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207)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207화(207/346)
수호가 다시 돌아온 건 거의 밤이 되어서였다.
공항을 나오며 수호는 생각했다.
‘얼른 힐러들을 확보하든가 해야지, 원.’
그래도 필요한 건 다 구해서 왔다.
남은 건 대충 타이밍을 맞추는 것뿐.
수호는 다시 차를 몰아 제주지부로 갔다.
지부 건물에는 모두가 퇴근한 상황이었다.
딱 한 사람.
한명호만 빼면 말이다.
입구에 차를 대자 대기하고 있던 한명호가 바로 굽실거렸다.
“오셨습니까.”
“자료 줘 봐요.”
“예, 여기 있습니다.”
수호에게 건네는 서류뭉치가 두툼하다.
하지만 다 볼 필요는 없다.
서류뭉치 가장 위에 요약본이 있으니까.
나머지는 증거자료들이다.
수호가 요약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깔끔하네요. 그럼 이제 같이 움직입시다.”
“예? 어디를요?”
“사냥개 한다면서요? 그럼 나 혼자 탐라를 들쑤실 줄 알았어요? 옆에서 지부장님이 병풍처럼 서 있어 줘야 일처리가 빠르죠.”
“……알겠습니다.”
이어서 수호가 차 키를 한명호에게 건넸다.
그걸 본 한명호가 고개를 기울였다.
“……이건 왜?”
“뭘 왜에요? 운전하세요. 나 피곤해요.”
“아, 알겠습니다!”
수호가 조수석에 착석하자 그제서야 차가 출발한다.
***
두 사람은 곧장 탐라 길드 본사에 도착했다.
제주시에 위치한 탐라 길드 본사는 시간이 시간인지라 불이 꺼져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사람이 없으면 부르면 그만이니까.
수호가 말했다.
“지부장님, 잠시 고개 좀 저리로 돌리고 계세요.”
“저, 저리로요?”
“네, 그렇게 잠시만요.”
한명호의 시선을 돌린 수호가 잠시 얼굴을 만진 후 다시 한명호를 불렀다.
그러자 수호의 얼굴을 본 한명호가 깜짝 놀랐다.
수호의 얼굴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 어?”
“놀라지 마세요. 접니다.”
“아, 네…….”
“그럼 갑시다.”
수호가 건물 입구로 들어가자 당직 서는 경비원이 나와 수호와 한명호를 막았다.
“누구십니까, 지금은 다 퇴근해서 아무도 없…… 엇, 지부장님 아니십니까? 지부장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다행히 경비는 한명호를 알아보았다.
아니,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탐라에서 한명호는 VIP 중의 VIP였으니까.
항상 탐라의 높은 사람들과 다니는 한명호인데 본사 건물을 케어하는 경비원이 어찌 얼굴을 못 알아보겠는가.
수호가 한명호에게 전음했다.
– 오늘 탐라 대표랑 만나기로 했다고 하세요.
그 말에 한명호가 바로 말을 옮겼다.
“흠흠, 오늘 여기서 대표님을 만나기로 해서요.”
“아, 그러셨군요. 어? 근데 대표님 오늘 퇴근하셨는데?”
“본사에 있다고 연락받고 온 겁니다.”
“그러셨군요. 그럼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명호의 말이니 경비원은 바로 자신이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품에서 카드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지부장님, 이거 출입카드인데 지금 영업시간이 끝나서 출입카드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십니다. 불편하시겠지만 오늘만 이걸 좀 이용해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한명호는 출입카드를 받아든 뒤 그제서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이어서 대표실로 향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표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대표실이라고 해서 따로 보안이 있는 건 아니었다.
안전불감증 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누가 제주를 대표하는 지역 길드 대표실에 함부로 들락거리겠는가?
대표실에 들어온 수호는 마력감지를 발동시켜 방 안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집무실 책상 뒤편에 걸린 커다란 액자로부터 미력한 마나를 감지하는데 성공했다.
“클래식하네.”
액자를 들어 옆으로 치우니 뒤에 금고가 나왔다.
아이템 제작 스킬을 가진 각성자가 만든 특별 금고였다.
그렇기에 금고는 일반 금고보다 훨씬 튼튼하고 복잡한 보안 처리가 되어 있었는데 수호는 잠시 그것을 살펴보더니 이내 혈검을 소환해 쥐었다.
