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35)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35화(34/346)
시야가 점멸되고 주변이 바뀐다.
한적한 숲속.
그 사이에 난 오솔길 하나.
과거에 보았던 무명검 게이트 그대로였다.
‘오랜만이네.’
그렇게 추억에 젖어 주변을 돌아보고 있을 무렵.
“케륵, 케륵!”
몬스터의 울음소리.
고블린의 것이었다.
소리가 난 방향을 쫓아 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고블린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래, 여긴 고블린들이 있지.’
하지만 저 녀석들은 그저 눈속임용일 뿐이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진짜 싸움 전에 몸을 풀라는 의미에서 마련된 몸풀기용 몬스터들이었다.
수호가 손을 뻗어 스킬을 발동시켰다.
[ 블러드 웨폰이 발동됩니다. ]그러자 손아귀에 혈액이 결집되며 혈검이 생성되었고.
“케륵! 케륵!!”
생성된 혈검에서 적의를 감지한 고블린들이 하던 행동들을 멈추고 수호에게 덤벼들었다.
수호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녀석들이 반경에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허리를 숙인 후 딱 한 번 검을 휘둘렀다.
[ 발도가 발동됩니다. ]석!
빠르게 갈라지는 공기 절삭음 소리.
이윽고 검의 속도를 쫓아오지 못한 혈검의 붉은 잔상이 허공을 스쳤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푸뷰뷰붓!
[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 [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 [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 [ 고블린을 처치하셨습니다. ]……
수호는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수많은 고블린을 몰살시킬 수 있었다.
수호는 사방에 널브러진 고블린들의 사체를 향해 혈검을 들었다.
[ 흡혈이 발동됩니다. ]수아아!
바람이 빨려 들어오는 듯한 소리.
치켜든 혈검이 옅게 발광하더니 이내 사위에 뿌려진 고블린들의 혈액을 블랙홀처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조리 빨아들였다.
혈검을 통해 흘러들어온 혈액이 혈옥으로 집결된다.
혈옥이 채워지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다지 도움은 되지 않았다.
흡수한 피가 평범한 고블린들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절걱-
무거운 쇠마찰 소리.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틀어 보니 해질 대로 해진 망토에 얼굴 전체를 가리는 낡은 투구를 착용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알림 하나가 떠올랐다.
[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였습니다. ]그래.
거지와 다를 바 없는 몰골을 한 저 낡은 검사가 바로 무명검 게이트의 주인이었지.
수호는 녀석의 머리 위에 적힌 네임 카드를 보았다.
– 이름 없는 검사 Lv.???
이름 없는 검사.
그게 녀석의 이름이었다.
그렇기에 녀석은 처음엔 무명 검사라고 불렸다.
그도 그럴 게 게이트의 이름도 무명검이었으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녀석은 레벨이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이유?
그런 건 모른다.
왜 그런 건지는 오직 시스템만이 알겠지.
다만 그의 레벨이 정확히 표기되어 있지 않았기에 어떤 사람들은 그를 우습게 보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건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다.
스릉!
무명 검사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와 동시에 스킬 하나가 발동되었다.
[ 이름 없는 검사의 전장이 발동됩니다. ] [ 이름 없는 검사의 전장이 발동되는 동안 이름 없는 검사의 상태창이 도전자와 똑같은 상태가 됩니다. ] [ 이름 없는 검사의 전장이 발동되는 동안 영역 안의 모든 전투자는 ‘검’ 외외의 무기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 [ 이름 없는 검사의 전장이 발동되는 동안 영역 안의 모든 전투자는 ‘검술’이외의 스킬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시작됐다.
이름 없는 검사의 전장.
그것은 무명 검사의 전용 스킬이자 무명검 게이트의 난이도를 극악으로 올리는데 많은 지분을 차지한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그래, 모든 게 다 저것 때문이었지. 저 말도 안 되는 불공정한 스킬 하나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죽임을 당했고.’
이름 없는 검사의 전장.
도전자는 검과 검술 외엔 아무것도 사용하지 못한다.
그에 대한 페널티로 이름 없는 검사는 도전자와 같은 피지컬을 갖춘 상태로 싸우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이름 없는 검사에게 있어 페널티가 아니었다.
‘페널티는 무슨, 저건 상대를 더 즐겁게 농락하기 위한 기만일 뿐.’
이름 없는 검사의 전장에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하나.
바로 상대보다 더 뛰어난 검술뿐이었다.
