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Sword God-Rank Civil Servant RAW novel - Chapter (42)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40화(191/346)
그로부터 약 5분 전.
수호는 스퀘어에 입장해 깔끔하게 정리가 된 내부를 거쳐 입구 포탈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포탈에 발을 들였다.
[ 게이트에 입장합니다. ] [ 게이트 정보를 불러옵니다. ] [ 절망의 늪 ]– 입장 조건 : 누구나.
– 최대 입장 인원 : 제한 없음.
심플하기 그지없는 입장 정보.
레벨 제한도, 인원 제한도 없는 이곳은 그동안 무명검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냈던 곳이다.
이유는 모른다.
여기서 살아 돌아온 이가 여태껏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귀환이 가능한 곳인지 내부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는 게 현재의 절망의 늪이지.’
허나 수호는 이곳에 무엇이 있는지, 이곳이 어떤 곳인지 잘 안다.
그렇기에 고민 없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게이트에 입장하자 주변 풍경이 일순 바뀌더니 이내 커다란 동굴 내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앞에는 직선으로 된 위로 향하는 커다란 계단이 하나 보였는데 그 끝에는 찬란한 빛을 내뿜는 문이 하나 있었다.
그 문의 정체는 다름 아닌 바깥으로 향하는 ‘출구’.
쉽게 말해 저기에 들어가면 게이트가 클리어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태껏 그 누구도 이곳을 공략하지 못했지.’
수호는 찬란하게 빛나는 탈출문에서 시선을 내려 그 아래 펼쳐진 계단들을 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계단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기이한 형상의 석상들을.
그것은 망부석의 그것을 연상케 했는데 수호는 그것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저건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저것들은 모두 절망의 늪에 도전했던 사람들이다.’
절망의 늪에는 몬스터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출구 포탈까지 이어진 눈앞의 긴 계단이 게이트의 시련이었다.
절망의 계단.
그것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그것을 그리 불렀다.
‘한 계단, 한 계단 디딜 때마다 사람들에게 끝없는 공포와 절망을 심어 주는 정신계 트랩이 설치된 아주 무서운 계단이지.’
그래서 이곳을 공략하는 방법은 강력한 정신 보호 스킬이나 관련된 아이템을 소지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최소 S급으로 말이지.’
그래서 이곳의 이름이 절망의 늪인 것이다.
늪은 잘못 발을 디디는 순간 끊임없이 빠져들어 결국 잠겨 죽고 마니까.
석상이 되어 굳은 이들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다.
절망의 계단에 붙잡힌 이들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할 만큼 깊은 감정의 좌절을 느끼게 되니.
‘뭐, 나한텐 아무런 소용 없는 것이지만.’
수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첫 번째 계단 위에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슈아아!
일순 쿵! 하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 절망의 계단을 밟으셨습니다. ] [ 깊은 절망이 당신에게 드리웁니다. ]예상대로 계단의 절망이 수호를 잠식하려 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 용혈이 발동됩니다. ] [ 드래곤 아머의 용인 효과에 의해 정신 오염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시스템 알림창을 본 수호는 피식 웃었다.
그래.
내게는 용혈이 있다.
그 어떤 정신계 디버프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절대적인 면역 스킬, ‘용혈’이 말이다.
알림을 본 수호는 다시 한번 계단을 내디뎠다.
[ 절망의 계단을 밟으셨습니다. ] [ 깊은 절망이 당신에게 드리웁니다. ] [ 용혈이 발동됩니다. ] [ 드래곤 아머의 용인 효과에 의해 정신 오염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같은 알림.
다음 계단도.
그다음 계단도 마찬가지였다.
수호는 마실 나온 사람처럼 가볍게 계단을 올랐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석상을 보았고 계단 옆에는 통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옆으로 밀려난 석상이 된 다른 시체들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중반까지였다.
계단의 후반부에는 석상은커녕 돌 부스러기 하나 볼 수 없었다.
