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306)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306화(306/346)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
칼부림 악귀는 멍한 표정으로 수호를 보았다.
저 녀석은 대체 뭐 하는 놈일까?
그동안 이곳에서 꽤 많은 도전자들을 보아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앞쪽 결계 안에서 죽었고 그나마 여기까지 온 놈들 역시 단 한 명도 이곳을 넘지 못 했다.
자신의 강인함에 패배한 놈들도 많았지만 결국엔 치고 빠지는 전술에 체력이 다 해 죽음을 면치 못 했다.
그래서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앞의 저 녀석은 분명 이곳의 공략법을 안다.
그리고 단칼에 자신을 베어 넘길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졌다. 두 번 연속 칼질 당하면 자신 따윈 금방 죽어 버릴 정도의.
하지만 그런 힘을 가졌음에도 저놈은 자신을 쫓지 않았다.
대신 다가오면 베었다.
마치 단잠을 방해하는 모기를 내쫓는 수준 정도로.
처음엔 자신을 방심시키기 위해 저런 작전을 펼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녀석의 목적은 자신 따위가 아니었다.
놀랍게도 녀석의 목적은 이곳을 넘지 못 하게 만든 결계에 있었다.
서걱! 파지지짓!
서걱! 파지지짓!
서걱! 파지지짓!
마치 기계 같았다.
자신이 보든 안 보든 녀석은 결계를 썰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은 아닌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기계처럼 칼을 휘두르는 거였으면 반복되는 박자라도 있을진데, 녀석의 칼 휘두르는 타이밍은 제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계속 칼만 휘두르는 것도 아니었다.
“아, 이 느낌이 아닌데.”
때로는 칼을 내려 놓고 머리를 긁적이며 결계를 한참 동안이나 노려보기도 했다.
그래서 참 황당한 것이다.
왜냐면 그동안 숱한 도전자들이 이곳을 방문했지만 단 한 명도 결계 자체를 베려던 놈은 없었으니까.
‘내가 속해 있는 이곳의 내결계는 대악령님께서 만드신 것. 그런 곳을 한낱 인간 따위가 어찌 벨 수 있으랴.’
사실이었다.
앞의 결계들은 이곳의 보스 몬스터인 대악령이 아닌 스테이지 보스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 결계.
하지만 자신이 속해 있는 내결계는 그 다음 단계가 바로 대악령의 영역이기 때문에 대악령이 직접 만든 것이었다.
그렇기에 계속 지켜만 볼 순 없었다.
여기가 뚫리면 바로 대악령의 차례였으니까.
그래서 계속 덤볐다.
하지만.
서걱!
이젠 어느 정도 가까워지기만 해도 칼날이 날아온다.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피하려고 많은 시도들을 했지만 놈의 칼날은 자석이라도 달린 건지 거짓말처럼 자신을 두동강 냈다.
“씨이…….”
겨우 몸을 피한 칼부림 악귀가 회복을 위해 몸을 추스른다.
그리고 또다시 도전할 생각이었다.
*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났을까?
또 한 번 베이고 난 칼부림 악귀가 적당히 밀려나 몸을 추스린다.
이젠 멀리 도망가지도 않았다.
녀석이 공격하지 않는 적정 거리를 두고 몸을 회복했다.
그리고 다시 덤볐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회복할 차례.
회복하는 동안 잠을 청하는 건 아니었다.
운기조식을 하듯 눈을 감고 회복에 집중하는 것.
그렇다 보니 귀는 항상 열려 있었다.
서걱! 파지지짓!
서걱! 파지지짓!
서걱! 파지지짓!
같은 소리의 반복.
검은 휘두르나 결계를 뚫지 못해 스파크가 튄다.
녀석의 행동에 대해선 더 이상 의문을 갖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제는 역으로 저놈을 쓰러뜨릴 생각만 했다.
그때였다.
서걱! 파지짓!
회복에 집중하던 칼부림 악귀가 슬쩍 눈을 뜬다.
뭐였지, 방금?
잘못 들은 건가?
분명 계속 듣던 것과는 묘하게 다른 소리가 났는데?
아니겠지.
다르긴 뭐가 달라.
