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274)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274화(274/346)
착각이 아니었다.
정말이었다.
장관들을 비롯한 대통령 전부가 가짜였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다들 아이템이나 스킬 효과로 외모를 바꿨다는 것.
다른 사람은 몰라도 수호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아니, 수호가 아니라 기감 좋은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터.
애초에 풍기는 마력 자체가 달랐으니까.
그렇기에 수호는 분노에 눈을 감았다.
화가 났다.
우릴 병신으로 아는 건가?
이럴 거면 굳이 왜 호텔까지 대관해 가며 설명회를 여는 건데?
전생에도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확실히 바로 잡아야 할 게 많긴 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쯤 자연스럽게 대통령이 중심에 앉고 다른 장관들이 옆으로 흩어져 앉는다.
대통령…… 아니, 대통령으로 변장한 대통령 대리인이 말했다.
“그럼 이제 시작하지.”
얼씨구.
꼴에 목소리 변조 아이템까지 썼네?
애초에 비공식 설명회니 식순 같은 건 없다.
허례허식도 없고.
하지만 아무리 공식 석상보다 많은 게 생략되었다고 해도 애초에 대리인이 왔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낭비였다.
이렇게 설명하고 나면 대리인들이 가서 VIP들에게 말을 전할 텐데 그리 되면 또 한번 말이 와전될 게 분명하니까.
‘페이퍼로 보는 것과 남의 말을 통해 듣는 것, 그리고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것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거늘…….’
그래서 별로 설명하기가 싫은 것이다.
수호는 잠시 고민한 끝에 마이크를 들었다.
“그전에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질문?”
“이번 설명회가 국가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비공식 설명회도 마련한 거고 저희가 직접 브리핑까지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데 왜 정작 오셔야 할 분들이 안 오고 엉뚱한 사람들이 온 겁니까?”
“그게 무슨…….”
“아닙니까?”
분노한 수호가 짜증을 뿌린다.
그러자 형용할 수 없는 위압감이 회장을 가득 채웠고 VIP 대리인을 비롯한 관계자들 모두 일순 숨이 턱 막혔다.
대헌협 사람들은 멀쩡했다.
위압 스킬은 조절하려면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은 것이니까.
그때 수호의 기감을 알아챈 정철민이 다급히 말했다.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제가 너무 열이 받쳐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왜! 그게 다 무슨 소리냐고!”
정철민의 다그침에 수호가 위압감을 거두었다.
그러자 곳곳에서 막힌 숨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장관 몇 명의 얼굴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순간적인 압박에 변장 효과를 유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걸 본 협회 사람들의 표정이 휘둥그레 변했다.
“어, 어?”
“이게 무슨……!”
대리인들의 민낯이 드러나자 수호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저 사람들은 가짜입니다. 정확히는 VIP들을 대신해 온 대리인이죠. 그래서 전 이해가 안 됩니다. 이 자리가 어떻게 마련된 자리인데 왜 당사자가 아닌 대리인들을 변장까지 시켜 가며 보낸 걸까요?”
그 말에 정철민을 비롯한 모두가 합죽이가 됐다.
아니, 이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저들에게 대답을 듣고 싶었다.
다행인 점이라면 현 상황에서 임철 협회장이 나서지 않는다는 것.
정확히는 쓸데없는 말이나 행동을 안 했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그 누구보다 줄타기에 진심인 임철이니 멋도 모르고 저들의 대변인 노릇을 하려고 했으면 분노는 배가 됐을 테니까.
협회 사람들의 시선이 대리인들에게로 옮겨지자 겨우 숨을 고른 대리인 중 하나가 한숨을 내쉬며 주변 경호원들에게 눈짓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경호원들이 흩어지며 문을 봉쇄했고 대리인이 말했다.
“어떻게 아셨죠?”
“제 레벨이 곧 200입니다. 모르는 게 이상한 겁니다.”
“그렇군요. VIP가 아닌 저희가 직접 온 이유는…….”
“집어치우고 너희들 정체가 뭐냐?”
수호의 반말.
그 말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럴 수밖에.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갑자기 반말이라니?
정철민은 이미 상식선을 한참 초과한 수호의 행동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수호의 물음에 수호와 이야기를 나누던 대리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반말하지 마시고 예의를 갖추시죠.”
“예의?”