절망의 계단은 한 칸씩 높아질수록 더더욱 절망의 강도가 강해지기에 여기까지 도달한 이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수호는 달랐다.
수호는 걷고 걸어 마침내 마지막 계단에 이르렀을 때도.
[ 절망의 계단을 밟으셨습니다. ] [ 깊은 절망이 당신에게 드리웁니다. ] [ 용혈이 발동됩니다. ] [ 드래곤 아머의 용인 효과에 의해 정신 오염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여전히 용혈의 보호를 받아 자신의 정신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다.
수호는 출구 포탈을 내딛기 전,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 석상이 된 사람들을 보았다.
‘미안합니다. 모두 데리고 가지 못해서.’
수호는 이곳을 최초로 공략한 사람이 누군지 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수행자’란 이명을 가진 무도가 플레이어였는데 그는 강력한 정신계 면역 특성을 가진 자로, 놀랍게도 몇백 일에 걸쳐 이곳을 공략한 사내였다.
‘계단 하나를 내디딜 때마다 자신을 엄습하는 절망과 싸웠다고 했지.’
그래서 수백 일이 걸린 것.
그는 수백 일에 걸쳐 이곳을 공략했기에 종국엔 이곳의 피해자들을 어여삐 여겨 시체라도 수거해 가고자 석상을 들어 옮기려고 했다.
만약 가능하다면 이들을 바깥으로 옮겨 치유사들에게 치료받게 하기 위해서.
허나 이곳에서 석상이 된 이들은 건드리기만 하면 모래먼지가 되어 바스러 사라졌다.
그래서 결국 아무도 구하지 못한 채 홀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수호는 감히 저들을 건드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대신 합장하여 저들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계단을 지나 탈출문이 있는 맨 위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 게이트가 공략되었습니다. ] [ 게이트 공략의 MVP는 ‘안수호’ 님입니다. ] [ MVP 선정으로 추가 경험치가 제공됩니다. ] [ MVP 선정으로 보너스 스탯이 1개 제공됩니다. ] [ 그 누구도 공략하지 못한 게이트를 혼자 공략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 [ 대단한 업적을 달성하여 시스템이 당신에게 보너스 스탯을 5개 선물합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모든 스탯이 1 올랐습니다. ] [ 보너스 스탯을 1개 획득하셨습니다. ]포탈 앞에 도착한 순간, 게이트가 공략되었다는 시스템 알림이 쏟아졌다.
그와 동시에 레벨 하나가 올랐고 각종 보너스 스탯들이 부여됐다.
처치한 몬스터의 이름은 없었다.
애초에 이곳에는 몬스터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난이도 자체가 있는 곳이다 보니 몬스터 한 마리 없어도 막대한 경험치를 주어 레벨 하나가 올랐다.
그러나 수호가 원하는 건 아직이었다.
그때였다.
[ 게이트 공략의 MVP에게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 [ 희로애락의 반지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을 본 수호는 그제서야 웃었다.
그래.
내가 이곳에 온 이유.
절망의 늪은 현재의 수호가 가장 공략하기 쉬운 봉인 게이트이기도 했지만, 오직 이곳에서만 습득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수호는 획득한 반지의 정보를 확인했다.
[ 희로애락(喜怒哀樂)의 반지 ]– 등급 : S
# 절망의 늪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보물.
# 희로애락의 반지를 착용할 경우 원하는 대상이 내뿜는 가장 강렬한 감정 상태를 색깔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 희로애락의 반지는 대상의 가장 강렬한 감정으로부터 화이트(긍정적인 에너지)와 블랙(부정적인 에너지)을 추출해 저장할 수 있으며 저장된 에너지를 다른 대상에게 부여할 수 있다. 이때, 지속시간은 알 수 없다.
S급 아이템인 희로애락의 반지.
과거, 수행자가 가지고 있던 보물.
그는 이것을 통해 자신을 끝없이 발전시켰을 뿐만이 아니라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수많은 사람을 구제해 주었다.
‘이게 있으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몬스터든 모든 존재의 감정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니까.’