그렇기에 이름 없는 검사는 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를 죽인 후부터 사람들에게 검술의 황제…… 즉, ‘검황’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수호가 혈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검황아, 오랜만이다.”
그 순간.
쾅 – !
수호의 인사말과 동시에 검황이 커다란 발구름과 함께 수호를 향해 뿜어지듯 들이닥쳤다.
동시에 목젖을 향해 쇄도하는 칼날.
수호는 몸을 비틂과 동시에 혈검을 치켜 올려 녀석의 칼날을 밀어냈다.
챙캉!
낡은 칼날과 혈검 사이에 불꽃이 튀어오른다.
묵직한 힘.
떨리는 칼날.
누가 감히 저걸 낡은 칼이라고 생각할까?
수호는 안다.
저 낡은 칼 한 자루조차 상대를 기만하기 위한 기믹이라는 걸.
하지만 그 모든 거짓된 속임수 속에서도 딱 한 가지 진실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랫동안 갈고닦아 온, 그 어느 검사보다도 뛰어난 검황의 압도적인 검술 실력이었다.
‘그래서 검황이란 별명이 붙게 된 거지.’
챙캉!
칼날을 쳐낸 수호가 바로 검을 붙여 칼날과 함께 검황을 밀어냈다.
밀어내는데는 많은 힘이 요구됐으나 그렇다고 못 밀어낼 정도는 아니었다.
현재의 검황은 수호와 똑같은 상태창을 가진 상태였으니까.
그러자 밀려난 검황이 기술 좋게 몸을 틀어 밀려난 거리를 최소화했다.
노련하기 그지없는 움직임.
오랜만에 보는 몸놀림임에도 수호는 자기도 모르게 옅게 감탄했다.
‘역시 검황이군.’
이어서 바로 반격해 오는 검황.
이번에는 아까와 다른 형태로 접근해 왔다.
이것이 검황이 가진 진짜 무서움이었다.
그의 검술은 일편화되지 않았고 상대에 따라 여러 가지 전술을 보일 수 있을 만큼 선택지가 많았다.
그렇기에 검황은 그런 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농락하며 유린했다.
같은 조건에 같은 무기를 든, 얼핏 보면 공평하기 그지없어 보이나 실은 그 누구보다도 불공평한 전장 속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것으로 상대를 농락하고 옭죄다 끝끝내 목숨까지 거두어 가는.
그래서 이곳은 난이도 S급의 봉인 게이트로 지정된 것이다.
검술보다는 총검술이 익숙하고 총검술보다는 주먹질이, 주먹질보다는 펜대가 더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검황의 검술은 감히 따라할 수 없는 진짜배기였으니까.
하지만.
서걱!
수호는 자신에게 접근해 오는 검황을 향해 반 박자 먼저 들어가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녀석의 신체가 일순 균형을 잃더니 속절없이 수호에게 유효타를 허락했다.
절거덕- 쾅!
가슴을 사선으로 베인 검황은 커다란 발돋움과 함께 순식간에 뒤로 거리를 벌렸다.
당황한 모양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여태껏 압도하듯 모두를 잡아먹다 처음으로 유효타를 먹인 상대를 만난 것이니.
녀석의 당황한 모습을 본 수호가 검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왜? 당황스러워?”
“…….”
대답하지 않는 검황.
대신 녀석은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 모습을 본 수호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넌 죽을 때까지 끝끝내 말 한마디 안 하더라.”
그리고 수호의 말이 끝난 순간, 검황은 또다시 수호와 거리를 좁혔다.
붕!
귓전에 울리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
날카롭다.
저돌적이다.
허나.
챙캉!
“……!”
검황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이번에는 더없이 날카로웠다고 생각한 일격일진대 거짓말처럼 보란 듯이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검을 맞댄 수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일곱 번이다. 내가 널 꺾기 위해 다시 도전한 횟수가.”
“……?!”
수호의 말을 알아들은 걸까?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녀석은 도전자의 말에 그 어떤 대꾸도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파장으로 수호는 알 수 있었다.
녀석이 적잖게 동요하고 있음을 말이다.
수호는 막아낸 칼날을 비비듯이 끌어 올린 후 서로의 검이 떨어지자마자 순식간에 검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 참수가 발동됩니다. ]참수가 발동되었다.
그리고 스킬 알림음과 함께 그어 내려진 칼날을 따라 붉은 선 하나가 뒤늦게 꼬리처럼 따라붙었다.
