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200)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200화(200/346)
수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자 마치 위압 스킬을 쓴 것처럼 회의실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생각 이상으로 험악해진 분위기에 놀란 오봉주가 얼른 입을 열었다.
“수, 수호 씨. 왜 그래? 이분들이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닌…….”
“그러니까요. 제가 지금 제대로 이해한 건지 잘못 이해한 건지 확실하게 여쭙는 겁니다. 그러니 대표님들께 여쭙고 싶네요. 마침 소속 헌터분들까지 데려오셨으니 이제 그만 대표님들이 직접 이야기하시는 건 어떠세요? 아니면…….”
수호가 나현일을 쳐다보며 말했다.
“방금 나현일 헌터님이 말씀하신 게 대표님들 뜻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수호의 단호함에 오봉주가 다시 입술을 말아 넣었다.
싸늘한 분위기 속에 눈동자 돌아가는 소리만 들린다.
숨소리도 내지 않는 그곳에서 잠깐의 침묵 끝에 먼저 입을 연 건 다름 아닌 헥사곤 대표 김수백이었다.
“……우선 우리 나 헌터님이 많이 흥분하신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표현이 좀 격해진 모양입니다.”
“표현이 격해져요?”
“예, 그럼 설마 저희가 대헌협과 국가 헌터분들의 노고를 그리 생각하겠습니까. 저희 업계 사람들은 항상 대헌협을 비롯한 정부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수백 대표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또한 사무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헌터와 길드가 왜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무관님, 사무관님도 확실하게 인지해 주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희생과 노고는 국가 헌터분들만 짊어진 게 아닙니다. 소속만 다를 뿐 헌터 라이센스를 가진 국내 각성자들은 대격변이라는 재앙에 맞서 모두 다 같은 짐을 짊어지고 희생하고 있습니다.”
수호는 아무 말 않고 계속해서 그의 말을 경청했다.
김수백의 말이 이어졌다.
“요즘 안 사무관님의 활약이 대단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혼자서 그 많은 게이트들을 모두 공략하고 계신다고 해서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거래팀을 통해 나오는 게이트 매물들을 확인해 보니 그게 사실임을 알겠더군요. 하지만요. 전 그래서 걱정입니다. 지금이야 어찌어찌 사무관님 혼자 1성급 게이트를 상대하고 계신다지만 그러다 사무관님이 크게 다치시기라도 한다면요?”
김수백이 시선을 옮겨 프라임의 마상일 대표를 보았다.
그러자 마상일 대표가 자연스럽게 그의 말을 받았다.
“예, 저희는 그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우리들의 소속은 모두 다르지만 우리 모두 인류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니 만큼 안 사무관님 같은 뛰어난 분이 오랫동안 현업에 계셨으면 하시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장기적인 관점이라든지 다른 면에서 봤을 때 사무관님 혼자 무리하게 짊을 지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의 말에 수호는 속으로 미소를 그렸다.
역시 대표들이라 그런가.
제잘난 맛에 막무가내로 내뱉는 나현일과는 다르게 격조 높은 비지니스 화법을 구사할 줄 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뱃속에 능구렁이를 품고 있어도 살아온 세월은 수호가 더 많고 경험도 수호가 더 깊다.
심지어 눈앞의 두 사람은 수호가 질리게 겪어 본 이들.
수호가 조용히 답했다.
“저희 팀장님도 안 해주시는 걱정을 다 해주시니 이거 참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그래서 두 분은 저를 위해서라도 게이트를 나눠 내려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하하, 같이 짊어지자는 거지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처럼 사무관님처럼 뛰어난 인재의 성장도 좋지만 결국 모두가 성장해야 갑작스런 큰 위험에 대비할 수가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씀들입니다.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근데 제가 대표님들이 말씀하시는 것들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긴 한데 이게 아무래도 제 직업이 이렇다 보니 약간의 문제가 좀 있습니다.”
“문제요?”