저건 무려 대악령님께서 만든 내결계.
무식하게 휘둘러 벤다고 해서 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 생각하며 다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서걱! 파짓!
또 한 번의 소음.
그러나 그 소리에 칼부림 악귀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번쩍 뜰 수밖에 없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확실했다.
소리가 변했다.
설마 그럴 리가?
그러나.
서걱! 파짓!
“……!!”
확실했다.
소리가 변했다.
놀란 칼부림 악귀는 서둘러 녀석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물론 거리는 좁히지 않았다.
저놈도 그걸 아는 건지 자신이 아까보다 거리를 좁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쪽으로는 조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대신 다시 한번 결계를 베기 위해 겨눔세를 취했다.
꿀꺽-
긴장하는 칼부림 악귀.
삼킬 수도 없는 침이 넘어간다.
그리고 수호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서걱!
휘둘러진 검.
그다음은.
핏!
“……!!”
훨씬 짧아진 소리.
덩달아 결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수호는 모를 수도 있으나 스테이지 보스인 자신의 눈에는 확실하게 보였다.
대악령이 만든 대결계에 자그마한 흠집이 나는 것을.
그때, 수호가 비릿하게 웃으며 중얼였다.
“아, 이제 좀 감이 잡히네.”
감이 잡힌다고?
무슨?
이윽고 수호가 한 번 더 검을 휘둘렀다.
서걱!
말끔하게 휘둘러진 검.
그리고.
파사삭!
대악령이 만든 결계는 마침내 누가 봐도 그 차이를 뚜렷이 알 수 있을 만큼 확연한 생채기가 아로새겨졌다.
동시에 수호의 입에도 환한 미소가 걸렸다.
“그래, 이거지. 바로 이 감각이지.”
웃던 수호가 또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 순간.
촤아아아악!!
강렬한 절삭음.
그와 동시에 대결계 전체가 비눗방울 터지듯 갈라지며 그 모습을 감추었다.
“……!”
그 모습을 본 칼부림 악귀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그리고 수호의 눈 역시 적당히 커졌다.
[ 당신의 검술에 대한 이해도는 그 누구보다도 높습니다. ] [ 시스템은 당신의 뛰어난 검술 실력을 인정하여 당신의 노력을 완전히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 [ 검의 이해가 발동됩니다. ] [ 축하드립니다! 고리 자르기(B)를 터득하셨습니다. ]몇 개의 시스템 알림.
그것을 본 수호의 눈이 반짝 빛났다.
‘드디어!’
수호가 작게 환호한다.
고리 자르기는 칼로 벨 수 없는 것을 자르게 해 주는 검술이었다. 예컨대 마법이나 스킬 같은.
그래서 수호검술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기술을 다시 손에 넣은 것이다.
‘200레벨도 전에 고리 자르기라.’
이건 정말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그도 그럴 게 전생의 수호가 고리 자르기를 깨우쳤을 땐 무려 3성급 플레이어였을 때였으니까.
역시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그때였다.
“시에에에에에!!”
대결계가 갈라지마자 다급함을 느낀 칼부림 악귀가 수호에게 달려들었다.
칼부림 악귀의 기척을 읽은 수호가 고개를 돌려 녀석을 보았다.
“그래, 아직 네가 남아 있었지.”
그냥 무시하고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녀석이 명을 재촉했다.
그럼 무시하면 안 되지.
칼부림 악귀가 수호에게 여덟 개의 칼을 들이민 순간이었다.
스르르-
천천히 움직이는 수호의 검.
그것은 하얗게 빛났다.
홀리 인챈트가 발동된 것이다.
그리고.
서걱!
일도양단(一刀兩斷).
천천히 움직이던 검이 일순간 빠르게 움직여졌다.
새하얀 검은 기다란 궤적을 남겼다.
이번에도 칼부림 악귀는 반으로 양단됐다.
치명타는 아니었다.
이번에도 빈사 상태에서 끝난 수준이었다.
몸이 움직여질 때까지만 해도 칼부림 악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
칼부림 악귀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분명 움직여야 할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잘린 몸뚱아리 절반은 허공에 스러 사라졌고 남은 절반은 갑자기 무쇠추라도 걸어 놓은 것처럼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뒤집힌 거북이처럼 옴짝달싹 못 하는 녀석을 보며 수호가 옅게 웃었다.