그렇기에 그는 끝끝내 이것을 빌런들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희로애락의 반지는 사용하기에 따라 백신이 되기도 하지만 아주 악랄한 맹독이 되기도, 끔찍한 테러 용품이 되기도 하니까.
그렇기에 수호는 자신이 반드시 희로애락의 반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자신에게 이게 있으면 빌런들에게 빼앗길 일은 없을 테니까.
정보 확인을 마친 수호는 그것을 손가락에 착용했다.
그러자 반지는 최초의 무무무처럼 딱 맞게 줄어들더니 이내 투명하게 사라졌으며 종국에는 손으로도 만져지지 않게 완전히 사라졌다.
반지를 착용한 수호는 몸을 돌려 허리를 숙였다.
그런 다음 자신이 딛고 온 마지막 계단에 손을 뻗었다.
[ 절망의 계단을 밟으셨습니다. ] [ 깊은 절망이 당신에게 드리웁니다. ] [ 용혈이 발동됩니다. ] [ 드래곤 아머의 용인 효과에 의해 정신 오염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러자 가장 먼저 계단의 정신 오염 시도가 있었고 용혈이 그것을 막아 주었다.
그다음엔.
[ 희로애락의 반지가 대상의 가장 강렬한 감정에 반응합니다. ] [ 대상으로부터 감정을 흡수하시겠습니까? ] [ 흡수할 수 있는 감정은 ‘블랙’입니다. ]희로애락의 반지가 반응했다.
수호는 시스템의 물음을 수락했다.
그러자.
[ 대상으로부터 감정을 흡수합니다. ]슈아아!
아이템 효과가 발동되며 거무튀튀하던 계단으로부터 탁한 기운이 수호의 손아귀로 빨려들어 왔다.
그러자 반지가 저장할 수 있는 최대치의 블랙 에너지가 저장되었다.
물론 계단은 여전히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다.
고작 에너지 조금 추출했다고 해서 정화될 계단이 아니었으니까.
‘슬슬 나가 보실까.’
희로애락의 반지와 최대치의 블랙을 손에 넣은 수호는 비로소 포탈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
밖으로 나온 수호는 시간을 확인했다.
시계를 보니 5분도 지나지 않았다.
‘이 정도 기록이면 국내에선…… 아니, 전 세계적으로 봐도 가장 최단기간에 S급 게이트를 클리어한 사람이 되겠군.’
아마도 기네스 기록에 오를 테지.
수호는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고 이내 스퀘어 문이 열리며 호들갑 떠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수호 씨!”
“안 프로님!!”
정철민과 조진휘가 가장 먼저 달려든다.
두 사람은 마치 산삼이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몹시 기뻐했고 홍보팀장과 스퀘어 책임자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넋이 나가 있었다.
허나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에게서 보이는 감정의 아우라가 모두 긍정적임을 뜻하는 하얀색이라는 것.
정철민과 조진휘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수호 씨는 진짜 어떻게 사람이 이렇습니까? 4분 17초에요! 무려 4분 17초 만에 봉인 게이트를 클리어했다구요!”
“이건 세계적인 기록입니다! 이런 건 당장 단독보도로 내보내야 해요!”
“대체 비법이 뭔가요? 여긴 무명검보다 더 위험하다고 지정된 곳인데 대체 어떻게……!”
쏟아지는 질문에 수호는 진정하라며 그들을 말린 뒤, 이내 홍보팀장과 스퀘어 책임자에게 다가갔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곳은 완전히 공략되었습니다.”
“아, 네! 안 그래도 카메라 화면으로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럼 사진 좀 같이 찍어 주시겠습니까?”
“네?”
“인증 사진이 필요해서요.”
수호의 물음에 스퀘어 책임자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물론입니다!”
“그럼 홍보팀장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수호의 부탁에 뒤늦게 정신 차린 홍보팀장이 카메라를 든다.
그리고 수호는 무명검 게이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확실한 증거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검신급 공무원의 회귀