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81)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81화(172/346)
– 야, 너 뭐 하는 새끼야!!
수화기 너머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박성운 검사의 목소리다.
그는 김승환에게 정킷방 사건을 정리해서 넘기라고 말한 사람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직접적인 압력을 넣었다기보단 창구의 역할을 한 사람이었다.
그의 다그침에 김승환이 코로 숨을 한번 들이쉬었다 내뱉었다.
“뭐 때문에 그러십니까?”
– 뭐? 너 지금 뭐 때문에 그런 거라고 했냐?
“예, 뭐 때문에 그런 거냐고 여쭸습니다.”
– 이 개념 말아 처먹은 새끼가, 일 잘한다고 오냐오냐해주니까 아주……!
“정킷방 때문에 그러시는 거면 전 할 말 없습니다. 세상에 어느 검찰이 사건 사이즈 부담스럽다고 다른 곳으로 토스합니까?”
– 뭐?
“선배님, 전 어차피 출세 같은 거엔 관심도 미련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징계든 뭐든 받을 테니 그렇게 처리해 주십쇼.”
– 야, 김승환이! 너 지금!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끊겠습니다.”
통화를 마쳤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기자들에게 떡밥을 뿌린 후 혹여 선배들이 다시 검찰로 올까봐 김승환도 바로 집으로 향했다.
김승환은 사온 맥주를 다시 한 모금 했다.
“크.”
맥주 맛이 쓰다.
아니, 쓴데 달다.
사실 요근래 먹던 술맛은 전부 달긴 했다.
전부 수호 덕분이었다.
그런데 오늘 먹는 술은 유난히 더 달다.
그때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뉴스 키워드 알림이었다.
설정해 둔 키워드가 들어간 뉴스가 뜨면 이렇게 알림이 뜬다.
알림 내용을 본 김승환이 웃었다.
– [단독] 손백금 : 재개발 카르텔이란 것이 존재한다.
– 재개발 카르텔? 재개발 카르텔이 무엇인가?
– 세이브존 프리미엄에 감춰진 진짜 진실!
알림을 본 김승환이 웃었다.
마침내 시작된 것이다.
재개발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가.
알림을 본 김승환이 휴대폰을 소파 옆에 툭 던진 후 자리에서 일어나 술장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위스키와 얼음을 가지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이렇게 좋은 날에 맥주로 때울 순 없지.”
즐거운 밤이었다.
***
“…….”
모니터 화면.
그것이 누군가의 눈동자에 비춰진다.
피성열의 눈이었다.
그는 좁힌 눈살로 컴퓨터 모니터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말은 할 수 없었다.
그의 입술은 앙 다물다 못해 윗니가 아랫입술을 뜯어먹을 듯 붙잡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얼마간 쏟아지던 뉴스 기사를 보던 피성열은 소리 없이 묵은 숨을 토해내며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누군가는 김무환이었다.
그러나 김무환은 받지 않았다.
받지 않아서 한 번, 두 번, 세 번까지 했지만 그는 끝끝내 받지 않았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자신의 직속대는 24시 대기조로 특히 김무환은 그가 직속대에서 근무한 이래 단 한 번도 전화를 안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처음으로 전화를 받지 않는다.
뭘까?
어울리지 않게 잠수?
절대 아닐 것이다.
아마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확률이 높다.
‘가족이랑 자식새끼들을 담보로 잡힌 놈이 내 뒤통수를 칠 리는 없고……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
확신했다.
김무환뿐만이 아니었다.
직속대 인원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심장과도 같은 역린을 가지고 있는 놈들로만 뽑았으니까.
그리고 그 역린은 대부분이 가족이나 애인이다.
그래서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피성열은 다시 휴대폰을 품에 넣었다.
그러자 이번엔 다른 휴대폰이 울렸다.
피성열은 휴대폰을 힐긋 보았다.
장경환 협회장.
사실 장경환 협회장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에게 계속 연락이 오고 있었다.
전부 자신이 진행한 쇼크 프로젝트 덕을 본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피성열은 받지 않았다.
지금 전화를 받아 봤자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잠시만 기다려 달라”, “곧 해결될 것이다” 같은 말밖에 없었으니까.
전화기를 아예 꺼두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자신의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사람들의 불안감은 미친 듯이 폭증하여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을 저지를 테니까.
‘그리고 그 행동들은 최악의 변수로 작용할 테고.’
그러니 어떻게든 해결책을 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림자이자 수족 같던 직속대가 없는 상황에 어떻게?
방법은 몇 가지 없다.
하지만 아직 최악의 방법을 사용할 때는 아니었다.
얼마간 고민하던 피성열이 서랍에서 대포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전화는 수화음 몇 번이 울리더니 이내 수락되었다.
–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묵직한 목소리.
피성열이 반가움에 얼른 인사했다.
“성 차장님. 저 피성열입니다.”
– 아, 피 부장. 난 또 누군가 했네.
성 차장.
풀네임은 성대겸이며 직급은 대검찰청의 차장검사였다.
대검찰청의 차장검사가 가지는 권력은 막강하다.
대검찰청의 차장검사는 검찰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직책으로 검찰총장을 보좌하며 고등검찰청의 검사장급 검사였으니까.
덧붙여 검찰총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땐 총장을 대신해 그 직무를 대리할 수 있기까지 하다.
성대겸은 피성열이 가지고 있는 최고이자 최후의 무기였다.
고등학교, 대학교 선후배 사이에 심지어 한때는 같은 부서에서 일하기까지 했으니 직속이라면 직속이었다.
