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235)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235화(235/346)
그와 몇 번이나 대련한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가장 현대적인 야쿠자라 평가받는 스미요시답게 히로는 다른 야쿠자들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나가와’라 적힌 요약 보고서가 걸작이었다.
그는 정기적으로 이런 형식으로 다른 길드에 대한 보고를 받는다고 했는데 덕분에 이나가와라는 길드에 대해 손쉽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가져가세요.”
“이런 자료를 저한테 그냥 주셔도 되는 겁니까?”
“그냥 종이일 뿐입니다. 거기엔 저희 흔적이 아무것도 없거든요.”
확실히 그랬다.
회장에게 올릴 자료면 양식이나 스미요시 마크라도 넣을 법한데 자료의 유출을 감안해서 이런 조치를 취한 듯했다.
“그럼 거절 않고 받아가겠습니다.”
이윽고 수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을 때였다.
마중 나온 그가 웃으며 말했다.
“부디 성공했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다시 검을 맞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꼭 다시 그렇게 될 겁니다, 그럼.”
인사를 마친 수호는 맨션을 나섰다.
그리고 바로 택시를 타고 롯폰기로 향했다.
‘드디어 시작이군.’
마침내 시작된 것이다.
이나가와 부수기가.
***
롯폰기의 어느 가라오케.
“실례하겠습니다.”
“아, 예, 몇 분이십니까?”
“혼자 왔습니다.”
“아, 혼자시군요.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뇨, 그보다 여기 사장인 토시노 있습니까?”
“사장님은 왜……?”
“아, 저기 있네.”
혼자 온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갑자기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문을 벌컥 여니 여자들과 술을 마시는 야쿠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며 물었다.
“혹시 토시노?”
“넌 누구냐?”
“맞네.”
문을 연 남자.
다름 아닌 수호였다.
마력감지로 가라오케 사장을 구분한 수호는 바로 테이블을 걷어차 토시노를 공격했다.
“커헉!”
고작해야 테이블을 걷어찬 게 전부였다.
하지만 압도적인 스탯 차이로 토시노는 밀린 테이블에 맞아 갈비뼈에 금이 갔다.
“이 자식 뭐야!”
함께 놀던 다른 부하 야쿠자들이 그제서야 일어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수호는 대꾸 대신 양주병을 들어 머리들을 후려치거나 뺨을 때려 기절시켰다.
괜찮다.
마력감지로 이들 모두 각성자임을 확인했으니까.
수호는 토시노를 비롯한 부하 놈들 전부 마비혈을 찌른 후 가라오케를 나왔다.
쫓아오는 놈들은 없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메인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놈들부터 모두 제압해 버렸으니까.
가라오케를 나온 수호가 히로에게서 받은 종이를 확인한다.
“이제 이다음이…….”
다음 업장으로 이동하는 수호는 걸어가면서 얼굴과 몸을 바꿨다.
역용술과 축골공이었다.
그렇게 수호는 해가 뜨기 전까지 롯폿기 내에 존재하는 이나가와의 업장들만 골라 사장들을 박살냈다.
모두 다 다른 얼굴과 체형으로.
***
“그게 무슨…….”
이나가와 길드의 서열 3위이자 1대장, 그리고 총본부장 자리를 함께 하고 있는 야마카와 지로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아침에 롯폰기 내 이나가와 길드 소유 업장 18군데가 박살났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농담인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처음 몇 개가 박살났을 땐 아랫선에서 정리하려니 했다.
그러다 점점 개수가 늘어날수록 급히 간부들을 보냈고 수습을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회신이 돌아오지 않자 직접 현장을 찾아보게 됐는데 그 결과가 지금 이 지경인 것이다.
지로가 비서에게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자, 자료를 종합해 보니 전부 다른 놈들한테 당했습니다.”
“다른 놈?”
“예, 예! 전부 시간 차를 두고 가게를 습격했는데 사상자는 없지만 피해자가 전부 각성자고 모두 전신마비가 온 걸로 보아선…….”
