니.
만약 손백금이 칩을 대준다고 하지 않았으면 오고 싶어도 못 왔을 자리였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을 떠나 이런 식으로 내려치기를 당하니 자존심이 상했다.
박규민이 눈썹을 꿈틀이며 물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충분히 알아들으셨으면서 왜 모르는 척을 하실까요? 정말 모르세요? 백금파가 운영하는 정킷방은 철저한 회원제로 하룻밤에 오가는 돈이 수십 억에 달하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 기업인도 아닌 부회장님이 초대받은 것도 이상한데 하물며 프라이빗한 화이트골드에 갑자기 초대받았다니 그건 더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전 솔직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김승환이 담배를 깊게 들이켠 후 허공에 후 뱉으며 말했다.
“그 돈 많은 백금파가 부회장님께 무언가를 부탁하기 위해 일부러 접대성 도박판을 열었다.”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박규민의 얼굴에 물음표가 띄워졌다.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하지만 김승환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게 아니면 굳이 프라이빗하고 럭셔리 프리미엄 클럽인 화이트골드에 왜 갑자기 개털인 부회장님을 초대했겠습니까?”
“개털이라니, 말조심하지?”
“그럼 본인 돈으로 게임하신 겁니까? 거긴 전부 현금으로만 굴러가는 곳인데 그렇담 게임 비용은 어디서 나셨습니까?”
“그건…….”
하, 나, 미치겠네……
아니라고 해도 안 믿고 그렇다고 솔직하게 불자니 그건 그것대로 위험하고.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
김승환이 흡입하던 담배를 끄며 말했다.
“변호사는 불러드리겠습니다. 근데 혹시나 해서 미리 말씀 드리자면 이번에 유명인들 많이 잡혀 왔다고 본인이 묻히실 거란 생각은 버리셔야 합니다. 전 그런 사람들보다 부회장님한테서 아주 진한 구린내를 맡았거든요.”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건가?”
“결백을 증명할 증거가 없는데 믿고 자시고 할 게 뭐가 있습니까? 그냥 제 감을 믿고 수사하는 거죠.”
“어이가 없군.”
“진짜 어이가 없는 건 접니다. 부회장님, 솔직히 말해서 제가 정말 아무런 근거 없이 부회장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습니까?”
“그런 것 같은데?”
“쇼크 프로젝트.”
“……?”
“설마 모른다고 하시진 않겠죠?”
“……!”
박규민의 눈이 본 것 중 가장 커졌다.
그 모습을 본 김승환은 웃었고 박규민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김승환이 품에서 피우던 담배갑과 라이터를 꺼내 박규민 앞으로 밀었다.
그런 다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양복 상의 단추를 잠그며 말했다.
“현명하게 행동합시다. 생각할 시간 충분히 드릴 테니 이따 다시 얘기하시죠.”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 버렸다.
이윽고 김승환이 나간 후 박규민은 입술을 꾹 닫은 채 말없이 김승환의 담배를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후…….”
허공에 부서지는 연기.
그러더니 중얼거렸다.
“진짜 시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
조사실을 나선 김승환은 조사실 옆에 붙은 참관실로 이동했다.
그곳은 매직미러로 된 벽을 통해 조사실을 참관하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김승환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수호였다.
김승환이 참관실로 오자 수호가 웃으며 그를 반겼다.
“고생하셨어요. 연기 좋으시던데요?”
“연기 아닙니다. 생활 그대로 행동했을 뿐이죠.”
“그런 걸 우린 생활연기라고 하죠. 그나저나 제 말이 맞죠? 쇼크 프로젝트를 언급하면 바로 표정이 무너질 거라고 했잖아요.”
“예, 안 그래도 바로 표정이 바뀌는 걸 보고 오는 길입니다.”
하지만 대답하는 김승환의 표정이 그리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사실 김승환은 수호가 말해 주기 전까지 쇼크 프로젝트나 재개발 카르텔에 대해선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니, 그런 류의 범죄가 있었다는 건 희미하게 인지하고 있긴 했다.
일전에 수호와 처음 만났을 때 수호가 피성열을 제거하려는 이유에 대해 말해 주었으니까.