그 모습을 본 한명호가 눈을 키웠다.
“그, 그걸로 뭐 하시려고요?”
그러나 수호는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 강철 자르기가 발동됩니다. ]서걱!
사선으로 휘둘러진 혈검이 금고에 검흔을 새긴다.
그러더니 이내 삐걱- 소리와 함께 금고 문이 떨어져 나갔다.
떨어져 나간 금고 문을 본 한명호가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이걸 어떻게 검으로…….”
수호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금고 안에 있는 내용물들을 집무실 책상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금괴와 보석, 무기명 수표, 그리고 각종 장부들.
참 많이도 해먹었다.
수호는 우선 장부 속 내용물들부터 확인했다.
한명호에게 받은 비리자료와 겹치는 게 많았고 수호가 모르던 것들도 수두룩했다.
이 정도면 빼도 박도 못 하는 훌륭한 증거다.
수호는 그것들을 순서대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의자를 끌어와 자리에 앉았다.
수호의 태연한 모습에 한명호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무관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여기 대표 기다리는데요?”
“네?”
“특별금고입니다. 강제로 열었으니 아마 높은 확률로 대표한테 연락이 갔을 겁니다. 요즘 금고들은 비상연락 기능은 기본이거든요. 그러니 우린 여기 앉아서 차분하게 대표를 기다리면 됩니다.”
“아니, 그게 무슨…….”
“시끄럽고 와서 앉으세요.”
“넵.”
수호가 조용히 권유하자 한명호도 얌전히 의자를 끌어와 앉는다.
그리고 십여 분 뒤, 정말로 집무실에 탐라 대표 서도일이 나타났다.
“당신들 뭐야? 어? 지부장님?”
탐라 대표 서도일.
그는 오랫동안 제주도에 군림해 온 지역 길드 탐라의 대표임과 동시에 그랜드 차트 7위에 등재되어 있는 랭커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대체 어떤 자식이 내 비밀금고를 건드린 걸까?
근데 막상 도착해 보니 아는 인물이 어색하게 웃고 있다.
그러니 더더욱 황당할 수밖에.
한명호가 어색하게 인사한다.
“하, 하하…… 안녕하세요?”
“아니, 지부장님 아니십니까? 지부장님께서 여긴 어인 일로…….”
“그게…….”
“탐라 길드 대표 서도일 씨세요?”
“예, 그런데요?”
한명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수호가 먼저 끼어들었다.
수호를 본 서도일이 눈살을 좁히며 수호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억 속에 없는 얼굴이다.
그럴 수밖에.
현재 수호의 얼굴은 수호가 임의로 만든 얼굴이었으니까.
수호의 말이 이어졌다.
“전 대헌협 본회에서 나왔습니다. 현재 한명호 씨에 대한 비리 제보가 들어와 수사 중 탐라 길드에 대한 범죄 현황을 포착해 본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비리 제보요? 아니, 집우치우고 당신은 뭔데 영장도 없이 마음대로 여길 뒤집니까?”
“긴급 사안이었거든요. 이미 금고 안에서 각종 불법자금을 비롯한 비리 장부가 대거 확보되었습니다. 그러니 순순히 특수부 조사에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니, 시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어이, 당신들은 절차도 없어? 당장 내 변호사 부를 테니까 법대로 처리해.”
“안 됩니다.”
“뭐?”
그 순간, 수호가 그와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의 마비혈과 안혈을 짚어 제안했다.
몸이 마비된 서도일은 시야까지 잃자 발악하듯 소리쳤다.
“씨발, 뭔데! 당신 뭐야!!”
“서도일 씨, 내가 당신 같은 사람들 하루 이틀 본 줄 알아? 과정이야 어찌 됐든 당신은 징역을 면치 못 할 거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탐라도 모두 해체될 거다.”
“뭐라고? 너 이 씨발놈아! 이거 안 풀어? 풀고 이야기해, 시발놈아!!”
“그렇게는 안 되지.”
수호는 그의 아혈과 이혈을 짚어 입과 귀까지 모두 봉해 버렸다.
그런 다음 한명호에게 말했다.
“여기 부대표 이름이 문회현이죠? 문회현도 여기로 불러요. 여기 서도일도 같이 있다고 말하고.”
“아, 알겠습니다……!”
한명호는 서둘러 문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허튼 짓은 꿈도 꾸지 못했다.