게다가 성대겸은 피성열만큼이나…… 아니 피성열보다도 더 뛰어난 엘리트에 로열이었다.
그렇기에 그 역시 언젠가 검찰총장이 될 거라고 모두들 확신하고 있었고 피성열이 그에게 줄을 대고 끝까지 그를 놓치지 않으려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
그라면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검찰이 얼마나 강력한 곳인데.
그리 생각하며 용건을 말하려던 찰나였다.
– 안 그래도 김 차장이랑 이야기하고 있어. 보내준 선물은 고마워, 안 잊고 요긴하게 쓸게.
성대겸의 말을 들은 피성열의 눈이 일순 커졌다.
김 차장?
김 차장이라면 김무환 차장?
네가 왜 거기 있어?
피성열은 너무 놀란 나머지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김 차장요? 김 차장이 거기 있습니까?”
– 응? 반응이 왜 그래? 바꿔 줄까?
성대겸은 김무환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김무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예, 부장님. 접니다.
“……!”
정말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명백한 김무환의 목소리였다.
피성열은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무엇부터 물어야 하나 얼마간 고민하던 찰나 먼저 입을 연 건 김무환이었다.
– 말씀하신 일은 모두 끝냈습니다. 제가 금방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뭐라 말할 새도 없었다.
김무환은 통화를 종료했고 전화기를 다시 성대겸에게 내밀었다.
피성열은 멍하니 통화가 종료된 자신의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
멍했다.
어처구니가 없고 몹시 황당했으며 머리가 터질 듯이 복잡했지만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과잉되어 도리어 사람을 멍하게 만들었다.
“…….”
피성열은 말없이 자신의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 없었다.
일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그 순간, 피성열의 머릿속에 자그마한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곧 다른 감정으로 이어졌다.
‘꿀꺽.’
피성열은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초조하거나 긴장할 때나 삼키는 마른침.
너무 오랜만에 그에게 찾아온 감정은 다름 아닌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 것이다.
‘설마…….’
불안했다.
한 번 시작된 검은 감정은 이젠 두 손 두 발을 다 써도 모자랄 만큼 걷잡을 수 없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닐 거야.
그렇게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차가운 논리로 움직이는 그였기에 그 두려움은 점차 확신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자신의 연락을 무조건 받는 김무환 차장이 갑자기 자신이 가진 최후의 무기 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시키지도 않는 일을 수행하러.
물론 김무환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선 조치 후 보고를 할 때도 많았지만 이건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경우였다.
그래서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마침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쯤이었다.
“아…….”
피성열은 자기도 모르게 짧게 신음하고 말았다.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과정 중 최악의 상황이 떠올라 버렸기 때문이다.
피성열은 한 번 더 마른침을 삼켰다.
아니야.
아닐 거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어떻게 쌓아 올린 것들인데.
피성열은 우선 부정했다.
인간이라면 응당 그러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미련을 가졌다.
아직 내 눈으로 확인한 것도 아니잖아?
길고 짧은 건 끝까지 대봐야 안다고 했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도 있으니까.
그때 전화가 왔다.
메인폰이 아닌 서브폰이었다.
발신자는 김무환.
김무환 이름 석 자를 본 피성열은 거칠게 전화를 받았다.
“김 차장?”
– 예, 접니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왜 성 차장님이랑 같이 있어?”
– 그렇잖아도 그것 때문에 전화드린 겁니다.
부드러운 김무환의 목소리.
고압적인 자신의 말투와는 달리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럽다.
그래서일까?
긴장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목소리 때문인지 갑자기 마음의 안심이 됐다.
그래.
그럼 그렇지.
무슨 일이 터졌으면 김 차장의 목소리부터가 다급했겠지.
그렇게 느낀 피성열은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뱉으며 말했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건데? 수원 애들은 어떻게 됐고, 박규민이랑 손백금은? 왜 중간보고가 없어?”
얼른 자초지종을 듣고 싶었다.
줄곧 혼자 남아 있는 그에게 정보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그는 외딴 섬 무인도에 혼자 갇혀 있는 꼴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래서 얼른 사다리를 내려 주길 원했다.
그러나 그에게 떨어진 건 사다리가 아니었다.
떨어진 건 벼락이었다.
– 다 끝났습니다, 부장님.
“뭐?”
– 다 끝났다고요. 재개발 게이트는 이미 시작됐고 박규민과 손백금도 이미 누가 데려갔습니다. 또 저희 애들도 모두 당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당했다니?”
–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알 수 없는 세력이었습니다. 수가 상당히 많았고 저희 2팀과 2팀원들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알 수 없는 세력? 애들이 당하다니? 그게 다 무슨 말이야!”
– 죄송합니다. 성대겸 차장을 만난 건 저에 대한 최소한의 보험이었습니다. 덧붙여 성 차장한테 선물로 준 건 인천 창고에서 꺼내 드렸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부장님. 부디 몸 건강히 지내시길.
“뭐? 김 차장? 김 차장! 야! 야! 김무환이!”
허나 말을 마친 김무환은 통화를 종료했다.
피성열은 갑자기 쏟아지는 정보량에 정신을 차리지 못해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통화는 이미 종료됐고 돌아오는 메아리는 없었다.
“…….”
피성열은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자신의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다리에 힘이 빠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게 무슨…….”
알 수 없는 세력이라니?
그리고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니?
그게 가능하다고?
내가 피성열인데?
그때였다.
위잉!
울리는 휴대폰.
피성열은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수호였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