“왜? 몸이 네 맘대로 잘 안 움직여져?”
“시에에에!!”
“당연히 그렇겠지. 내가 좀 전에 네 상시발동 스킬들을 전부 베어 버렸으니까.”
“……?!”
수호의 말에 칼부림 악귀의 눈이 튀어나올듯이 커졌다.
상시발동 스킬들을 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칼부림 악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럴 수밖에.
녀석은 플레이어가 아닌 게이트에 셋팅된 몬스터. 그리고 몬스터는 스킬 개념을 모르는 NPC와 같다.
그렇기에 수호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 고리 자르기가 발동됩니다. ] [ 대원한의 칼부림 악귀의 혼령보가 파괴되었습니다. ] [ 대원한의 칼부림 악귀의 영혼회복이 파괴되었습니다. ] [ 대원한의 칼부림 악귀의 여덟 팔의 저주가 파괴되었습니다. ]녀석이 가지고 있던 지속 스킬 세 가지가 파괴되었다는 알림들이.
수호가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 홀리 인챈트가 발동됩니다. ]칼날에 신성한 광휘가 맺힌다.
검을 든 수호가 따뜻하게 말했다.
“그래도 영광인 줄 알아. 네가 고리 자르기 마수걸이를 해 준 셈이니까.”
서걱!
비릿한 비명과 함께 촛불 꺼지듯 사라지는 칼부림 악귀.
수호는 습관적으로 칼날을 털어 낸 뒤, 직접 갈라 없애 버린 대결계 너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볼 수 있었다.
[ 보스룸에 입장하셨습니다. ]짤막한 알림.
마침내 라스트 스테이지에 도달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사위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쇄아아아아……!
바뀐 풍경에는 온갖 검은 나무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그것들은 몰아치는 강풍에 악령 씌인 인형처럼 쉴틈없이 몸들을 들썩였고 곳곳에선 악령 특유의 고스트 피어들이 울려 퍼지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하물며 고스트 피어는 분위기 조성용도 아닌 진짜 고스트 피어들이었다.
[ 고스트 피어를 들으셨습니다. ] [ 용혈이 발동됩니다. ] [ 드래곤 블러드의 용의 정신 효과에 의해 피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 [ 고스트 피어를 들으셨습니다. ] [ 용혈이 발동됩니다. ] [ 드래곤 블러드의 용의 정신 효과에 의해 피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
계속 떠오르는 메세지들.
수호는 관련 알림을 껐다.
그때였다.
[ 보스 몬스터가 등장합니다. ]보스 몬스터의 등장 알림.
그와 동시에 수호의 눈앞에 여태 본 고스트계 몬스터들 중 가장 커다란 덩치를 가진 보스 몬스터가 그 존재를 알려 왔다.
– 악산의 주인 Lv.201
덩치만 큰 게 아니었다.
레벨도 높다.
무려 201레벨.
화산섬의 문지기 이후 오랜만에 보는 2성급 몬스터였다.
악산의 주인이 수호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 감히 내 영역을 침범한 놈이 네놈이로구나.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
고작해야 말을 했을뿐이다.
그런데도 그 효과는 상당했다.
[ 고스트 하울링을 들으셨습니다. ] [ 용혈이 발동됩니다. ] [ 드래곤 블러드의 용의 정신 효과에 의해 피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과연 2성급 몬스터.
그 위용이 남다르다.
물론 수호에게 적용되지는 않았다.
수호에겐 피어 효과에 대한 면역기인 드래곤 블러드가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수호는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녀석이 화산섬의 문지기보다 강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눈앞의 괴물은 끽해야 일반 몬스터고, 화산섬의 문지기는 히든 게이트 소속의 몬스터였으니까.
이윽고 악산의 주인이 여섯 개의 거대한 팔들을 꺼내 들어 올렸다.
“이곳에 들어온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고스트 하울링과 함께 뿜어지는 선전포고.
녀석의 여섯 주먹이 동시에 수호에게로 뻗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