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266)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266화(266/346)
“여기예요?”
“예, 그렇습니다.”
다음 날.
푹 쉰 수호는 출근하자마자 강슬기와 함께 특수관리 팀에서 마련해 준 저주템 창고로 향했다.
창고는 기존의 자원동 건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보관되어 있는 물건이 물건이니만큼 엄격한 보안 처리가 되어 있다는 점.
물론 수호에겐 큰 의미가 없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수호가 저주템 창고를 둘러보며 말했다.
“금방 마련한 곳치고는 내부 시설이 꽤 괜찮네요?”
“기존에 있던 창고를 비우고 개조한 곳이니까요. 저주템 처리용으로 쓴다니까 다른 부서에서 적극 지원해 줘서 금방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피식 웃었다.
하긴.
다른 것도 아니고 인력과 세금만 좀 먹는 게 저주템인데 어느 부서에서든 환영 안 할 수가 없지.
강슬기가 하나하나 분류해 놓은 저주템들과 관련 서류들을 수호에게 건네며 말했다.
“분류 작업은 물론 문서화까지 마쳤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어차피 금방 소각될 것들이라 크게 의미 없는 작업이긴 한데…… 그래도 문서는 남겨야 하니 어쩔 수 없네요.”
“괜찮습니다. 이까짓 작업이 뭐가 어렵다고요. 혹시 뭐 궁금한 점이나 따로 질문하실 게 있으실까요?”
“아뇨, 없습니다. 혹시 작업하시다가 귀찮은 거 있으면 그냥 이쪽으로 쓱 밀어주세요. 그럼 제가 대충 폐기처리하고 갈아 버릴 테니까요. 아참, 혹시나 해서 여쭙는 건데 여기 보안 장치 중에 CCTV는…….”
“비밀 프로젝트라고 하셔서 일부러 설치 안 했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이용하시면 됩니다.”
“역시 강 팀장님 센스가…… 감사합니다. 덕분에 편히 이용할 수 있겠습니다.”
“하하, 네, 그럼 화이팅입니다.”
이윽고 응원을 마친 강슬기가 조용히 퇴장한다.
홀로 남게 된 수호는 그제서야 산처럼 쌓인 저주템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저주템이 이렇게나 많았나.’
저주템 창고가 마련되기까지 고작해야 며칠이었다.
그런데도 창고에는 벌써 수백 개가 넘는 저주템들이 쌓여 있었다.
그것들을 보며 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만약 정부기관의 개입이 없었다면 이것들은 고스란히 민간으로 흘러갔을 텐데 그럼 이게 저주템인지도 모르고 사용했을 애꿎은 민간인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리 생각하면 여러모로 참 아찔했다.
‘그게 국가기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
수호는 아공간 하우스를 열었다.
그러자 몸을 베베 꼬며 금단 증상에 시달리는 피성열을 볼 수 있었다.
“아, 아이템…… 아이템을 줘…….”
침을 흘리고 손을 벌벌 떨며 눈에는 초점이 없다.
전형적인 메가 크러셔 특유의 아이템 금단증상이었다.
‘저때가 제일 고역이지.’
하지만 주변에 메가 크러셔가 먹을 만한 아이템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메가 크러셔의 숙주인 피성열이 고통받고 메말라 가는 것이다.
수호는 녀석의 목덜미를 잡고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런 다음 산처럼 쌓인 저주템더미로 녀석을 던졌다.
“아, 아이템……!”
무더기로 쌓인 아이템을 본 피성열의 눈이 희번덕거린다.
지금 피성열의 의식은 피성열이 아니었다.
반쯤은 메가 크러셔에게 먹힌 상태.
그렇기에 피성열은 메가 크러셔의 명령대로 저주템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넣기 시작했다.
위치는 당연히 아랫배 부근.
강슬기 때와 같았다.
이윽고 첫 번째 아이템이 메가 크러셔에 들어간 순간이었다.
위이잉!! 까드드드드-
맞물리는 톱날처럼 저주템이 빨려들어 간다.
그렇게 아이템이 갈리고 나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숙주는 진정된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의식의 반절은 날아가 있던 피성열이 겨우 제정신을 되찾았다.
“어…… 어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침을 질질 흘리고 있던 사람이 이제 와서 정신차렸다고 해서 별반 달라 보이진 않는다.