“누군가 계획적으로 벌인 일이군.”
“예……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얼굴들은 확보가 됐나?”
“그게…….”
비서가 머뭇거린다.
그도 그럴 게 습격자에 대한 증인은 수두룩하지만 제대로 얼굴을 촬영한 CCTV 같은 영상 자료는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일까?
롯폰기에 CCTV가 몇 갠데?
하지만 가능했다.
수호가 사용한 무채색 고독 스킬 덕분이었다.
무채색 고독은 사용자를 보는 이로 하여금 인지 왜곡을 시켜버리는 효과를 가졌으니까.
그게 설령 CCTV라 할지라도 말이다.
“…….”
지로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마간의 고민 끝에 비서에게 말했다.
“다친 애들 치료 확실하게 하고 남은 애들 풀어서 우리 애들 이렇게 만든 놈들 반드시 찾아내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리 말한 비서가 문을 닫고 나갔다.
지로는 비서가 나간 뒤에도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틀 뒤면 한국에서 중요한 손님이 온다.
정확히는 죽일 손님이 온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사달이 일어나다니.
그래도 이틀 뒤에 있을 미팅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직 이나가와의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정예들은 그대로였으니까.
예컨대 정예3팀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의 직속대원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대표님과 부대표님 귀에 들어가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
그래.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자신이 이나가와의 no.3가 될 수 있었던 건 전부 꼼꼼한 일 처리 때문이었으니.
생각이 이쯤 미치자 그제서야 마음이 차분해졌다.
지로는 테이블로 가 시가 박스에서 시가 하나를 꺼냈다.
새벽 내내 업무를 본다고 아직 눈을 붙이지 못했지만 시가 한 대 정돈 괜찮다.
그렇게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아들였을 무렵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끼이익-
문이 열린다.
누굴까?
좀 전에 나간 비서 이자와인가?
그러나 문을 열고 나타난 이는 이자와가 아니었다.
난생처음 보는 얼굴.
그는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얼굴이 야쿠자보단 양아치 상에 가까웠다.
그가 물었다.
“네가 야마카와 지로냐?”
“그런데?”
“그런 것 같네. 마력량을 보니 제대로 찾아왔어.”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지?”
“엘리베이터 타고?”
“하!”
말하는 걸 보니 보통 놈이 아닌 건 확실했다.
특히 자신이 있는 이 건물은 이나가와의 소유로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
그럼에도 자신이 있는 본부장실까지 들어왔다는 건…… 아니, 애초에 자신을 콕 집어 찾는 걸 보면 오늘 새벽에 일어난 사건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지로의 예상은 맞았다.
낯선 손님의 정체는 다름 아닌 수호였으니까.
지로가 피우던 시가를 전용 재떨이에 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을 본 수호가 말했다.
“담배 안 끄네?”
“굳이? 시가는 끄려면 끝을 잘라야 되는데 난 별로 그러기 싫거든.”
“나도 알아. 그래서 끄라는 거야. 넌 저걸 다시 피울 수 없을 테니까.”
“크크크, 재밌는 놈이구나.”
그리 말한 지로는 옆에 세워둔 자신의 검을 들었다.
그걸 본 수호가 말했다.
“너도 칼잡이냐? 누가 사무라이의 나라 아니랄까봐, 죄 칼잡이뿐이네.”
“나를 보통의 칼잡이로 생각하면 큰코다칠 것이다.”
“내 코가 크긴 하지.”
지로의 검.
척 보기에도 좋아 보였다.
적어도 1성급 수준에선 말이다.
그래서 수호는 검을 뽑지 않았다.
권법가인가?
지로는 그리 생각하며 천천히 테이블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겨눔세를 취한 순간, 수호가 먼저 달려들었다.
“흡!”
수호의 접근을 본 지로가 검을 휘두른다.
확신에 찬 세로 베기였다.