“예, 제가 지금 게이트부 특수관리2팀의 탐사조와 공략조 조장을 맡고 있거든요. 근데 두 분 다 잘 아시겠지만 이 두 개 조 역할은 신생 게이트가 어떤 곳인지 알아보는 것과 더불어 퍼스트 공략을 트라이하는 거거든요?”
“그렇죠?”
“근데 이전까지는 탐사조와 공략조 자체에 인원이 없다 보니 두 개 조 모두 같은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아무튼 그런 연유로 인력 교체를 할 수 없었고 그에 따라 조원들 보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탐사와 최소한의 공략만 시도해 보고 나머지는 전부 거래팀으로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가 새로운 조장이 되었고 새로운 조장이 된 만큼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그래서 전 직업윤리에 따라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근데…….”
수호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좀 위험하다싶으면 바로 빼야겠다고 생각하며 늘 신생 게이트 도전에 임하는데도 이게…… 들어가기만 하면 자꾸 공략이 됩니다.”
“……네?”
“자랑하는 게 아니라 정말입니다. 사실 탐사조와 공략조의 역할이 거의 같은 지금, 전 신생 게이트 탐사를 좀 나서다 이 정도는 해 볼만 하겠다 싶은 건 살짝씩 건드려 보거든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이곳저곳 공략을 시도해 보니 어느덧 공략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그게 가능하다고요?”
수호의 말에 두 대표가 벙찐 표정으로 되묻는다.
그 표정들에 수호가 다시금 민망한 표정을 짓는다.
물론 속으로는 씩 웃고 있었다.
‘그럼 당연히 가능하지. 전직 탑랭커에 회귀자인 내가 고작해야 1성급 게이트가 문제겠냐?’
하지만 수호는 여전히 민망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예, 뭐. 아시다시피 제가 치유사이긴 하지만 평범한 치유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별명도 검신일 정도로 딜링을 주력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셀프 치유와 딜링, 그리고 기동력까지 갖춰져 있어서 솔로 레이드가 별로 어렵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
“그래서 이게 참 딜레마입니다. 전 공무원이고 국민들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이니 받은 만큼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애초에 공무원 헌터이니만큼 국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몸을 아껴서도 안 되고요. 말이 그렇잖아요? 경찰분들이 위험하다고 범인 가려 잡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
“…….”
수호의 말에 두 사람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말이야 수호가 걱정되니 쉬엄쉬엄 하라고 포장했지만 본인이 괜찮다는데 어찌할까?
여기서 눈치껏 적당히 게이트를 포기하라고 하면 그건 또 수호의 직업윤리를 존중하지 않는 격이 된다.
분위기도 애초에 넉살 좋게 말할 수 없게 잡혀 있고.
‘그래서 초장부터 날카롭게 나갔지.’
사실 언젠가 이런 상황이 올 거란 건 예상하고 있었다.
전생에는 수호가 확실한 탑 랭커가 되기 전까지 다들 성장 속도가 비슷했지만 이번 생의 수호는 다른 헌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으니까.
‘하물며 국내…… 아니, 전 세계 기준에서도 아직 2성급 플레이어가 20명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니까.’
그래서 수호는 더더욱 게이트를 내려 줄 생각이 없었다.
대격변 중기라고 할 수 있는 시점은 나라와 인종에 상관없이 200레벨 플레이어가 20명이 된 순간부터 제대로 시작되고 현대는 아직 그런 플레이어가 20명이 채 되지 않았으니.
수호가 말했다.
“그래도…… 여러분이 걱정해 주신 것처럼 정말 감당이 힘들 것 같고 무리라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공략을 포기하고 경매로 내놓겠습니다. 두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건 저 혼자서만 짊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하시고 싶은 말씀은 다 하셨을까요?”
일부러 활짝 웃으며 물었다.
그러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썩어 들어갔다.
하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고 철옹성 같은 수호의 논리를 비집고 들어갈 순 없어 보였다.
“……예, 뭐.”
“그럼 다음에 좋은 기회가 생기면 그때 또 뵙겠습니다. 전 근무 중이라 다시 현장으로 복귀해 보겠습니다. 아직 신생 게이트 탐사 업무가 남아서요.”