수호가 피성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선배님, 어어 거리지 말고 빨리 일어나시죠.”
“내, 내가 왜 여기에…….”
“하…… 사람 또 두 번 말하게 만드네.”
시간은 금이다.
그러니 아직 1인분도 못 하는 도구의 상태에 맞춰 일을 진행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수호가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피성열의 엉덩이를 한 대 걷어차자 그의 눈이 번쩍 뜨였고 그 모습을 본 수호가 말했다.
“시간 없으니까 빠딱빠딱 움직입시다. 여기 있는 것들 전부 저리로 옮겨요.”
“…….”
“대답 안 하지?”
“아, 알겠습니다…….”
수호의 명령에 아공간 하우스로 저주템을 옮기기 시작하는 피성열.
그렇게 한참 동안 물건을 나르더니 이내 창고에 있던 모든 저주템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수호가 피성열을 다시 아공간 하우스로 밀어넣으며 말했다.
“시간 날 때마다 아이템 가세요. 틈틈이 확인합니다.”
“아, 알겠어.”
“알겠어? 대답이 짧네요?”
“……알겠습니다.”
“이제 정신 좀 차립시다. 아니면 또 정신 차리게 불장난 한번 해 볼래요?”
“아, 아닙니다!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이따가 봅시다.”
그리 말한 수호는 아공간 하우스를 닫았다.
이제 남은 건 그 혼자만의 싸움이다.
‘최소 며칠은 갈갈이 작업해야 등급이 오르겠지.’
갈갈이는 아이템을 메가 크러셔에 갈아 버리는 행위를 뜻한다.
그동안 강슬기가 메가 크러셔를 A등급으로 만들지 못한 건 일상 생활의 영위를 위해 정말 최소치만 갈았기 때문.
하지만 피성열은 조건이 달랐다.
남아 도는 게 시간이고 아이템이니 며칠이면 금방 A등급에 도달할 터.
그리고 메가 크러셔는 그때부터 진정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
“후우…….”
수호는 하던 운기조식을 멈추고 그대로 드러누웠다.
야장의 목걸이 때문이었다.
‘와…… 이게 뭔가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네.’
요 며칠 하루에 두 번은 야장의 목걸이에 마력을 쏟아부은 것 같다.
그런데 어째 될 것 같으면서도 목걸이는 좀처럼 해방되지 않았다.
뭐가 문제일까?
‘혹시 여러 번 나눠서 넣는 건 의미가 없는 건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력을 누적시키는 방식이 아닌 한번에 때려 부어야 하는 그런 구조.
그런 거라면 마력 스탯을 좀 더 쌓고 해야 할 듯 싶었다.
‘뭐가 됐든 시간이 좀 걸리겠군.’
수호는 마력을 적당히 채운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었다.
그도 그럴 게 특수부 특채 모집 기간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이었기 때문.
‘이제부터가 진짜 지옥이지.’
특채 모집 기간 동안 들어온 이력서는 무려 3천 여장.
천 개 언저리에서 끝날 줄 알았던 이력서가 무려 세 배나 불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요 며칠 수호와 정철민은 거의 이력서 검토에만 매달려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도움 요청할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애초에 특수과 인력을 위한 공채이기도 했고 수호가 둘이서 직접 거르자고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기업 공채처럼 학벌이나 자격증 등으로 몇 차례 거를 수도 있지만 그랬다간 진짜 인재를 놓칠 수도 있으니까.’
예컨대, 오직 수호만 알아볼 수 있는 잠재성 높은 그런 인재들 말이다.
그래서 요 며칠 이력서 검토에만 매달려 있었던 것.
그래도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
기억의 도서관으로 꽤 많은 플레이어의 정보를 알고 있었던 터라 문제가 있는 플레이어들을 꽤 많이 걸러냈기 때문이다.
이윽고 협회에 출근하자 의자를 뒤로 젖힌 채 잠든 정철민을 볼 수 있었다.
수호가 부장실 커튼을 걷으며 말했다.
“왜 여기서 주무세요? 혹시 퇴근 안 하셨어요?”
“……어, 새벽까지 이력서 보다가 깜빡 잠들었다.”
“그냥 집 가서 주무시지, 뭐 한다고 여기서 날밤 까고 그러세요.”
