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263)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263화(263/346)
서기원의 말은 진짜였다.
청옥에 도착할 때쯤 수호가 요청했던 인물들의 먼지털이가 끝나 있었다.
챙겨 온 패드로 타깃들의 먼지를 확인한 수호가 조용히 혀를 찼다.
‘쯧쯧,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더니.’
이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뭐 그런 건 아무렴 상관없다.
오히려 일하는 건 먼지 나오는 쪽이 훨씬 더 수월했으니까.
수호가 정문에 가서 신원을 밝히자 마침 당직을 서던 황세돈 부장 교도관이 부리나케 튀어나왔다.
“과, 과장님 아니십니까? 이 시간에 여긴 어인 일로…….”
“잘 지내셨어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청옥 교도소는 대헌협의 하위기관이고 특수부의 관리를 받다 보니 본회의 인사 개편에 그 누구보다 민감하다.
말인즉, 딱히 진급 소식을 알리지 않아도 알아서 소식들을 꿰차고 있다는 말.
그렇기에 수호의 걸음은 유난히 여유가 넘쳤다.
이젠 신원을 속일 필요도, 얼굴을 바꿀 필요도 없었으니까.
수호는 성큼성큼 먼저 앞장 섰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소장실.
당연히 아무도 없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모두 퇴근했으니까.
그렇기에 황세돈은 급히 수호를 쫓으면서도 소장과 부소장에게 연락을 했고 곧장 커피를 타 오며 어색하게 응대했다.
“하하…… 미리 연락을 좀 주셨으면 저희가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아닙니다.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미리 연락까지 드리고 오겠습니까. 그나저나 잘 지내셨죠?”
“예, 저희야 뭐…… 그나저나 위쪽은 이제 거의 교통정리가 끝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 협회장님부터 특수부까지 싹 다 물갈이가 됐죠. 그래서 인사도 드릴 겸해서 방문한 겁니다. 근데 여기 프린트기가 어디 있을까요?”
“프린트기는 왜……?”
“이따 소장님이랑 부소장님 오시면 뭘 좀 보여 드릴 게 있는데 제가 급하게 와서 프린트를 못 했거든요. 소장실이면 프린터기 하나쯤은 있을…… 아, 저기 있네요.”
황세돈은 당황스러웠다.
소장과 부소장에게 연락을 취하긴 했지만 수호에게는 두 사람의 호출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수호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 두 사람이 올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이제 20대 초반이라고 들었는데…… 진짜 20대 초반 맞아?’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도무지 20대 초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사오십 먹은 관록 넘치는 특수부 사람 같다.
쉽게 말해 묘하게 재수가 없다는 말.
수호는 콧노래를 흥얼이며 프린트를 마쳤고 커피 한 잔을 거의 다 마셔 갈 때쯤 급히 들어온 김길연 소장과 박성관 부소장을 볼 수 있었다.
“과, 과장님 오셨습니까.”
“아이고…….”
몸둘 바를 모르는 두 사람.
직속 중의 직속이 왔으니 그럴 수밖에.
두 사람의 등장에 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장에게 상석을 권하자 소장이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아닙니다. 과장님이 거기 앉으셔야죠.”
“그래도 되나요? 그럼 거절 않고 않겠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황세돈 부장이 얼른 새 마실거리를 타 왔다.
아까 커피를 마셨으니 이젠 차가운 녹차다.
수호가 녹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웃으며 말했다.
“인사 개편 이루어지고 청옥에 한번 와야지 와야지 했는데 일이 바쁘다 보니 이제서야 오게 되었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본회 바쁜 건 지나가던 개도 다 아는 사실인데요, 뭘. 이렇게 짬 내서 얼굴 비춰 주시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알아주시니 기분이 좋네요. 그럼 이야기 하기에 앞서…… 부장님? 잠시 자리 좀 비켜 주시겠어요?”
“아, 네. 안 그래도 당직 서다 온 걸 깜빡했네요. 그럼.”
황세돈이 넉살 좋게 인사하며 자리를 나선다.
이제 소장실에는 상석의 수호를 중심으로 좌우로 앉은 소장과 부소장뿐.
수호는 그제서야 두 사람에게 아까 프린트한 것들을 넘겨주었다.
