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182)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182화(173/346)
안수호?
갑자기?
피성열은 자신의 휴대폰을 노려보았다.
이 타이밍에 왜?
단순 안부 전화라도 하려는 건가?
생각이 한참 이어질 즈음 전화기가 대기화면으로 전환됐다.
그래.
이 상황에서 무슨 전화냐.
널 챙길 여력도 여유도 없다.
피성열은 머릿속에서 금방 안수호의 이름을 지웠다.
대신 눈앞에 닥친 현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그 순간 피성열의 시간이 정지했다.
그럴 수밖에.
이 늦은 시간에, 심지어 자신은 혼자 살기 때문이다.
회사는 진작에 나왔다.
더 있어 봤자 스트레스만 받을 것 같아서.
그래서 집으로 왔는데 이 시간에 방문자라니?
취객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여긴 프리미엄 아파트로 아무나 들어올 수 없었으니까.
피성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일까.
자신은 결혼도 하지 않았고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셨다.
그렇다고 찾아올 만한 친구가 있지도 않다.
인터폰 카메라를 켰다.
그런데……
‘없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잘못 들은 걸까?
혹시나 해서 다각도로 보이는 모드를 켜서 봤지만 문 앞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
그래.
잘못 들은 거겠지.
스트레스로 신경이 너무 예민해진 거야.
그리 생각하며 몸을 돌렸다.
그 순간.
“허억!”
피성열은 순간 너무 놀란 나머지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너, 너…… 네, 네가 어떻게……!”
놀란 피성열이 삿대질까지 해 가며 상대를 가리킨다.
피성열이 가리킨 사람.
다름 아닌 수호였다.
피성열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수호는 아무렇지 않게 이곳에 잠입할 수 있었다.
안개화 스킬 덕분이었다.
수호는 놀라 주저앉은 피성열의 모습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집에 계셨으면서 왜 전화를 안 받으세요?”
“그, 그건…….”
“그나저나 집 좋은데 사시네요. 강남에 이 정도 아파트면 돈이 한두 푼이 아닐 텐데…… 근데 생각보다 집이 너무 텅 비어 있는데 혼자 사시나 봐요?”
알면서도 물었다.
단순히 빈정거리기 위해.
수호는 피성열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그중에는 그가 왜 미혼으로 남아 있는지도 안다.
‘원래는 결혼을 하려고 했었지. 검찰에 있었을 땐.’
서울지검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던 그였다.
당연히 혼사도 줄을 섰고 골라서 장가를 가면 되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여자들 스펙을 비교하며 혼인 시기를 늦추다 갑자기 각성을 해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혼사가 끊겼다.
검사란 명패가 피성열의 전부였는데 그걸 잃게 되었으니 다들 끈 떨어진 갓이라고 생각해서였다.
피성열도 그것에 대한 반발심과 혐오감으로 결혼을 하지 않았다.
물론 외롭긴 했다.
연애결혼도 잠시 생각해 봤지만 한평생 대접만 받으면서 살아온 몸이다 보니 타인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하는 연애는 애초부터 시작도 못 했다.
그래서 더더욱 권력에 집착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정말로 권력이 다였으니까.
‘그래서 쇼크 프로젝트 같은 비인간적인 일을 저지를 수 있었던 거겠지.’
뒤늦게 정신 차린 피성열이 자리에서 겨우 일어나 물었다.
“너 뭐야? 우리 집은 어떻게 들어온 거야?”
“뭘 그리 놀라세요. 봉인 게이트도 척척 공략하는 저인데 이깟 가택 침투가 뭐 그리 대수라고.”
“뭐?”
“그보다…….”
수호가 근처 식탁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선배님, 저랑 이야기나 좀 나누시죠. 커피 있으면 한 잔 주시고요. 아이스로다가.”
“이런 미친 새끼가……!”
수호의 건방진 태도에 금방이라도 손찌검을 할 것처럼 피성열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새파랗게 어린놈인 건 둘째치고 여태 소통도 안 되고 정보도 단절된 상황에 그제서야 제대로 대화가 되는 인물이 나타났다 보니 그간의 스트레스와 분노가 모조리 수호에게로 몰린 것이다.