그 말에 수호가 손을 펼쳤다.
[ 블러드 웨폰이 발동됩니다. ]스킬 사용과 동시에 혈검이 손에 쥐여진다.
그것을 본 대리인이 외쳤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뭐하다니? 아직도 사태파악이 안 되나 보네. 야, 그건 내가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냐?”
“뭐요?”
“우린 오늘 비공식 설명회를 하기 위해 호텔까지 대관해 가며 여기 모인 사람들이야. 그런데 사전에 전달도 못 받은 상황에 갑자기 왠 가짜 놈들이 대통령과 장관 행세를 하고 나타나면 내가 너희들한테 굽실거려야 겠냐, 아니면 왠 빌런들이 VIP로 변장하고 접근한 건 아닌지 의심부터 해 봐야겠냐?”
“그건…….”
“야.”
수호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매섭게 눈을 뜨며 말했다.
“좋게 말하니까 장난 같지? 너희는 전부 마력 냄새 풍기는 각성자고 우린 이 나라에서 각성자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야. 그중에서도 난 빌런 놈들 때려잡는 특수부 소속이고. 지금 당장 신분 증명 안 하면 전부 다 바닥에 대가리 처박아 버릴 거니까 그렇게들 알아라.”
겁주는 게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저들이 진짜 VIP들의 대리인이고 미리 사전 공지만 했다면 어느 정도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전 협의도 없이 이따위 태도라면 테러범과 같은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없지.
여긴 그만큼 중요한 자리였으니까.
수호의 살기에 수호와 눈을 맞추던 남자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좋습니다. 전 국정원 소속 반준식 팀장입니다. 여기 있는 모두 국정원 소속 요원들이고요.”
“신분증이랑 공무원증.”
“아니, 국정원 몰라요? 어느 국정원 요원이 신분증과 공무원증을 들고 다닙니까?”
“신분증이랑 공무원증.”
“하…….”
수호의 살기에 결국 그는 신분증과 공무원증을 내밀었다.
수호는 그것을 받아다 확인했다.
가짜가 아닌 진짜였다.
“나머지 사람들도. 물론 경호원들도 포함해서.”
“…….”
수호의 지시에 다들 반준식을 쳐다본다.
환장하겠네, 이와중에 리더의 지시가 중요한 건가?
반준식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들 그제서야 증들을 내밀었다.
수호는 한데 모인 그것들을 힐긋 보더니 그제서야 칼끝을 바닥에 세워 역수로 쥐며 말했다.
“이제 설명하세요.”
“하…… 설명이고 뭐고 단순히 안전을 위해서라고 이런 조치가 취해진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슨 안전요?”
“혹시 모를 테러에 의한 그런 안전요.”
수호가 눈살을 좁혔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말이 안 될 건 또 뭡니까?”
“반준식 씨.”
“예?”
“선 넘지 마세요.”
“예?”
“선 넘지 말라고. 그놈의 안전 때문에 호텔을 대관하고 비밀리에 설명회를 진행하는 거잖아. 그런데도 안전을 염려해서 이런 일을 벌이는 거면 다들 평소에는 어떻게 밖을 돌아다닐 수 있는 건데? 그때도 항상 대리인을 보내나?”
절대 아니다.
그런 거라면 수호도 진작에 알았겠지.
수호는 무려 이번 시간선을 한번 살았던 회귀자.
그리고 이번 생도 전생과 똑같은 시간선을 밟고 있다.
그런 수호의 기억 속에 대리인을 보내 국정 활동을 한 VIP들은 없었다.
적어도 수호가 대리인의 변장을 알아보는 수준이 되었을 때쯤엔 말이다.
“그건…….”
“설령 내보낸다고 해도 좀 과하다는 생각이 안 드나? 대통령이나 장관이 무슨 왕족이나 귀족인가? 나랏일 하라고 앉아 있는 자리들인데 매번 이런 자리마다 대리인을 보낼 거면 그분들은 대체 하는 일이 뭐지?”
“……말씀이 많이 지나치십니다.”
“지나친 건 그쪽 행동들이지. 지금 딱 봐도 각성자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니까 이따위로 행동하는 거 아닙니까.”
“만약이란 게 있잖습니까, 미국 같은 해외에서도 이미 그런 사례가…….”