그런데 그때는 그저 한번 수준에서 그친 우발성 범죄 정도로 알았는데 그게 카르텔이 되어 프로젝트란 이름까지 붙어 여전히 진행 중이었을 줄이야.
그렇기에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김승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노했다.
수호가 앞에 놓인 오렌지 주스를 한입 마시며 말했다.
“박규민 성격에 조금만 압박하면 술술 불 겁니다. 검사님이 먼저 쇼크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자기가 재개발 게이트의 도화선이 될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정말 그럴까요? 제 생각엔 카르텔들 뒤끝이 무서워 어쩌면 혼자서 안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에이, 아무리 그래도 스스로 모든 걸 끌어안고 죽진 않겠죠. 박규민은 겁이 많거든요. 그러니 이제부턴 제가 나서겠습니다. 검사님께 모든 걸 들은 제가 다시 박규민 앞에 나타나면 박규민은 제가 하라는 대로 할 테니까요.”
“박규민이 그 정도로 헌터님을 무서워합니까?”
“예, 그렇더라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수호가 씩 웃는다.
김승환은 그 웃음이 묘하게 무섭게 느껴졌기에 더 자세하게는 묻지 않았다.
뒤이어 얼마간 매직미러 너머의 박규민을 지켜보던 김승환이 시선을 고정한 채 수호에게 물었다.
“질문 하나만 해도 됩니까?”
“두 개도 하세요.”
“왜 이렇게 번거롭게 일 처리를 하시는 겁니까?”
“왜 번거롭다고 생각하세요?”
“이미 내막도 다 아시고 자료도 다 쥐고 계시는데 직접 터뜨리셔도 됐잖아요. 국민적인 지지도는 그 누구도 헌터님을 못 이길 텐데.”
“에이, 그러면 화살이 저한테 오잖아요.”
“화살?”
“카르텔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아시잖습니까. 나쁜 놈들은 서로 싸우다 죽어야 합니다. 물론 제가 뒷감당할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 이것 외에도 해야 될 게 많거든요. 이 정도면 충분히 대답이 되었나요?”
“……예, 충분히 되었습니다.”
수호는 대수롭잖다는 듯 시선을 블랙미러 너머에 두고 있었고 김승환은 그런 수호를 잠시 보더니 다시 블랙미러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이제는 보였다.
현재 수호가 보고 있는 건 블랙미러 안에 있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그 너머에 펼쳐져 있는 거대한 숲이라는 걸.
‘애초에 이 사람은 재개발 게이트를 과정이나 수단 정도로 보고 있었군.’
참 무서운 사람이다.
재개발 게이트 정도면 나라를 뒤집고 남을, 역사에 기록될 만한 초대형 게이트인데 수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과 과정처럼 여기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김승환은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어쩌면 그 어떤 권력자보다 자기 앞에 있는 안수호가 이 나라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일만 잘하면 돼, 내 일만.’
그렇다면 이 무서운 사람이 내 적이 될 일은 없겠지.
김승환이 숨을 삼킨 후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말했다.
“슬슬 시간이 됐는데 이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뇨, 이젠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헌터님이요?”
“검사님이 심문하시면 이래저래 협상도 하셔야 할 테고 시간이 꽤 걸리실 것 같아서요. 그냥 제가 들어가서 한 큐에 다 끝내겠습니다.”
“아…….”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자신이 겁박하는 것보단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오해 한 점 없이 순수하게 박규민을 옭죌 수 있었으니까.
수호가 남은 오렌지 주스를 모두 마신 후 참관실의 녹화 중지 버튼을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자리 좀 비켜 주실래요?”
김승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참관실을 나섰고 그가 나가자 수호는 그제서야 조사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열린 문 쪽으로 박규민의 시선이 옮겨진 순간.
“어, 어……!”
박규민은 자기도 모르게 억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수호가 손목에 찬 시계를 풀며 말했다.
“부회장님.”
“아, 안 헌터! 이, 이건 다 내가 설명할 수 있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내가 사고치지 말고 얌전히 살라고 했죠? 그게 그렇게 어렵나?”
“아, 아니! 그, 그게 아니라!”
수호가 조용히 손목시계를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