아마 곧 있으면 칼끝에 묵직함이 일며 피가 사방으로 튈 것이다.
뻐억!!
그러나 튄 건 자기 자신이었다.
지로의 검이 채 휘둘러지기도 전에 수호는 지로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지로는 테이블 쪽으로 튕겨지더니 이내 커다란 원목책상을 박살내 버렸다.
“끄어어…….”
데미지가 상당하다.
입안에 피가 머금어졌고 척추라도 다친 건지 온몸이 굳어 움직여지지 않았다.
수호가 녀석의 검을 챙긴 후 녀석에게 다가가 마비혈을 놓았다.
같은 건물에서 대기 중이던 ‘정예3팀’도 처리했다.
이제 남은 건 대표와 부대표뿐.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다 다시 뒤로 돌아왔다.
그리고 구석으로 밀려난 불붙은 시가를 들어 끝을 잘랐다.
“자나 깨나 불조심.”
컷팅한 시가를 지로 위에 던진 수호가 건물을 나선다.
***
“…….”
이나가와 길드의 대표 이나가와 세이로는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부대표 이시이 켄지와 총본부장 야마카와 지로.
그리고 정예2팀과 3팀을 시작으로 그 밑의 크고 작은 간부들과 롯폰기의 업장들이 죄 박살났기 때문이다.
그뿐일까?
무엇보다도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점은 이번 사건은 분명 계획적, 조직적으로 일어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겨우 이틀 만에 어떻게 이럴 수가…….’
고작해야 이틀이었다.
그런데 그 이틀 동안 조직은 궤멸 직전의 타격을 입었다.
신고는 할 수 없었다.
야쿠자의 자존심인 건 둘째치고 지금 경찰에 신고를 했다가는 이나가와가 약해졌다는 걸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었으니까.
어떻게든 범인을, 원인을 찾아야만 했다.
이건 이나가와의 존명이 걸린 문제였으니.
그때였다.
위이잉!
울리는 휴대폰.
번호를 확인해 보니 내일 만나기로 한 유니온의 대표였다.
세이로는 미간을 좁히더니 이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유니온의 대표 이온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내일 만나 뵐 건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그래요, 무슨 일입니까?”
–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부대표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만…… 혹시 일정을 앞당길 수 있겠습니까?
“일정을요?”
– 예, 그 친구가 워낙 불도저 같은 성격이라 하루라도 빨리 찾아뵙고 싶다고 이미 일본으로 떠나버렸습니다. 저도 그 사실을 좀 전에야 알게 돼서…….
“그게 지금 무슨 말입니까? 약속은 내일이 아닙니까. 막무가내로 찾아온다고 한들 만나줄 수 없습니다.”
그때였다.
“회, 회장님!”
세이로의 비서가 급히 회장실을 찾았다.
노크도 없이 나타난 비서를 보고 세이로가 전화기를 내려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지금 이온의 부대표라는 자가 1층에서 회장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난동을 피우고 있습니다.”
“뭐라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안 된다고 하고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너무 막무가내입니다.”
“오늘은 안 돼! 지금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라서 그러는 거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장님의 직속대까지 출동시켰는데…….”
그때였다.
콰앙!!
부서질 듯이 열린 문.
그리고 그 안에서 등장한 건 웬 인상 더러워 보이는 남자였다.
수호였다.
얼굴을 바꾼 수호가 세이로에게 말했다.
“당신이 이나가와 회장입니까?”
“설마 당신이 이온의 부대표요?”
“예, 제가 부대표 김수호입니다. 원래는 내일 만나기로 했는데 하도 답답해서 하루 빨리 찾아왔습니다.”
“그게 무슨……! 이게 대체 무슨 무례입니까!”
그 말에 수호가 성큼성큼 세이로에게 다가왔다.
놀란 비서가 수호를 막았지만 수호는 비서의 뒷목을 쳐 기절시킨 후 회장 앞에 섰다.
“무례는 너희가 먼저 저질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