“무슨 사례요? 지금 말씀하는 사례들 중에 공무원 관계자 중에 VIP들을 테러하려 했던 그런 사례가 있습니까?”
없다.
전생에 그런 사례라면 수호가 이미 꿰차고 있었고 그 정보는 기억의 도서관에 기록되어 있을 테지.
하지만 수호가 아는 한 그런 사례는 없다.
수호의 일침에 반준식은 입을 닫았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준식을 노려보던 수호가 말했다.
“진짜 너무들 하시네, 북한 정벌은 그 누구도 손대지 못하고 있던 건 아닙니까? 이번 건은 까놓고 말해서 인사혁신처에서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우릴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이나 하고 있고 참 웃기지도 않네요. 참 어이가 없습니다. 가장 깨어 있어야 할 윗선이 이따위니까 우리나라 이능협회만 이 모양인 거 아닙니까. 옛날부터 참전용사들 취급도 그렇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을 이따위로 취급하는 건 아마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겁니다.”
장내가 조용해진다.
반박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저들 중 일부는 수호의 말에 얼굴 낯짝이 뜨거워졌다.
심지어 깊이 공감하는 이들도 있었다.
저들 역시 국정원 요원들로서, 이름 없는 별들로 나라의 가장 낮고 어두운데서 일하는 자들이니까.
수호가 말했다.
“가서 VIP들 불러오세요. 아니면 설명회고 나발이고 안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못 박아두겠는데 만약 오늘 일로 저희에게 불이익이 생기거나 말도 안 되는 처분을 내리면 바로 북한 프로젝트 취소하고 오늘 있었던 일 공론화하겠습니다. 직위해제? 내가 그딴 거에 쫄거나 같습니까? 막말로 내가 다른 나라로 이민 간다고 하면 누가 아쉽지? 가서 똑바로 전하세요. 이게 목숨 걸고 게이트 공략하는 국가 헌터에게 할 처우냐고.”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수호가 팔짱을 낀 채 그들을 노려보았다.
빨리 꺼지란 뜻이었다.
그러자 반준식을 필두로 요원들 모두 우루루 나갔다.
요원들이 나가자 긴장이 풀린 협회장과 부협회장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하…….”
“후…….”
정철민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
하지만 자신은 부장이다.
아니, 부장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정철민은 잠시 눈을 감더니 이내 수호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러자 수호도 자리에 앉았고 정철민은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을 물었다.
실내 금연이었지만 여기서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호가 조용히 옆자리에 앉았고 정철민이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이더니 후 뱉었다.
그의 한숨이 허공에 부서진다.
정철민이 물었다.
“이제 어떡할 거냐?”
“뭘 어떡해요. 저희 오늘 업무가 VIP들한테 북한 정벌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거였고 오늘 호텔 홀까지 빌렸으니 오늘 내로 반드시 설명해야죠. 무려 세금으로 빌린 곳 아닙니까.”
“그러다 안 오면?”
“그럼 지들이 협회로 와야죠. 우리가 나라에 충성하는 거지 대통령이랑 장관들한테 충성하는 사람들입니까?”
“그렇긴 한데…… 참 나, 넌 뭐가 그렇게 겁이 없냐? 그 사람들이 안 무섭냐?”
그 말에 수호가 픽 웃었다.
“부장님은 무서우실 것도 참 많습니다. 막말로 대통령이나 장관이 절 죽이길 하겠어요, 뭘 하겠어요. 설마 저 하나 죽이자고 군인들이라도 동원하겠습니까? 진짜 무서운 건 게이트 속에 있습니다.”
“참 나…….”
“부장님도 두려워하지마세요.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한번 깽판쳤어야 했을 일입니다. 막말로 직위해제 당하면 제가 부장님 책임질게요. 저 돈 잘 벌어요.”
“그게 무슨…… 아니다, 됐다. 이제 될대로 되라지. 솔직히 네 말이 다 맞다고 생각한다. 막말로 이런 처우 받아가면서까지 일하고 싶진 않거든. 그래서 고맙게 생각한다. 이건 네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었던 말일 거다.”
“예, 그러니 저만 믿고 따라오십쇼.”
말을 잇던 수호가 임철 협회장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씩 웃으며 엄지를 들자 임철 역시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로부터 얼마 뒤, 진짜 대통령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