동시에 붉은 선 사이에 있던 검황의 왼팔이 갈라지며 틈 사이로 허공을 만들어냈다.
서걱!
녀석의 왼팔을 자르는데 성공한 것이다.
잘린 왼팔은 단면을 따라 잠시 아래로 기울어지더니 중력이 끌어당기기 직전 허공에 한 번 멈추었다.
그리고 수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몸을 회전시켜 그것을 뒤돌려 차기로 멀찍이 걷어차 버렸다.
쿠당탕!
잘린 왼팔은 갑옷이었다.
그렇기에 그것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빈 깡통처럼 요란한 소리를 냈다.
아니, 따지고 보면 빈 깡통이 맞았다.
잘린 왼팔 속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으니까.
위험을 느낀 녀석이 다시 뒤로 물러난다.
수호가 외팔이 된 녀석을 보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었지. 그 갑옷 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하고. 근데 내가 처음으로 그 안을 확인했을 때 얼마나 실망했는지 알아?”
절그럭-
대답 대신일까?
수호의 말에 녀석의 갑옷이 낡은 소리를 내며 삐거덕거린다.
아마도 우연이겠지.
그렇기에 수호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정말 많이 실망했다. 다들 무명 검사니 검황이니 모두가 네 실력을 칭찬했지만 그 실상은 고작해야 검귀의 망령이었으니 말이야.”
말을 마친 수호는 이번엔 자신이 먼저 검황을 향해 달려들었다.
검황은 검을 들어 바로 방어 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수호가 거리를 좁혀 들어오기 직전 방어 태세에서 검을 휘둘러 반격을 가했다.
들어올 타이밍을 노려 휘두른 반격기였다.
하지만 수호는 이 또한 알고 있었다.
이 반격기에 몇 번이나 죽을 뻔했으니까.
그렇기에 검이 휘둘러질 궤적을 정확히 계산해 그 직전에 돌진을 멈추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쉭!
휘둘러진 반격기가 허공을 가른다.
녀석의 오른팔이 충분히 돌아간 후 수호는 그제서야 아껴 두었던 공격을 사용했다.
이번에 노린 건 녀석의 오른쪽 허벅지였다.
꺼걱!
허벅지를 감싼 두꺼운 갑옷이 꽤나 묵직한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
완벽하게 베었다는 느낌이 들자마자 수호는 이번에도 녀석의 허벅지를 발로 걷어차 무너뜨렸다.
그러자 이번에도 텅 빈 내부가 드러났고 당황한 녀석은 외발로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비틀거리진 않았다.
녀석은 처음부터 외발로 태어난 것처럼 아주 바른 자세로 하나뿐인 팔까지 들어 겨눔세를 취했다.
왜?
간단했다.
녀석은 애초부터 근육에 의해 움직이는 몸뚱이가 아닌 망령의 의지로 사지가 접합된 갑옷 몸뚱이 그 자체였으니까.
수호가 다시 검을 들며 말했다.
“쯧쯧,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 기믹인 놈. 그래도 너한테는 크게 고마움을 느낀다. 덕분에 수호검의 초석이 탄생했으니까 말이야.”
그랬다.
칠전팔기의 도전 끝에 끝끝내 수호가 녀석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모든 게 속임수와 불공평함으로 점철된 녀석이지만 그럼에도 수호가 녀석을 검황이라고 불러 주는 이유.
그것은 녀석이 가진 검술 실력만큼은 진짜배기였고 수호의 검술 실력은 녀석 덕분에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름 없는 검사는……
아니, ‘검황’은…… 수호를 ‘검신’이라 불리게 한 장본인이자 수호를 세계적인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한 수호의 실질적인 검술 스승이었다.
“잠깐이지만 만나서 반가웠다.”
수호가 다시 한번 녀석과 거리를 좁힌다.
녀석은 하나뿐인 외발로 잘도 회피 기동을 시작했지만 애석하게도 수호가 창시한 수호검의 수호보법은 녀석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추격보법에서 탄생한 발놀림이었다.
[ 참수가 발동됩니다. ]순식간에 녀석을 따라잡은 수호의 칼날이 녀석의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일도양단으로 내질러진다.
그리고.
[ 이름 없는 검사를 처치하셨습니다. ]수호는 200명도 넘게 학살한, 한때 ‘검황’이라 불렸던 놈을 다시 한번 죽이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