눈앞에서 그 서도일이 가볍게 제압당한 걸 본 건 물론이요, 이미 자신도 저러한 과정을 겪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윽고 탐라의 부대표 문회현이 나타났다.
문을 열고 들어온 문회현이 지부장을 보고 아는 체를 하기도 잠시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두 눈을 휘둥그레 키웠다.
“지부장님? 이게 다 무슨…….”
“탐라 길드 부대표 문회현 씨죠? 대헌협 본회에서 나왔습니다.”
“본회요?”
“현재 한명호 씨에 대한 각종 비리 제보…… 아니, 됐고. 여태 탐라가 불법으로 행해 온 일들이 발견돼서 조사를 좀 해야 하는데 본회까지 동행 좀 해 주시겠습니까? 아니면…….”
말을 잇던 수호가 쓰러진 서도일을 가리켰다.
그러자 계산 빠른 문회현이 식은땀을 흘리며 눈알을 굴리더니 이내 밖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 진짜 귀찮게 하네.”
문회현의 움직임을 빨랐다.
그 역시 서도일과 마찬가지로 그랜드 차트 8위에 랭크되어 있는 랭커였으니까.
하지만 그가 랭커라고 해서 수호에게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수호는 도망치는 그에게 귀영창을 던져 뒷허벅지를 맞혔다.
“크악!”
마침 어두운 복도라 귀영창이 그의 허벅지를 뚫고 나왔다.
수호가 쓰러진 그에게 다가가 꽂힌 귀영창을 뽑았다.
“크악!!”
“조용.”
그러더니 귀영창이 뽑힌 곳에 발을 올려 상처를 짓밟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
관통상을 입은 환부를 짓밟았으니 그 고통이 어마어마하리라.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은 도망친 것에 대한 대가다.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똑같은 잘못을 또다시 반복하기 마련이니까.
수호는 그의 허벅지를 힘껏 밟아 문지른 후 서도일과 마찬가지로 모든 혈자리를 봉한 다음 서도일 옆에 끌고 가 눕힌 다음 사진을 찍었다.
그때였다.
“사무관님!”
복도 끝에서 누군가 수호를 부른다.
익숙한 목소리.
수호를 부른 이는 다름 아닌 수사과 나도원 팀장이었다.
“오셨어요?”
나도원이 여기에 온 이유?
수호가 불러서였다.
수호의 인사에 나도원이 말했다.
“아, 네. 마지막 비행기 간신히 잡아타고 오긴 했습니다. 근데 이 사람들은…….”
“전화로 말씀드렸던 제주도 대표 길드 탐라의 대표와 부대표입니다. 아, 이쪽은 협회 제주지부장님이시고요.”
“아, 안녕하십니까?”
한명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수호가 인벤토리를 열어 금고에서 확보한 자료들을 건네며 말했다.
“여기 지부장님이랑 탐라의 비리 자료들입니다. 정식으로 영장 받아서 압류한 게 아니긴 한데 그래도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이, 이걸 벌써 다 처리하셨다고요?”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맞죠.”
수호의 일처리에 나도원이 그저 입만 벌린다.
그도 그럴 게 한명호는 물론이요, 탐라의 대표와 부대표 모두들 한 실력 하는 괴물들이란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가 놀란 마음에 대답을 못 하고 있자 수호가 되물었다.
“왜 그러세요? 역시 영장을 안 받아서 좀 그런가?”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냥 좀 놀라서요. 근데 이번엔 무슨 일 때문에 갑자기 제주도를 뒤집으신 겁니까?”
제주지부와 탐라를 뒤집을 거라고만 했지 그 이유에 대해선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그 물음에 수호가 대수롭잖다는 듯 대꾸했다.
“그냥 협회 개혁을 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 탐라가 끼어 있던 것뿐이고. 그런 의미에서 탐라도 확실하게 해체할 생각이니 그렇게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알겠습니.”
“대표랑 부대표는 제주지부 지하 유치장에 구금시켜 두세요. 내일 비행기 띄우기 전에 다시 들르겠습니다. 연락 주세요.”
말을 마친 수호는 그제서야 한명호를 보며 말했다.
“수사 협조 잘하세요. 괜히 깝죽대다가 한 대 맞을 거 두 대 맞지 마시고.”
“……알겠습니다.”
한명호가 고개를 떨군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