그때 수호가 피성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때리시게요?”
“뭐?”
“너무 오랫동안 갑으로만 살아오다 보니 현실에 대한 감이 잘 안 오시나 봐요?”
그 순간.
“컥!”
일순 말도 안 되는 중압감이 피성열의 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목이 졸리고 호흡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온몸을 밧줄로 옭죄는 감각에 내부 장기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이었다.
수호가 방출한 위압감 때문이었다.
수호가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앉은 채 말했다.
“각성 사실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넌 레벨도 하나 올리지 않은 채 살아왔지. 딱히 레벨을 올리지 않아도 권력으로 모든 게 해결이 됐으니까. 근데 이젠 전부였던 권력을 모두 잃었네?”
“커어어억!”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피성열이 자리에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금방이라도 졸도할 것 같다.
하지만 졸도하지 않을 것이다.
졸도시키려면 처음부터 위압감만으로 졸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은 건 수호가 조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호는 얼마간 피성열을 지켜보더니 이내 위압 스킬을 캔슬했다.
“허어어어억! 켈륵! 켈륵! 켈륵! 하아, 하아, 하아…….”
위압 스킬이 해제되자 그의 숨통이 트이며 폐 속으로 공기가 들어왔다.
마치 물속에서 익사 당하기 직전의 사람을 꺼내놓은 듯했다.
무릎 꿇은 채 연신 기침하며 기어이 침까지 흘린 피성열이 겨우 되찾은 호흡을 이어가며 수호를 보았다.
그런데 여전히 두 눈에는 분노와 독기가 가득했다.
“너……!”
“역시 한 번으로는 어림도 없는 건가.”
하긴.
그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독기를 품어왔을진대 고작 위압감 한방으로 겁을 먹진 않았을 테지.
전생의 피성열도 그랬다.
재개발 게이트가 터지고 모든 게 풍비박산이 나도 끝까지 오만함을 유지하며 특유의 뻣뻣한 고개를 절대로 숙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수호는 보고 싶었다.
아니, 꼭 봐야만 했다.
그 뻣뻣하기 그지없는 인간이 마지막 자존심까지 내려놓고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을.
진정한 거래는 그때부터 시작될 것이니까.
수호가 피성열의 멱살을 잡고 아공간 하우스 문을 열었다.
“넌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오랫동안 교육을 받아야 할 거다.”
“놔! 놔! 이 미친놈아!!”
멱살 잡힌 피성열이 주먹과 발을 휘두르며 발악한다.
하지만 주먹이든 발이든 손톱이든 그 무엇 하나 수호에게 생채기를 내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때리는 자신의 손이 터질 것 같고 손톱이 부러졌다.
압도적인 레벨 차이에서 나오는 힘의 격차 때문이었다.
수호가 피성열을 데리고 아공간 하우스로 들어간다.
***
피성열의 발악은 계속됐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 아공간 하우스에 끌려 왔음에도 호랑이 굴에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 건지 정말 쉴 새 없이 수호를 타격하며 발악했다.
하지만 별로 의미 없는 짓이었다.
그래도 그 투쟁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 건지 기어코 손톱이 부러져 피가 흐르고 손뼈가 금이 가 퉁퉁 부었다.
수호는 그런 피성열을 길거리에 처박았다.
그리고 뺨을 살짝 만져 보자 피성열의 피가 묻어 나왔다.
“아.”
더러웠다.
그래서 손수건으로 대충 닦은 후 자신을 노려보는 피성열에게 말했다.
“내가 정말 고민 많이 했거든. 널 진짜 어떻게 조져야 뼛속까지 후회하고 반성할까 싶어서 말이야. 근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국 답은 하나밖에 없더라고.”
말을 잇던 수호가 블러드 웨폰을 소환해 쥐었다.
소환한 형태는 검.
수호가 검을 어깨에 얹으며 말했다.
“어디서 듣기론 스스로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는 게 진짜 후회와 반성이라던데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잖아? 그리고 그게 이루어지는 시기는 보통 자신의 목적을 모두 달성하거나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나 그런 거고.”