그것들을 받은 박성관 부소장이 조심스레 묻는다.
“과장님, 이게 뭔지…….”
그 물음에 수호는 조용히 손짓하며 직접 읽어 볼 것을 권했고 부소장은 입술을 말아 넣고 받은 것들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이 합죽이가 되고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김길연 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에서 떼어지자 두 사람 다 조심스럽게 종이를 내려놓았다.
수호가 말했다.
“아시다시피 얼마 전에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협회에 피바람이 한번 불었습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하위기관의 감사인데 이건 뭐 두 분 다 재개발 카르텔만 안 끼었을 뿐이지 심히 가관이더군요. 두 분 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따위로 산 겁니까?”
“…….”
“…….”
합죽이가 된 두 사람.
그럴 수밖에.
수호가 그들에게 내민 것들은 그들의 위법 행위가 빼곡히 적힌 증거 자료들이었으니까.
물론 재개발 카르텔처럼 초대형 건수는 없었지만 재소자에게 뇌물을 받는 등 자잘한 건수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그것들의 입출금 내역들을 뽑아 왔다.
그게 가장 확실했으니까.
수호가 미간을 좁히며 생각했다.
‘교화에 집중해야 할 교도관들이 재소자한테 뇌물이나 받아 처먹고 말이야.’
이러한 행태가 가능했던 건 이전에 청옥을 주름 잡고 있던 조광호 덕분이었다.
조광호가 무력으로 재소자들을 휘어잡자 교도관들의 업무가 상당히 편해졌는데, 조광호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개인 자금을 바탕으로 교도관들과 더더욱 친분을 쌓았다.
그렇기에 수호가 등장한 후론 이런 비리들이 모조리 없어졌다.
허나 놀랍게도 아쉬워하는 사람도 없었다.
조광호가 실권을 잡고 있을 때보다 윤현철이 실권을 잡고 있을 때가 사고가 훨씬 더 적었으니까.
‘공무원 입장에선 평화로운 게 최고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돈으로 교도관을 휘어잡던 조광호는 은근히 교도관을 이겨 먹거나 깔봤던 반면, 윤현철은 교도관들에게 무척이나 깍듯했다.
그래서 소장과 부소장이 뒷돈에 대한 아쉬움을 말할 수 없었던 것.
수호가 녹차를 마시며 말했다.
“아무튼 슬슬 감사도 시작해야 하고 하위기관도 물갈이해야 해서 여길 온 건데…… 차라리 위에서 피바람 불 때 조용히 퇴직하지 그러셨어요?”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됐고, 죄송하단 이야기 들으려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에요. 그래서 이제 어쩔래요? 정식으로 감사 절차 밟을래요, 아님 조용히 처리할까요?”
그때 부소장이 먼저 무릎을 꿇었다.
“과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죽을죄를 졌습니다! 애들은 자꾸 커가지, 물가는 오르지…… 진짜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처음이 어렵다.
하지만 누가 먼저 스타트를 끊으면 그 뒤는 쉽다.
특히 아랫사람인 부소장이 먼저 무릎을 꿇으니 소장인 김길연까지 무릎을 파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김길연 역시 바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저도 이제 딸애가 대학 갑니다. 그동안 받은 거 다 내놓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핑계들이 다 똑같다.
돈이 없어서 그랬다.
안 되는 걸 알면서 그랬다.
옛날에 국방부 장군들이 군사기밀 팔아먹을 때 생계형 범죄 어쩌구 취급받더니 자기들도 그런 줄 아나?
참 우습지도 않다.
수호는 그들의 허여멀건 정수리를 보며 눈을 좁혔다.
사실 여기 오면서 이들을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한 답은 정해 놨다.
그래서 뜸을 들였다.
진짜 맛있는 밥은 얼마나 뜸을 들이냐 차이에 있으니까.
그렇게 뜸들이길 얼마간, 수호가 말했다.
“두 분 다 고개 들고 자리에 앉으시죠.”
“그, 그럼……?”
“일단 앉으시라고.”
수호의 목소리가 바뀌자 간 보려던 말이 쏙 들어가고 얼른 자리에 앉았다.