수호가 먼저 자리에 일어나자 정철민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가볍게 목례한 후 회의실을 나섰다.
“…….”
“…….”
“…….”
회의실에 썰렁한 침묵만이 감돈다.
***
회의실을 나서자 밖에서 기다리던 이원안과 다른 주무관들이 따라붙었다.
수호는 간략한 설명으로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런 일이…….”
“그래도 참…….”
“역시 조장님이십니다.”
수호는 안심시킨 조원들을 다시 트레이닝 센터로 돌려보냈다.
그런 다음 정철민과 함께 먼저 주차장으로 나왔다.
이윽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정철민이 그제서야 파! 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살 떨려 죽는 줄 알았네.”
“뭘 그렇게 긴장하세요? 우리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일종의 조건반사 같은 거지. 그동안 대헌협 게이트부가…… 아니, 대헌협이 여러 게이트를 상대로 얼마나 죽을 쒔냐. 그동안 우리 협회가 게이트를 가지고 한 거라곤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무늬뿐인 탐사 후 죄 민간경매에 내보낸 것뿐이지. 아니면 아무도 공략 못 하는 게이트에 스퀘어나 쌓거나.”
“근데 이젠 저 때문에 바뀌었네요.”
“그래, 너 때문에 바뀌었지. 모든 게 다. 그래서 그런가…… 살다 보니 이런 날도 다 오긴 하는구나.”
한숨 쉬던 정철민의 표정이 묘하다.
수호가 그 모습을 힐긋 보더니 웃으며 물었다.
“감회가 새로운 표정이십니다?”
“새롭지……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나 참, 네가 정색하니까 그 뻣뻣하던 대표들이 바로 눈치를 보질 않나 랭커들이 가만있질 않나…… 올 때마다 그 사람들 눈치 보기 얼마나 바빴는데.”
알죠.
한때는 저도 그들의 눈치를 봤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호는 그들을 너무 미워하진 않았다.
그들의 목이 뻣뻣해진 건 정부의 멍청한 대처가 가장 큰 원인이었으니까.
‘처음부터 국가 헌터들을 잘 대해 주고 대헌협 운영만 똑바로 했었어도 길드 시스템이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거다.’
현대 사회에서 대격변 이후 만들어진 길드들의 존재는 정확히 말하면 PMC(민간군사기업)…… 즉, 사설용병업체였다.
다들 목숨 걸고 게이트에 도전하는데 국가가 그들에 대한 대우를 안 해 주니 그들끼리 뭉치게 된 것뿐.
멸망의 수순을 걷게 된 나라들 대부분이 이랬다.
‘그래서 미국 같은 곳은 군인만큼이나 다들 존경하고 떠받들어 주지.’
하지만 전생과는 달리 이번에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수호가 협회를 개혁하고 국가 헌터들에 대한 대우를 바로 잡았으며 그로 인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이상적인 형태가 갖춰지기 시작했으니까.
‘전리품 정산만 똑바로 해 줘도 굳이 길드를 선택할 이유는 사라지게 된다.’
적어도 성장과 야욕이 있는 헌터라면 말이다.
수호는 그런 식으로 인재들을 끌어모을 생각이었다.
어쨌든 재앙급 게이트를 모두 소멸시키기 전까지 시스템 법칙상 게이트는 계속해서 생성이 될 테고 수호가 없는 빈자리는 결국 다른 국내 헌터들이 메꿔 주어야 했으니까.
‘그러니 우선은 나부터 200레벨을 찍고 말이지.’
최초라는 타이틀.
그리고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힘.
그것들이 어우러져야 강력한 리더이자 보스가 탄생하는 법이니까.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마저 업무하러 가요. 전 공략, 팀장님은 레벨링.”
“……에휴, 알았다.”
그때였다.
위잉!
울리는 휴대폰.
발신자는 유니온의 이온 대표였다.
발신자를 확인한 수호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헌터님, 이나가와에서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