성공한 악당들의 클리셰가 그랬다.
복수에 성공하고 나서야 후회를 한다던가.
혹은 피에 미친 살인귀지만 자신의 가족이나 애인이 죽임을 당한 걸 본 후에야 자신의 행동들에 대한 잘못을 깨닫는다던가 하는.
그러나 그건 창작물에서나 그런 거고 현실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악당들…… 특히 호의호식하는 등 따시고 배부른 존재들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지난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도달한 결론은 한 가지뿐이었다.
“답은 물리적인 고통이더라. 얼마 전에 여기 왔던 누군가도 그랬어. 물 대신 피를 끼얹어 가며 맞으니 그 뻣뻣하던 모가지가 할미꽃처럼 숙여지더라고. 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뼛속 깊이 새겨진 공포로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하지 않고 그동안의 잘못에 대해 속죄하는 것뿐이지.”
수호가 어깨에 얹은 칼을 천천히 뗐다.
그런 다음 칼날을 피성열에게 겨누며 말했다.
“난 내가 치유사가 됐다는 사실이 참 좋아. 그러니 이런 식의 징벌도 가능한 거니까. 자, 그럼 반성해라, 성열아. 너는 남은 인생 전부를 고통 속에 살아가도 모자란 놈이니 네 목숨만큼은 내가 반드시 책임지고 살려줄게.”
그렇게 수호의 말이 끝난 순간이었다.
붕!
바람 가르는 소리.
수호가 검을 휘두른 소리였다.
그 행위가 어찌나 빠른지 피성열은 순간 칼날의 궤적을 보지 못했다.
당연했다.
1레벨 플레이어가 어찌 오렌지 스탯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볼 수 있을까.
하물며 상대는 세계 최고의 검술가.
그렇기에 수호의 움직임이 변한 것을 알아차렸을 때쯤.
툭.
무엇인가가 떨어졌다.
피성열은 그 소리에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바닥에 떨어진 것.
다름 아닌 자신의 손목이었다.
“……!”
떨어진 게 자신의 손목이란 걸 알아챈 피성열은 그제서야 인지된 고통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소, 손목! 내 손목이!”
“그래, 네 손목이 잘렸어.”
수호는 친절하게 다시 한번 사실을 되짚어 주었다.
그리고 또다시 검을 휘둘렀다.
붕! 털썩-
붕! 털썩-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났고 몇 초 뒤 무엇인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모두 다 피성열의 신체였다.
수호는 피성열의 손목을, 팔을, 발목을, 다리를 잘랐다.
“끄아아아아아!!”
피성열은 비명을 질렀다.
수호는 그가 비명을 지를 수 있도록 그냥 두었다.
원래라면 아혈이라도 짚었을 테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목에 피가 나도록 소리를 지르면 그건 그것대로 고통일 테니까.
그렇게 몇 번의 행위가 반복되었을 때쯤 피성열은 이제 더 이상 똑바로 설 수 조차 없는 몸이 되었다.
“끄어어어…….”
그새 목이 갔다.
그럴 테지.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의 몸이 잘리는 광경과 고통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는데.
그의 목에서 듣기 싫은 쇳소리가 올라오자 수호는 그에게 다가가 잘린 신체 부위들을 주변으로 걷어차 밀었다.
피성열은 여전히 고통에 발악했다.
눈물, 콧물, 침의 범벅.
그러나 수호는 전혀 아랑곳 않고 인벤토리에서 말통 하나를 꺼내 뚜껑을 열어 그에게 내용물을 뿌렸다.
“푸푸푸풉!”
그가 허둥이며 자신에게 쏟아진 내용물을 뱉어낸다.
그렇게 괴로워하기도 잠시, 이내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히, 히건!”
“그래,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
말을 마친 수호가 품에서 성냥을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 피성열에게 던졌다.
“하, 한 돼!!”
화륵!
“끄아아아아아아!!”
피성열의 몸에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수호가 그에게 뿌린 건 기름이었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