먼지 묻은 무릎은 털 생각조차 못 한다.
두 사람 다 두 다리를 모아 허리를 폈다.
시선은 아래로, 감히 힐긋 고개를 들어 수호의 안위를 살필 생각조차 못 한다.
수호는 잠시 더 뜸을 들이다 이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내가 쭉 살펴보니까 재소자들한테 돈 받아먹은 거 말고는 딱히 더한 게 없더라고. 게다가 두 분 말고도 밑에 사람들 쭉 털어 보니 크든 작든 다들 뭘 하나씩은 받아들 드셨더라고요.”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다행인 줄 아세요. 만약 뇌물 말고 다른 건이 있었으면 그땐 빠꾸 없이 파면시켰을 겁니다. 아니, 요 옆에 있는 청송으로 보내버렸겠죠. 그러니 앞으로는 뭘 더 받아먹을 생각도 하지 말고 각자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 합시다.”
“가, 감사합니다! 과장님!”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 한다.
수호가 다만이란 말을 불이자 두 사람은 다시 합죽이가 됐다.
수호가 말을 이었다.
“제가 사람이 좋아서 여러분을 봐주는 게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거래가 있어야 합니다. 여태 먹은 돈들은 그냥 드세요. 하지만 받아먹은 만큼 나라를 위해 일하세요.”
나라를 위해 일하라.
그게 무슨 뜻일까?
자기들은 이미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인데?
수호가 말을 이었다.
“앞으로 특수부에서 진행시킬 몇 가지 비밀 프로젝트가 있을 겁니다. 당연히 제가 담당할 거고 명령이 떨어지면 기일 내에 시킨 일들을 완수하세요. 당연히 비밀 프로젝트니 각종 수당 찍는 거, 절대 허락할 수 없습니다. 이게 불만이시면 말씀하세요. 그냥 규칙대로 다 처분하고 새로 사람 뽑으면 되니까.”
그 말에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 커지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 아닙니다! 불만이라뇨. 전 완전 찬성입니다.”
“그렇습니다. 과장님께서 이렇게 기회를 주시는데 어떻게 거절하겠습니까?”
“그쵸? 두 분 다 그리 생각하신다니 참 다행이네요. 그럼 이해한 걸로 알고 바로 일 시작합시다. 우선 재소자들 면담부터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우선…….”
수호는 미리 생각해 온 인물들을 두 사람에게 일러 주었고 명단을 받은 두 사람은 곧장 사람들을 대기시키기 위해 움직였다.
두 사람이 나간 후 수호는 남은 녹차를 마저 마셨다.
호록.
녹차가 맛있다.
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장실에 난 창문을 통해 교도소 전경을 보았다.
밤이라 그런지 평화롭기 그지없는 교도소.
이 안에는 결코 용서받지 못 할 죄인들로 가득하다.
수호는 이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이들이 받을 징벌은 이미 법이 계산해 주었고 그 이상 가둬 놓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청옥에 가둬 놓는 건 성에 차지 않는다.
법의 철퇴는 공평한 것 같으면서도 몹시 불공평하니까.
그래서 수호는 이들에게 걸맞는 징벌을 직접 내려 줄 생각이었다.
될 수 있으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수호는 그 방법 중에 하나로 기승환을 선택했다.
범죄자들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그저 몸으로 때우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
하지만 기승환의 제작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그래서 조력자들이 필요했는데 수호는 그 조력자로 소장과 부소장을 택한 것.
약점 쥐고 있어 부려먹기 좋아서 선택한 것만은 아니다.
그저 인간에 대한 기대가 없다 보니 저들을 택한 것뿐.
예컨대, 저들을 파면시키고 새로운 인물들을 들여와 봤자 그들 역시 깨끗할 거란 기대가 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무결한 인간이란 게 존재할까?’
수호는 완전무결한 세상 따윈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 유토피아는 책 속에서나 존재하는 거니까.
그러니 최악 대신 차악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선에서 그들을 놔두는 것뿐.
이윽고 김길연이 문을 열고 다시 소장실에 나타났다.
“과장님, 전부 준비시켜 놨습니다. 우선 요청하신 대로 피성열부터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갑시다.”
수호가 김길연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