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303)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303화(303/346)
“이게 무슨!”
핀은 당황했다.
속성 파워는 2성급 플레이어의 상징이다.
어지간한 스킬보다도 상위 호환에 있으며 성능도 파워도 그 어떤 스킬들보다 강하다.
그런데 눈앞의 남자는 웬 열풍으로 자신의 자랑이자 시그니처 기술인 프로즌 크래쉬의 지정 냉각을 보란 듯이 녹여 버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번쩍!
빛이 번쩍였다.
카메라 플래시라도 터진 것일까?
아니었다.
그것은 카메라 플래시 따위가 아닌 검이 지나간 궤적이었다.
정확히는 혈검이 지나간.
그리고 핀이 그것의 정체를 깨달았을 때쯤, 방패를 들고 있던 팔로부터 강렬한 열감을 느꼈다.
“끄아아아아아!!”
강렬한 열감은 팔이 잘리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팀장님!!”
“팀장!!”
핀의 상태를 본 팀원들이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수호는 무감한 표정으로 눈앞의 시스템 알림을 치웠다.
[ 심장 베기가 발동됩니다. ] [ 강화가 적용됩니다. ] [ 심장 베기의 위력이 한층 더 강해집니다. ]치운 알림은 강화된 심장 베기에 대한 것이었다.
쿵!
잘린 팔은 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래서 방패와 함께 떨어졌다.
물론 방패는 잘리지 않았다.
잘린 건 팔뿐.
겉을 베지 않고 속을 베는 심장 베기 특유의 효과 덕분이었다.
“으아아아아!!”
흥분한 알버트가 검을 치켜들고 수호에게 대시해 들어온다.
수호는 이번에도 무감한 표정으로 아래서 위로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 구름 베기가 발동됩니다. ]번쩍이는 섬광.
동시에 알버트의 움직임도 멈췄다.
서걱!
깔끔한 절삭음.
동시에 알버트의 팔 역시 핀처럼 떨어져 나갔다.
“끄아아아아아!!”
“알버트으으으!!”
검을 들고 있던 팔이 잘리자 알버트가 환부를 부여잡으며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러자 다른 팀원이 알버트를 보며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수호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마지막으로 남은 마법사 플레이어를 칼로 가리키며 핀에게 물었다.
“힐러는 결계 치느라 참전도 못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이쯤이면 충분한 증명이 됐을까요? 아님 저분도 똑같이 베어야지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
환부를 틀어쥔 핀이 수호를 노려본다.
그 눈빛에 수호가 떨어진 핀의 팔을 들어 핀에게 다가갔다.
그런 다음 잘린 환부에 팔을 갖다 대며 스킬들을 사용했다.
번쩍이는 스킬 이펙트들.
동시에 핀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커졌다.
빛이 번쩍이자 그의 잘린 팔이 거짓말처럼 붙었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수호는 대답 대신 알버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핀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팔을 붙여 주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명을 지르던 알버트는 그 과정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직전에 핀의 팔이 붙는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알버트의 팔까지 붙여 준 수호는 귀영창까지 캔슬시켰다.
그리고 활잡이의 관통상까지 치유해 준 후에야 다시 핀에게 물었다.
“대답은요?”
“……졌습니다.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요.”
“속성 파워까지 쓰셨는데 설마 대련이라 봐줬다고 하실 건 아니죠?”
“설마요.”
대답을 마친 그가 자신의 방패를 살펴 보더니 다시 한번 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팔은 분명히 방어구와 함께 잘렸건만 가장 선두에 있던 방패는 거짓말처럼 멀쩡했기 때문이다.
“……세인.”
핀의 말에 긴장한 얼굴로 스킬을 펼치고 있던 세인이 발키리의 전장을 해제한다.
그러자 폐공장 특유의 내부가 다시 드러났고 유엔 플레이어들은 그제서야 묵은 숨을 토해 낼 수 있었다.
수호가 가볍게 목례하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 그래요, 수호 씨도 수고했습니다.”
“그럼 이제 다시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그러죠. 근데 아무래도 술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네, 그래 보이네요. 그럼 아까 거기로 다시 돌아가시죠. 운전은 제가 하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세인, 운전 좀 부탁해.”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모두 좀 전에 있던 바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
“크하아……!”
바 테이블이 아닌 일반 테이블에 앉은 핀이 맥주 한 병을 통째로 비운 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알버트도, 활잡이 맥스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을 본 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진정이 좀 되십니까?”
“예, 술이 들어가니 이제야 좀 진정이 되네요.”
“다행입니다. 계속 진정이 안 되면 제가 따로 조치를 취해 드리려고 했거든요.”
“조치?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멘탈 치유도 제 특기 중에 하나거든요.”
“허…….”
핀이 혀를 내두른다.
눈앞의 남자가 치유사 클래스라는 건 미리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의 검술을 겪고 보니 그의 치유 능력이 새삼스레 대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호가 말했다.
“그럼 이제 다시 본론을 이야기해 볼까요? 아니면 아직 테스트할 게 더 필요하십니까?”
“하하, 아닙니다. 테스트는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무려 저와 제 팀원들을 단신으로 무력화시켰는데 이만한 증명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저도 미국에선 알아주는 탑 랭커 중 하나거든요.”
그런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런데 당장의 레벨만 보면 그럴 것 같긴 하다.
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여기 계신 분들 말고 비밀 입국한 인원들이 더 있습니까?”
“없습니다. 저희가 전부입니다.”
“그럼 이야기 나누기가 더 쉽겠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이번 유엔 방문팀 최고 책임자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당신에게 묻고 싶은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편하게 물어보세요.”