“이거라도 내가 해야지, 어차피 실무 교육은 네가 담당해야 될 텐데.”
잠에서 깬 정철민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마시다 만 에너지 음료를 홀짝이며 말했다.
“일단 이것들부터 봐라, 밤새 내가 1차로 거른 애들이다.”
“오, 감사합니다.”
정철민은 생각 이상으로 사람 보는 눈이 좋았다.
그래서 정철민이 1차로 거른 애들은 수호도 딱히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
수호는 얼마간 정철민이 거른 애들을 보던 중 한 플레이어의 이력서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것 봐라? 애가 지원을 했네?’
익숙하기 그지없는 이름에 수호가 피식 웃었다.
이력서를 보다 보면 이런 식으로 생각지도 못 한 인물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이런 인물들 때문에 직접 검토를 놓지 못하는 것이다.
수호가 서류를 챙겨 넣으며 정철민에게 손을 뻗었다.
[ 힐이 발동됩니다. ] [ 리커버리가 발동됩니다. ]화아아!
뿜어지는 빛무리.
수호의 치유를 받은 정철민이 다시 한번 찢어져라 하품하며 기지개를 켰다.
“어우…… 이건 진짜 좋아해야 되는 거냐, 말아야 되는 거냐.”
“그래도 효과는 있잖아요. 정 안 되겠다 싶으시면 요 앞에 사우나서 오침이라도 하고 오세요. 그래야 오후 업무 보시죠.”
“됐어, 잠은 죽어서 자련다.”
“전 분명 권유드렸습니다?”
“됐고, 오늘 내로 후딱 끝내자. 우리 시간 그렇게 안 많아.”
그래도 힐과 리커버리가 효과가 있는지 정철민이 다시 이력서를 든다.
그렇게 한참 뒤, 점심 시간이 지날 때쯤이 되어서야 마침내 1차 검토가 끝날 수 있었다.
“으아…… 다 봤다……!”
“고생하셨어요.”
“1차 검토로 몇 명이나 건졌냐?”
“대충 헤아렸을 때 약 백오십 명 정도?”
“삼천에서 백오십이면 많이 줄였다잉?”
“허수가 많았으니까요.”
“특별히 눈여겨보고 있는 애들은 좀 있냐?”
“예, 뭐. 몇 명 정도? 부장님은요?”
“나야 당연히 걔네들이지.”
“아, 걔네요?”
이번 특채 지원에는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이 참 많았다.
특히 유명인사들이 많이 지원했는데 대체 그 친구들은 박봉인 공무원 헌터에 왜 지원했나 싶을 정도.
정철민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근데 실기 면접은 어떻게 보려고? 네가 맡겨 두라고 해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긴 했다만…… 1차에서 걸러도 백오십인데 괜찮은 대책이라도 세워 뒀냐?”
“예, 있습니다. 확실하게 준비해 뒀으니 걱정 마세요. 그런 의미에서 서류는 더 거르지 말고 이쯤에서 바로 2차로 넘길까요?”
“뭐? 150명 전부를?”
“어차피 어중이떠중이들은 2, 3차에서 알아서 걸러질 텐데요, 뭐.”
“네 의견이 그렇다면야 상관없다만은…… 그럼 일단 보고서부터 꾸려서 나한테 줘라. 아무리 그래도 뭔지는 알아야지.”
그 말에 수호가 인벤토리에서 서류를 꺼내 정철민에게 내밀었다.
“안 그래도 미리 뽑아 왔습니다.”
“그럼 그렇지. 넌 계획이 다 있구나? 그럼 어디 한번 볼까…….”
정철민이 수호가 내민 서류를 얼마간 살핀다.
그러더니 이내 미간을 좁히더니 수호를 다시 쳐다보았다.
“너 이거 진심이냐?”
“네, 진심입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무슨…….”
“다른 곳도 아니고 특수부 아닙니까. 같이 일할 놈들 뽑는 건데 기준이 빡세야 되지 않겠어요?”
“하…… 근데 너 그건 알고 있지? 이번에 9급부터해서 직렬 다양하게 뽑는 거. 능력에 따른 구분은 확실하게 둬야 한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 너 알아서 해라.”
“넵넵, 그럼 바로 실기 준비 마치자마자 서류 결과 공고 띄우겠습니다.”
대답하는 수호의 눈이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