“감사합니다. 수호 씨, 당신은 플레이어로써의 목표가 어떻게 됩니까?”
조심스러운 질문.
그래.
아무리 편하게 이야기한다고 해도 너무 노골적으로 물을 순 없겠지.
수호가 즉답했다.
“국내 인터뷰를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세상 모든 게이트의 종식이 최종 목표입니다.”
게이트의 종식.
그 말에 핀의 표정이 환해진다.
“우리 유엔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우린 그 어느 단체보다 인류의 평화를 추구하는 곳이기에 대격변에 맞춰 많은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예컨대 평화 유지군의 개편 같은 것들 말이죠.”
“평화군에 대해서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이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도요. 제가 유엔에 소속되었으면 합니까?”
수호의 즉문.
생각지도 못한 노골적인 물음이라 핀의 눈이 조금 커졌다.
하지만 수호는 별로 이 대화를 빙빙 돌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주고받고자 하는 말들은 뻔히 정해져 있으니까.
수호의 물음에 그는 상체를 숙이고 테이블 앞으로 몸을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미국인 특유의 손짓을 보이며 조심스레 말했다.
“핵심을 이야기하자면 그렇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비상임이사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정확히 해 주시죠.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이 되는 걸 원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저라는 인력의 운용을 위해서 비상임이사국이 되었으면 하시는 겁니까?”
“그게 중요합니까? 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만큼?”
“예, 저에겐 중요합니다. 어차피 비상임이사국에 대한 최종 결정 방향은 저에게 달려 있잖아요?”
확신에 찬 대답.
허나 부정할 수 없다.
눈앞의 남자는 그럴 만한 가치와 힘이 있는 사람이니까.
핀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안수호 당신을 원하는 겁니다.”
“제가 거절하면요?”
“거절할 생각인가요?”
“그건 모를 일이죠.”
“음.”
거절이란 단어에 핀이 당황한다.
솔직히 말해서 거절은 그의 예상 안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되면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만큼 많은 혜택들도 받기 때문이다.
핀이 물었다.
“왜 거절을 생각하는 겁니까?”
“그럼 역으로 물어보죠. 왜 수락할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비상임이사국이 되면 많은 혜택이 주어져서? 아님 국격이 높아지는 등의 명예 때문에?”
“그건…….”
솔직히 맞다.
그게 아니라면 왜 다들 비상임이사국을 하고 싶어 하겠는가?
수호가 말했다.
“유엔의 취지가 좋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기준에서 그건 허울뿐인 명목이고 결국 현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건 플레이어들입니다. 하물며 유엔 소속이 되면 소속국과 유엔이 협의한 플레이어를 평화군에 포함시켜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리 평화군에 혜택이 많다고 한들 그것이 일류 메이저 민간 길드보다 더 많은 돈과 혜택을 줍니까?”
“결국 당신도 돈입니까?”
“아뇨, 돈과 혜택은 수많은 이유 중 하나일뿐입니다. 근데 전 돈 같은 거 필요 없습니다. 제가 정말 돈이 필요했다면 나라의 녹봉을 먹는 국가 헌터가 아니라 직접 길드를 차렸겠죠.”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강제성이 싫은 겁니다. 저 역시 유엔과 같이 게이트 종식을 목표로 하는 헌터이긴 합니다만, 저 하나 때문에 비상임이사국 지위가 인정된다면 나라가 짋어져야 할 책임이나 의무는 결국 저 홀로 짊어져야 하는 꼴이 아닙니까.”
“대승적으로 생각하면 인류를 위한 일입니다.”
“압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싶다는 겁니다. 막말로 유엔은 그렇게 인류의 평화를 대승적으로 외치면서 왜 북한은 방치했습니까?”
“그건…….”
핀은 할 말을 잃었다.
저 질문에 대해 대답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놀랍게도 북한 역시 유엔 가입국 중 하나였고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나 방치한 것 또한 사실이었으니까.
핀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땐…… 변화된 유엔이 너무 초창기였습니다.”
“시기가 문제입니까? 하지만 북한이 본격적으로 몰락하기 시작한 건 유엔이 개편되고 평화 유지군 또한 평화군으로 바뀐 후죠. 전 자세한 내막 따윈 잘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북한이 특수 국가라지만 어찌 됐든 가입된 소속국을 그리 방치했다는 것에 아무런 정치적 계산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
침묵하는 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몰아붙였나?
술맛이 떨어졌겠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신사적으로 얘기해도 분위기는 똑같았을 터.
하지만 이 자리는 유엔을 혼내는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을 눈앞의 남자가 선택한 건 더더욱 아닐 테고.
수호가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우리나라가 비상임이사국이 되는 걸 별로 원치 않습니다. 특히 저 하나를 보고 비상임이사국을 제안하러 온 것이니 더더욱이요.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거지로 평화군이 될 테고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희생되겠습니까?”
“그럼 최종적으로 거절하는 것입니까?”
“왜 선택지가 두 개만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꼭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이 되어야지만 유엔과 함께 활동할 수 있습니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다른 방법도 있다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예를 들어 용병처럼 저를 빌린다든지, 아니면 자원봉사를 요청한다든지 하는 방법들 말입니다.”
“용병? 아, 아니 자원봉사요?”
“예, 유엔에서 결국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게이트 처리잖아요? 그 처리, 자원봉사자들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제가 개인의 자격으로 말이죠.”
자원봉사자.
그 말에 테이블에 앉은 이들 모두 황당한 표정으로 수호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